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상, 기생충, 그리고 건축을 바라보다 2020.3

2023. 1. 11. 09:23아티클 | Article/에디터스레터 | Editor's Letter

Looking at Academy Awards, Film ‘Parasite’, and Architecture 

칸느 영화제나 베를린 영화제, 미국의 아카데미 영화상은 우리와 전혀 상관 없는 것으로 그건 선진국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우리 수준이 세계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70년대에 조풍연 선생의 ‘영화이야기’를 읽고, 흑백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주말의 영화로 동경하던 아카데미 수상작, 칸느 영화제 작품상 등을 보았는데…….
최근 마음 깊숙히 있었던 한계치라는 장막을 걷는 뉴스가 들렸다. 몇 해 전 BTS가 미국 전국 네트워크 아침 방송 등에 나오고, 빌보드와 그래미에서 언급될 때 느꼈던 놀라움이었다.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의 백미인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을 수상한 것이다. 이 정도면 영화 자체로 인정받은 것이다. 영화의 핵심이 아닌가?
전체주의 국가들이 자랑하듯 만들어내는 영화가 아니다. 영화 제목도 ‘기생충’이다. 우리나라 기사에 웃기는 댓글 중 사기꾼이 부자털이 하는 빨갱이 영화라는 비아냥이 있었는데, 그런 영화가 자본주의 최정상 국가의 가장 자본주의적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것이다. 왜 댓글을 언급하냐고? 이 웃기는 댓글은 영화 ‘기생충’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감독의 은유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급한 예술은 (이 표현도 조금 거시기 하지만) 직설적이다. 마치 욕설로 감정을 드러내듯 직접적이다. 이런 직설적 감정을 다각도로 복합적으로 바라보고, 해석하고, 은유와 비유로 설명할 때 수준 있는 예술이라고 한다. 유머까지 있으면 금상첨화다.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여러 배경에는 시대 정신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 그리고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소금 같은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미지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매체로, 충분히 그 자체의 힘으로 세련되고 매끄럽게 그리고 무엇보다 유쾌하게 만들었다.
스마트폰의 뉴스 알림으로 뜬 아카데미상 수상 소식에 영화광인 나는 나도 모르게 소리를 쳤다.
다음은 “건축이 돼야지!” 
회사 직원들이 웃었다.
이미 오래 전 클래식 음악에서, 미술에서, 대중음악에서, 우리 문학에서 세계 곳곳에서 인정받은 작가와 작품들이 뉴스를 채웠다. 특히나 경제나 스포츠처럼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정서와 인식, 그리고 지성으로 인정하는 분야가 예술이다. 이런 분야들에서 우리나라 예술가들이 공감을 바탕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건축은?”이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었고, 기대감에서 “건축이!”라는 외마디가 나온 것이다. 
과연 우리나라 건축이 창의성과 독창성을 바탕으로 세계의 공감을 얻어내면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시대와 공감하는 우리 건축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