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불교건축의 역사 2020.11

2023. 1. 26. 09:03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Joseon Dynasty history of the Buddhist architecture

 

대한건축사협회의 한옥 교육 과정은 인기가 높다. 해마다 이수하려고 하는 건축사들이 상당한 경쟁을 거쳐 들어오게 되는데, 이들의 관심과 열정은 진지하며, 제출되는 과제에서도 그 애씀을 알 수 있다. 공간을 다루는 건축사들인 만큼, 하늘과 땅 사이의 건축을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코자 하는 전통건축에 대한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전통건축 중에서도 사찰건축은 주위 환경과의 독특한 배치, 전통 목구조의 특성, 그곳에서 수행하는 스님의 삶 등 여러 상상력을 일깨우는 존재물로 우리를 늘 고찰로 향하게 한다.

개인적인 인연으로 저자와 알고 지낸지 20년이 넘었다. 저자가 불교건축을 전문적으로 조사·연구하고, 금강산 신계사 복원사업 실무를 맡아 수년간 노심초사 애쓰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아 왔다. 저자는 전공과 관심, 직이 일치하는 분이다. 저자가 ‘조선시대 불교건축의 역사(저자: 홍병화, 출판사: 민족사)’를 쓰기 전 또는 쓰고 있을 때, 쓰고 난 지금까지 계속 저자와 교류하고 있다. 이런 인연으로 한옥문화원에서 서평을 써달란 요청받고 아직 출간되지 않은 교정에 들어간 원고를 필자의 양해를 구하여 읽게 되었다. 들뜬 일주일이었다. 

이 책을 저술하는 일은 불교건축 뿐 아니라 불교에 관한 역사와 미술 등 다방면의 지식이 없이는 가능치 않은 일이다. 더구나 필자는 전국의 사찰을 연구 차 수년 동안 다녔으니 그 수고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책은 넘기기 쉽고 부드러우나 핵심은 시대를 흐르며 전개되고 있다. 

 

흥천사 전경. 조선시대 불교건축을 알 수 있는 유산이다 ⓒ 홍병화

 

보헌사 대웅전 공포. 조선시대 불교건축을 알 수 있는 유산이다 ⓒ 홍병화

건축역사학에서 불교건축학이 차지한 그간의 위상을 볼 때, 아직까지도 불교건축의 역사에 대해 한 시대를 개괄하면서 써내려간 책이 없다는 것이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설마, 출간됐어도 벌써 몇 권은 나왔을 텐데, 내가 몰랐겠지, 하는 심정이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과는 달리 불교건축의 역사에 관한 책은 이 책이 처음이다. 연구자들의 게으름에 그 책임을 전가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 저자와 불교건축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서서히 조금씩 묻어나는 생각이 있었는데, 필자가 이런 책이 나오지 못했던 그동안의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이글을 탈고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그것이었다.

이 책은 불교건축을 성리학과의 대립적 관계에 놓여 있는 불교의 입장에서 크게 서술하고 있다. 여기서 성리학은 조선의 지배층인 사대부의 지배이데올로기로, 성리학을 신념으로 따르던 학자층이 주도하던 사회에서 냉대를 받던 불교가 어떻게 온히 백성들의 종교로 자리매김했는지를 건축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조선 개창에서 멸망까지를 한정해 불교건축을 볼 때, 초기에는 고려의 여운이 남아 화려하고 장대한 귀족문화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러나 조선의 상류사회는 적어도 공식적으로 불교를 서서히 한쪽으로 밀어 놓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변해가는 시대적 상황이 불교의 입장에서는 낙담스러웠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조금씩 적응하면서 백성의 생활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 자리를 잡기 시작하였다. 상류사회의 일부에서 소수와 함께 하던 화려한 종교에서, 비루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점차 백성과 함께 낮은 자세를 취하기 시작하면서, 거대한 흐름 속에 완전히 안착한 종교가 된 것이다. 백성과 함께하면서 그들의 삶과 바람에 관심을 갖고 손쉬운 신앙적 실천을 하나하나 제시하면서 정치된 신념과 화려한 이상을 표현하기보다는 일상 속에서 생활과 실천의 종교로 엮였다. 마치 처음부터 백성과 하나였던 것처럼 섞여 버린 것이다.

법당도, 조선시대 후기로 갈수록 화려하더라도 소박함을 숨길 수 없게 되었다. 번듯한 외형보다 몰려드는 백성을 한 명이라도 더 수용할 수 있는 한 치라도 넓은 공간을 우선으로 삼았다. 세련된 장식보다도 한 자라도 방을 넓히기 위해 울퉁불퉁한 기둥과 구불거리는 서까래를 사용하기도 하였다. 불교건축이 보여주기 위한 장엄의 건축이라기보다는 실제 부처님의 법을 배우기 위한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담아야 하는 그릇, 즉 반야용선이 되었기 때문이다. 백성들이 사찰의 주인이 될수록 이러한 선택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지금까지는 불교건축에 대한 인식은 시대가 내려갈수록 생명력을 잃어가며 퇴락하는 건축이라 보았다. 하지만 이 책에서 조선시대 불교건축은 불교의 중심으로 새롭게 부각된 기층대중인 백성의 등장과 이들의 요구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진 불교건축의 형식은 역사적 필연이었음을 방점 없이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새로운 시각으로 불교건축사를 서술하는 것은 기존의 관점과는 크게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금 놀랍기도 했지만 찬찬히 생각해보면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주장이다. 조선시대에 대중이 등장하여 불교건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견인했다는 인식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기왕에야 이렇게 된 거 앞으로 저자에게 고려시대도 한 번 기대를 해본다. 

불교건축을 좀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건축사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이 책이 여러분의 답사길에 좋은 동반자가 되기를 기대하며 서평을 맺는다. 

 

 

 

 

글. 윤대길 Youn, Daegil 조선 건축사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