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좋은 공공건축을 위한 첫 번째 과제 : 건축설계공모전 2020.10

2023. 1. 25. 09:21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건축담론 Architecture Discussion

 

매년 상당히 많은 국가예산이 투입되어 소규모 리모델링 프로젝트부터 대규모 신축 프로젝트까지 다양한 공공건축이 실행된다. 뛰어난 계획안으로 설계공모에 당선되어 기대가 큰 프로젝트라 할지라도 국민들에게 최종 선보이는 준공건물은 기대 이하였던 경우가 많다. 간혹 좋은 작품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결과가 유난히 좋았던 작품의 경우 건축사의 끊임없는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왜 공공건축은 상대적으로 적지 않은 예산임에도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가? 공공건축 용역에 수많은 인원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과연 어떤 부분들이 문제인가? 최근 들어 놀랄만한 결과물을 보여 주고 있는 중국의 공공건축을 보면 우리도 하루빨리 문제점을 개선하고 재정비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건축사들이 공통된 이야기를 한다. 설계공모 당선 후 발주처에 의해 원안은 심하게 난도질당하고, 책임을 피하기 위한 면피용 자문과 심의만 존재한다고. 계획안에서 실시설계까지의 과정은 기존 설계를 더 구체적으로 다듬고 현실화시켜 구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건축사의 아이디어나 새로운 시도는 묵살된다. 기존 프로세스화 된 관공서 매뉴얼에 트집 잡히지 않고 무사히 통과만 하기 위한 과정으로 변질되었다. 자문과 심의를 통해 기존 계획안보다 더 좋게 발전되기는커녕 이것저것 삭제되고 수정되어 예전보다 한참 못 미치게 다운그레이드 된다. 늘어나는 용역기간과 추가업무 요청, 건축에 대한 이해가 없는 발주부서의 무리한 요구 및 불합리한 인증 절차 등도 발생한다. 하물며 수의계약의 경우는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일명 설계비 후려치기를 통한 저가 발주로 국가 스스로 공공건축물을 싸구려로 전락시킨다.

공공건축 분야는 오랜 시간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이러한 부당한 현실 속에서도 많은 건축사들은 공공건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제 건축사들 스스로 약자가 되지 않아야 하며 정확하고 일관되게 명확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더 이상 공공건축물은 눈 먼 돈으로 진행되는 주인 없는 건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건축계에서 자체적으로 나서 공공건축 전담 청을 설치하여 형식적 심의 및 자문은 폐지하고, 억지스러운 각종 인증 문제에 대해 더 이상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월간 건축사 10월호에서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수많은 문제점과 개선해야 할 요소들에 대해 전문가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해 보았다.

글. 이중희 투엠투건축사사무소·건축사


03 The 1st task for good public building : Architectural design competition

 

2014 안데르센 박물관 국제 아이디어 공모전(Hans Christian Andersen HOUSE OF FAIRYTALES IDEAS COMPETITION) 설계공모 설명서.

요즘 부산에서 개최되는 건축설계공모전이 핫하다. 2019년 말부터 건설본부에서 주최하는 부산의 건축설계공모전이 크게 달라졌다. 심사위원의 선정, 심사과정(1차 예선, 2차 본심사), 설계자 발표, 심사위원 간 토론, 페이스북 생중계 등 여러 가지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에 치른 9번째 공모전엔 27개 팀이 안을 제출했다. 서울에 비하면 적지만, 이전에 4~5개 제출되던 것에 비하면 확연히 늘어난 편이다. 그동안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던 공모전이 투명하게 진행된다고 하니, 너도 나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그렇다면 어느 정도 공정성이 확보된 현재, 앞으로 우리가 공모전에서 추구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

설계 지침

2014년 안데르센 박물관 국제 아이디어 공모전(Hans Christian Andersen: HOUSE OF FAIRYTALES IDEAS COMPETITION)이 열렸다. 참여하진 않았지만 지침서를 받았을 때의 신선함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기존 박물관이 새로운 도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변화해야 할지 아이디어를 모집하는 공모전이었다. 동화책처럼 구성된 공모 지침은 주변 건물, 교통 체계, 도심 속 입지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정보부터 새로운 박물관이 갖게 될 위상 등을 담고 있었다. 

설계자의 입장에서 잘 짜여진 지침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봤을 때, 첫 번째는 적절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발주자, 사용자의 요구사항, 대지조건 등 여러 가지 정보를 균등하게 전달하기보다는 기획단계에서 여러 요구들을 수렴하고 판단해 일정 정도 비전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설계자를 고민하게 만드는 지침이 좋은 것 같다. 제시된 비전을 전제로 새로운 대안에 대해 고민하고 우리 사회의 삶의 방식을 더 좋게 해줄 수 있는 대안을 이끌어내는 것이 좋은 지침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안을 모집하려면 우선 잘 짜여진 지침이 필요해 보인다.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 개정으로 기획업무가 작년 12월부터 모든 공공건축에 의무화됐다. 이 과정에서 보다 더 좋은 안이 나올 수 있는 지침이나 기획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심사과정과 결과 공개

이제껏 많은 설계공모가 시행됐지만 당선작 이외의 작품이 공개되는 일은 흔치 않았다. 정보공개를 신청해도 담당 공무원이 난색을 표한다. 어떠한 안이 어떠한 면이 좋아서 당선됐는지 판단하기 힘들었다. 일부 지역은 공모전 결과를 공개한다. 서울의 경우 프로젝트 서울(project.seoul.go.kr)을 운영 중이고, 부산은 건축설계공모 사이트(busan.go.kr/compe)에서 심사과정 및 당선작과 수상작을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작은 규모의 프로젝트는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모든 공공기관이 공고하는 설계공모 관련 정보는 건축행정시스템 ‘세움터’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정보공개가 어느 범위까지 될 것인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지만 투명한 정보 공개로 더 나은 공공건축이 지어지길 바란다. 작품 공개로 인해 공모전의 투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학생이나 공모전에 도전하려는 건축사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작품을 이미지 한 컷으로 판단하기 힘들기 때문에 설계설명서가 모두 공개되면 좋겠지만 최소한 기본도면 정도라도 함께 공개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심사위원의 심사평이 모두 공개된다면, 심사위원도 더 신중히 판단하지 않을까 싶다. 세움터엔 이미 건축허가 등 행정 처리를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으니, 세움터에서 모든 설계공모의 접수부터 결과까지 공개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안이 선정되더라도 넘어야 할 과제가 많지만, 일단 좋은 안을 선정하는 것이 우선시돼야 할 과제인 듯하다. 지금까지의 글은 개인적인 의견이고 오로지 설계하는 입장에서만 작성된 글이라 많은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건축설계공모에 참여하면 누구든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되는 문제일 듯싶다. 기회가 된다면 필자도 기획부터 심사를 해볼 생각이다.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 조윤경 Cho, Younkyoung 짓다 건축사사무소·건축사

 

 

 

조윤경 짓다 건축사사무소 · 건축사

짓다 건축사사무소는 ‘짓다’ 라는 우리말의 의미를 되물으며 작업하고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 이름을 짓는다. 밥을 짓고 옷 을 짓고 집을 짓고……. 시를 짓고 노래를 짓고 웃음을 짓는다. 짓는다는 것은 산다는 것이며, 산다는 것은 곧 짓는 것이다. 조 윤경은 동아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서강종합건축사 사무소에서 실무를 익혔다. 2013년 짓다 건축사사무소를 개 소 운영 중이다. 현재 부산광역시 공공건축가로 활동 중이며, 주요 작업으로 2016 풍경구가, 2017 영해 푸른꿈지역아동센 터, 2018 동아대학교 구덕캠퍼스 교육동 현상설계공모(당선), 2019 영주 시민아파트 아이디어 콘테스트(당선) 2020 시랑리 숙박시설 등이 있다.

 

zitta1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