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에서 ‘공공’은 양날의 칼이다 2020.10

2023. 1. 25. 09:24아티클 | Article/에디터스레터 | Editor's Letter

In architecture, ‘public’ is a double-edged sword

 

공공사업은 다양한 가치를 지닌다. 사회적 취약점을 보완하는 사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행할 가치가 있으나 민간에서 진행하기 어려운 선투자 사업에 공공재원을 투입하기도 한다. 건축 분야에서도 공공사업은 상당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문제는 공공건축의 사업 진행과 예산 집행 과정, 생산성이 비효율적일 경우다. 이는 비단 공공건축에만 해당하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대부분 공공사업에서 예산 수립이나 재정 집행 등의 과정 또는 결과가 비효율적이라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선진국들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각종 성과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성과관리 시스템에서는 평가기준이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전문가들은 평가기준을 마련해 이 시스템을 잘만 활용하면 기존의 문제를 보완하고 공공재정을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피드백과 개선의 과정이 적용되고 발전되는 과정이 반복될 때 성과관리 시스템은 그 빛을 발한다. 이 과정에서 숫자는 여러 증거가 되는데, 이때 자료포락분석법(Data Envelopment Analysis, DEA)이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투입 변수와 산출 변수로 비효율성을 분석하는 이 방법은 집행과정에서 노출되지 않은 간접비용 또는 기회비용(hidden cost)까지 파악할 수 있어 예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게 해준다. 
그렇다면 정량적 분석과 자료를 기초로 마련된 결정이 실제 건축 영역에 적용되면 어떤 결과로 나타날까? 흥미롭게도 이들이 실제 건축 영역에 적용되면 정성적 가치들로 전환되면서 여러 충돌이 발생한다. 이는 유사 분야인 건설이나 토목에 적용했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결괴다. 토목 영역에서는 정량적 자료들로 분석된 가치를 적용하면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다. 반면 건축에서의 가치는 그와는 다른 차원이라서 수치적 데이터들이 달라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물론 예산 집행 과정에서 ‘건축의 완성도’를 양보하거나 작품성을 단순화시킨다면 오차를 줄이고 사업을 진행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수많은 공공건축이 실천 단계에서 이런 가지치기를 당해 만들어지고 있다. ‘건축물이 지어졌으면 그것으로 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과연 그 과정이 세금을 절약하는 효율적인 방법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심할 필요가 있다. 건축물이 완성됐더라도 아무도 그곳을 찾지 않는다면 건설비용을 절약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정책 당국이나 공공사업을 진행하는 발주자들은 심각하게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건축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과연 무엇이 ‘좋은 공공건축’이며 어떻게 완성해야 ‘세금을 절약할 수 있는 공공건축’이 될지 그에 대한 대답을 고민해야 한다.
분명 세금을 투입해서 집행하고 진행하는 공공사업은 민간보다 조심스럽고 어려운 분야다. 때로는 당장 경제적 이익이 발생하지 않거나 영원히 경제적 이익을 남길 수 없는 사업을 시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단지 저렴하게 건설하고 건축 비용을 절약한 대신 십 년도 못 가 허물게 된다면? 준공된 지 일 년도 안 돼서 여기저기 개보수를 하거나 뜯어 고쳐야 한다면? 심지어 운영 유지에 드는 과다한 비용 때문에 철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절약한 세금은 결국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같은 비용이면 공공건축보다 민간건축의 결과물이 훨씬 더 완성도 있고 매력적이다. 이미 그 사례를 우리는 수도 없이 확인했다. 그렇다면 ‘공공건축’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서 완성도 있는 멋진 공공건축을 만들거나, 아니면 효율적으로 정량적으로 계산한 예산을 민간에게 외주를 줘 집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아마도 후자 쪽이 훨씬 효율적이고 시행 속도도 빠를 것이다. 비용 또한 당연히 공공 직 발주보다 절약될 것이고, 품질이나 내용 역시 훨씬 좋아질 것이다. 솔직히 결론을 말하면, 공공 직 발주는 줄이고, 국가 기밀급이 아니면 민간 외주로 처리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해야 품질과 가치지향성을 높이면서 보다 저렴하게 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