사라지는 마을산복도로 위 아파트, 부산 영주 시영·시민아파트 2022.12

2022. 12. 21. 15:01아티클 | Article/포토에세이 | Photo Essay

사라지는 마을 산복도로 위 아파트, 부산 영주 시영·시민아파트

북항과 부산항대교, 신선대 부두, 동구와 중구 그리고 영도 일대까지 내려다보 이는 부산광역시 중구 영주동 73-1 일원과 산1-200에는 부산 최초의 시영 및 시민아파트인 영주아파트가 있다. 부산은 일제 강점기 이후 항만도시로 변화되 면서 자연스럽게 몰려온 항만 노동자와 철도 노동자, 해방 후 귀환 동포, 그리고 6·25전쟁의 피난민들로 인한 갑작스러운 도시 변화로 이에 따른 주거지 형성이 문제화되었다. 산지가 많고 평지가 적은 해안 도시의 특성상 도심과 주변 고지대 는 과밀화되고 결국 이들은 움막이나 판잣집을 지어 산 중턱에 무허가로 무분별 하게 정착하면서 많은 산동네가 형성되었다. 그 당시 산동네의 모습은 도시의 미관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많은 도시 문제를 일으켰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55년 이후 강제 철거와 이주 정책을 시행하였고, 1967년 부산시 고지대 개발 5개년 계획에 의거 국공유지에 난립한 무허가 판자촌 정비사업의 하나로 영주동 에 있었던 무허가 주택 2,299동 전체를 철거하고 4,627세대 중 2,968세대는 다 른 지역으로 이주시켰으며 일부 888세대는 아파트를 지어 입주시켰다.

1968년부터 시작된 부산 최초의 시영아파트인 영주시영아파트는 총 5개 블록 37개 동 888세대로 1968년 4월부터 공사를 시작하여 1969년 11월 완공되었 다. 당시 아파트는 건물의 철근콘크리트 골조만 부산시에서 시공하고 칸막이벽 과 설비 등의 내부공사 일체는 입주자가 직접 시공하는 독특한 형식으로 건립 되었다. 단지들은 구릉지에 건축하는 관계로 경사지에 축대벽을 높게 조성하여 평지를 만들어 그 위에 단지를 구성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1970년 4월부터 11 월까지 부산주택사업소에 의해 지어진 부산 최초의 영주시민아파트는 4개 동 208세대로 영주시영아파트와는 달리 건물 전체를 사업소에서 완성하여 분양 하였다. 이후에 이와 같은 정비사업은 여러 곳에서 시행되어 아직도 이런 아파트들을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1988년 이후에 급격한 건축물의 노후화에 따 른 개선책으로 부산 도시계획조례로 건폐율 및 용적율 완화책으로 아파트 재건 축이 가능하게 하여 16층의 동아아파트와 금호아파트 등으로 재건축되었고, 현 재는 9블록 2개 동과 2블록 5개 동, 3블록 4개 동의 시영아파트와 4개 동의 시 민아파트가 남아있다. 많은 거주자가 떠나가고 소수의 고령자만이 남은 단지들 은 그동안 다양한 재개발 방법으로 변화를 시도했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였 다가, 영주시민아파트는 2021년 2월 LH와 사업 시행협약을 체결해 지하 3층~ 지상 6층 규모의 공공임대주택행복주택, 테라스하우스 등 180여 세대가 들어설 예정이다. 2·3블록 시영아파트는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설립을 통하여 아파트 재건축을 진행하고 있다. 이로써 부산 최초의 시민아파트와 시영아파트는 사라 질 것이다. 영주동은 여전히 부산의 많은 산동네 중에 가장 중심적 위치에 놓여 있다. 부산항과 부산역, 국제시장, 자갈치 시장, 광복동, 남포동 등 부산의 핵심 지역이 산 아래에 있으며 이들과의 연관성은 이곳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계속 유지하고 함께 더불어 발전하며 변화해 갈 것이다.

 

사진작가 정원규

좌측의 9블록 시영아파트 두 동과 중앙에 2·3블록 시영아파트 9개 동이 보이고, 뒤편 산정에 시민아파트 4개 동이 보인다.

 

사진작가 정원규

역사의 디오라마, 그리고 산복도로

부산항에서 바라봤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산복도로의 풍경이다. 산 아래 도심지의 고층 건물과 산 중턱에 형성된 주거지는 부산의 독특한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 으며, 그 사이로 엿보이는 산복도로는 더욱 그러하다. 이 풍경은 그곳의 과거와 현재의 삶의 모습보다는 부산의 바다와 산 아래 도심지와 어울려 보는 이들에게 충분 한 안식을 느끼게 해준다. 산복도로는 부산의 아픈 역사 속에 무분별하게 산 중턱에 형성된 주거지들을 위한 도로의 필요성과 주택개선책으로 시작되어 첫 사업대상 지로 1.8킬로미터의 망향로가 1964년 10월 20일 2년간의 공사 끝에 폭 8미터의 산복도로가 개통되었고, 이후에도 더 많이 연장되었다. 부산의 곳곳에 이런 산복도 로가 개통되면서 부산의 독특한 도로 형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2011년부터 추진했던 ‘산복도로 르네상스’의 하나로 영주동 시영아파트 2블록에서 가파른 계단을 걸어 올라가면 산복도로에 있는 역사의 디 오라마를 만날 수 있다. 이곳은 부산 북항, 신선대 부두, 용두산 공원, 산복도로의 풍경, 영도 봉래산 등을 파노라마로 볼 수 있는 작고 독특한 부산의 해안 경관 조망 공간이다. 이곳에서 산복도로와 관련되어 있는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사진작가 정원규
사진작가 정원규

오름길

산동네는 산복도로를 중심으로 수직으로 이어진 길들과 작은 골 목을 이루며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이런 길들은 주로 계단길이 며, 간혹 좁고 가파른 비탈길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길을 오름길 이라 부른다. 어마어마하게 가파른 이 계단을 오르내리며 사는 것은 불편함을 넘어 이곳을 탈출해야 하는 충분한 이유이기도 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그동안 다양한 형태의 계 단 조성과 모노레일, 엘리베이터 등의 편의적 시설의 설치로 보 조 기능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오름길은 가쁜 숨을 내쉬며 오르내려야 하는 삶의 이동 수단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작가 정원규

마루가 있는 아파트

현관, 방 1, 방 2, 연탄아궁이가 있었던 부엌, 재래식 화장실로 구성된 시영·시민아파트의 내부 형태는 다른 지역의 공동화장 실로 구성된 그 시대의 시민아파트와는 달리 화장실이 출입구 쪽에 설치되었다. 하지만 작은 전용면적으로 내부 창고가 없어 연탄이나 장독 등은 복도에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현관 앞에 놓 여있는 마루가 독특하다.

 

사진작가 정원규

 

계단식 / 복도식

영주시영아파트는 편복도식으로 층수는 4층, 1동당 48가구, 분양 면적 37.48제곱미터로 전체 블록을 같은 형태로 지었다. 영주시민아 파트는 동별로 계단식과 중복도식이 혼재되어 있으며 층수는 4층, 분양면적 36.96제곱미터 로 지어졌다. 편복도식은 계단 한곳을 중심으 로 6세대로 이뤄져 있고, 계단식은 4세대, 중 복도식은 9세대로 형성되어 있다. 이런 형식 은 삶의 방식과 이웃 간 소통의 모습도 많이 달랐을 것 같다. 이런 형식적 모습 외에도 아 파트별로 다양한 공간 및 마감의 차이가 있는 데, 이는 그 시대에 아직 정립되지 못한 아파 트의 삶의 구조를 드러내 보이는 것 같다.

 

사진작가 정원규
사진작가 정원규

 

산동네

- 김용만

 

하루 일을 끝내고 올려다본

내동네는 별 가득한 하늘이다

아득히 먼 하늘이다

 

세상 어디서나 가난은

산을 타고 오르는 것일까

 

날마다 아침이면

어김없이 내려서야 할 이 비탈길을

하루 일에 지쳐

산을 타고 오르고 오른 사람들

 

오르다 한숨 돌려 뒤돌아보면

산복도로 밑 아랫마을

우리 내려 살 그런 날 있을까

 

끙끙

아랫마을 바라보며

하늘 보고 오르다

별빛으로 가만 눕는다

 

 

 

 

 

 

글·사진. 정원규 Jeong, Wonkyu 창대 건축사사무소 ·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