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공공건축 설계공모제도의 현황과 과제 2020.10

2023. 1. 25. 09:22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건축담론 Architecture Discussion

 

매년 상당히 많은 국가예산이 투입되어 소규모 리모델링 프로젝트부터 대규모 신축 프로젝트까지 다양한 공공건축이 실행된다. 뛰어난 계획안으로 설계공모에 당선되어 기대가 큰 프로젝트라 할지라도 국민들에게 최종 선보이는 준공건물은 기대 이하였던 경우가 많다. 간혹 좋은 작품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결과가 유난히 좋았던 작품의 경우 건축사의 끊임없는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왜 공공건축은 상대적으로 적지 않은 예산임에도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가? 공공건축 용역에 수많은 인원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과연 어떤 부분들이 문제인가? 최근 들어 놀랄만한 결과물을 보여 주고 있는 중국의 공공건축을 보면 우리도 하루빨리 문제점을 개선하고 재정비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건축사들이 공통된 이야기를 한다. 설계공모 당선 후 발주처에 의해 원안은 심하게 난도질당하고, 책임을 피하기 위한 면피용 자문과 심의만 존재한다고. 계획안에서 실시설계까지의 과정은 기존 설계를 더 구체적으로 다듬고 현실화시켜 구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건축사의 아이디어나 새로운 시도는 묵살된다. 기존 프로세스화 된 관공서 매뉴얼에 트집 잡히지 않고 무사히 통과만 하기 위한 과정으로 변질되었다. 자문과 심의를 통해 기존 계획안보다 더 좋게 발전되기는커녕 이것저것 삭제되고 수정되어 예전보다 한참 못 미치게 다운그레이드 된다. 늘어나는 용역기간과 추가업무 요청, 건축에 대한 이해가 없는 발주부서의 무리한 요구 및 불합리한 인증 절차 등도 발생한다. 하물며 수의계약의 경우는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일명 설계비 후려치기를 통한 저가 발주로 국가 스스로 공공건축물을 싸구려로 전락시킨다.

공공건축 분야는 오랜 시간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이러한 부당한 현실 속에서도 많은 건축사들은 공공건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제 건축사들 스스로 약자가 되지 않아야 하며 정확하고 일관되게 명확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더 이상 공공건축물은 눈 먼 돈으로 진행되는 주인 없는 건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건축계에서 자체적으로 나서 공공건축 전담 청을 설치하여 형식적 심의 및 자문은 폐지하고, 억지스러운 각종 인증 문제에 대해 더 이상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월간 건축사 10월호에서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수많은 문제점과 개선해야 할 요소들에 대해 전문가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해 보았다.

글. 이중희 투엠투건축사사무소·건축사


 

02 Current status and tasks of Public Building Design Competition System

 

들어가며

공공건축물은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과 직접 연결되어 지역의 자부심을 형성하는 정책자산으로 좋은 설계자 선정을 위해 설계 품질로 경쟁하는 설계공모 제도가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이 제정된 이후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2019년부터 2020년 6월까지 1,205건의 공공건축 사업의 발주방식으로 보더라도 전체의 1,117건(92.6%)이 설계공모방식을 통해 발주가 되고 있다. 하지만 2014년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 시행 이후 그간의 건축 설계발주 현황에 대한 전반적인 진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 시행령」 시행(2020.1.16.)으로 설계공모 우선 적용 대상이 대폭 확대됨에 따라 사업규모에 따른 다양한 설계공모 방식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제도 도입 이후 6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설계발주 제도의 재평가와 보완방안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2014년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 제정에 따라 도입된 설계발주 제도의 운영 현황을 진단하여 그간의 성과와 한계를 도출하고, 설계공모 의무 적용 대상 확대 등 새로이 도입되는 설계발주 제도를 고려한 설계발주 제도의 개선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법 시행 이후의 설계공모 제도 현황을 분석하고 설계공모 방식의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운영현황을 분석하여 문제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이를 토대로 제도 개선방안을 제안한다. 

 


현황 분석

설계공모제도의 현황에 대한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건축 설계공모 운영지침」은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 시행령」 제17조제5항에 근거하여 2014년 6월에 제정되었다. 이후 2017년 7월에 일부 개정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설계비 감액지급 관행을 개선하고 심사과정의 공정성·투명성 제고 등 보완이 필요한 사항을 개선하여 공정한 설계공모 질서를 확립, 신진건축사 제한공모 근거를 마련하여 창의적인 디자인을 유도하고 설계의 질을 높여 공공건축의 발전 및 공간문화 창조에 기여하고자 하기 위함이었다.  2019년 4월에는 그간 제도 운영 과정에서 제기된 심사위원 선정, 심사과정 등 공모절차의 투명성 및 전문성을 강화하고자 하였다.

2015년도 1월부터 2019년도 6월까지 총 4,743건의 사업을 대상으로 설계공모 운영 실태조사를 실시하였으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설계공모의 종류는 일반설계공모가 전체 사업 건수의 58%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제안공모의 경우는 14%를 차지하였다. 그 외에 입찰 및 기타 계약건수도 각각 25%, 3%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연도별 추이를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설계공모 건수가 증가되고 있으며, 일반설계공모 건수 대비 제안공모 건수가 늘어나고 있고, 입찰 건수는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심사위원 명단 사전공개 여부의 경우는  전체 사업의 28% 수준에 그쳤으며, 나머지 사업은 설계공모 공고 시에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추후에 공개하거나 미공개하고 있다. 
공모 종류로 나누어 살펴보면 일반설계공모에서 심사위원을 공개하는 비율이 24%로 제안공모 43%보다 낮게 나타났으며 연도별 변화추이를 보더라도 전반적으로 심사위원 명단 사전공개가 자리 잡지 못하고 있었다. 설계공모 제출물의 경우 지침에 따라 설계공모 제출물을 설계도면과 설계설명서로 한정하거나 이를 합쳐서 하나의 적정수준에 제출물을 요구한 사업은 전체의 24%로 나타났으며 나머지 76%는 이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 사업규모로 나누어 살펴보면 5~10억 원 사이의 사업이 준수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2~5억 원 미만의 사업 및 10억 원 이상의 사업은 적정 제출물보다 과다하게 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연도별 추이를 보면 점차적으로 준수 건수는 증가하고 있다. 공모비 보상은 사업규모가 커질수록 낮은 비율로 책정하고 있으며 일반공모의 경우 평균 4천만 원(5%), 제안공모의 경우 평균 1천1백만 원(2%)정도로 나타났다. 제안공모 과제의 경우 제안공모 418건 중 제안공모의 취지에 부합하는 적절한 기술제안 과제를 요청한 사업은 전체 사업 중 78% 정도를 차지하였다. 나머지 22% 사업에서는 제안공모에 맞지 않는 지나치게 구체적인 도면을 요구하거나 또는 반대로 명확한 과제를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모일정은 일반설계공모의 경우 공모일로부터 심사일까지 총 공모기간이 평균 78일이 나왔으며 제안공모의 경우 총 공모기간은 평균 40일이 나왔다. 

설계공모 제도 개선 관련 관계자들의 주요 의견2)으로는 설계공모 우선적용대상의 적정 범위, 건축 기획 등 사전업무 참여 업체의 설계공모 참여 제한 여부, 심사위원 선정 및 구성 방식에 대한 개선, 심사위원 제척·회피·기피절차 보완, 단일안 응모 시 심사허용,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제재 강화, 심사결과 및 심사과정 공개 강화 및 확대, 제출도서의 표현방식 등에 대한 개정 요구가 있었다. 사업수행능력 평가방식 관련 관계자 주요 의견으로는 설적 산정 시 최소 참여 기간 기준 적용, 유사 용역 실적 산정기준 개선, 참여 건축사(보)의 경력 및 실적 평가에 대한 찬반, 신용도 평가 기준 하향 조정, 발주기관마다 상이한 업무 중복도 평가 기준 일원화, 공동도급방식에 대한 산정기준 개선, 적정 수준의 제출물 요구 및 평가 문제 개선 등을 언급하였다.

제언 사항

위의 제도 현황분석 및 실태조사와 함께 관계자 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설계공모방식에 대한 개선 방안 제언은 다음과 같다. 제안공모는 설계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도입된 본래의 취지를 명확히 하기 위해 ‘리모델링 사업이나 주민이나 관계자등의 협의를 거쳐 계획안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는 사업으로서 공모안의 디자인 우수성 보다는 설계자의 대응능력 또는 아이디어를 필요로 하는 경우’로 한정하여 운영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설계도면의 제출을 일체 금지하도록 하여 일반설계공모의 변형방식으로 오용하지 않도록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존 제안공모방식의 적용 대상이었던 소규모 사업은 간이공모라는 새로운 종류의 공모방식을 신설하여 발주기관 및 설계자의 부담을 경감하는 측면에서 제출물은 설계도면으로 한정하고 공모기간은 공모공고일로부터 작품 제출까지 30일 이상으로 운영하는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일정한 참가자격을 사전에 부여하는 Long-List 방식 또는 Short-List 방식 도입을 통해 공모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공모 참여 비용을 낮추는 제한공모 및 지명공모 방식에 대한 추가고려도 가능하다. 

 

 

 

 

 

 

 

글. 박석환 Park, Seokhwa

 

 

박석환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연구원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협동과정도시설계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희림건축사사무소 팀장으로 근무했다. 현재 건축도시공간연구소 건축연구단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공공건축지원센터 설계발주담당 자문을 맡고 있다. 주요 연구로는 미세먼지 민감군을 위한 공공건축물 시설계획기준 연구, 공공건축 설계용역 발주제도의 현황과 과제, 생활밀착형 공공건축물의 거버넌스 기반 이용자 참여디자인 및 제도 개선방안 연구 등이 있다. 

 

 

 

shpark@au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