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비평] 젊은 아이디어로 ‘신수동 골목’에 생기를…‘풍경을 바꾼’ sista house 2020.5

2023. 1. 13. 09:20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Architecture Criticism _ Refreshing ‘Sinsu-dong Alley’ with a young idea… 
Sista House ‘that has changed the landscape’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어느 동네든 뒷골목의 모습은 대부분 비슷했다. 붉은 벽돌로 된 2층짜리 단독주택들이 가로의 풍경을 결정하는 동네도 있었고, 원주민이 떠나고 소위 집장사 주택들이 들어선 동네는 회색 화강석으로 마감된 다가구, 다중주택들이 동네의 분위기를 결정하기도 했다. 동네 기능공들이 만드는 주택, 싸고 빠르게 짓는 주택이 골목을 형성하던 시대였다. 건축행위가 이루어졌으니 건축전문가의 프로세스를 거쳤겠지만, 그들은 명망 있는 건축사와는 다른 전문가였다. 그 시절 뒷골목에서는 건축사의 제대로 된 프로세스를 거치는 건축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2010년을 전후로 젊은 건축사들은 다양한 소규모 프로젝트에 참여해 동네의 풍경을 바꾸기 시작했다. 기존 동네에 새로이 생긴 건축들은 처음엔 이질적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어느새 동네에 스며들었고, 또는 랜드마크가 되기도 했다. 젊은 건축사들이 더 나은 동네, 더 쾌적한 건축을 위해 그들만의 생각과 철학을 도시에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sista house는 이 연속의 행위에 한 점을 찍은 건축이다. sista house가 들어선 신수동 일대는 몇 년 전까지 재개발 예정 지역이었을 만큼 상대적으로 낙후된 주거생활권이었다. 주변으로는 10년간 많은 변화를 겪었던 공덕동, 상수동이 있는 동네기도 하다. 주변은 개발되었지만 신수동 재개발 사업은 물거품이 되었고, 자연스레 소규모 개발업자들의 무계획적인 집장사 벌이가 활성화되었다. 마찬가지로 이 행위의 연속에도 sista house가 있었다. 
이상적인 조건이라면 건축사의 업무는 책상에서 끝난다. 건축사가 계획을 하고 도면을 그리고 이후 시공사는 도면대로 시공하면 된다. 그러나 sista house에서 2M2 Architects 소속 이중희 건축사의 작업은 책상이 아닌 현장에서 시작됐다. 
sista house는 공간의 효율성을 위해 계단실을 전면에 배치하고 커튼월과 벽돌을 영롱쌓기로 마감했다. 내부의 쾌적함과 외부의 입체감을 동시에 고려한 결과다. 또한 창호 플래싱(flashing)이 눈에 띄지 않도록 최대한 얇게 처리했다. 이로써 건물은 하나의 마감재로 돋보이게 됐다. 단순한 디자인 혹은 사소한 디테일 정도로 보일 수 있지만, 건축사는 분명 이를 실현하기 위해 많은 계획과 시간을 들였을 것이다. 실제 2M2 Architects가 제작한 디테일한 도면에는 설계 단계부터 현장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았는지 그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젊은 건축사들이 담당하는 소규모 프로젝트에서 예산이 넉넉한 경우는 거의 없다. 예산이 빠듯하다는 건 건축 과정에서 크고 작은 난관들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때 건축사의 선택은 두 가지다. 예산에 맞게 안전하고 값싼 설계를 할 것인가, 좋은 건축을 위해 정해진 예산 안에서 도전적인 설계를 할 것인가. 이중희 건축사는 후자를 택했다고 생각한다. 그 선택은 힘들고 어려운 길이었겠지만 해법은 있다. 그리고 그 해법은 현장에 있다. 

 

ⓒ 신경섭


sista house 프로젝트에서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에 대해 디테일 도면을 그려 보완하고 시공자들과 끊임없이 논의한 끝에 원하는 결과물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건축사의 업무가 책상에서 끝났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현장에서 생기는 문제점들로 인해 기존에 낙후된 골목과 다를 바 없는 건물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중희 건축사의 작업은 현장에서도 이어졌고, 그 결과 건축사의 계획은 골목길 작은 프로젝트에도 온전히 반영되었다. 그렇게 골목의 풍경이 변했다.
건축사가 되기 위해서는 건축대학에서 교육을 받고 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수련을 쌓은 뒤 건축사 시험에 합격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야만 법적으로 건축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이 기간 동안 수많은 도면을 그리고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것이다.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무수한 자료들이 필요하다. 이는 시방서일수도, 디테일 도면일수도 있다. 건축사들의 끊임없는 고민 속에서 나온 결과물들이다. 그러나 건축사의 최종 결과물은 시방서나 도면이 아니라 건물이다. 따라서 그 수많은 고민들은 책상에서뿐만 아니라 현장에서도 계속되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책상보다 현장에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젊은 건축사들은 더 이상 책상에서 작업을 마무리하지 않는다. 고민한 디테일이 현장에서 사소한 문제로라도 나타났을 경우에는 (이를 해결할 능력이 있다면)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중요한 건 크고 작은 문제들이 어디서 어떻게 나타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원인이 허술한 공정관리가 될 수도 있고, 완벽하지 못한 견적검토가 될 수도 있고, 시공자의 부족한 능력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이 책상이 아닌 현장에서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특히 골목의 작은 프로젝트일수록 현장에서의 시간이 빛을 발한다. 그 시간들이 쌓여 골목이 변화되고 더 쾌적한 도시가 만들어진다. 
예산과 설계비의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작은 골목의 소규모 프로젝트를 대가들에게 맡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건축사들의 세심한 설계가 가장 필요한 곳이 낙후된 골목이다. 골목은 도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골목의 주거환경이 나아져야 도시 전체가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다. 말하자면 골목의 주거환경을 발전시키는 것이야말로 도시 전체 주거의 하한선을 올리는 셈이다. 도시 뒷골목은 ‘집장사’들이, 예산이 넉넉한 프로젝트는 대가들이 설계하는 상황은 ‘양극화’다. 건축은 ‘양극화’가 아니라 ‘상향평준화’로 가야 한다. 쾌적한 집은 인간답게 살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골목의 소규모 프로젝트에도 질 좋은 설계를 반영해서 도시주거의 하한선을 높이는 것, 이것은 골목을 변화시킬 힘과 열정이 있는 젊은 건축사들의 몫이다. 
참고로 현재 동네 규모의 소규모 건축물 시공 시에는 공사감리자를 허가권자가 지정하게 돼 있다. 이 경우 건축주는 설계자의 설계의도가 구현되도록 해당 건축물의 설계자를 건축과정에 참여시켜야 한다. 이른바 ‘설계의도 구현’이다. 
골목의 주거환경을 발전시키는 작업은 현장에서부터 시작된다. 쾌적한 주거를 위해 마련된 기준이 건축제도라면, 설계를 맡은 건축사의 역할이 현장에까지 전달될 수 있도록 ‘설계의도 구현’이 공공건축물만이 아닌 민간건축을 포함한 모든 건축물에 적용되고, 업무계약서 및 정당한 대가지급을 위한 기준 마련 등 제도적 보완이 이뤄지길 바란다.

 

 

 

 

 

글. 이주형 Lee, Joohyoung (주)에이알에이 건축사사무소 · 건축사

 

 

 

이주형 건축사 · (주)에이알에이 건축사사무소

ARA는 Augmented Reality Architects의 약어다. 건 축으로 ‘현실’을 더 좋게 만든다는 뜻이다. 각자의 현실에 서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보편적 문화’로서의 건축을 지향 한다. 예쁜 옷과 맛집이 일상적이듯 좋은 건축 또한 일상적 일 수 있다는 생각. 자기만의 공간을 디자인 하는 건 현실 에서 누구나 경험하는 문화여야 한다는 생각. ARA의 건축 은 여기에서부터 출발한다.

 

arajoohyoung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