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건축(建築)과 사진(寫眞), 그리고 구도(構圖) 2021.5

2023. 2. 3. 17:17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편집자 註

 

건축을 묘사하는 사진은 몇 가지 차이가 있는데, 장르를 나눌 수 있을 정도다. 우선 작가 중심적 사고관으로 건축을 대하는 경우다. 건축을 생각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사진은 초점이나 수직, 수평이 중요하지 않다. 관점이 중요하다. 사진이 중심이 되는 것이다.
반면에 건축을 초상화처럼 바라보는 사진은 철저하게 건축적인 감성을 드러내야 한다. 공간의 깊이와 빛의 대비, 건축에 대한 미묘함 등이 사진에서 읽혀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작품 영역이 탄생한다. 사진작가의 시각에서 묘사되고 해석된, 새로운 창작으로서의 건축 사진이다. 이는 사진으로 건축을 탄생시키는 독립적 영역이다. 마치 초상화 사진으로 사진작가의 작품성과 작가성을 드러내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에서 건축 사진은 1990년대만 하더라도 미개척 분야였고, 몇몇 작가의 헌신으로 조금씩 개화되었다. 현재는 완전한 독립 영역으로 건축 사진이 확장되고, 인정받고 있다. 건축의 역사에는 여러 가지 건축이 존재한다. 페이퍼 아키텍트(Paper Architect)라는 단어처럼 실제로 지어지지는 않았으나 상상과 스케치로 구현한 블레(Étienne-Louis Boullée)나 1960년대 펑크 건축을 등장시킨 아키그램(Archigram)처럼 실존하지 않는 상상과 사고의 건축도 존재한다. 건축 사진 또한 그런 연장선에서 존재한다.
물론 수십 년 동안 GA 현대건축 시리즈의 발행과 사진촬영을 주도한 유키오 후타가와(Yukio Futagawa)처럼, 생생한 건축공간의 묘사를 평생 시도한 거장도 있다. 본질적으로 체험되는 건축의 특성이 고정된 관점으로 묘사되기에 더욱 집요한 한 컷을 만들어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런 그의 노력은 시간과 계절, 바람과 빛에 의해 만들어지는 순간을 건축적 작품성과 동일시하기 위한 것이었다.
1990년대 이후 국내에서 건축 사진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진작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늘어나는 숫자만큼 작가주의적 성향이 나눠지고, 해석이 달라지는 사진들이 늘어나고 있다. 건축을 전공하고 건축 사진작가로 나선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사진으로 해석되는, 사진으로 묘사되는 건축 작품을 모아 다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하다.

 


01 Architecture, photographs, and composition

 

카메라를 다룰 줄 몰랐던 어린 시절, 아버지의 카메라를 갖고 놀던 기억이 난다. 가지고 놀던 카메라에 이상이 생기면서 아버지로부터 심한 나무람을 들었던 기억이 아련하다. 그날 이후 아직까지도 카메라는 나의 소중한 친구로 내 주변에 함께 있으며, 이제는 생활 속에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건축 창작을 하는 필자가 느끼는 사진의 역할과 여태껏 건축인으로 살아오면서 사진 활동이 나의 창작 활동에 끼친 영향을 돌아보고, 좋은 사진을 찍고 싶은 사람들에게 사진 촬영 관련 상식을 조금이나마 전하고자 한다.

1. 기록물 보존 수단으로서의 사진

대학 시절 건축계획학의 리포트 제출을 위해 현장 조사 차 찍은 사진은 그야말로 기록을 남기기 위한 방편으로 카메라를 이용한 것이다. 사진 촬영을 처음 대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카메라를 기록하는 도구로 여기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생각되고, 나 역시 그런 생각으로 카메라를 가지고 다닌 적이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사람의 기억은 어느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사라지지만, 사진으로 담은 기록은 아주 작은 부분의 디테일까지 함께 담아낼 수 있는 데다가 촬영 장소에 대한 정보도 정확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때로는 해당 장소에서 느껴진 감정을 연장하게 하는 가장 좋은 수단 중 하나이기도 하다. 따라서 카메라는 인류에게는 굉장한 발명품이라 할 수 있으며, 그 이후 오늘날과 같은 영상 디지털 시대를 열게 되는 시초가 되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2. 레퍼런스(참조) 이미지를 위한 유용한 도구 ‘사진’

건축사들은 창작을 위해 끊임없이 사고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거쳐 본인의 생각을 시각화한다. 급기야는 현장에서 자기 생각의 형태화를 통하여 건축공간과 형상의 완성을 이루어 간다. 현재까지 없었던 기발한 형태를 창조해 내는 천부적 창작 재능을 가진 건축사도 있을 테지만, 필자의 경우는 백지상태에서 기발한 구상의 결과를 얻기보다 일단 머릿속에 그려둔 비슷한 형(型)과 형태(形態)를 찾아 스케치 여행을 해본다. 스케치 여행을 통해 얻어지는 또 다른 형태(자연, 인공구조물, 자연현상 등)에서 디자인의 모티브를 얻기 위해 길을 떠날 때에 동반자 역할을 하는 것이 카메라이다. 물론 카메라가 구상을 완성시켜주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윤곽을 획득했던 경험이 종종 있다. 그러나 모든 건축사들이 그러한 과정을 거친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레퍼런스 이미지를 위한 건축사의 창작 도구로서, 사진이 가지고 있는 기억과 감성을 기록하는 기능을 빌려 봄직하다. 

3. 좋은 사진을 위한 구도 선정 방법

뭇사람들은 좋은 사진을 담기 위해 산, 들, 바다로 출사를 나간다. 그러나 현장에서 마구 셔터를 눌러댄다고 좋은 사진이 얻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의 눈으로 봤을 때 정말 아름답고 기가 막힌 장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인화된 사진에서 현장의 감흥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경험을 누구든지 겪어 봤을 것이다. 우리의 눈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대부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카메라의 렌즈는 그 렌즈가 가진 화각 밖에 볼 수 없는 관계로 사람이 한눈에 볼 수 있는 광경의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사진으로 멋있고 아름다운 장면이 만들어지려면 선이나 형태, 색채와 명암, 텍스처, 원근감, 방향성, 등등의 요소들이 어떠한 원리로 조합되는지가 중요하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아닌가? 그렇다, 우리가 건축학도 시절에 건축의장(디자인) 강의시간에 한 번쯤은 들은 기억이 있으리라 추측한다. 위에서 열거한 여러 요소들은 회화나 건축에서의 디자인의 요소들이다. 이 요소들을 디자인의 원리(통일, 강조, 조화, 대비, 리듬, 계조, 반복, 비례, 주조, 대립, 다양화, 착시현상 등)에 어떻게 적용하고 조합하느냐에 따라 건축디자인이 완성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진 역시 이러한 요소들이 내재된 피사체를 찾아 일부를 포착하여 기록하는 것이다. 그래서 회화나 건축미학과 사진미학의 생성원리는 일맥상통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기왕 찍는 사진을 어떻게 하면 좋은 사진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중 좋은 사진의 한 요소는 좋은 구도에 있다. 
기왕에 어떤 피사체를 잡기 위해 찍는 사진이라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쾌감을 불러일으키는 사진이 좋은 사진이 아닐까 하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따라서 생각 없이 촬영한 사진보다는 좀 더 나은 구도를 생각하며 촬영하여 또 다른 창작세계를 구축해 봄직하다.
몇 가지 사진 촬영에 유용한 구도를 소개한다. 나름 창작의 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는 우리 건축인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곡선 구도
일반적으로 S자형 구도와 Z자형 구도로 나뉜다. 곡선은 변화 있는 구도로 아름다운 유동성, 리듬, 자유 및 우아함을 느끼게 한다. 


사선 구도, 대각선 구도
화면에 동적인 느낌을 주며 명랑하고 활동적인 감정을 표현할 때 효과적인 구도다. 사선은 불안정한 선으로 움직임을 느끼게 하며, 방향성, 긴장감, 동적감각을 의미한다.


삼각형 구도
삼각형의 형태로서, 안정감을 주며 심리적으로 안정된 분위기를 표현하고 싶을 때 포착하는 구도. 삼각형으로 짜임새 있게 인물을 배치해 동적이면서도 안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동시에 화면의 변화를 표현할 수 있는 구도법으로 이용된다.


 
방사형 구도
중심에서 밖으로 또는 밖에서 중심으로 뻗치는 방사선의 형태로, 시선을 모으는 효과가 뛰어나며 안정된 화면구성에 유용한 구도이다.


평행선 구도
피사체를 화면에 수평으로 표현하며, 연속된 모양과 형태 등의 중첩 배치에 의한 세련미와 심리적 안정감이 유발되는 구도이다.


대칭형 구도
화면 2분할선(수평, 수직) 중심의 대칭형 구도로 대칭적인 형태에서 긴장감을 가지는 구도이다.

 

직, 수평 구도
조형미의 강조에 주로 쓰이는 구도로 건축물의 사진이나 조형미를 포착하는 사진에 많이 이용되는 구도이다.


이상과 같은 사진에서의 여러 가지 구도는 커다란 의미에서 좋은 사진의 기본적인 조건일 뿐, 사실상 좋은 사진의 구도에 정답은 없다. 왜냐하면 작자의 개인적 감성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거니와, 피사체가 무수히 많은 관계로 피사체가 담기는 구도 또한 천차만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도를 포착할 때 유의해야 할 중요한 점은, 보는 사람으로부터 시각적 감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시각적 디자인의 요소를 피사체가 담기는 화면 안에 균형적으로 안배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꼭 표현되어야 하는 뚜렷한 메시지나 요소가 포함돼 있다면 그 사진은 좋은 사진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오늘도 나는 카메라를 메고 어디에 있을지 모를 막연한 보석 같은 피사체를 찾아 길을 나선다. 그리고 ‘나의 건축창작물은 타인들에게 어떠한 피사체로 보일 것인가’라는 화두를 스스로에게 던지며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나의 스케치 여행을 계속한다.

 

 

 

 

글. 김기성 Kim. Kisung 예가 건축사사무소 <대구광역시건축사회>

 

 

김기성 예가 건축사사무소·건축사·사진작가

1995년 12월 예가 건축사사무소를 개설하고 현재 대구에서 건축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으로 사진 창작 활 동을 겸하고 있으며, 2019·2020년 대한건축사협회 전국 사진동 호회 회장을 지냈다. 대한민국사진대전 입선, 영천축제사진 공모전 금상, 안반데기 사진촬영대회 동상 등의 수상 경력을 갖고 있으며, 2015년부터 대구 남구문화원이 주최하는 구민 어르신 장수 사진 봉사활동과 오월 가족의 달 기념 가족사진 페스티벌 공모행사에 대 구광역시건축사회 사진작가들과 함께 봉사활동 참여 중이다.

 

yega10@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