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건축 시장의 비전을 잠식하는 것들 2020.8

2023. 1. 18. 09:27아티클 | Article/에디터스레터 | Editor's Letter

Things encroaching the vision of construction market of South Korea

 

어느 나라나 도시 건축의 대부분이 주거용 건축이다. 주거 건축의 형식에 따라 도시 경관이 결정될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 주거 건축은 개인 자산이지만 동시에 공공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 의미로 조정되고 통제된다. 우리도 각종 건축 관련 법들로 사회적 공공성을 규정하고 관리하고 있다. 각종 건축 심의나 경관 규정 등이 그런 법률들이다. 물론 이런 법이나 규정들이 얼마만큼 효력과 가치를 확보했는지 의문이 들지만, 축소 또는 폐기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자세히 살펴보면 상당히 많은 문제가 있고, 문제의 출발점이 정책에 있다. 우리나라 주거 건축(아파트)에서는 OECD 국가들의 주거 건축들이 표현하는 건축적 지향성이 보이지 않는다. 다수의 도시 주거 건축을 주도하는 공공건축에서 건축적 특징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보다도 애초 공공주거의 공급 비율이 형편없이 낮은 것이 문제다. 
우선 우리나라는 공공주거 공급 비율이 OECD국가 중 하위군에 속한다. 2018년 기준으로 겨우 7.1%인데 이는 네덜란드(37.7%)의 1/5에 불과한 수치다. 약 17% 내외인 영국과 프랑스와도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의 주거 건축은 공공주거 건축 정책보다 민간에 의한 의존도가 높다. 주거건축 정책은 철저히 민간시장에 의존한다. 미국이 시행하는 주택 바우처 등의 지원 제도도 전무하다. 소유의 개념으로 주거건축 시장을 계획하고, 이와 같은 정책을 산업화 전 과정에 운영해왔다.
특히 정부는 민간 건축 시장을 설계할 때 철저하게 대량 공급과 생산성 극대화 전략으로 접근했다. 수익을 극대화하길 바라는 것은 민간 건축의 특성인데, 정부 택지 개발은 이들의 적정 수익을 보존해주는 정책으로 진행됐다. 주거(아파트) 건축은 일반 상품으로 기획돼 시장에 제공됐다. 여타 일반 산업과 마찬가지로 주거 건축이 생산과 이익의 도구가 된 것이다.
이것이 한국 주거 건축의 왜곡을 가져왔다. 생산성과 효율성, 수익성의 극단적인 추구는 입도선매 개념의 선분양 정책을 시작으로 건설사업자들에게 수십 년간 황금 노다지를 안겨줬고, 잘 팔리도록 암묵적인 투기를 유도했다. 소위 말해 부동산 불패시장 구조로 상품 라인을 구축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상품화된 건축 유형은 엉뚱한 모델로 이어졌다. 바로 표준화와 대량생산으로 만들어 무료로 공급했던 사회주의 국가들이 만들어낸 중저밀도 아파트였다. 바다를 건너 탱자가 된다는데, 철학적 출발이 다른 건축 형식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선 시장자본주의 최고의 상품으로 둔갑한 것이다.
한국 주거건축 중에서 단지형 아파트 형식은 완전한 투기성 상품의 결정체다. 생산성을 위해 선택된 표준화는 화폐와 같은 빠른 환매 가치로 유통되고 있다. 기업의 경제적 수익을 위해 대량생산 시스템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익추구가 극대화되면서 생산 구조는 더욱더 대형화됐고 미숙련 기술자를 사용할 수 있는 공정 시스템으로 전환됐다. 생산된 상품의 시각을 버리지 않는 이상 어떤 다양한 정책이 나와도 한국 주거 건축, 특히 아파트는 여전히 주식처럼 등락을 반복하는 가격 구조를 가질 것이다. 가격을 중심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우선되다 보니 건축적 지향점은 후순위가 된다.
프랑스나 덴마크, 네덜란드 공공 주택의 건축적 지향점과 결과를 보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격차가 난다. 공공 주거 건축의 건축적 표현과 구성은 국내 민간 자본에 의해 주도되는 공동주택보다 월등하다. 국내 주거 건축에서 기업의 경제적 수익을 위한 대량생산 시스템 결과로 건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건축 없이 생산된 건축 형식이 도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삭막함, 인간을 경제적 도구로만 인식하게 만드는 경관, 시장 참여자의 극단적 편중으로 인한 경제적 불균형, 이른바 장인이라 일컫는 기술자들의 소멸, 나아가 미래 한국의 문화 경제적 자원이 될 건축 유산의 피폐화까지…….
웃지 못 할 코미디의 백미는 이른바 확장형 발코니다. 물론 이런 설계가 들어오면 나라도 당연히 한다. 합법이니까…….
철저한 투기적 상품으로 바라보는 주거 건축 정책을 내놓으면서 투기하지 말라는 것은 한마디로 웃기는 일이다.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