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13. 09:06ㆍ아티클 | Article/연재 | Series
'Architecture' to solve and overcome social problems, housing welfare and community recovery'
공공주택의 새로운 모델, ‘만리동 예술인 협동조합형 공공주택’을 만나다
건축은 필연적으로 공공성에 대해 고민하고 풀어가야 한다. 우리는 건축이 사회문제로부터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 약자와 소수자에게 도움이 된, 나아가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긍정적 영향을 미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건축은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라는 르코르뷔지에의 말처럼 공학의 발전이나 사람들의 가치관에 따라, 그 밖에도 여러 시대의 변화마다 건축물은 다양한 역할과 형태를 취해왔다. 그렇다면 환경과 윤리, 정치, 종교와 경제 등의 문제가 나날이 대두되는 21세기 사회에서 건축의 의미는 무엇일까?
현대 사회에 드러나는 여러 현상을 반영한 신조어 중 ‘일코노미’가 있다. 1인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1인 가구와 그들의 경제활동이 시대를 대표하는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혼술, 혼밥, 혼영 등이 성행하고, ‘내’가 중심이 되어 스스로의 기준과 선호에 맞춰 산다는 것은 아주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SNS를 통해 홀로 활동하고 이를 공유하며, 남들에게 인정(혹은 관심)받으려는 모습은 결국 ‘우리’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많은 이들이 공동체의 회복과 소통의 중요성을 이야기함에도 불구하고 1인 가구가 증가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경제적인 문제이다. 도시 내 부동산 가치의 계속된 상승으로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저소득층은 더욱 주거지를 구하기 힘들어지는 현실이다. 결혼과 출산, 육아 등을 포기하고 혼자 살아가는 데 만족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 모습이 일례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건축사는 건축을 통해 어떤 해답을 제시해야 할까? 다수의 사례가 있겠지만 EMA 건축사사무소 이은경 건축사가 설계한 ‘만리동 예술인 협동조합형 공공주택(Mallidong Artists Cooperative, M.A.Coop, 이하 막쿱)’을 통해 확인해볼 수 있었다.
막쿱은 중구 만리동 2가에 작은 예술인 마을을 만드는 것에서 출발했다. 예술인 가구 29세대가 입주할 예정이었고, 주변 시세 80% 수준의 저렴한 전세값과 입주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설계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입주를 위해서는 거주기간과 소득 등 일단의 심사기준을 통과해야 했다.
막쿱의 특징 중 하나는 입주 신청을 받을 때, 개별이 아닌 그룹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는 점이다. 5가구 이상으로 만들어진 그룹들이 지역사회와 소통 방안 제시, 예술인으로서의 창작 의지. 협동조합원으로서의 활동 등을 제안하고, 개중 메인 그룹이 선정돼 입주 우선권이 부여되는 형식이었다.
건축 설계 시에는 입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했다. 커뮤니티 시설은 협동조합 측에서 위탁 관리해 부담을 줄였고, 해당 지역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 등 자발적인 다양한 활동을 도모했다. 이처럼 막쿱의 관리를 협동조합에서 맡기 때문에 다른 공공주택에 비해 저렴한 관리비와 임대료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럼 이처럼 예술인들이 모여 자신들만의 특색을 가진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공공주택. 막쿱은 5년이 지난 지금, 어떤 모습일까?
인터뷰
‘예술가, 막쿱이란 공유공간에서 창작열 일깨운다’
만리동 예술인 협동조합형 공공주택(막쿱) 이사회
언덕 위에 올려놓은 막쿱.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관리가 잘 되어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잘 정돈되어 있으면서 곳곳에 예술가들의 손길이 닿아 있었다. 막쿱 이사진은 우리의 방문을 친절하고 유쾌하게 맞이했다.
Q. 먼저 입주자들을 선정하고, 설계 회의를 진행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같이 살고 싶은 이들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한 조건이 있나요?
처음 모집할 때는 83가구와 막쿱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 논의했습니다. 논의가 이어진 시기만 해도 1년 반이라는 시간이었죠. 같이 만들어가지만 경쟁을 통해 뽑히는 구조라 의견 충돌과 경제적 문제 등의 이슈가 있었고, 참여하던 사람들도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어요. 최종적으로 투표로 입주자를 선정할 때는 정말 어려웠습니다.
설계과정에 모두 함께 참여하면서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고생하기도 했어요. 돌이켜보면 여러 가지 일들이 참 많았던 것 같아요.
우리는 고집이 덜하고 같이 어울릴 수 있는 사람,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는 사람들과 같이 살고 싶었어요. 운영을 위해 리더십이 강한 사람도 긍정적으로 평가했어요.
예술인들이 모여 살며 가꾸어 나가기 때문에 막쿱만의 정체성에 대해 많이 고민했습니다. 만약 정체성이 없어진다면 다른 공동주택과 차이가 없으니까요. 정체성이라는 것이 집단일 수도 있고, 예술가 개인으로서의 정체성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고려해 같이 살 사람을 결정했습니다. 생각만큼 그렇게 까다롭지 않아요! (웃음)
Q. 입주자 의견을 반영한 설계를 진행했다고 밝혔는데, 실제 개인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되었는지, 반영된 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처음 계획 당시에는 각자 작업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만들거나, 주거 공간과 공용공간에 쓰임새가 많고 다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경제적, 제도적 문제로 의견 반영이 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설치 유무에 대한 의견도 분분했죠. 엘리베이터를 위해 포기해야 하는 공간이 많다는 점이 논쟁의 대상이었고, 결국 만들지 않기로 결정해 입주를 포기한 사람도 있었어요. 이 같은 과정을 거쳤지만 SH에서 우리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허무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Q. 건축사의 설계의도가 입주자들이 바랐던 모습과 일치했나요? 그리고 예측하지 못했던 긍·부정적 부분은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설계를 진행했던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계단 공간을 이용해 전시작품을 볼 수 있도록 의도했습니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공간을 사용하기 힘들었고, 의도치 않게 엘리베이터가 설치되면서 활용도가 낮아졌습니다. 미적인 이유로 배수로에 돌을 깔아 놨지만, 배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결국 없애버리게 됐어요. 또 여긴 지대가 높아 바람이 아주 세게 불어요. 바람이 불면 개방형 다리가 많이 흔들려 잠을 못 잘 정도입니다. 복도에 방풍창이 없어 겨울에 수도관이 얼기도 일쑤고, 때문에 다른 곳에서 가서 씻곤 했던 불편함도 있었습니다. 아쉬운 점이죠.
건축물 자체는 미적으로 아름답기도 하고, 매력적인 공간이 많아서 만족스러워요. 하지만 결국 여기는 주거하는 공간이잖아요. ‘실용성이 우선이 되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공간이 협소해서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처음 기획했던 공간 활용 방안이 엘리베이터 설치에 따라 변경되면서 작업이 힘들어진 부분도 있어 안타깝습니다.
Q. 다양한 평형과 연령대의 가구들이 입주해 있는데요. 예술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각자 다른 개성으로 부딪히는 부분도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예술인 집단으로 만들어진 공동체 생활의 장단점이라면?
사실 이웃들을 보면서 ‘나랑 비슷한 사람이 많구나!’라고 느끼고 있어요.(웃음) 입주 전에는 그림만 그리다 보니 그쪽 분야의 사람들만 만나면서 살고 있었어요. 하지만 여기서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게 돼요. 인위적으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소통이 일어나요. 밥을 같이 먹는다던가, 청소를 같이하면서 마주치죠.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뜻밖의 조언도 받게 됩니다.
음악인, 연극인 등 생활 속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분야의 예술인과 같이 이야기하고 작업하면서 내 영역이 확장된다는 점도 아주 좋은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함께 생활하는 이웃들과 소통하기 쉬운 구조인 것 같습니다만 커뮤니티 활동은 어떤가요? 그리고 막쿱 구성원이 아닌 주위 지인들을 초대하는 경우도 있는지?
네. 말씀하신대로 같은 공간을 공유하다 보니까 이야기도 자주 하게 되고, 또 다른 작업을 알 수 있고, 혼자서는 알 수 없었던 여러 정보도 같이 공유할 수 있게 됩니다.
지인 초대도 자유로워요. 여기 회의실 등과 같은 공적인 공간에도 지인을 초대해 다 같이 어울릴 수 있어요. 다만 (행사 등을 위해) 장시간 공간을 사용해야 한다면 미리 신청을 해야 합니다.
Q. 관리사무소에서 모든 역할을 담당하는 아파트와는 다르게, 서로 다른 29세대가 함께 막쿱을 관리해 나가는 모습이 색다릅니다. 일의 분배 등이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무언가를 모두에게 공평하게 분배하기는 힘든 것 같아요. 누군가가 조금 덜 하기도 하고 여유 있는 사람이 더 일하기도 합니다.
사실 처음에는 많이 어색했어요. 다들 일반 직장인이 아니라서 체계적인 규칙을 정하고 만드는 것부터 힘들었죠. 하지만 총회나 반상회 같은 경우 모두 참여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요. 막쿱 안팎의 일을 다들 이해해야 하고, 소통해야 하니까요. 실효성 있게 유지되기 위해서 불참할 경우 조합발전기금(벌금)을 납부하고 있기도 해요. 서로 각자의 일과 또 공동체 안에서 맡은 일을 충실히 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과정에서 구성원들 간 유연하게 대응하거나 조절해나가면서 살고 있습니다.
Q. 구름다리로 각 동이 연결되어 있는데, 구름다리로 이동할 경우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구름다리가 있어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확실하지 않은데, 구름다리가 엘리베이터가 확정되면서 계획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동을 계획하면서 3개의 동으로 나뉘는데 하나하나 동에 엘리베이터를 만들기보다는 구름다리를 통해서 연결하는 방법을 택한 거 같아요. 뭐 그러면서 아까 말했던 열린 복도가 나오면서 수도관이 얼어붙는 그러한 불편함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이 되네요.
Q. 시간을 다시 돌려, 설계 과정에서 특별하게 신경을 쓴 부분은 무엇일까요?
공간을 넓게 활용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현재 공용공간의 경우 폴딩도어를 이용해 마당까지 확장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그 이상의 공간 활용은 아쉽게 반영 되지 못했어요. 이는 설계를 진행했던 건축사, 또 SH와의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못한 점이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Q. 공동으로 생활하다보면 소통과 커뮤니케이션의 장점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의도하지 않았던 부분도 표출될 수 있다고 보는데요?
글쎄요. 그런 점에서 본다면 살기 좋다고 보는데요. (웃음) 막쿱에서 생활하다보면 틀림없이 일반주택과 다르다는 걸 느껴요. 저를 포함해 많은 미술가가 내향적인 성격인 경우가 많은데, 공연하는 사람은 외향적인 분들이 많이 있어요. 성격이 이렇게 다른 사람과 모여 살면서 계속 마주치게 되고, 과정에서 재미있는 상황이 나오게 돼요. 일상에서의 즐거움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죠.
처음에는 다름과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 삐걱거렸던 부분도 있었지만, 점점 익숙해지고 친해지면서 서로 잘 맞는 부분도 확인하게 되고, 그렇게 이웃이 되는 과정이 재미있습니다.
Q. 2년마다 재계약을 하고, 최대 20년까지 주거할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장기 거주하는 사람이 많은지, 아니면 잠시 머물다가 이주하는 사람이 많은지 궁금합니다.
대부분 오랫동안 머물고 싶어 해요. 보통 3인 가구 이상은 장기 거주를 하고 있는 것 같고, 1인 가구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결혼 등 사유가 발생하기 때문이에요. 서울시에서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 받길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순환이 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반대급부로 보면 그에 따라 아쉬운 부분이 생겨요. 다 같이 만들어온 막쿱이지만 떠나는 이웃이 생기는 것이니까요. 그래도 대부분 성공해서 나가는 것 같아요. 잘됐죠. (웃음) 하지만 정주를 위해 분명 여러 가지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고, 그에 맞춰 서울시와 함께 노력 중입니다.
Q. 공실이 발생할 경우 새로운 입주자는 어떤 식으로 선발하나요?
조건에 충족하는 예술가라면 선발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어요. 모든 예술가를 조건 없이 받아들인다면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예술가 집단의 정체성이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조합이 매끄럽게 운영되고 돌아가는 이유에 정체성이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무런 검증 과정 없이 모든 이들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우리만의 색깔이나 정체성을 잃게 되고, 결국 막쿱도 무너질 것이라 봅니다.
그래서 입주를 원하는 사람과 충분히 이야기하면서 심사의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예술가의 ‘예술’에 대해 판단하겠다는 것은 아니에요. 입주자들을 고려하고, 공유공간에 대한 가치를 이해하기 위한 일단의 단계와 절차를 갖자는 의도이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서울시와 함께 이야기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Q. 일반 공공주택과 '예술인 협동조합형 공공주택'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일반 공공주택과 달리 빈부격차를 덜 느껴요. 어디 살고, 어디 동네가 좋고, 몇 층, 몇 평에 사느냐는 식의 비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봅니다. 또 ‘예술협동조합 공공주택’이라는 이름이 주민들에게 예술인으로서 자부심을 심어줍니다. 그러면서 ‘예술가’에 대해 더 고민하게 돼요. 이를테면 우리가 예술가로서 어떤 삶의 태도를 가지고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 같은 것을 말하는 겁니다.
예컨대, ‘예술가로서 도시의 일부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적극적으로 지역사회에 동참해야 할 것인지?’와 같이 어떤 식의 삶과 행동을 하는 것이 옳은지 의문을 갖고 생각하게 돼요. 일반 공공주택에서는 이 같은 생각을 할 필요가 없겠지만, 막쿱이라는 공간에서는 항상 고민하게 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Q. 다른 조합의 공공주택이 확대되는 것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요?
다른 공공주택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입니다만, 요즘 조합원이 없는 예술인 공공주택이 생기기 시작하더라고요. 이 부분은 아쉬워요. 주변에서 막쿱을 성공사례라고 많이 언급하지만, 우리라고 문제가 없는 게 아니거든요. 마주하는 문제에 대해 대안을 찾고, 이를 위한 창구로 서울시와 소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국에서는 이런 과정을 복잡하거나 관리의 어려움이 따른 다는 식으로 판단하고, 조합원이 없는 공공주택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에요.
좋은 선례가 되기 위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는데, 의도와 달리 이 부분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조합원, 조합 없이 생기는 공공주택들은 불편한 점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어떻게든 구성원들이 주체적으로 꾸려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서라도 우리의 사례를 더 발전시키고, 자료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Q. 막쿱의 존재가 도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는지? 또 막쿱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요?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몇 개의 프로젝트를 시도했어요. 공원을 중심으로 한 마을 축제, 서울시와의 협업, 여러 계층을 위한 문화전시 등의 활동이 그것입니다. 이런 일들이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보탬을 줄 수 있는 영역이라는 판단이었어요.
덕분인지 5년 차가 되면서 막쿱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것 같고, 주변에서 일을 의뢰하는 경우도 많아졌어요. 이 밖에도 도시의 자원으로서 어떠한 역할을 할지 생각했고, 사업적으로도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아직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곳은 주거단지이자 살아가는 공간입니다. 다들 각자의 일이 있고, 때문에 프로젝트를 지속하는 데에는 시간과 돈이라는 문제가 제기되고, 아쉬운 부분이기도 해요. 결국 언젠가는 떠나야 하고, 사업을 전개해도 ‘나의 것’이 아니라 적극적일 수도 없어요. 복합적인 문제입니다.
그래도 조합 운영이 이어지면서 처음보다 많은 부분에서 발전했고, 현재는 틀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예술가이기 때문에 혜택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경계하고, 우리가 받은 혜택을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이용해) 어떻게 돌려줄 수 있을지 계속해서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험적 막쿱, ‘예술가들의 집’에서
‘지역사회 긍정적 에너지’ 근원되다
오늘날 건축의 화두 중 하나는 ‘CONTEXT’다. 설계가 도시의 맥락에 얼마나 적합한지 판단하는 것이다. 건축물은 홀로 존재하기보다 주변 환경과 조직에 영향을 주고받으며 완성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유주와 사용자만의 것으로 건축물을 바라보았던 과거의 관점에서 벗어나, 건축의 공공성을 자각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막쿱은 새로운 공공주택의 좋은 모델이다.
분명 생활·문화 수준의 향상으로 예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지만, 아직 주목받는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 예술가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헤쳐 나갈 여력이 없다. 그런 이들을 위한 만리동 예술인 협동조합형 공공주택. 이곳에 각 분야의 예술인들이 모여 정체성을 이루고 있다.
건축적인 측면에서 막쿱은 현실적인 문제에 맞닥뜨리며 처음의 의도가 다소 반영되지 못했고, 아쉬움이 남는다. 입주 예정자들은 치열한 회의를 거쳐, 많은 공사비와 관리비가 들어가는 엘리베이터를 포기하고, 각 예술인을 위한 작업공간과 설비에 투자하려고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엘리베이터가 반영됐고, 건축물 자체의 개성적인 공간들이 사라졌다.
1인 가구의 결혼, 2인 가구의 출산 등 가구원 수가 변하는 경우 부족한 주거 면적 때문에 막쿱에 계속 거주할 수 없다. 2인 가구와 3인 가구에 공실이 있어 옮기고 싶더라도 정책적으로 어렵다. 이 때문에 정주를 원하지만 떠나야 하는 주민들이 매년 생긴다.
모두의 다양한 개성을 담고자 했지만, 한편으론 도리어 밋밋해지고 말았다. 건축물의 색처럼 무채색의 배경 위에 각 예술인의 재능을 그리기 원했지만, 그 부분의 의견도 통일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주민들은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서로의 지식과 경험을 나누며 또 다른 작은 사회를 만들었다. 물론 다양함이 언제나 장점이 되진 않았다. 서로의 뚜렷한 색이 섞이지 않아 부딪힐 때도, 어려운 점도 있었다. 그래도 소통과 배려로 조합 안에서 서로 융화될 수 있었다. 그 에너지는 지역사회로 환원되며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계속해서 여러 실험적인 공공주택이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만리동이 성공사례로 손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대감과 소속감이 강한 공동체의 존재 때문이다.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서로 정한 규칙에 따라 책임과 양보로 행동한다. 막쿱에 대한 외부의 시선도 ‘예술’을 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으로 자존감을 높여준다. 때문에 막쿱은 구성원들이 만족하고, 계속 정주하고 싶은 곳이 되었다.
1, 2인 가구의 잦은 교체로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은 눈에 보이지만 일시적이다. 뿌린 씨앗이 싹트기 전에 계속해서 밭을 가는 것보다, 이 공동체에서 맺은 열매가 다른 곳에 자라고 뻗어나가 지역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효과를 끼칠 수 있길 기대한다.
글. 강영구(Kang, Youngkoo _ 중앙대학교 건축학과),
류가영(Ryu, Gayeong _ 남서울대학교 건축학과),
마동민(Ma, Dongmin _ 단국대학교 건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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