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비평] 라티스 빌딩2 in 1 2021.7

2023. 2. 7. 09:22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Architecture Criticism
Two in One

 

이상(理想)은 무엇일까?
현존하지 않는 새로움을 향한 창의적인 생각인가?
아니면 다양한 가치들을 통해 최적화되어 존재하는 완결성인가?
아이디어(Idea)를 사무실 이름으로 함께하는 이데아키텍츠는 사무실 소개에 건축적 이상을 아래와 같이 밝히고 있다.

“개념에 머무르는 아이디어가 아닌 구축 가능한 방법을 연구하며 디자인을 통해 삶의 풍경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이데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IDÉEAA _ Idée Architects Associates)

그들의 건축적 이상은 거대담론으로 이루어진 환상의 세계가 아니라 실천적이고 구축 가능한, 삶의 풍경에 대한 진지한 태도로 귀결된다. 그들의 다른 작품들을 보면 작가주의적 스타일리즘이나 유형화된 접근 대신, 프로젝트마다 가지는 현실적인 조건들을 가감 없이 받아들여 소소한 가치들을 솜씨 좋은 요리사처럼 담백하게 펼쳐놓는다. 노출된 콘크리트 구조체 표피가 인상적인 라티스(Lattice) 빌딩이 단순히 야수주의(Brutalism)적 형태의 관점에서 읽히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라티스 빌딩은 광주 동구 동명동에 위치한 근린생활시설로 1, 2층에는 카페와 서점, 그리고 3층에는 건축주의 단독주택이 자리한다. 동명동은 광주시가 폐 철로를 공원화하고 빈 땅과 폐가들을 사들여 문화공간으로 조성하여 젊은 층의 유동 인구가 늘어가는 도시재생의 성공사례로 평가받는 지역이다. 장방향의 프로젝트 부지는 고밀도 주택가에 주로 일방향 통행이 이루어지는 좁은 길에 면하고, 준용해볼 만한 도시적 콘텍스트는 미약한 상황이다. 이에 라티스 빌딩의 첫인상은 솔직하게 드러낸 구조의 직교체계 덕분에 주변 환경에 질서와 신선함을 환기하는 모습으로 다가왔다. 건축물은 요새(Fortress)와 같은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밀도와 스케일을 고려한 수직적 건축 장치로 대응하여 답답하거나 폐쇄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모듈화된 구조체 프레임은 정갈한 이미지의 배경이 되고, 수직성을 강조한 오프닝과 의장적 펀칭 메탈 패널의 변주로 가로풍경을 이끌어낸다. 상징과 형태가 아닌 본질과 날것에 대한 솔직함이 주변을 정화하고 정돈(Order)한다.

요새를 구축한 골격은 내부공간으로 들어서면서 느슨한 밀도의 기둥으로 구성된 회랑(Cloister)으로 변신하며 비밀정원으로 안내한다. 주목할 부분은 공간을 삽입하는 방식에서 장방향의 협소한 볼륨을 분절하는 전략 대신 건축적 레이어를 의도적으로 같은 장방향으로 계획하여 부드럽게 공간을 필터링하고 집합화했다는 점이다. 프로그램 공간과 계단, 회랑, 테라스 그리고 안마당을 고집스럽게 일방향으로 배치함으로써 선형화(Linear)되고 연계된 공간들은 쪼개지지 않고 하나의 힘 있는 공간감을 창출해낸다. 종착역인 안마당은 평면적 접근이 아닌 2층과 1층을 관통하고 지하 선큰과 더불어 3개 층의 볼륨을 담아낸다. 정주 가능한 외부계단은 순환 동선의 연결고리이자 2층 회랑과의 관계에서 사용자의 실질적인 활기를 이끌어낸다. 비밀스러운 안마당이기도 하지만 부지 주변이 가지지 못한 활력 넘치는 새로운 다층화된 가로길이다. 실제로 건축물에 면한 동명로 14번길의 폭과도 유사하다. 건축사가 프로젝트를 대하는 태도는 매우 뚝심 있게 보인다. 규모 있는 안마당 계획을 위해 매스는 대지 경계에 맞닿는 폐쇄성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물리적으로 전면을 열어두는 공공성에 양보하지 않고 내부의 안마당에 집중한다. 노출된 직교 구조체 표현이 큰 개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지 모서리에 잘려 나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안마당의 규모를 확보하는데 전력을 다했다. 
3층의 단독주택은 1, 2층과 달리 마당을 분절요소로 삽입하며 공간을 분할하고 주거 기능을 담아낸다. 3층으로 갈수록 서서히 닫힌 입면을 구성하여 사적 영역임을 나타내고, 하늘로 열린 주거의 마당은 건축주에게 정적공간을 제공한다. 테라스는 지상의 안마당을 향해 열려 공용공간이 여전히 건축주의 소유임을 인지하게 하는 듯 보인다. 공공공간과 사적공간의 충돌은 단일화된 건축에서 느슨하게 조우하는 전략을 취한다. 주거의 내부마감만이 백색도장을 적용하여 다름을 구분 두고 있다. 

 

<라티스 빌딩> 마당 및 발코니 전경 ⓒ IDEEAA


라티스 빌딩이 보여주는 구축방식과 구조시스템의 노출, 가로풍경과 주변에 대한 질서(Order)의 제안은 솔직함을 넘어 야심찬 문법(Structure)의 적용으로 보인다. 하지만 창조된 공간들은 닫힘과 열림, 사적공간과 공적공간이라는 이분법적 문법을 탈피하고 총체로 인식된다. 건물은 외향적이면서도 내향성을 지향하고, 대립적 개념들은 상대성을 부각하기보다는 전이를 통해 동시성을 가진다. 재료는 대립적 상황을 잊어버리게 동일하거나 최소한으로 적용하고, 디테일은 단순화시켜 통일감을 이끌어낸다. 건축주가 적절한 폐쇄성을 유지하는 사적인 건축물을 요구하면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도시 속 건축이 소통과 열림이라는 주변에 대한 배려와 관계된 압박을 내재화하면서 슬기롭게 피해가고 있다.   

이 빌딩은 대중들에게 동명동 핫플레이스 ‘ST_R_UK_T’라는 이름의 카페로 알려져 있다. 건물명 라티스의 ‘격자’란 의미와 연동하여 Structure에서 착안한 이름이다. Structure는 건축에서 구조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언어학에서는 문법 또는 질서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름처럼 건물은 주변의 풍경 속에 하나의 체계로 존재하고 있으며, 서로 대립하고 있는 공간들은 변형된 이름 ‘ST_R_UK_T’처럼 문법을 탈피하고 사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의미로 남아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주고 있다. 과거 이데아키텍츠의 건축은 합리성을 담보로 정교함과 바름을 추구한다고 느꼈다. 이제는 그곳에 담대함을 덧붙이려는 욕심이 느껴진다. 앞으로 보여줄 그들의 소박한 야심들을 기대해본다.  

 

 

 

글. 송성욱 Song, Sungwook 국립순천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송성욱 국립순천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울산대학교 건축학부를 졸업하고 2004년 도미하여 미시간대 학 건축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이후 미국 SOM에서 경력을 쌓 은 뒤 LEED AP와 미국 건축사 자격을 취득했다. 2010년 귀 국하여 (주)건축사사무소 한울건축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였 으며, 현재 국립순천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표 작으로 1801K Project, Denver Union Station, 서울대학 교 체육문화교육연구동, 넥슨 강남사옥 등이 있으며 여주박물 관 여마관으로 2017 경기도 건축문화상 대상을 수상하였다.

 

swsong@sc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