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4. 09:24ㆍ아티클 | Article/에디터스레터 | Editor's Letter
The core of architecture is a design, That is the essence of architecture
분명 건축과 건설은 다르다. 완전히 다른 장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건설과 건축을 같은 카테고리에 넣는다. 아예 건축을 하위 코드로 삼는다. 당장 건축사에 대한 대가기준을 봐도 그렇고, 건축사사무소 직원들에 대한 인건비 기준도 없다. 그래서 엔지니어링 노임단가라는 기준을 차용한다. 말이 되는가?
엔지니어링과 건축의 차이가 무엇인가? 그것은 발상과 창의적 해법, 통합적 사고 결과로 성과를 만들어 내는 목표의 차이이다. 엔지니어링은 말 그대로 기술적 사항을 다룬다. 하지만 건축은 기술적 사항은 한 부분이지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기술적 사항이 반영된 미학적 완성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단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사용에 유용(有用)한 것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건축이다. 착각하면 안 되는 것이 유용이지 편함이 아니다. 왜냐면 건축은 불편해도 건축의 완성도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언제까지 서구유입의 한계를 이야기 해야 할까? 서구 문화가 들어오고 산업시스템이 들어온 지 길게 보면 백년이고, 짧게 보면 해방 이후이다. 서구 또한 산업화와 시스템 국가가 된 것이 백년에서 백오십년 남짓이다. 그리 보면 우리도 그리 늦은 사회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건축은 자리를 잡지 못했다. 사회가, 사람이, 인식이 건축을 건설의 일부로 보는 것이 문제다.
왜 건축은 건설과 달라야 할까? 그것은 누구의 발상과 생각에서 시작하는 것이 건축이라면, 그 발상에 따라 만드는 것이 건설이기 때문이다. 도공의 머리와 손이 다른 것처럼, 소설가의 머리와 손이 다른 것과 같다. 그리고 달라야 하는 이유는, 반대로 다르게 인식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설계한 건축사도 모르게 진행되는 시공 현장의 임의 디자인 변경, 시공자가 멋대로 바꾸고 건축사에게 “장식은 필요 없다고 생각해서 뺐다”는 황당한 개인적 경험. 이런 일들 모두를 보면 결국 건축사를 인정하지 않는 월권 행위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모른다. 어디 그들만 그럴까? 국민 세금으로 짓는 것이라면서 자기 개인의 생각을 남발하는 공공 발주처의 담당자들, 심의한다고 하고 자기 디자인을 넣으려는 심의자들, 자기 멋대로 디자인을 훼손하는 극히 일부 감리자들... 물론 건축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수많은 월권자들의 나섬이 우리 건축을 흔들고, 독립적 존재로 인정하지 않는다. 건축을 위협하는 환경들이다.
건축의 독립성으로 완성된 수많은 사례들이 이를 설명하고, 증명한다. 얼마 전 네이버에 필리핀에 지어진 스타디움 시공자들 이야기가 나왔다. 인상 깊었던 것은 인터뷰에서 필리핀 스타디움을 공사하면서, 현장에서 생기는 수많은 변수들에 대해 항상 건축사의 확인과 의사를 우선적으로 적용했다는 것이다. 경제규모나 영향력이 훨씬 작은 필리핀도 이렇게 해서 건축을 만들고 있는데, 우리는?
건축이 본질인 설계에서 주도권과 자기 영역성을 지키지 못하니, 자꾸 다른 길로 샌다. 유지관리니, 사업 분석이니, 안전 진단이니... 중요하지만, 좋은 건축을 만들어 내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아니다. 공공건축만 하더라도 싸게 짓는 건설을 선택해서, 설계를 난도질 하고 저급 설계를 적용하는 것이 세금 아끼는 목적이 되선 안 된다. 오히려 세금으로 짓기 때문에 돈이 더 들어가더라도, 의미 있고 완성도 높은 건축이 지어져야 한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세금 절약이 되는 길이다.
건축이 본질인 설계에 집중한 환경이 될 때, 그리고 좋은 건축이 많아질 때 우리나라의 품격과 위상도 높아진다.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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