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제3의 승효상 건축사를 배출하라! 2020.2

2023. 1. 10. 09:20아티클 | Article/에디터스레터 | Editor's Letter

Produce a second or third architecture ‘Seung Hyo-sang’! 

 

한국 건축계를 위해서 우리는 현업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해야 한다. 동시에 이론과 정책 모두에 개입해야 한다. 해방 이후 한국 건축계를 흔드는 중요한 정책과 방향은 항상 외부에 의해서 진행됐다. 정치인이나 행정가에 의해 주도된 수많은 정책들이 건축계의 방향을 결정짓곤 했다. 아쉽게도 건축계는 항상 뒷북이었다. 주도한 적이 없었다. 당연하다. 한 번도 정책적 이슈를 먼저 제안하고 발언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의사 결정과 정책 진행 과정에 개입하지 못하고, 발표 이후 진행되는 것들만 수습하기에 바빴다. 현 대한건축사협회 회장은 이를 적극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녔다. 그 결과, 미시적이나마 현업에서 정책 개입의 틈이 생기고 있다.
이런 일들이 가능했던 이면에는 대중적 인지도와 정책적 영향력이 큰 현 국가건축정책위원장 승효상 건축사의 존재 때문이었다. 누가 뭐래도 그는 수많은 작품으로 모험하고 도전해왔다. 그의 작품들은 매번 새로운 시도로 변환됐다. 사회 참여에도 적극적이었다. 모두가 뒤에서 말할 때 그는 전면에 나서서 묵묵히 바람막이가 되었다. 치밀함도 갖췄고, 조직화에도 능하다. 이론과 현장, 정책을 아우르는 그의 노력에 후배 건축사로서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건축계는 아직도 갈 갈이 멀다. 제2, 제3의 승효상이 이어져야 한다. 아쉽게도 다음 주자가 보이지 않는다.
다행히 가능성이 보이는 후배 건축사들이 여럿 활동하고 있다. 미진하지만 이들을 주목하고 우리가 성장시켜야 한다. 후원이 필요하다면 적극 지원해야 한다. 모두의 생각이 같지 않고 동의를 얻는 것도 힘들겠지만, 우선순위가 있으니 거시적 시각에서 보아야 한다. 지금 우리 건축계에는 이런 방향타가, 이런 건축사가 필요하다. 
이런 절실함이, 본업으로 건축사 업무를 하는 현장에서 나와야 한다.
생존형 사회인 대한민국에서 건축사 개인이 헌신해서 전면에 나서긴 쉽지 않다. 하지만 현업에서 이상적인 방향이나 이론적 방향성이 나와 줘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 건축계의 위상과 입지가 선다.
이미 일본은 백 년 전부터 현업 건축사들이 모든 것을 주도해오고 있다. 특히 단게 겐조, 아라타 이소자키, 토요 이토를 잇는 현업 건축사들의 활약은 세계 건축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일본 건축의 현재를 만들어 냈다. 미국은 어떠한가? 필립 존슨, 루이스 칸, 리처드 마이어, 프랭크 게리 등 현업 건축사 모두가 정책과 현장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건축이 살아 있으려면 현업 건축사들이 사회 전면에 나서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건축계는 이를 지원해야 한다. 그것이 정책이 강한 한국 사회에서 건축이 생존할 길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제2, 제3의 승효상 건축사를 50대, 40대, 30대에서 찾아내 발굴해야 한다. 당연히 있다. 그들을 응원해야 우리 모두가 산다.

비전과 미래, 대안을 대시하는 선도적 건축사(Visionary Architect)를 후원하고 응원하자!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