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의 제안! 우리 도시를 건축으로 바꿔라! 2019.8

2022. 12. 24. 16:47아티클 | Article/에디터스레터 | Editor's Letter

건축사는 왜 ‘사’를 사용할까? 일본어 한자인 ‘사(士)’는 굳이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선비’라는 단어다. 선비는 학자이면서 지식인이다. 일본은 동시에 무사였다. 우리나라는 학자이면서 정책가였다. 같은 한자 문화권인 대만이나 중국은 ‘스승’을 지칭하는 한자 ‘사(師)’를 사용한다. 스승은 선각자이면서 지식 의 리더다. 굳이 이런 한자 풀이를 하는 이유는 한국에서 건축‘사’의 역할과 사회적 인정에 대한 근본적 회의가 들어서다.

그렇다면 다른 한편에서 언급하는 건축‘가’는 어떤 의미인가? 흔히들 영어 Master를 지칭하는 거장, 즉 대가를 말하지만 우리는 교묘하게 달리 쓰고 있 다. 일본 덕분에 우리는 ‘가’를 쉽게 갖다 붙이고 있다. 그냥 건축하는 사람들이 가져다 쓰는 말이 되어 버렸다. 주방가구 하는 이들도, 종이접기 하는 이들도 뭔 가 있어 보이는 ‘가’를 사용한다. 한마디로 아무나 가져다 써도 무방한 용어다. 정말 일본어 한자인 ‘가’를 아무나 가져가 사용해도 되는 말일까? 항상 그렇듯 우리는 이상하게 해외 사례로 설명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납득을 못하니 ‘가’의 원산지 일본건축가협회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일본건축가협회 정관의 정회원 자격을 보면 당혹감이 든다. 왜냐면 정회원 자격 조건은 ‘건축사 자격증’ 을 취득하고 일정 기간 설계 및 감리 업무를 한자로 한정하고 있다. 그렇다! 이웃 일본도 건축사만이 ‘건축가’ 정회원이 되는 것이다. 건축사가 아닌 경우는 자격 조건이 상당히 까다로울 뿐 아니라 기존 일본건축가협 회로부터 승인을 받아야만 가능해진다. 각설하고 건축사의 자질과 자격을 언급하려 는 것이 아니다.

건축사들은 세상이 우리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푸념하고, 자기들이 설계한 건물의 준공식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동의한다. 우리나라 사회가 얼마나 창의적 활동을 하는 지식 창조자들을 무시하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생각도 문득 든다.

건축사들은 주어진 일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발언을 더 적극적 으로 해야 한다. 다른 나라를 보면 건축사들이 건축을 넘어서 사회 전반에 의 견을 내고 있음을 알게된다.

일본의 무라노 도고는 ‘일본 특유의 현대성’을 주장하며 근대 일본의 모더니즘 을 스스로 개척했다. 약관 20대의 영국 청년들은 1960년대 새로운 미래와 산업사회 도시에 대한 비판적 대안을 겁없이 발표해서 ‘아키그램’ 운동을 시작했다. 우리가 아는 르꼬르뷔지에는 사회적 변화의 전면에 나서서 적극적 발언 으로 항상 사회중심에 서 있었다.

100살이 넘어 활동했던 브라질의 오스카 니마이어 역시 사회에 대한 참여를 넘어 적극적 발언으로 전면에 있었다. 이들은 모두 정치, 사회, 인문 등 발언의 폭과 시각을 넓게 가졌고, 사회는 건축하는 이들의 말을 경청했다. 이들이 모두 옳은 것도 아니고, 모두가 모델로 삼아야 할 필요도 없다. 심지어 파시스트 히틀러의 건축을 주도한 슈페어는 전범자 역할이었고, 잠실 롯데 월드의 설계한 기쇼 구로가와는 일본의 민족주의적 우파로 말년에 도쿄 지사까지 도전했다.

우리 건축으로 돌아와 보자. 한국전쟁 이후 전개된 현대 건축이 시작된 우리나라에서 과연 이런 사회적 발언을 적극적으로 한 경우가 얼마나 있었던가? 건축사의 사회적 발언이 일반인들 사이에 회자된 적이 있었던가?

이런 고심 끝에 이번 건축사신문과 월간지를 통해 부동산으로만 인식되는 도시 주택에 대한 방향을 제안해 본다. 중요한 사회적 발언이 아닐까?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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