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12. 09:06ㆍ아티클 | Article/연재 | Series
From movies to animation and games... Architecture in a 'Virtual World' shining in various colors
영화와 애니메이션 속 건축은 현실 표현이자 창의적 가공 통한 결정적 모티브 역할
설계 시 사용되는 3D모델링 게임제작서 사용, 건축전공자와 게임디자이너의 협업 ‘시너지 기대’
건축은 우리 실제 삶 가운데 존재하지만, 영화·게임 등의 가상세계 속 세상에서도 배경이 되어 다채로운 빛깔을 드러냅니다. 가상세계 속이지만 그럼에도 익숙함에 지나칠 수 있었던 건축물을 학생기자의 눈에서 해석해 보려 합니다. 영화와 게임, 애니메이션의 공간 속에서 어떤 건축이 존재하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영화 속 건축
‘시월애’에서의 갯벌 속 주택 ‘일 마레’…시간과 공간을 규명하기에 애매한 공간
‘푸른소금’ 속 유리마감재, 보이면서도 막혀있는 공간 표현
영화는 사전적 의미로 ‘일정한 의미를 갖고 움직이는 대상을 촬영해 영사기로 영사막에 재현하는 종합 예술’이다. 한편으로 건축과 가장 비슷한 문화로 여겨지고 있기도 하다. 이유는 ‘Sequence’라는 영어 단어 의미 때문이다. Sequence는 건축에서 ‘공간이 보여주는 연속적인 장면’으로, 영화에서는 ‘연속성 있는 하나의 주제정경으로 연결되는 장면’이라 불린다. 이처럼 비슷한 두 가지 문화지만 서로 특이한 점이 존재하고, 특히 영화에 건축이 없다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온전히 전달할 수 없다고 여겨진다.
영화에서는 수많은 건물들이 나온다. 또 영화는 모형이나 컴퓨터그래픽, 세트장, 가건물, 실제건물 등을 이용해 또 다른 세상을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여기서 영화 세상 속 건축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영화 속을 꾸미는 여러 사람들이 있다. 감독과 작가, 배우와 다양한 직원들이 공존해 영화를 제작한다. 그 중에서도 ‘프로덕션 디자이너’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전개해 보겠다. 프로덕션 디자이너는 영화의 전체적인 외양과 시각을 책임진다.
이현승 감독의 영화 <시월애>의 주제는 ‘시공을 초월한 사랑’이다. 감독은 원하는 공간을 찾기 위해 직접 프로덕션에 참여했지만, 감독이 원하는 공간은 존재 하지 않아 직접 설계와 시공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인천 강화군 석모도 갯벌에 주택 ‘일 마레’를 건축하게 된다. 이와 관련 한 평론가는 갯벌을 ‘시간과 공간을 규명하기에 상당히 애매한 공간’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현승 감독의 또 다른 작품인 <푸른소금>에서는 주인공 윤두현(송강호)이 은신처로 여의도의 36층짜리 오피스텔 ‘S-Trenue’를 선택한다. 여의도라는 공간이 지닌 특성, 바로 여의도가 도심 속의 섬이라는 점을 주목한 것이다. 고립되어 있으면서도 도시성을 지니고 있고, 누구라도 숨어들 수 있는 익명성 또한 갖고 있다. 물론 고층타워도 많다. 하지만 관객들이 보면 어디에 있는 건물인지 바로 인지할 수 있는 공간 그래서 유리로 마감된 건물을 구상하게 된 거다. 유리는 공간을 나눌 수 있지만 시각적으로 나누지는 않는다. 보이면서도 막혀있는 공간을 표현한 것이다. 이현승 감독은 이 같은 영화 공간을 위한 프로덕션을 진행했다.
영화 <푸른소금>에서 여의도라는 장소는 도시성, 익명성, 위장성을 갖고 있으면서, 독특한 외관의 ‘S-Trenue’는 이 감독의 의도대로 랜드마크적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이는 영화 속뿐만이 아닌 현실에서 또한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건축 비전문가이지만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영화감독의 장소성과 건축물에 대한 해석이 건축사의 그것과 유사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2006년 민병호 교수는 그의 저서를 통해 장소를 ‘삶의 정서와 주요 일상행동과 존재의 가치와 생활의 의미가 농축된 공간’으로 정의했다. 이를 달리 나타내면 [장소 = (시공간, 자원)+(동기, 우선행동)+(의미, 상징)]으로 표현이 가능하고, 이 개념을 <시월애> 갯벌의 ‘시공을 초월한 정서’와 ‘비현실의 상징’, 그리고 <푸른소금>에서의 ‘익명성의 의미’ 등과 비교해보았을 때 ‘장소’에 대한 개념은 상호 거의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건축이라는 분야는 인간사회 모든 것에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전자의 경우처럼 영화 속에 등장하는 실제 또는 그래픽 건물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질 수도 있고,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사용용도까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속 건축
로보트 태권V, 갈라지는 국회의사당 돔은 일상 속 새로운 상상
지브리 스튜디오의 다채로운 건축물…시·공간적 배경과 철학적 의미 담아
지금 우리의 현실 속 건축물부터 상상 속의 건축물까지, 이 모든 것에 있어 표현하고자 하는 그대로를 펼칠 수 있는 가상의 공간이 또 존재하는데 그것이 바로 애니메이션이다. ‘짱구는 못말려’를 통해 일본의 일상 주거지의 모습을 볼 수 있고, ‘로보트 태권V’를 통해 국회의사당 돔이 갈라지며 나타나는 영웅을 통해 일상 속의 새로운 상상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그 나라의 일상부터 일상 속 변형, 그리고 미래에 대한 상상까지. 애니메이션 속에 나타나는 건축 상상도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
일본의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들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실제 자연속의 색감을 이용해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한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속에서는 다채로운 건축물과 배경을 만날 수 있다. 작품 하나하나에서는 일본의 양식과 섞인 중세적 요소들이 나타나 새로운 시공간들과 놀랍도록 디테일한 현실 속 요소들이 더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모습들을 통해 ‘거장’이나 ‘예술’이라 칭할 수 있을 것이다. 내·외면에 대한 고찰과 주변에 대한 성숙한 관찰을 통해 하나의 작품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작업방식이다. 지브리의 작업방식은 그들의 철학과도 연결되어 있다. 2013년 11월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展’을 통해 소개된 미야자키 하야오 인터뷰 영상에서 그는 “내면으로 바라본 세계, 그 시선에서 마음이 동하는 것에 대한 기억은 오래 지속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쉽게 잊혀집니다”고 밝히고, “그런 과정을 거쳐서 기억 속 풍경들을 잘라내 그림을 그리면, 스스로 어디선가 본 기억의 세계가 그림 속에 펼쳐집니다”라고 말했다. 손쉽고, 그래서 널리 사용되는 3D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을 뒤로 하고, 손수 그림을 그리는 ‘셀 애니메이션’의 방식을 고수한 이유를 여기에서 엿볼 수 있다.
작품 스토리에 관한 시대적, 공간적 배경에 대한 고민 뒤에 그의 기억 속, 우리의 일상 속 세세한 실제 디테일들이 더해진 것들은 수작업을 통해 여러 개의 선으로 나타난다. 올곧은 선이 아닌 울렁이는 선이 그려질 지라도, 그 선은 결국 역동감으로 표현된다. 혼자서는 절대 진행할 수 없는 작업과정들은 스튜디오 모두가 함께 완성해내게 되고, 그는 일련의 작업들을 통틀어 ‘마법과도 같다’고 표현했다.
순도 높은 작품 하나하나는 결국 그 자체가 ‘스튜디오 지브리’를 나타내기도, 또 그들의 철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게임 속 건축
건축에서 활용되는 3D 모델링, 게임 속 수준 높은 배경 등 공간구현
게임런처의 건축 활용 토대로 건축사들의 게임 개발 참여 기대
게임 속에서 배경은 맵구조(Map Architecture)와 레벨 설계(Level Design)에 따라 게임의 세계관이 설정되고 난이도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배경 디자인이 게임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고 하겠다. 배경에는 자연적인 요소와 인공적인 요소가 있는데 건물은 둘 중 인공적인 요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게임 속의 건물을 찾아보면 여러 가지 게임에서 실존하는 건물과 유사하게 생긴 경우도 있고, 게임의 시대적·국가적 배경에 따라 설정의 배경이 된 곳의 건물 양식이나 문화를 반영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기획단계에서의 설정을 바탕으로 아예 새로운 건축물을 디자인 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3D 게임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캐릭터뿐만 아니라 건물과 자연배경과 같은 게임의 배경이 되는 공간들도 입체적으로 제작되고 있다. 컴퓨터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건축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는 3D 모델링의 활용이 게임의 배경 디자인에 적극 활용되고, 이를 통해 게임 속 건물의 퀄리티를 더욱 상승 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은 기획, 원화(컨셉아트), 그래픽, 프로그래밍, 테스팅(QA)의 제작 과정을 거쳐 출시가 되고, 이후 업데이트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이 중 건축사의 참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과정은 원화 단계와 그래픽 단계다. 게임의 원화 즉, 컨셉 아트는 크게 캐릭터와 배경으로 구분된다. 게임의 배경은 게임의 장르와 기획한 시나리오의 시대적, 기후적, 지형적 배경 설정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고, 게임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게임이 대부분 3D 게임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게임에 등장하는 건물의 외부적인 요소 외에도 건물의 내부까지도 구체적으로 설계되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원화 단계에서부터 건물의 내부 도면까지도 상세하게 구상되는 경우가 많고 게임의 전체적인 시대관과 세계관에 따라 시대별, 나라별 건축물의 자료를 참고해 제작하게 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게임 디자이너와 건축 전공자의 협업이 이루어졌을 때 더욱 완성도 있고 구체적인 원화를 완성할 수 있다고 본다.
원화의 다음 단계인 그래픽 단계는 원화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3D로 구현하는 단계다. 이 단계 역시 캐릭터와 배경으로 크게 나뉘게 되고, 자세한 과정은 3D 모델링, 모델에 색과 조명 등의 텍스쳐를 입히는 맵핑, 게임상에 모델을 배치하는 월드빌딩으로 나뉜다.
특히 게임과 건축은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유사하기 때문에 건축분야에서 사용하는 툴을 게임분야에도 사용할 수 있다. 일례로 게임 엔진에 중점을 두고 있던 유니티 엔진은 점차 3D 애니메이션과 건축, TA(Technical Art)영역까지 사용가능 범위가 점차 확장되고 있다. 이처럼 게임런처들이 건축에 활용되는 현실을 바꿔 생각하면 건축사들의 게임 개발 과정에서 활발한 참여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
“기존의 건축을 이해해야 새로운 건축을 만들 수 있다”
송영민 마인크래프트 건축팀 ‘곰건친’ 유저
지금까지 애니메이션과 영화 그리고 게임 등 가상세계 속의 건축물에 대해 이야기 해보았다. 이번 장에서는 2011년 정식 발매된 MOJANG AB의 샌드박스 형식의 비디오 게임인 ‘마인크래프트’의 건축팀 ‘곰건친’의 송영민 유저의 인터뷰를 통해 좀 더 깊게 가상 세계 속 건축에 대해 들여다보려 한다. 마인크래프트는 모든 것이 네모난 블록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생존과 건축을 할 수 있는 게임이다. 자유도가 상당히 높은 게임으로 유명하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온라인에서 ‘자베 (자이언트베어)’라는 예명으로 활동 중인 송영민입니다. 가천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 중인 학생이면서, 마인크래프트 건축팀이자 아트팀인 곰건친(Project.G)팀을 창설해 7년째 40여명의 우수하고 열정적인 팀원들과 다양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마인크래프트를 이용해 고흐의 세 작품을 3차원으로 재구성한 ‘프로젝트 고흐’라는 콘텐츠가 유튜브에서 1백만 명이 넘는 분들께 사랑을 받기도 했습니다.
곰건친팀 외에 개인적으로 건축, 디자인,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8년에는 재단법인 여시재 주관 미래도시설계 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작년에는 지인들과 함께 만든 ‘Between Two Worlds’ 라는 독립영화에서 제작총괄과 예술 감독, 기획, 조감독, 캐스팅 등을 담당해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8개의 노미네이션과 9개의 타이틀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Q.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는데 건축을 시작하신 동기는 무엇인가요?
사실 저는 건축과 콘텐츠 제작에 흥미를 붙인 덕에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게 됐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 마인크래프트를 처음 접했는데, 당시 도화지에 2D로만 그림을 그리던 시절이어서 3D를 통해서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신기했습니다. 어려서부터 부모님과 해외여행을 하며 다양한 도시와 건물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건축양식과 도시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 같고, 마인크래프트는 이를 표현하는 데 최고의 툴이 되었습니다. 작품 활동을 이어가면서 다양한 건축양식에 관심이 생기며 건축과 관련한 공부를 하게 되었고, 건물과 도시는 시대와 공간과 함께 끊임없이 진화하기에 세계사에 대한 공부도 열심히 하게 되었습니다. 대입 진로를 결정할 때 건축과를 가고 싶은 생각도 많았지만, 앞으로의 건축에서 보다 예술적인 가치를 그려내고 싶어서 시각디자인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물론, 저는 설계분야에서는 문외한이기도 하고요. 제게 건축은 다른 예술분야와 마찬가지로 아름다움, 그리고 인간과 어우러짐을 표현하는 하나의 장르라 생각합니다.
Q. 개인적으로 작품활동을 하셔도 가능하셨을 텐데, ‘곰건친’ 팀을 창설 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첫 번째로는 저 혼자 하지 못하는 스케일이 큰 규모의 작품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고, 마인크래프트를 이용한 3D 아트의 아카데미를 열고 싶었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우리팀은 거대한 규모의 건축물과 그 어우러짐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영상으로 남기는 ‘타임랩스’ 영상을 찍습니다. GBF Studio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하는 건축 타임랩스 영상들은 최소 3개월에서 1년의 시간동안 30명의 인원과 협업해야 만들어질 수 있는 프로젝트들입니다. 이 영상 하나에는 건축과 디자인, 촬영, 편집, 음악, 서버관리, 프로그래밍적인 부분 등 굉장히 다양한 기술들과 역할이 필요합니다. 영화적 역할이 많다고 생각하시면 편해요. 만약에 팀이 없었다면 전 절대로 이런 큰 규모의 작품을 만들 수 없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리고 아카데미를 위한 목적이 있습니다. 팀을 운영하며 크게 느꼈던 것은 어떤 일을 같이 함에 있어 사람들은 그룹 안에서 무엇인가를 배운다고 생각해요. 그 배움을 통해 개개인이 성장하는 여지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팀원들은 대부분 순수하게 작품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들과 함께 교류하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저도 배우는 것이 참 많았고요.
Q. 팀 내에서 각자의 역할은?
팀 안에는 다양한 부서가 존재합니다. ▲건축이나 디자인 등의 아트 ▲촬영을 하는 프로덕션 부서 ▲게임 내에서 여러 사람을 수용하고 타임랩스에 최적화된 서버를 관리하는 프로그래밍 기술 부서 ▲새로운 인력을 뽑고, 팀 내의 구성원들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인사부서 ▲팀의 작품을 전 세계적으로 홍보하고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는 마케팅 부서 등에 속한 40명의 팀원들이 협업하고 교류하고 있습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건축물이 있다면?
건축물에 서사가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단순한 건축물로서의 기능을 넘어서 건축을 통해 스토리텔링을 더해 입체적인 작품을 만드는 것을 선호하죠. 제 작품 중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으면서 공을 많이 들인 작품이 두 개가 있습니다. 둘 다 1년 이상의 작업시간을 소요해 만들어졌는데요, 하나는 ‘지구를 떠나서’이고 또 다른 하나는 ‘고흐 프로젝트’입니다. 지구를 떠나서는 지구의 환경 문제로 인류가 새로운 행성에서 정착해 문명을 이루어 나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 문명이 이뤄지는 과정이 한 공간 안에서 드러나는데요, 건축 양식이 바뀌어 가며,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타임랩스로 만든 프로젝트입니다.
고흐 프로젝트는 고흐의 명화를 저희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서 고흐 작품의 추상적인 표현과 느낌을 3D 조형적으로 살린 영상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유튜브 110만 조회수를 달성해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신 작품이기도 하답니다.
Q. 마인크래프트 속 건물을 기획 하실 때 어디서 영감을 얻게 되나요?
주로 영화와 여행을 통해 영감을 얻고, 거기에 현 시대에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더해져 작품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에는 정말 재밌는 소재가 많이 나오는데요, 앞서 말씀드렸던 ‘지구를 떠나서’도 외계행성에서의 정착이라는 소재는 크리스토프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이외에도 스탠리 큐브릭,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등의 예술의 재창조에 대한 철학에서도 영감을 얻기도 합니다. 그리고 여행을 통해서 본 인상적인 건축물과 분위기 등을 마인크래프트로 저만의 느낌과 전하고 싶은 스토리에 맞춰 재구성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여행으로 인한 작품 중 대표적인 사례로는,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영감을 얻은 우리 팀의 첫 작품 ‘노스트라담 대성당’과 제 개인 작품 ‘자베르트 대성당’ 등이 있습니다.
Q. 실재하는 건물을 보고 설계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건축물을 설계하는 것 중 더 어려운 작업은 무엇인가요?
실제로 있는 건물을 참고 삼아 설계하는 것이 쉽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제가 영감을 얻은 건축물의 요소와 양식을 저만의 방식으로 나타내곤 하는데, 아마 제가 그 건축물을 접하지 못했거나 양식을 이용하지 않았다면 작업이 상당히 어려웠을 것 같아요. ‘룰을 알아야 룰을 깬다’라는 말에 동의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기존 건축을 이해해야 새로운 건축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창조가 아니라 진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건축물은 역사와 인류의 흔적을 그대로 담아 진화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마인크래프트 건축의 발전 가능성과 세계적인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대한민국의 마인크래프트 건축 작품들은 이미 글로벌적으로 인정받은 작품입니다. 제가 아는 동료 건축사 분들도 건축물들을 포럼이나, 플래닛 마인크래프트 같은 해외 마인크래프트 사이트에 올려서 큰 인기를 얻거나, 마인크래프트 공식 사이트에 소개되거나 인터뷰 하는 등 국내 작품이 해외에서 많은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언어의 장벽을 깨고 전 세계 유저들과 적극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거나 작품을 알릴수록 대한민국 마인크래프트 건축의 위치는 점점 더 올라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Q. 고흐를 좋아하시죠? 고흐에 대한 설명과 ‘별이 빛나는 밤’ ‘아를르의 포룸 광장의 카페 테라스’ 등 이런 인상주의적, 유화적 작품을 표현하시는 방법이나 구현하실 때 생각하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화가가 한정된 장소에서 화지와 붓으로 위대한 작품을 만들어내 듯, 우리 마인크래프트 건축 유저들은 방안에 컴퓨터에서 무한한 상상력을 펼치며 작품을 만듭니다. ‘작은 공간에서 큰 것을 만든다’ 라는 역설적인 주제를 영상으로 표현하고 싶었고, ‘작은 공간’과 ‘방’에서 제가 떠오른 작품은 ‘고흐의 방’이었습니다.
또한 앞서 소개해 주신대로 고흐는 인상주의 화가입니다. 특유의 추상 표현과 색감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저는 그 분위기를 무척 사랑합니다. 선이 뭉치는 기법과 긁어내는 듯한 붓터치를 표현하기 위해 마인크래프트로 작은 곡선을 만들고 그 곡선을 상하 좌우 앞뒤로 쌓아가며 고흐의 붓터치의 느낌을 살렸습니다. 구상적인 건물이나 조형물들은 심플하고 규칙적이게 표현해서 추상표현과 유화적인 느낌이 더 살아나게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스타일의 작품은 마인크래프트에서 처음 시도해본 것이기 때문에 저와 팀원들의 연구와 노력이 아니었다면 절대 불가능할 것이라고 자부하는 편입니다.
Q. 이번에 은퇴작을 발표했습니다. 계획한 페이퍼 플랜이 있는데 못한 작품이 있을까요?
제가 사실 고흐 프로젝트와 함께 기획한 프로젝트가 하나 더 있었는데요. ‘외계 문명’이라는 작품입니다. 외계에서는 중력과 건물의 쓰임새, 디자인과 짓는 방식 등이 전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외계인의 마을을 여태까지 본 적 없으면서도 매력적이게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그것과 동시에 ‘전쟁의 위험성’이라는 키워드를 넣어서 스토리가 있는 건축 영상을 만들고 싶기도 했고요. 하지만 결국 고흐 프로젝트가 팀원들과의 회의에 선택되어 고흐 프로젝트를 만들게 되면서 페이퍼 플랜으로 남겨지게 되었습니다. 군 전역 후에 기회가 생긴다면 이 외계 문명이라는 작품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어요.
Q. 마인크래프트 건축 설계 중 실제로 설계를 요청한 경우가 있거나, 작품과 같은 현실설계를 동경한 경우가 있다면?
제가 2018년도에 진행한 미래도시 공모전 작품 중에 기린의 모양을 한 빌딩을 디자인 했었는데요. 교수님과 건축 전공을 하는 지인들이 유독 그 건물에 투영된 아이디어와 디자인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저도 이게 실제로 만들어지면 정말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Q. 건축사 회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건축사란 공학과 예술을 겸비한 정말 멋진 직업인 것 같습니다. 평소 우리나라의 스카이라인이 경제논리에 의해 회색 아파트화 되는 것이 안타까웠는데, 앞으로 시대가 변한 만큼 건축사분들에 의해 도시가 새롭게 바뀌어가길 바랍니다.
온라인 작품은 어찌 보면 달나라 토끼 같은 꿈을 만드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인크래프트에는 정말 다양하고 재밌는 건축 작품들이 정말 많습니다. 중력을 초월하고,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상상력을 지닌 건물들입니다. 한 번쯤 유튜브나 구글, 네이버 검색을 통해 작품을 감상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글. 강수빈(Kang, Subin _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김진완(Kim, Jinwan _ 경기대학교 건축학과),
박세홍(Park, Sehong _ 강원대학교 건축공학과),
지하늘(Ji, Haneul _ 가톨릭관동대학교-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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