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13. 09:19ㆍ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Architectural perspective
Revitalizing life(neighborhood) architecture for daily life and local economy
학력주의가 뿌리 깊은 일본 사회에서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한 안도 다다오에게 주어진 일들은 대부분 소규모 건축물이었다. 소규모 주택과 상가건물은 당시 일본의 엘리트 건축사들이 ‘건축으로 쳐주지 않던’ 분야였다. 주택과 소규모 상업 건축물을 주로 의뢰 받았던 안도 다다오는 실제 도시를 바꾸는 힘은 일상 속 작은 건물들에 있음을 알고 작업마다 온 힘을 다했고, ‘스미요시 나가야’나 ‘고시노 주택’ ‘TIMES’와 같은 건물들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이 건물들은 지금의 안도를 세계적인 반열로 올려주었다.
우리나라의 소규모 건축물들은 어떤 모습일까? 건축사에게 외면 받던 일본의 당시 상황과 많이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전체 건축물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소규모 건축물의 많은 수가 최소한의 설계로 지어졌다. 신도시의 상업지역을 가득 채우고 있는 근린상가들은 용적을 가득 채우고 겉만 장식하는 방식으로 설계되고, 우리의 일상을 채우는 단독, 다세대, 다가구 주택들은 건축물의 성능개선이나 안전 확보에 대한 별다른 고민 없이 지어져 왔다. 우리 건축사들도 포트폴리오와 사무실 운영에 도움이 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더 관심을 보여 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라고, 사람들이 만나고, 지역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곳, 그래서 그 어떤 대규모 공공시설보다 더 중요한 곳이 우리 일상 속 작은 공간들이다.
최근 중요하지만 간과되어온 소규모 건축시장에 변화가 보인다. 길을 걷다 보면 디자인이 뛰어난 소규모 상가 건물, 다세대 주택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집이 ‘사는 곳’ 에서 ‘사는 것’으로 변해버린 주거문화에 갈증을 느낀 사람들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며 기성 시가지 내 협소주택 등의 소규모 주택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부도 생활과 밀접한 소규모 공공시설을 지역밀착형 생활SOC(사회간접자본)으로 명명하며 정책적인 활성화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사람은 많은 시간을 동네에서 보내고 동네에서 자라난다. 생활건축, 지역밀착형 생활SOC에 투자하는 것은 사람에 대한 투자이며 지역에 대한 투자이다. 결과적으로 생활건축의 활성화와 질적 향상은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을 발전시키고, 일자리를 늘리는 일석 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건축시장은 우리 경제활동의 근거지가 되는 공간을 만드는 일이고, 철저한 내수시장 중심 산업인 건축으로 인해 파생되는 일자리가 많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가시화되며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 내 일자리창출과 주민의 삶의 질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생활건축에 대한 지원이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일본의 주택지금융지원기구는 주택의 신축과 개보수에 들어가는 비용의 일부를 대출해주고, 1∼2%의 저금리에 40년까지의 장기상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도시재생 뉴딜지역 내 주거지에 지원되는 집수리 사업 금융 지원의 확대도 고려해보면 좋을 것 같다. 또한 같은 일반주거지역임에도 종세분화, 지구단위계획, 문화재 등 각종 심의와 같은 규제가 덧씌워져 활성화가 어려운 지역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더해진다면 생활건축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건축사들도 사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들처럼 소명의식을 갖고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해 묵묵히 내 일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앞이 보이지 않는 힘든 상황이지만 길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늘 그래왔듯이.
글. 백현아 Baek, Hyeona 건축사사무소 이화 · 건축사
백현아 건축사 · 건축사사무소 이화
백현아 건축사는 이화여자대학교 건축학과와 서울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졸업하고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를 거쳐 2017년 건축사사무소 이화를 개소했다. 인천광역시 공공건축가이며 인천대학교 겸임교수로 활동 중이다. 마을과 사람을 위한 작은 단위 도시재생과 소규모 건축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e-arch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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