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를 둘러싼 기형적 제도와 환경 2020.7

2023. 1. 17. 09:26아티클 | Article/에디터스레터 | Editor's Letter

Deformed System  and Environment Surrounding Architects 

 

건축사 관련 제도들의 모순과 기형적 환경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개혁을 요구해야 할 시점이다. 지난 수십 년간 간접 선거에 의해 협회를 운영하다 보니 협회장의 임기가 짧고, 정부와의 관계 때문에 수동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지난 90년대에 회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고, 의무가입은 ‘개선’이 아닌 ‘해제’가 됐다. 이렇게 한번 바뀐 제도를 회복하는 데에는 거의 20년 이상이 걸리고 있다.
천만다행으로 협회 운영을 직선제로 개혁한 지 두 번째 만에 건축사를 위한 제도 개선이 어렵게 시도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국회와 정부를 설득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지를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어렵다고 포기해선 안 된다. 더 설득하고, 명분과 논리로 이해시켜야 한다. 가령 지난 5월 열린 20대 국회 마지막 국회 국토교통소위원회 속기록을 보면, ‘건축사협회 의무가입’을 위한 건축사법 개정안 심사 시 국토교통위원인 김철민 국회의원은 법안 처리에 신중한 정부를 상대로 비유를 들며 ‘건축사협회 의무가입’에 대해 왜 당사자가 아닌 학회에 의견을 물어야 하는지 의아해 한다. 비단 이런 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건축사와 관련된 수많은 제도와 환경은 말 그대로 기형이다. 그러다 보니 건축사들의 본업인 설계 대가는 형편없고, 미래의 건축사가 될 학생들이 건축업계에서 이탈하는 환경으로 이어진다.
건축사 자격시험 또한 마찬가지다. 건축사 자격시험 조건이 바뀐다고 예고했던 때가 2003년이다. 느닷없이 연 2회 자격시험을 보는 조치도 당혹스럽기 그지없는데, 자격시험 내용은 여전히 부실하다. 건축사 숫자에 대한 연구 또한 단순히 인구를 비교하는 수준인데, 다른 나라와 달리 초대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건축하는 한국 시장구조는 언급에서 빠져 있다. 인구 구조가 비슷한 영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건축사 수는 절대 적은 편이 아니다. 오히려 OECD 대부분 국가들이 시행하는 개별 건축이 아니라 대단지 공급 주택 형식을 주로 시행하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건축사 수는 많은 편이다. 우리나라 의사들은 의과대학 정원에 협의하고, 변호사들은 로스쿨 입학생 및 합격자에 대해 법무부와 협의를 거친다. 그에 반해서 건축사의 수나 자격시험에 대해 건축사의 역할은 협의한다기보다 통보받는 것에 가까운 상황이다.
정부와 지자체들도 인정하다시피 건축사들을 전문가로 대우하는 상황이 열악하다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건축사들에게도 일정한 책임이 있다. 정책을 선제적으로 제안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고, 불법 면허·자격 대여 등의 행위 또한 근절되지 않고 있다. 감리를 할 때 현장에 나가지 않는 비도덕적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느 조직에나 이런 불법적 행위가 백퍼센트 없다고 할 수 없다. 아주 극소수의 불법 행위자들은 어느 조직에나 존재하며, 이들이 대의적 명분을 훼손하고 있음도 주지하고 있다. 이런 불법 행위자 때문에 전체 건축사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은 옳지 않다. 왜냐하면 건축사협회 의무가입이 아닌 상황에서 건축사협회의 징계 권한은 제한적으로 행해질 수밖에 없고, 통제 또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속된 말로 불법 행위자들 때문에 아무런 권한도 갖고 있지 못한 건축사들이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이런 기형적 제도와 환경을 방치할 수 없다. 그 첫 단추가 의무가입이다. 이어 자격시험의 내용을 상향시키고, 직업윤리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건축사라는 직업을 더 좋게 만들고 나아가 좋은 나라를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다.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