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계 연대 2020.1

2023. 1. 9. 09:18아티클 | Article/에디터스레터 | Editor's Letter

Solidarity of Architectural Society

2020년, 새해가 됐다. 건축계는 그 어느 때보다 위기와 기회의 시기가 동시에 온 듯하다.
이런 긴장감은 최근 등장한 연대(Solidarity)라는 화두의 부상에서 읽을 수가 있다. 연대는 사회적 이해관계가 서로 얽힌 집단의 권익을 위해서 참여 주체들이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왜, 이 시점에 이런 화두가 건축계에 떠올랐을까?
19세기 사회학자 다비드 에밀 뒤르켐(David Émile Durkheim, 1858∼1917)은 전통사회가 산업화로 인한 다양성의 사회로 전환되면서 벌어지는 사회적 문제에 주목했다. 최초의 사회학 개척자이기도 한 그는 현대산업사회에서 분업이 발달할수록 사회구성원들의 상호의존도는 커진다고 주장했다. 동질성을 기반으로 한 전통사회 구성원들의 ‘기계적 연대’는 근대사회로 가면서, 분업으로 전문화된 개인들이 결속하는 ‘유기적 연대’로 바뀐다고 봤다. 
이런 기계적 연대는 산업사회가 고도화되고 복잡해지면서 느슨해지거나 해체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비 주도권을 가진 계층은 손해를 볼 수 있는데, 다비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유기적 연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유기적 연대는 유사성이 다소 떨어져도 상호의존적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분열이나 충돌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거나 타협하는 것을 말한다. 충돌보다는 타협을 할 때 얻게 되는 이득이 크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 건축계에 새롭게 등장한 화두, ‘연대’는 여러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새삼 건축계에 ‘연대’가 중요하게 떠오른 이유는 건축계와 외부와의 간극이 크기 때문이다. 합목적적인 요구일지라도 대중의 이해가 따르지 않으면 사회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게다가 대중은 건축의 가치를 건축사의 자기표현과 우월감에 의한 엘리트 의식의 표출로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건축의 가치가 대중에 대한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안다. 문제는 대중과 건축과의 간극이다. 이 간극은 매우 커서 건축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주무관들조차 오해하고 있다. 게다가 대중은 건축을 건설로 이해하고 있고, 건설은 이미 건축보다 압도적인 경제적 크기로 건축을 조정하려 하고 있다.
문제는 건축계가 이런 업역뿐만 아니라 이외의 환경에서도 이해관계에 따라 분열되고 공통의 가치를 향해 한 목소리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자도생의 길에서 ‘설계비의 현실화’와 ‘건축설계에 대한 인정’은 불가능한 목표가 된다. ‘열악한 설계비 현실’은 건축사사무소 업계 전체를 황폐화시키는 근본 원인이다. 유능한 청년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경제적 구조이기도 하다. 결국 이런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건축계 전체가 연대의 자세를 갖고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현재 건축계는 입장에 따라서 기득권자가 되기도 하고 비 주도권을 가진 자가 되기도 한다. 그 결과 서로가 자신을 비 기득권자로 착각하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상대 때문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오해를 하기도 한다. 이런 인식으로는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의 해결이 요원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건축계는 국토교통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소속 행정부도 다르다.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두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건축을 하고, 창조적 설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나라 건축계에 필요한 것. 그것은 바로 건축계의 ‘유기적 연대’다.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