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대한건축사협회 의무가입 이전과 이후 2021.7

2023. 2. 7. 09:23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건축담론 Architecture Discussion

 

편집자 註

 

2000년 대한건축사협회가 임의가입으로 전환됐다. 단일 협회로서 해당 전문자격사의 공적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2000년 중반부터 대한변리사회, 감정평가사회 등 대부분 자격단체들이 의무가입으로 전환했지만, 대한건축사협회는 2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임의가입으로 남아 있다. 임의가입제 하의 지난 21년은 타 분야와 비교해볼 때 전체적으로 건축사의 위상과 업 발전 면에서 오히려 퇴보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지 모른다. 지난 6월 28일 협회가 어렵게 마련한 의무가입 실현의 기회가 국회 법사위 제동으로 유보됐다. 의무가입을 시작으로 여러 건축개혁 작업이 추진될 수 있었지만, 그 동력이 약화될까 우려된다. 이번 국회 법사위에서 나온 발언들도 논란이다. 특히 건축사, 협회 공적 역할에 대한 왜곡된 발언은 건축사 역할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그릇된 인식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건축물의 설계, 공사감리, 건축허가 및 사용승인 시 현장조사·검사 및 확인업무 등과 같은 건축사의 업무는 당연히 공공성을 띠며, 약 1만 2,000여 명의 회원을 둔 협회도 관련 법령에 따라 여러 행정기관이 할 일을 대신하고 있다. 어려운 환경 내에서도 묵묵히 사명을 다하는 건축 사로선 실로 큰 상실감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공사현장에서 불법 자격(면허) 대여가 횡행하고, 부조리한 감리 행위 등 의 원인이 무엇이고 대처방안이 무엇인지 생각이 있다면 5분만 고민해 도 되는 일들이다. 원인을 그대로 두고 말라가는 잎사귀를 문제시하는 정책 마인드는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의 임의가입 상태에서 협회는 아 무런 실질적 권한이 없다. 권한이 없음에도 문제를 풀어보라고 하는 황 당한 상황을 이번 법사위 질의응답에서 목격한 셈이다. 이번 의무가입의 가치와 본질에 대한 건축담론을 통해 건축사의 현실은 어떠하며, 의무가입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 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03 Before and after the mandatory entry of Korea Institute Registered Architects

 

들어가며 : 의무가입의 의미와 가치
필자는 2007년부터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연구원에 재직 중이며, 건축 관련 법·제도·정책분야의 연구 활동과 협회의 업무수행 경험을 토대로 건축사의 대한건축사협회 의무가입이 갖는 의미와 가치, 그리고 향후 협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1963년 건축사법 제정 당시 건축사사무소를 등록한 건축사는 의무적으로 건축사협회의 회원이 되도록 규정되었다. 2000년에 들어서면서 관련 조항이 삭제되어 협회 의무가입이 폐지되었고 임의가입으로 변경되었다. 임의가입으로 변경된 이후, 전체 건축사의 업무현황 파악이나 체계적인 건축사 자격관리가 점차 어려워졌다. 이는 설계·감리업무 부실, 불법자격대여, 덤핑수주 등 불공정거래행위 증가, 각종 사건사고 발생 등으로 이어졌고, 결국 국민의 생명과 건축물의 안전을 위협하는 여러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들이 지적되면서, 지난해 10월 건축사의 대한건축사협회 의무가입을 골자로 한 건축사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본 법안의 취지는 건축물 안전의 중요도가 높아지는 등 건축사의 업무 경쟁력 제고가 요구됨에 따라, 건축사협회 의무가입을 통해 건축사에게 필요한 역량과 윤리의식을 함양해 건축사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현재 공익성이 우선되는 의사, 변호사, 세무사 등 타 전문자격사의 경우에는 협회 의무가입으로 관리되고 있다. 건축사와 함께 의무가입을 폐지했던 변리사, 공인노무사, 감정평가사도 협회의 공익적 기능과 자율적 규제를 확보하기 위해 의무가입으로 환원된 상태이다. 현 건축시장은 지나친 자율경쟁과 공적기능 약화로 인해 공공연하게 불공정거래가 이루어지는 등의 문제로 건축생태계의 정상화가 매우 시급한 상황이다. 따라서 건축사의 협회 의무가입을 통해 건축사 전문직 단체로서 대한건축사협회가 건축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건축사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 그리고 윤리의식 강화 등 공적기능과 자정작용을 강화시켜야 한다. 뿐만 아니라, 협회는 정부 정책에 대해 건축계의 엇갈린 의견이 아니라 합의된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공신력을 확보하고, 건축 관련 법·제도·정책 제안을 위한 다양한 의견수렴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대한민국 건축계를 선도적으로 이끌어 갈 전문직 단체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한 첫 발걸음을 떼는 시발점이 바로 건축사의 대한건축사협회 의무가입이 아닐까 생각한다.

의무가입 전 : 의무가입을 위한 협회의 노력 
지난 몇 년간 협회는 환골탈태의 각오로 헌 옷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 옷을 짓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시도건축사회 회의, 전문가 간담회, 유관단체 및 정부 간 협의 등을 추진하였다. 그 결과를 토대로 협회는 의무가입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 첫째, 입회절차를 간소화하고 효율화하였다. 협회에 입회하면 시도건축사회에 자동 소속되도록 정관을 개정하였고, 지역건축사회 가입을 자율화하였다. 둘째, 회비제도를 개선하였다. 입회비를 인하하였으며 협회에만 회비를 납부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시도 및 지역건축사회의 입회비 부과 절차와 징수 절차를 개선하였다. 셋째, 협회와 지역건축사회 간 소통하고 협력하는 체계를 구축하였다. 정관 및 협회의 지시사항에 대한 준수 의무를 강화하고 과도한 지역 회비를 개선하였으며, 불공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규정을 제정하였다. 넷째, 회원윤리의 공정성과 실효성을 강화하였다. 건축사윤리원을 설치하고 지역윤리위원회, 중앙윤리위원회, 건축사윤리위원회를 거치도록 하였다. 건축사윤리원의 과반은 건축사외 외부전문가로 구성하고, 징계요청의 객관성을 판단하기 위해 조사위원회를 운영하도록 하였다.
 
의무가입 후 : 협회의 미래 비전과 목표 설정 그리고 추진전략 수립 
그동안 협회는 의무가입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의무가입 이후 협회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이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이다. 건축사의 공익적 기능에도 불구하고, 건축사의 비윤리적 행위가 발생하고 불공정거래행위를 한 건축사에 대한 징계가 어려워지면서 건축시장 질서는 점차 붕괴되고 있다. 과잉경쟁과 열악한 업무환경, 건축인력의 일탈 등 건축계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어 건축사의 자정활동과 건강한 건축생태계의 복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여러 단체로 나눠진 건축계는 화합하지 못하고 다양한 의견수렴과 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통일된 목소리의 부재로 건축계의 입지와 업역은 날로 축소되고 있다. 그 밖에도 여러 난제가 겹치면서 건축계의 하나 된 목소리가 더욱 간절하다. 건축과 건축사에 대한 국민 인식은 저조하며 소통은 부재하고, 건축 관련 각종 사건 사고로 인한 국민피해로 건축사에 대한 신뢰도는 추락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국민에게 고품질의 건축서비스를 제공해 건축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저히 낮은 건축사의 업무대가의 개선이 시급하다. 

업무에 대한 적정대가를 받지 못하는 풍토가 개선되지 않는 한, 고품질의 건축서비스는 현실적으로 요원하다. 건축서비스산업계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복지, 건축인력 유출, 건축서비스의 품질저하, 또 다시 낮은 업무대가로 이어지는 악순환만이 지속될 뿐이다. 현재 ‘건축사보수 및 업무기준 폐지’로 민간에서는 대가기준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시장경제체제에서 건축사 업무대가를 정상화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와 발주처는 예산절감을 이유로 국토교통부가 정한 건축설계대가 요율을 지키지 않거나 추가업무 또는 각종 비용을 건축사에게 전가하는 등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고, 건축설계 및 공사감리 등 총괄조정자로서 건축사의 전문성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건축사 스스로의 자정노력도 절실하다. 적정 업무대가를 받고 수주하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제살을 깎아먹는 저가수주 및 과당경쟁 등 비윤리적 불공정거래행위를 그만두고, ‘설계비, 감리비 등 제값 받기’를 고집해야 한다. 이는 곧 건축사의 전문가적 자긍심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건축사의 의무가입 후속 실행계획은 국민, 건축계, 건축사협회 및 회원측면 등을 다양하게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건축사의 사회적 역할 강화와 책임, 건강한 건축생태계 조성, 건축문화의 발전과 협회의 효율적 운영 등을 위한 중장기적 로드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협회는 ‘협회 의무가입 관련 실행계획에 대한 연구’를 발주하였고, 그 연구결과를 토대로 미래 비전과 목표, 추진전략, 실행계획을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미래 비전은 국민에게 안전하고 품질 높은 건축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세 가지 목표를 제시하였는데, 첫째, 국민측면에서 건축사의 공적역할을 강화하고 국민 신뢰를 제고하는 것이다. 둘째, 건축계측면에서 건축시장을 정상화하고 건축계의 발전을 위한 인재양성과 정책 발굴을 위한 의견수렴과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다. 셋째, 회원을 위한 자정활동을 강화하고 회원의 업무지원 및 복지, 그리고 협회 운영을 혁신하는 것이다. 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추진전략은 다음과 같다. 국민을 위한 추진전략으로는 건축소비자보호원 운영을 통한 대국민 봉사기구 설립, 건축전문방송 및 홈페이지 구축 운영, 국민건축아카데미 운영, 사회공헌지원단 운영 등이 있다. 건축계를 위한 추진전략으로는 건축시장의 정상화, 정부와 건축계 합동 협의체 구축, 저작권보호센터 운영, 건축통계은행 설립, 건축계 연합 신문 및 대변인 제도 마련 등이 있다. 건축사협회 및 회원을 위한 추진전략으로는 회원연금제도 도입, 공정거래지원센터 운영, 회원윤리모니터링센터 상시 운영, 회원업무지원센터 운영, 회원연수원 설립 등이 있다. 
협회는 건축사의 협회 의무가입에 대비한 중장기 운영전략을 세우고 대대적인 조직개편 작업을 위해 ‘대한건축사협회 조직진단 및 조직효율화 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하였다. 본 연구용역을 통해 4차 산업혁명 등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 등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각종 추진사업의 타당성과 그에 대한 중장기 성장 구축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또한 의무가입에 대비한 효율적 조직체계 구성과 인력운영, 본 협회와 시도건축사회 간 합리적 시스템도 마련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협회 건축연구원에서는 건축시장 정상화와 건축사 업무개선을 위해 ‘건축설계업무 대가기준 개선 연구’, ‘건축사자격시험 개선연구’, ‘공정거래 모니터링센터 운영방안 연구’, ‘건축저작권 보호센터 구축 및 운영방안 연구’, ‘건축사 자격(면허) 대여 유형에 관한 연구’를 수행 중에 있다. 본 연구결과는 의무가입 후속 실행계획과 관련하여 협회가 추진하고자 하는 혁신사업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소결
척박한 건축생태계를 복원(재생)하기 위해서는 머리를 맞대고 대한민국 건축사의 뜻과 의지를 담아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으며 물러설 곳도 없다. 지금이야말로 모든 건축사가 하나 된 모습을 보여야 할 때이다. 건축사의 협회 의무가입에 대해 당초 정부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업계에서도 찬반이 엇갈렸다. 일부 단체는 강한 반대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동안 치열하게 논쟁하였고 상호 의견을 조율하며 협의하였다. 결국 정부 및 단체 간 최종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현재 국회 심사 중에 있다.

지난 몇 년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조금씩 양보하고, 더디 가더라도 끝까지 소통하며 서로의 합의점을 찾아가야 한다. ‘통합과 도약, 상생과 협력, 소통과 화합’의 시대를 열어갈 건축사로서, 자부심을 갖고 건축사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기 위한 첫걸음으로 ‘건축사의 대한건축사협회 의무가입’ 법안 통과를 기대한다. 그리고 건축사의 상상력을 창의적 건축물로 실현할 수 있는 건강한 건축생태계를 만들어갈 대한건축사협회와 건축사의 더 멋진 미래를 상상해 본다.

 

 

 

글. 김홍수 Kim, Hongsu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연구원 연구위원

 

 

김홍수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연구원

연구위원 한양대학교 대학원 건축공학과에서 건축역사이론전공으로 박 사학위를 취득하였다. 2007년부터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연구 원에 재직하며, 연구원의 운영을 총괄하면서 건축 관련 법·제 도·정책분야의 협회 내부연구를 비롯하여 국가 R&D 과제 수 행 등 다양한 연구 수행을 통해 건축서비스산업의 진흥과 건축 사의 업무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idealhum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