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발코니 및 테라스의 활성화에 대해 2020.8

2023. 1. 18. 09:25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건축담론 Architecture Discussion

 

해외 도시들의 풍경과 우리를 비교했을 때 가장 차이 나는 점은 무엇일까. 단연 발코니 하나 없는 밋밋한 외관의 아파트들을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원래 실외 공간이었던 발코니가 하나씩 불법 확장되면서 2005년부터 양성화되었고 우리의 도시경관에서 아파트 발코니는 사라지게 되었다.
건설사들은 애초부터 발코니가 없는 아파트를 내놓았다. 같은 값이면 소비자나 공급자나 발코니를 확장하여 더 큰 실내면적을 만들려고 한다. 우리 도시의 경관이 단조로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서울의 고도 경제성장기에는 매연, 먼지 등으로 도심지의 외부공간이 쾌적하지 않았다. 지금은 핫플레이스 식당이나 카페에 외부 테라스가 없으면 사람들이 찾지 않을 정도로 건축물에서 실외로 연결되는 외부공간이 중요해졌다. 도심지의 사무실들도 발코니가 있는 곳이 더 선호되고 더 높은 임대료를 받는다. 그러나 우리의 주된 주거공간인 아파트에는 바깥바람을 쐴 수 있는 발코니가 아직도 없다.
아파트 발코니 확장은 다음의 문제들을 낳고 있다. 첫째, 내부공간은 넓어졌지만 외부와 단절되어 삶의 쾌적성이 떨어진다. 둘째, 실사용 공간인 발코니 확장 부분이 전용면적에서 제외되어 면적 산정 기준에 혼란을 준다. 세 번째, 밋밋한 아파트 디자인은 세계 10위권 내의 대도시인 서울의 위상에 맞지 않는다.
이 규정은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 발코니 확장은 이제 실내를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발코니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와 관련된 전문적 식견을 가진 세 분의 의견을 구했다.

글. 조성욱 (주)조성욱 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

 


 

01 About the utilization of balcony and terrace

 

발코니를 잡아먹은 침대

중산층 아파트는 왜 방 세 개에 화장실 한 개일까? 70년대 시골을 떠나 도시로 옮기면서 한집에 부모/자식 2대만 사는 ‘핵가족’의 시대가 열렸다. 동시에 실행된 인구정책은 ‘둘 만 낳아 잘 기르자’였다. 도시로 인구가 몰리면서 갑작스레 집이 많이 필요하자 고층 주거인 아파트가 생겨났다. 아이는 두 명을 낳으니 두 자녀가 방 하나씩 쓰고 부부가 한 방을 사용하면 방이 3개가 필요했다. 매일 샤워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자리 잡으면서 화장실에 샤워시설이 설치되었다. 이렇게 방 3개 화장실 하나의 중산층 주거평면이 완성되었다. 시간이 지나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아침에 두 명이 동시에 샤워를 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지면서 화장실 2개가 기본형이 되었다.

예전에는 방에 요를 깔고 이불을 덮고 잤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을 걷어서 장롱에 넣고 그 자리에 밥상을 놓고 온 가족이 모여 앉아 밥을 먹었다. 같은 자리가 시간에 따라 잠자리로 쓰이다가 밥 먹는 자리가 되었다. 한 공간이 다용도로 쓰였다. 여권이 신장되면서 가사노동을 줄이는 쪽으로 문화가 발전했다. 세탁기가 상용화되었고 이부자리를 깔고 치우는 노동을 줄이기 위해서 ‘침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침대는 공간적으로 하루 8시간만 사용하지만 자리는 24시간 차지하는 장치다. 침대는 공간을 낭비하는 ‘공간적 사치’다. 평당 2천만 원짜리 집에 산다면 침대 하나당 4천만 원을 쓰고 있는 셈이다. 서양에서 침대를 사용한 이유는 난방시스템이 ‘온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온돌난방을 하는 우리는 가장 따뜻한 곳이 방바닥이다. 추운 겨울에 이불을 깔고 방바닥에 가깝게 잠을 자야 한다. 온돌이 없는 서양의 경우에는 반대로 바닥은 춥고 위로 올라갈수록 따뜻하다. 더운 공기가 위로 올라가고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내려가기 때문이다. 그러니 바닥에서 올라간 높은 침대를 써야 했다. 과거 침대는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 이러한 서양의 침대 문화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방이 좁아졌다. 거실에는 4인 가족이 모여서 TV를 볼 ‘소파’도 생겼다. 소파 역시 자리를 차지하는 가구다. 침대와 소파로 좁아진 집을 해결한 편법이 ‘발코니 확장법’이다. 이미 지어진 집을 부수고 다시 지을 수 없으니 발코니를 실내공간으로 전용해서 사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발코니

모쉐 샤프티가 디자인한 ‘몬트리올 해비타트’_캐나다 몬트리올에 가면 1967년 몬트리올 엑스포를 기념해서 만든 ‘해비타트 67’이라는 아파트가 있다. 총 15가지의 유닛이 다양한 형태로 조 합을 이루면서 158가구를 구축한다. 365개 모듈러들은 공장에서 미리 만들어진 콘크리트 구조체이다. © Google Earth


국민 대부분은 아파트로 이사를 가고 발코니는 확장해서 실내화시켰다. 이렇게 현대도시에서 마당이나 발코니 같은 ‘사적인 외부공간’이 사라졌다. 과거에 우리는 세수도 안하고 속옷 바람으로 마당에 나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공적인 공간에 가야만 자연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지금 자연을 만나려면 옷을 차려입고 산에 가야한다. 도심 속에 가끔 있는 공원도 공적인 공간이다. 감염병이 유행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시즌이 되면 그나마 나가기도 어려워져 집에서 넷플릭스를 봐야하는 처지가 되었다. 자연의 변화가 없는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면 인간의 뇌는 변화를 느끼기 위해서 변화하는 미디어에 의존하게 된다. 감염병과 함께 살아야 하는 이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 더 혼자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도심 속에서 그럴 수 있는 공간은 발코니다. 기존의 발코니 형식으로는 해결이 될 수 없다. 기존의 발코니는 폭이 좁고 위층 발코니가 하늘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발코니가 되려면 가로 세로 비율이 중요하다. 실질적인 폭이 1.2미터 정도밖에 되지 못하는 좁고 긴 지금의 발코니는 빨래를 너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다. 10제곱미터의 면적의 발코니라고 하더라도 폭 1미터에 가로 10미터보다는 2미터 폭에 5미터 길이의 발코니가 훨씬 쓰임새가 좋다. 새롭게 만드는 발코니의 폭은 최소 2.5미터가 되어서 사람이 마주보고 앉을 수 있어야 한다. 나무를 심을 수 있으면 더 좋겠다. 이때 나무도 바닥에서 위로 솟아오르는 화분이 아니라, 바닥보다 아래로 내려간 토심이 확보된 발코니면 좋겠다. 서울로 7017이 실패한 이유는 나무가 있어도 그 나무를 심은 화분이 오히려 보행자의 행동을 방해해서 머무를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새롭게 만들어질 발코니는 위층의 발코니가 하늘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보고 비도 맞을 수 있는 발코니였으면 좋겠다. 이런 발코니는 1967년도에 모쉐 샤프티가 디자인한 ‘몬트리올 해비타트’에 이미 현실화되었다. 우리나라는 50년이 흘러도 아직도 못하고 있다. 최근 밀라노에서는 나무가 심긴 발코니가 있는 아파트도 지어졌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런 발코니가 활성화되려면 개발업자의 이기심을 이용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동산가격 책정 방식을 바꿔야 한다. 

정당한 가격책정이 사회정의

 

고층 아파트를 녹색 나무로 뒤덮어 이탈리아 밀라노의 새 랜드마크로 떠오른 ‘보스코 베르티칼 레’. 각각 105미터, 78미터에 이르는 두 개의 아파트 동으로 이루어졌다. 700개의 나무와 90개 종류의 식물로 뒤덮인 점이 특징으로 이들 식물은 스모그와 도심의 소음을 차단하는 동시에 건물 내부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숲 1헥타르에 맞먹는 공기 정화 효과를 낸다. © Marco Sala


우리나라는 부동산 가격을 책정할 때 ‘면적’에 근거해서 계산한다. 그런데 사실 공간은 면적보다는 ‘체적’이 중요하다. 같은 면적이라도 높은 천정고의 공간에서 훨씬 더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경험상 다 알고 있다. 항상 2.4미터의 낮은 천정고에서 생활하다 보니 우리는 높은 천정고의 공간을 찾아서 헤맨다. 천정높이가 높은 공장건물을 리모델링한 성수동의 카페가 인기 있는 이유다. 사무공간도 천정 마감재를 다 뜯어내는 추세이다. 미네소타 대학의 실험에 의하면 2.4미터 보다는 3미터 천정고에서 창의력이 2배가 늘어난다는 연구도 있다. 이렇듯 소비자는 높은 천정고를 원하는데 건설업자가 안 만드는 이유는 천정고를 높이면 높이제한 때문에 세대수가 줄어들게 되어서 손해가 나기 때문이다. 만약에 우리의 아파트를 면적이 아닌 체적으로 가치측정을 한다면 높은 천정고, 복층형 공간, 경사천정 등 다양한 형태의 주거공간이 만들어질 것이다. 현재의 ‘2차원 평면적인’ 부동산 가격책정 방식이 공간의 다양성을 죽이고 있다.

부동산 가치책정 기준의 문제는 면적 중심뿐만이 아니다. 부동산 가격이 ‘실내’면적 중심으로 측정된다는 점도 문제다. 5평짜리 테라스가 있는 30평짜리 아파트와 테라스 없는 35평짜리 아파트중 하나를 고른다면 나는 테라스가 있는 30평짜리 아파트를 택할 것이다. 그 이유는 하늘을 볼 수 있는 테라스 공간이 집에 큰 가치를 주기 때문이다. 테라스가 있는 세대가 분양이 잘 된다는 사실은 분양업자들은 경험상 다 안다. 그만큼 사람들은 테라스나 마당 같은 외부공간을 원한다. 현대인들은 하늘을 보는 외부공간을 찾아서 루프탑 카페를 찾고 마당이 있는 익선동을 간다. 그런데 외부공간을 즐길 수 있는 발코니나 테라스가 있는 아파트가 없는 이유는 돈 들여 만든 테라스에 정당한 가치 보상을 받기 쉽지 않아서이다. ‘발코니확장법’ 때문에 발코니는 모두 실내공간으로 흡수해서 실사용면적으로 계산된다. 그렇게 할 때 제한된 용적률에서 최대의 실내면적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를 맞을 수 있는 제대로 된 발코니가 만들어지게 유도하려면 폭 2미터 이상에 하늘이 보이는 2개 층 이상 오픈된 발코니는 건폐율과 계산에서 빼주는 새로운 건폐율 계산법을 만들면 좋겠다. 이런 당근이 있으면 개발회사들은 경쟁하듯 다양한 형식의 외부공간이 있는 주거형식을 만들 것이다. 이렇게 바뀐 건물 입면은 현재의 삭막한 도시경관도 개선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새롭게 용적률을 상향조정하고 ‘발코니확장법’은 없애서 발코니 확장을 통해서 실내면적을 늘리는 기형적 편법을 없애야 한다. 

공급자 중심으로 만들어진 주택시장은 표준화와 대량생산으로 건설사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쪽으로 획일화되었다. 국민의 60% 정도가 다 비슷하게 생긴 아파트에 산다. 건축공간의 다양성이 없다 보니 내 집의 가치측정은 가격밖에 없어졌다. 집의 모양을 똑같이 했더니 이제는 집의 가격도 똑같이 만들어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이렇듯 우리나라 건축은 전체주의로 가고 있다. 획일화된 주거양식은 사회적 갈등과 잠재적 위험을 키우고 있다. 21세기의 대한민국은 다양한 공간, 다양한 가치가 있는 주거문화로 바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부동산 가치판단 기준이 면적에서 체적으로 바뀌고, 사적인 외부공간도 정확하게 건축물대장에 구분해서 명시하고 가격에 반영해야 한다. 자본주의에서 가치는 가격으로 드러난다. 건축공간의 실제 가치가 정당한 가격으로 책정되는 시스템이 곧 사회정의이다. 

 

 

 

 

 

 

글. 유현준 Yoo, Hyunjoon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 · AIA

 

 

 

유현준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 · AIA

하버드 대학교, MIT, 연세대학교에서 건축 공부를 했다. 하버드 대학교 졸업 후 리처드 마이어 사무소에서 실무를 했다. 도시 와 건축을 인문학적으로 분석하고 화두를 제시하는 집필 및 방 송활동을 하고 있으며, 또한 중앙SUNDAY ‘도시와 건축’, 조선 일보 ‘유현준의 도시 이야기’에 칼럼을 게재하고 있다. 주요 저 서로는 ‘공간이 만든 공간’,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어디서 살 것인가’ 등이 있다. 2013 올해의 건축 Best 7, 2013 김수근 건축상 프리뷰상, CNN이 선정한 15 Seoul’s Architectural Wonders, 2010 건축문화공간대상 대통령상, 2009 젊은 건 축가상 등을 수상했다.

yoo@hyunjoony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