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5. 09:26ㆍ아티클 | Article/에디터스레터 | Editor's 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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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입장에서 건축에 처음 입문했을 때 많은 학생들의 가슴을 채웠던 것은 해외 건축 잡지들이었다. 안도 다다오나 아이 엠 페이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비단 80년대 학번뿐만 아니라 그 이전도 그랬던 것 같다. 아쉬운 점은 그런 부러움으로 끝났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 건축계를 자세히 보면 많이 아쉽다.
지금도 그렇지만 이렇다 할 건축적 이념이나 철학적 치열한 논쟁 없이 지나오던 시절이었다. 김중업과 김수근의 부여박물관 논쟁 같은 치열함이 더 이상 연장되지 못한 것이 우리 건축계에는 독이 된 듯하다. 아무튼 1980년대 이후 사회 정치적인 배경과 건축에 대한 갈증의 30, 40대가 나서서 욕받이로 뭔가 바꾸려 도전하고 도전했다. 서구의 68세대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우리 안에서는 도전의 세대가 있었다. 건축계에 나타난 ‘4·3그룹’이 아마도 우리나라 건축계의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존재한 그룹이었던 것 같다. 당시의 많은 20대들은 이들 4·3그룹에 영향도 받고 약간의 기대와 꿈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세월이 흘러 그 당시 20대들은 40대 후반에서 50대가 됐다. 그리고 4·3그룹의 핵심 멤버들은 우리나라 건축계의 중심 원로들이 되어 건축 자체의 가치와 의미를 되살리는 현역이기도 하다. 기대가 더 큰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부족해 보이지만, 토목과 건축의 가치를 구분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풍토에서, 나름의 변화를 이끌어낸 세대들이기도 하다.
아무리 인생이 60부터이고,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여전히 사회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것은 청년층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모순과 부조리에 가장 저항력이 강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건축사의 역사를 보면 19세기 일어났던 수많은 유럽의 건축 운동은 20, 30대의 젊은이들이 주도해 왔다. 극단적인 이탈리아 미래파의 경우는 겨우 20세 갓 넘은 청년들이었고, 이들의 선언은 건축사라는 큰 시간의 틀에 끼어 들어갈 정도로 적극적이고 치열한 것이다. 가장 극적인 사회가 프랑스였고, 그들의 68세대는 사회전반의 변화를 이끌었고, 건축도 그 중심에 존재했다. 우리와 불편한 관계인 일본도 마찬가지다.
생뚱맞게 건축 세대들에 대해 장황하게 언급하는 이유는, 우리 건축계의 변화와 새롭게 거듭남을 주도할 수 있는 계층이 바로 30, 40대라는 점 때문이다. 일본을 포함한 서구 건축계는 고전건축의 틀을 벗어나 지난 백년간 치열한 논쟁 속에서 변화되었고, 그 중심에는 청장년이 중심이 됐다. 그들의 주제는 다양한 사회정치적 참여를 기반으로 치열한 철학적 논쟁과 다양한 개인적 이론들이 개발되고 토론되며 사회에 발언됐다. 대략 50, 60년이 뒤쳐져서 해방 이후 시작된 우리나라 현대 건축은 건축적 논쟁보다는 산업에 종속되어 구조적이고 생산 시스템 안에서 작동됐다. 몇 몇 개인들의 참여와 노력들이 있었지만, 김수근을 비롯한 이들 건축계 인사들은 사실 사회적으로는 철저한 비주류였다. 이런 맥락에서 ‘4·3그룹’의 탄생과 80, 90년대 노력들은 주목할 만하지만, 건축적 논쟁이나 개인적 이론들은 발아하지 못하고 개인화 되어버렸다.
국민소득 3만 불이 넘어가면서 의식주의 관심 순서처럼 사회적 관심사들이 건축으로 가는 듯하다. 이런 시대적 흐름은 오늘날 건축사들에게 진지한 질문을 하는 것 같다.
“당신의 건축, 한국의 건축은 어떤 것이냐?”
그 중심에 서서 도전하고 발언해야 하는 세대들이 30, 40대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들에게 발언의 기회를 더 넓혀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언제까지 건축으로 유학가야 하는 변방국이 되어야 할지... 30, 40대가 더 발언하고, 발언하길...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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