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19. 20:28ㆍ아티클 | Article/연재 | Series
Identity of the City ① About the Urbanity Vocabulary of “Current City, Seoul”
연재를 시작하며
2023년 1년간 소개될 이 연재는 2008년 로마국립대학에 제출한 박사학위논문 「서울의 정체성 : 도시물성의 잠재성과 가능성 연구(Configurazione dell’Identita’ della Citta’ di Seoul : Le possibilita’ e potenzialita’ della fisicita’ urbana)」을 기반으로, 논문작성 이후 15년 동안의 서울의 변화과정에 대한 내용을 추가하여 서울의 도시성에 대한 핵심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논문은 베니스건축대학 졸업 후 한국에서 실무와 스튜디오 수업을 진행하며, 베니스에서 배운 유럽의 도시 이론, 도시 해석, 도시 분석의 방법론들이 우리 도시에 적용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우리 도시를 읽어내고 분석하는 공부의 시간이 필요함을 깨달으며 시작하게 되었다. 또한 우리 도시의 형성 초기와는 다른 현재의 모습, 그 모습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무엇이 우리의 것이고 무엇이 서구의 것인지, 무엇이, 어떻게, 왜 결합되어 변형된 것인지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건축사에게 ‘도시를 읽어내고 분석하는 작업’의 의미는 도시를 구성하는 구체적이고 영향력이 있는 기본 단위로써 출발한다. 건축물의 설계는 상위 도시 또는 건축 관련 법, 계획, 제도에서 이미 결정된 토지이용, 건축물의 허용 용적, 공간의 구성, 건축물 디자인의 방향 등을 고려하는 도시 맥락을 이해하는 것 이상의 일이다. ‘도시 안의 개입 (Urban Intervention)’으로 건축물의 단위들이 모여서 하나의 도시가 완성되는 귀납적 접근으로 바라본다면, 도시성의 어휘를 이해하는 것은 건축설계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City_Identity 도시 정체성
도시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다음의 질문들이 가능하다. ‘도시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도시의 정체성은 고정된 것인가, 아니면 변화 가능한 것인가? 어떤 요소들로 정의될 수 있는가? 이 질문들을 바탕으로 도시 서울의 정체성에 관한 이 글은 두 가지의 전제조건에서 출발한다.
첫 번째, “도시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도시의 정체성은 고정된 것인가 아니면 변화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도시는 인간이 만들어내는 인공의 산물로써 역사의 과정에서 모든 복합적 요소들이 반영된 결정이 만들어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도시의 변화과정의 속성을 현재의 도시 모습, 도시정체성을 만들어낸 동력으로 보고 ‘도시 변화의 과정적 특성’에 대한 분석을 통해 정의하고자 했다.
두 번째, “도시의 정체성은 어떤 요소들로 정의될 수 있는가?” 에 대한 것으로, 도시 분석과 해석의 요소를 역사적, 사회적 변화과정의 결과물로 실현된 도시를 구성하는 물리적 요소로 한정하였다. 도시 변화의 과정적 특성에 대해 물리적 요소에 초점을 맞춘 도시 분석의 결과는 도시의 자기표현언어인 ‘도시 어휘(Urban Lexicon)’로 정리될 수 있으며, 역사적 맥락 속에서 발생되는 도시 분열과 팽창의 양상, 도시 요소들, 전체와 부분들의 관계의 변화, 도시 활동의 변화, 새로운 공간의 출현 등으로 그 특징을 드러낼 수 있다. 즉 도시가 말해주는 중요한 물리적 특징들은 기존의 도시 맥락과 새로이 형성되는 장소들과의 관계, 도시 기능의 분배와 분포, 도시 인프라들의 관계망, 도시의 공간 구조, 건축물이 만들어내는 집합 경관, 도시의 본질적 특성인 경제동력으로서 도시가 산업 및 자본과 작동하는 방식, 공공과 사적 공간들의 형성과 그 관계, 도시와 지형과의 상호작용 등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시 정체성은 이러한 요소들에 의한 귀납적 분석에 의해 정의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으로는 형이상학적이고 가상적으로 추정되었고, 도시들이 세계사의 중요한 주체가 되기 전에는 일부 자기 지시적으로 추정되었다. 오늘날 도시가 다루어야 하는 사안은 상당히 복잡하다. 우선 20세기에 형성된 자기 정의와 해석 간의 갭을 다루어야 한다. 그리고 세계무대에서 경쟁하기 위한 도구로써 명확한 그 도시만의 유일성을 무기로 세계화에 참여하며 도시 경제를 유지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시민과 행정력 간의 균형점 모색을 다루어야 한다. 이러한 복합적인 상황에서 도시의 정체성은 이 모든 사안을 연결하는 열쇠라고 할 수 있다.
City_Seoul 도시 서울
서울은 지난 20세기 동아시아에서 발생한 도시적 사건과 현상을 대표하는 위치에 자리한다. 동아시아 도시들의 대표적 특징 중 하나는, 20세기 동안의 급격한 도시변화라고 할 수 있다. 15세기부터 시작된 유럽의 대항해 시대는 18세기 동아시아 도시들의 강제 개항(요코하마 1853년, 인천 1883년)으로 이어지며, 본격적인 서구 문명의 이식이 시작된다. 이후 20세기 전반기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식민도시 과정을 겪으며 근대화·서구화가 동시에 진행된 동아시아 도시들은 급격한 도시의 변형, 이후 가속화된 도시개발, 인구 및 도시면적의 변화가 진행되었다.<그림 2, 3>
한국은 19세기까지 왕조 시대를 이어오며 형성한 고전시대의 도시들이 20세기 초 일제 강점기를 경험하며 강제적 근대화를 겪은 도시들이 산재한 대표적인 나라이다. 그중 서울은 수도로서 가장 급진적 변화를 경험하였다. 한국 전쟁 이후 국가 및 도시 복구의 시기, 경제개발 시기를 지나며 50여 년의 압축된 시간과 도시 원형 시기의 20배가 넘는 공간의 팽창이라는 이중적 상황 속에서 현재 상황에 이른 서울은 지난 100년간 동아시아를 변화시킨 역사적 과정과 도시 변화과정, 또 그 결과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모든 요소를 담고 있다.
도시 서울의 역사적 변화 주기를 살펴보면 그 기간이 점점 짧아졌음을 알 수 있다. 고전시기는 약 500년간 지속되었고, 이 시기 서울은 도시성립 초기의 원형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이후 강제적 근대화 단계는 50년, 전후 재건은 20년, 개발의 씨앗 단계는 10년, 이후 도시 개발은 보편화되었고, 그 주기는 도시의 블록별, 필지별로 짧게는 1년, 길게는 5~10년 단위로 서울의 모든 곳에서 발생하고, 지금도 서울의 개발은 진행 중이다. 이들 기간은 각각 고유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결과물의 차이는 시간의 주기가 짧아질수록 점점 희미해졌다. 따라서 서울의 도시 역사는 그 시간적 지속성이 아닌, 시간적 흐름으로 이해해야 하며,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의 1년, 5년, 10년의 도시 역사는 고전시대 500년의 도시역사만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그림 4, 5>
결과적으로 현재의 서울을 바라보면 신도시로 부를 수 있을 만큼, 도시 면적 전체의 95%가 최근 50년간에 걸쳐 건설된 것이다. 혁신과 첨단을 추구하며 지속되고 있는 과감한 신규 사업은 앞장서서 세계의 현대적 경향을 해석하여 서울시의 미래에 반영하고 있다. 서울은 극단적 변화의 양상이 가능한 구체적 실용주의와 역사적 흔적들이 어우러지는 조화가 빚어내는 특징을 맛보기는 하지만, 결코 과거에 안주하지 않는다.
도시 서울의 이러한 역사적 과정을 통해 도달한 현재의 모습과 미래와의 관계 맺기를 고찰하면, 서울의 원형은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전통적인 ‘역사적 도시’, 즉 고대 역사에 기반 한 도시로 볼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최근의 역사가 훨씬 더 조밀하고, 이것이 현재 도시 서울의 정체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City_Lexicon 도시 어휘
서울은 거대한 도시다. 그러나 서울은 도시 전체가 연속성을 띠도록 배치, 조직된 동질적인 도시이기도 하다. 도시 어디서나 같은 현상, 같은 건축물, 같은 유형의 사업을 찾아볼 수 있고, 도시 각 부분에 어디서나 관찰할 수 있는 같은 현상을 내포하고 있다. 이처럼 서울이 가진 확장성과 동질성 때문에, 가장 대표적인 변화의 현상들을 통해 도시 서울의 총체적 의미를 설명할 수 있다.
서울의 도시 어휘 10개 (10 urban lexicons in Seoul)
도시 서울의 변화과정에서 현재의 모습까지 이 도시가 움직여온 여정의 분석은 도시의 물리적 형태를 만드는 요소들로 이루어진 다음의 도시 어휘 10개가 서울의 도시정체성을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 일관된 도시 구조_Constant Urban Form
- 동질의 도시 중심들_Equipollent Urban Cores
- 확산된 도시 인프라_Diffused Urban Infrastructure
- 해체된 도시 조직_De-hierarchized Urban Fabric
- 분산된 유형들_Divergent Typologies
- 지배되는 도시 경관_Dominated Urban Scene
- 병렬 배치의 건축들_Juxtaposed Artifacts
- 실용적 프로젝트_Pragmatic Projects
- 구분되는 공간_Distinct Spaces
- 전향된 자연_Nature Inverted
이 10개의 도시 어휘가 정의하는 서울의 정체성은 ‘현재의 도시’이다.
서울의 정체성은 앞으로 밀기도 하고 뒤로 잡아당기기도 하는 현상에서 기인한다. 즉, 서울은 과거를 뛰어넘어 모든 이가 그 안에 존재하고, 최대한 열린, 반응적인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빨리 활동할 수 있도록 한다. 도시의 활동은 도시민의 실용성에 기반한 욕망을 토대로 한다. 서울에서는 그것이 가능하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모두가 세계화에 발맞추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걷는 것이 도시의 진전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도시의 모든 요소가 참여, 전진한다. 멈추는 이는 아무도 없다. 도시는 하나로 전진하고, 그 힘을 자랑스럽게 증명하려고 한다. 서울은 열린 마음으로, 현재만 생각하고, 제때 도달할 수 있을 만큼만 시대를 예측한다. 다양한 시간들과 그 시간들에 만들어진 형태가 들어서며 도시는 매 순간 현대적으로 다시 태어난다. 어떤 모습이든 어느 순간이든 현재의 그 시간을 결코 놓치는 법이 없다. 도시 서울은 항상 바로 그 자리에, 바로 그 시간에 존재하려고 한다.
현재의 도시, 그것이 바로 서울의 정체성이다. <그림 6, 7>
1년간 연재될 [도시의 정체성_‘현재의 도시, 서울’ 의 도시성 어휘에 대해]의 공유를 통해, 독자인 건축사들과의 다양한 논의를 기대해 본다.
글. 김선아 Kim, Seon-ah (주)스페이싱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김선아 건축사·(주)스페이싱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주)스페이싱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대표로, 1988년 한양대학교 건축학과 및 2001년 베니스건축대학(IUAV), 2008년 로마 국립대학(La Sapienza,Valle Giulia)을 졸업했다. 대한민국 건축사이자 이탈리아 건축사, 도시계획학 박사이다. 현재 서울시 공공건축가, (사)한국건축가협회 스마트 도시건축위원장, (사)한국도시계획가협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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