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권위, 그리고 자신감 2019.12

2023. 1. 7. 09:16아티클 | Article/에디터스레터 | Editor's Letter

Authority and confidence 

 

올해 느닷없이 하얏트 호텔 창업자가족이 만든 <프리츠커>상이 논란의 주제어가 됐다. 프리츠커 상은 일종의 공로상처럼 건축사의 작품과 철학을 존중해서 인정해주는 개념이다. 통상의 경쟁처럼 올해의 작품 같은 개념으로 상을 주기 보다는 노벨상처럼 건축사의 건축 철학과 비전, 그리고 작품을 평가해서 준다.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일을 하는 건축사들도 많지만, 상이란 것이 그렇듯 왠지 받으면 좋은 것 아니겠는가?
다만, 행정부 공무원들의 발상은 이런 의미와 내용을 차치하고 100미터 달리기해서 이기고 지는 듯한 개념으로 이해하고 정책을 언급해 논란이 되었던 것이다. 그 저변에는 여전히 산업 후진국의 발상이 자리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소위 ‘선진사례 견학’같은 사고가 저변에 있다. 세계적 건축사사무소에 파견을 보내서 선진건축기법을 익힌다는 발상. 참! 70년대스럽다.
그런데 이렇게 웃고 비아냥거리기엔 뭔가 아쉽다. 왜냐면 이런 사고가 몇몇 행정직 공무원의 발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많은 사람들은 우리 스스로의 능력을 과소 평가하고, 자기를 기준으로 한국 건축계를 자기비하식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의 능력은 그렇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싱가포르의 많은 고층 건축이나 고급 호텔들의 시공사가 국내 건설사인 경우도 많고, 실제 엔지니어적인 현장 설계도면을 작성하는 노하우도 많다. 불가사의해 보이는 아부다비에 있는 장누벨 설계의 루브르 박물관도 국내 굴지의 건설사 설계팀이 BIM을 써가면서 완성했다. 선진 사례 견학을 통해 배울 것은 이미 우리나라 엔지니어 수준에서 상당히 접근되어 손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문제는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는 건축의 철학과 비전, 그리고 가치의 실현이다.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인정해주는 국내 건축 풍토가 여전히 부족하다. 여전히 무시당하고 있다. 1% 건축사던, 30% 수준의 건축사던 공통적으로 토로하는 아쉬움은 창작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건축사에 대한 존중이 없는 사회라는 점이다. 건축사의 자질이 영향을 준다고 하지만, 건축에 대한 존중은 별개의 영역이다. 건축사들이 존중받지 못하는 것은 창작을 인정하지 않는 환경 때문이다. 그런 환경에서 자기 철학과 비전, 가치를 가지고 자신감 있게 발언하기 정말 어렵다. 
이렇게 힘겨운 풍토에서도 조금씩 우리나라 건축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번 한국건축문화대상의 수상작들을 보면, 조금씩 자기 발언을 드러낸 작품들이 보여진다. 고유의 정체성과 건축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반영된 결과물들이다. 적당히 아는 사람 상주는 개념으로는 상의 권위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씩 발전되고 있는 한국건축문화대상의 운영과 심사는 정말 중요하다. 
2019년 한국건축문화대상의 수상작들은 이젠 자신감 있게 발언해도 될 듯하다. 이런 식이라면 프리츠커 상이 부럽지 않을 듯 하기 때문이다.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