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슬기로운 건축사 생활건축사사무소를 경영하는 리더의 역할 2021.6

2023. 2. 6. 09:21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건축담론 Architecture Discussion 

 

편집자 註

 

이번 건축담론의 주제는 경영 윤리와 관련된 것이다. 의외로 건축계 사람들은 경영이라는 말을 낯설어 한다. 그리고 본인들의 일이 비즈니스의 영업과 전략에 해당된다는 것도 인지하려 들지 않는다. 그저 화가처럼 개인의 창작 욕망에 끌려서 작품을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건축이 어려운 것은 바로 이런 창작을 바탕으로 기술자로서 책임도 가지고, 경영자로서 윤리 의식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영업을 통한 이윤창출로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
건축사는 창작 예술인이기도 하지만, 타인의 시간을 사용하기 위해 계약하는 조직관리인이자 경영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부분의 건축대학에서는 창작 예술인으로서, 기술장인으로서 건축학도들을 지도하고 가르치고 있다. 물론 창업하지 않고, 누군가와 고용 계약을 맺어서 급여를 지불하지 않는다면 상관없다. 하지만 창업해서 누군가와 고용 계약을 맺고 그 사람의 시간을 사용한다면,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 비즈니스적인 사고는 절대적이다.
비즈니스적인 사고의 핵심은 ‘개인이 아닌, 누군가를 고용할 수 있는 사업자등록증을 만드는 순간부터의 태도와 자세’다. 건축사사무소 개설은 말 그대로 건축사로서 시작하는 것이지만, 사업자등록증을 만드는 순간부터는 사업자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 업역 특성상 도제 방식의 건축사사무소 운영도 존재하지만, 계약사회인 현대는 계약에 의한 행동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건축사 자격을 취득하고, 자기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는 순간부터 모든 것을 비즈니스 사고에 입각해서 해야 한다. 이는 단지 금전적 대차대조표를 맞추는 것 이상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
일찍이 경영학을 창조한 피터 드러커는 경영 윤리와 철학을 강조했다. 데일 카네기는 기업 내·외의 인간관계론을 설파했다. 경영은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라, 말 그대로 운영이다. 철학적 바탕 아래에서 기업의 미션과 비전을 공유해야 한다. 그리고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차대조표를 위해서 마케팅도 알아야 하고, 경쟁에 관해 이해해야 한다. 필립 코틀러가 마케팅에 평생을 집중하고, 마이클 포터가 경쟁에 대한 이론을 집대성한 것도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고민이었다. 이런 고민을 해야 한다. 누군가를 고용하는 순간 건축사는 비즈니스 기업인의 태도와 윤리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이번 담론이 건축사 또는 예비 건축사들(건축대학생, 건축사보)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됐으면 좋겠다.


03 Wise architect life The role of a leader in managing an architect office

 

고백하건대 나는 뛰어난 리더가 아니다. 오히려 리더로서 드러내기 부끄러울 지경이었음을 고백한다. 사무실 개업 초기에는 ‘라떼는 말야, 야근과 철야는 당연했어~’ 식의 훈계로 직원들의 열정을 강요했고, 결과물이 좋으면 모든 게 좋다는 ‘일 중심적 사고’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바람에 직원들과 트러블이 잦았다. 나름 잘해준다고 복지를 고려했는데, 돌이켜보니 내 방식의 복지였다. 직원들이 신명 나게 일하며 만족도가 높은 즐거운 직장 문화를 만들고 싶었지만 도저히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무엇을 결정하고, 무엇을 직원 스스로 하도록 맡겨야 할지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직원 한 명의 마음을 얻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래서 피터 드러커의 경영학부터 조직과 전략, 비전에 대해 틈나는 대로 읽으며 조직에 적용해보고자 노력했다. 그러다 결국 깨닫게 된 사실은 ‘윗사람(나)만 잘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만난 ‘브레네 브라운’의 저서 『리더의 용기』는 내 모습 그대로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꽤 괜찮은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용기를 주었다. 그래서, 이 책을 중심으로 건축사로서 팀이나 사무소를 운영할 때 기준이 될 수 있는 리더십에 관한 지혜를 나누고자 한다.

리더의 정의
먼저 리더는 당연히 팔로워가 있는 자리이다. 브레네 브라운은 ‘리더는 지위나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이나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그 잠재력에 기회를 주는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우리 건축사의 업무적 특성상 클라이언트 미팅부터 설계, 견적, 행정업무, 현장 감리 등 다양한 업무를 감당해야 하기에 대부분의 건축사들은 직원에게보다 자신에게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효율적인 업무 성과를 내고, 더 많은 자유시간을 확보하여 미래에 대한 계획과 업역을 넓히기 위해선 끊임없이 직원들의 역량을 키워내는 일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대담한 리더의 4가지 능력
이 책의 핵심은 ‘대담한 리더의 4가지 능력’이다. ①취약성을 인정한다. ②가치관에 따라 살아간다. ③대담하게 신뢰한다. ④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운다. 
사실 나는 누구보다 ‘취약성을 인정한다’ 하며 살아왔다. 못하는 걸 못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기에, 직원들은 스스로 해야 할 것들을 알아서 했다. 또한, 개인적인 성향상 프로젝트나 작은 결정사항조차 직원들의 의견을 구했다. 물론 결정은 그러한 의견을 바탕으로 통합적으로 결정하였다. 자연적으로 사무실에서는 많은 대화가 오갔고, 서로에 대해 취향부터 사생활까지도 알게 되어 누군가 어려운 상황일 때 서로 배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조직 구성원들도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서로를 배려하며 취약성을 극복해나가는 조직이 되어가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현재 할 말 다 하면서 9년째 함께하는 직원이 남아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 번째 능력은 ‘가치관대로 살기’이다. 취약함만 보인다면 리더에 대한 신뢰를 쌓기는 어려울 것이다. 리더가 올바른 것을 선택하고, 쉬운 방법이 아니라도 올바른 결정이 언젠가는 좋은 결과로 돌아온다는 것을 인내하며 성실하게 보여준다면 직원들은 리더를 따른다. 신입사원이었을 때, 건축계에 관행과 같은 불법적인 것들이 너무나 만연한 모습을 보고서 도저히 건축을 계속할 자신이 없었던 기억이 있다. 제자들을 가르칠 때 실력을 키우면 좋은 기회가 많다고 얘기했기에, 공정한 건축계를 만들기 위해 우선 나부터 룰을 지키자 생각했다. 심사위원일 때 간혹 계획안을 보여주겠다고 연락이 오면 오시지 말라고 하고, 선수로 참여할 때는 아는 심사위원이 있어도 참여한다는 연락도 하지 않았다. 직원들이 야근할 때는 야근수당을 꼭 챙겼다. 준공검사 때 특검에게 봉투를 준 적도 없다. 주차 몇 센티로 꼬투리 잡으면 일일이 다 대응했다. 사실 너무나 당연하게 지켜야 하는 것들인데, 아직도 유혹이 되는 관행들이지만, 공정한 건축계를 만들고 싶다는 기준 하나로 지켰다. 각 프로젝트마다 좋은 결과물을 내려 최선을 다하는 태도로 임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감사하게도 나에겐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신뢰’를 얻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힘들게 견디면서 가치관에 따라 살았더니 시간이 준 선물은 스스로의 당당함과 타인이 주는 신뢰였다. 나를 증명하지 않아도 클라이언트에게 신뢰가 되어 다시 좋은 프로젝트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되어 감사했다. 
‘대담하게 신뢰한다’는 영역은 성장하는 사무소를 위해선 더욱 의지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부분임을 깨달았다. 최대한 직원들이 스스로 하도록 결정권을 더 많이 넘겨줘야 내 능력으로 한계 지어지는 사무소가 되지 않고 직원들의 무한한 능력까지 더해져서 성장하는 회사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브레네 브라운은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우는 능력’을 꼽았다. 버티기로 지내왔는데 무수히 많은 시간들을 보내면서 어쩔 수 없이 다시 일어서야 했기에, 이제는 좀 더 단단한 회복탄력성의 힘을 갖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위기를 돌파하는 리더는 정답을 가진 척하지 않고, 대화와 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히 인정한다’고 말한다. 

8년 동안 빈집으로 있던 건물을 구입 후 직원들과 함께 직접 만든 일터 사옥. 온 디자인 건축사사무소 ⓒ 온디자인건축사사무소


최악의 리더십 
의외로 지금 내가 안주하려고 하는 모습이 최악의 리더십임을 깨닫게 되어 정신이 번쩍 드는 항목들이었다. ①달성 가능한 목표를 제시하는 것. 작은 비전은 달성 가능성은 높지만 달성 불가능한 목표를 제시해서 팀원들로 하여금 안주하지 않게 해야 회사도 직원도 성장한다. ②현실에 당면한 문제를 처리하는데 급급한 것. 10년, 20년을 내다보고 방향을 제시한다. 미래 시점에서 현재를 바라보는 훈련은 현재의 문제를 쉽고 간단하게 바라볼 수 있다. ③변화를 추구하지 않고 현재에 안주하는 것. 변화에 잘 대응하는 리더는 혁신을 주도한다. 수동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주도적으로 대응하는 태도를 기르자. 좋은 조직은 구성원들이 긴장하는 조직이다. ④소통하지 않는 것. 소통하지 않고 자율이라는 것에 맡기지 않아야 한다. 진정한 리더는 오버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며, 알아들을 때까지 끝없이 소통해야 한다. ⑤타고난 리더는 타고났다고 체념하는 것. 리더는 만들어지고 성장하는 것이다. 깨닫고 실수를 통해 배우고 수정하는 과정을 당연하게 여겨야 한다.

진정한 리더의 단 한가지 조건 - 헌신
마무리하며, 『리더의 조건』에서 ‘존 맥스웰’은 진정한 리더의 단 한 가지 조건을 ‘헌신’이라 하였다. ‘헌신’은 ‘꿈’만 꾸는 사람과 실천하는 사람을 나누는 기준이며, 행동으로 평가받는 것이라 했다. 그러하기에 ‘헌신’은 노동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무엇보다 공동체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사람은 헌신하지 않는 리더를 따르지 않는다고 한다. 결론은 단순한 진리 ‘성실’이다. 단순히 성실하게 묵묵히 걸어가고 계시는 많은 건축사님, 어깨 가벼이 취약함을 인정하면서 믿음대로 옳은 일을 선택하면서 묵묵히 걸어간다면 어느새 그 걸음을 쫓아오는 팔로워가 있으니 그대 발걸음 더욱 든든히 굳세기를.

 

 

글. 박현진 Park, Hyunjin (주)온디자인 건축사사무소 <서울특별시건축사회>

 

 

박현진 (주)온디자인 건축사사무소·건축사

(주)온디자인 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사이다. 서울시 공공건축 가, 중랑구 마을건축가, 광주시 공공건축가이고 한국교통대학 교 및 홍익대학교에서 14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다. 2013년 프 랑스 쎈떼띠엔느 비엔날레에서 초청 전시를 하였다. 2019년 대한민국 국토대전 장관상을 수상했으며, 저서 『건축적 상상력 과 스토리텔링』을 공동 집필하였다.

 

hjpark@onad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