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꼬만 간장과 로봇 시장과의 공존, 4차 산업혁명과 아날로그 건축 2020.9

2023. 1. 19. 09:25아티클 | Article/에디터스레터 | Editor's Letter

The 4th Industrial Revolution and Analog Architecture, Coexistence of kikkoman Soy Sauce and Robot Market 

 

일본은 전 세계에서 로봇 산업이 가장 먼저 개발되고 확산된 나라다. 이미 1970년대부터 제조 로봇 등을 개발하고 생산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1조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들이 상당하고, 세계 10위권 중 6개 기업 이상이 랭크돼 있다. 야스카와 전기나 가와사키 중공업 등이 그 존재들이다. 하지만 1970, 1980년대 로봇 기업들은 투자만큼 수익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때문에 일본의 저명한 경제 전문가도 내일의 미래 산업투자만큼이나 현재 취업률을 보장해주는 기꼬만 간장과 비교한 글을 기고한 적이 있다. 즉, 모든 산업이 첨단으로 간다고 할지라도 분명히 전통적 아날로그 산업도 존재한다는 뜻이다. 실제 8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일본의 로봇 시장은 기꼬만 간장 시장보다 작았다.
우리나라는 국가 중심의 어젠다를 선정하고 정부가 주도하는 산업 정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다. 그런 만큼 역대 정부들은 매번 새로운 산업 지향점과 목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미 지난 여러 정권을 통해서 윤곽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 생활 자체가 이미 첨단산업화의 한복판에 있다. 정부의 특정한 ‘~뉴딜’ 정책을 굳이 말할 것도 없이, 게임이나 IT, 지식 산업 기반의 판교 디지털밸리 내 연간 총 생산액을 보면 확연히 드러나는 사실이다. 그곳에서 연간 80조가 넘는 GRDP(지역내총생산)를 만들어내고 있다. 부산 지역의 제조업 벨트 GRDP 70조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벌써 우리 생활 중심에 제4차 산업혁명이 와 있는 셈이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이미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매우 비관적이고 비판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환상처럼 달려가는 제4차 산업혁명의 결과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경제적 측면이나 과학의 측면이 아닌 사회적인 측면에서 그렇다. 인공 지능을 적극 활용하고 로봇을 노동에 무한으로 투입하면 고도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장점으로 취할 수 있다. 그렇게 생산된 결과물들은 다양한 가격대와 품질을 보장한다. 최근에는 창조의 영역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의 참여도는 줄어든다. 나노 단위 시간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인공지능의 연산과정을 따라가기 어려워졌고, 인공지능은 스스로 발전하고 학습하며, 실패와 오류를 점검하는 인공지능까지 등장했다. 생산 라인의 자동화 수준이 아니라, 생산을 설계하고 결정하는 과정까지 가능해진 것이다.
아마도 머지않아 모든 제조업뿐만 아니라 경제 활동에 생산되고 제공되는 상당수의 영역에서 사람들이 극도로 배제되는 상황이 올 것이 뻔하고, 이는 극심한 빈부 격차를 만들어 낼 것으로 보인다. 극단으로 보면 생산과 공급의 의사 결정자들만 생존할 수 있다. 복지가 소비를 위한 최소한의 공급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두려운 상황이다. 실업의 일상화다. 생산을 소비하기 위해 최소 단위의 복지를 만들어도 결국 모든 이익을 극소수의 집단이 독점하게 될 것이 뻔하다. 때문에 제4차 산업혁명의 위기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반 기계화 운동으로 일컬어지던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이 새삼 21세기에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흐름에서 건축 역시 제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동반하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 건축을 제조업으로, 고도 생산성 생산품으로 확장하자(?)는 주장과 실질적인 노력들이 나타나고 있다. 분명 앞으로의 건축은 그렇게 변할 수 있다. 이미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이용한 토지 분석은 이제 상당한 수준의 건축 계획까지 가능하게 한다. 직방이나 밸류맵, 랜드북 등 수많은 사이트가 등장하고, GPS와 빅데이터를 결합한 소비공간 분석이 가능한 기술까지 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당연히 그런 흐름을 타야 성공의 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19세기 러다이트 운동이 있었지만, 결국 시대는 변했다. 이런 와중에 과거 어느 시대보다 소외될 사람들을 구제할 분야는 없을까?
천만다행으로 건축의 아날로그는 산업 구조 전체에서 유일하게 첨단 지식화에 합류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구제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유일한 분야다. 건축의 일부 특성이 아날로그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파급효과 또한 크다. 건축이 개인의 디자인 취향과 소비와 만나게 되면 생명력 또한 확보된다. 다만, 현재 우리나라 어떤 정책과 리더, 싱크탱크도 이를 주목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아날로그 건축을 재조명해보는 것도 21세기 경제의 복지가 아닐까?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