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8. 09:12ㆍ아티클 | Article/연재 | Series
Term@Architecture 08
Tile
architectural terms 건축용어
우리나라 건축용어 중에는 왜 그렇게 표현하는지 어원을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이 연재에서는 필자가 이해하기 어려웠거나 호기심이 크게 생겼던 표현들을 소개하고, 그 어원과 출처를 추적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과 함께 보다 적절한 표현은 무엇일지 고민하는 계기를 갖고자 합니다.
건축 마감재로 널리 사용되는 것 중에 한 가지가 타일이다. 너무 익숙한 용어여서 그럴까? 타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쉬울 것 같지만 정작 답하기가 어렵다. 답하기 어려운 이유는 영어 단어인 Tile이 국어 속에 들어와서 사용되는 외래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영어에서 타일(Tile)은 우리가 타일이라고 칭하는 바닥이나 벽 마감재를 포함하면서도 지붕재로 사용하는 기와 같은 것들까지 모두 타일(Tile)이라고 부른다. 우리의 개념보다 더 넓은 개념이다. 영어 Tile의 어원은 라틴어 테굴라(Tegula)에서 찾는데, 그 의미가 ‘덮개’ 또는 ‘덮는다’이다. 돌이나 나무, 금속처럼 물질을 칭하는 것이 아니라, 덮개 또는 덮는다는 기능과 역할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지붕을 덮는 마감재가 기와이니 기와도 Tile이고, 바닥이나 벽의 마감재로서 바탕구조를 덮는 마감재를 총칭하는 용어라 하겠다. 개념이 다르지만, 적합한 우리말이 없으니 결국 타일(Tile)을 그대로 사용하며 외래어로 굳었다.
건축 재료로서 타일의 역사는 5,000년이 넘는다고 한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타일은 이집트의 피라미드 내부에서 발굴되었는데, 기원전 3,000년경에 제작된 것으로 유약 처리된 청색의 벽면 타일이다. 타일은 이집트에서 서아시아 그리고 그리스와 로마까지 널리 사용되며 발전한다. 이런 타일들은 흙으로 만들어 굽는데, 유약을 바르면 반들반들하고 다양한 색을 표현할 수 있다. 흙으로 빚어 가마에서 구워내는 도자기 제작 과정과 같다. 무엇인가 담아내는 모양으로 만들면 도자기가 되는 것이고, 무엇인가 덮어서 가리기 위해 얇고 넓은 판 형태로 만들면 건축에서 사용하는 타일이 된다.
우리 전통건축에서는 타일과 같은 건축재료를 전(塼)이라고 한다. brick과 같은 벽돌과 tile과 같은 얇고 넓적한 붙이는 형태를 총칭한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바닥과 벽면 장식에 널리 사용되었다. 1937년 발굴된 부여 외리 문양전은 우리의 전통 타일, 즉 전(塼)이다. 우리는 고려시대까지는 입식 생활이 주류를 이루었으니 실내에서도 신을 신고 활동 했다. 아마도 이런 바닥타일이 우리가 이해하는 것보다 많이 사용되었을 것이다. 조선시대까지도 전돌이 궁이나 관청 건물의 바닥 마감으로 사용되었다. 대표적으로 경복궁 근정전의 내부 바닥에서 전(塼)을 확인 할 수 있고, 1930년대 근대한옥인 최순우 옛집에서 사용한 것을 보면 전통타일인 전(塼)이 근래까지 폭넓게 사용된 것을 알 수 있다. 우리에게 이 전(塼)이라는 용어가 있지만, 타일이라는 외래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쉽다.
타일은 도자기와 뿌리가 같다. 도자기는 도기와 자기를 합쳐서 부르는 용어다. 진흙으로 만들어 1,000℃ 안팎의 온도에서 제작하는 도기와 고령토(高嶺土, Kaoline)로 만들어 1,300℃ 안팎의 온도에서 제작하는 자기는 재료와 제작방법에서 차이가 크고 성능도 차이가 있다. 타일에서도 도자기와 같은 방식으로 도기질 타일과 자기질 타일을 구분한다. 도기질 타일은 저렴하고 가볍지만 깨지기 쉽고 흡수율이 높아 실내에서도 벽면에만 사용된다. 바닥이나 외부에 사용하면 십중팔구 깨지거나 부분부분 떨어진다. 건축 도면에서 바닥이나 외부에 도기질 타일이 지정된다면 낭패인 이유다.
근래에는 자기질 타일의 사용이 늘고 있는데, 고가의 자기질 타일을 지칭하는 용어에서 혼선이 생겼다. 포세린(porcelain) 타일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고가의 타일 제품들이 생긴 것이다. 포세린(porcelain)은 자기질을 뜻하는 영어 단어다. 자기질 타일이 포세린 타일이고, 포세린 타일이 자기질 타일인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타일 업계에서 고가의 수입 자기질 타일을 따로 구분해서 포세린 타일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물론 자기질 타일 중에서도 밀도와 강도가 뛰어나 성능이 좋은 타일들이 있다. 그렇다고 그 제품들을 구분하는 명칭으로 자기질의 영어 단어인 포세린(porcelain)을 사용하는 것은 분명 적절치 않다.
폴리싱(polishing) 타일도 적절하지 못한 표현 중 하나이다. 타일에는 광택이 있고 맨질한 표면을 가진 제품도 있고, 무광택이면서 거칠거칠한 표면을 가진 타일도 있다. 전자는 오염이 덜하고 관리가 편해 주방 벽면이나 장식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고, 후자는 욕실 바닥 등 미끄럼을 방지해야 하는 곳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폴리싱 타일은 광택이 있는 타일을 칭할 때 사용하는데, 타일 제작과 유지관리 방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붙인 부적절한 용어다. 폴리싱 polishing은 거친 면을 가공하여 광을 내는 연마(硏磨), 연마공(硏磨工), 광내기를 뜻하는 영어 표현이다. 돌, 금속, 유리나 콘크리트 등의 재료를 다룰 때 거친 표면을 갈아서 광을 내는 작업 또는 그 결과를 폴리싱이라고 한다. 그런데 광택이 있는 타일은 갈아내는 연마(硏磨) 가공을 해서 광을 내는 것이 아니라, 굽기 전에 유약을 발라 광을 낸다. 폴리싱 polishing을 하는 것이 아니다. 유약을 발라 광택을 낸 것을 뜻하는 영어 표현은 glazy이다. 광이 난다는 표현으로 glossy나 sheeny 같은 표현도 나쁘지 않다. 결과적으로 광이 나지만, polishing을 연마(硏磨) 하여 광을 내는 것이므로 광이 있는 타일에 polishing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시야를 넓혀보면, 타일처럼 다양하고 폭넓게 사용되는 건축 재료도 드물다. 건축 재료로 사용될 수 있는 모든 재료가 타일로 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흙으로 만든 세라믹 계열의 타일이 가장 일반적이어서 타일이라고 하면 세라믹계 타일을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세라믹 계열이 아닌 다른 재료로 만든 타일도 많고,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제작 업체에서는 각각 제품 이름을 붙이겠지만, 건축계에서 그 재료의 이름을 적절하게 붙이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석재는 본래 쌓아서 구축하는 재료였고, 현대에는 30mm 두께의 판재로 가공하여 매다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때 석재를 가공하고 남은 작은 덩어리를 버리지 않고 더 작고 더 얇은 형태로 가공한다. 타일처럼 붙일 수 있게 가공하는데, 이것은 석재타일이라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 벽돌도 타일로 제작되거나 가공된다. 벽돌로 제작된 것을 얇게 잘라 타일형태로 가공하여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공장에서 처음부터 타일형태로 생산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들은 모두 벽돌 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목재를 타일 형태로 가공한 것이 있다. 특히 나무껍질을 붙여서 만든 코르크의 경우 스스로 형태를 유지하는 강도를 갖추지 못하므로 얇은 타일 형태로 제작되어 내부나 외부 마감재로 붙인다. 이런 것도 재료와 형태를 복합하여 목재타일 또는 코르크 타일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유리도 타일 형태로 제작되는 재료 중 하나이다. 동전 정도의 작은 크기로 제작된 수십 개의 타일을 섬유질 망에 일정한 간격으로 고정하여 마감 면에 붙이기 편하게 만들어진다. 이것도 타일 앞에 재료 이름을 붙여 유리 타일이라고 하면 쉽고 정확하다.
바닥재로 널리 쓰이는 플라스틱과 카펫도 타일 형태로 제작된 제품이 많다. 고급 카펫은 수작업으로 만들어져 가격도 비싸고 특정 장소에 맞춤형으로 주문 생산된다. 하지만 사무실이나 숙박시설처럼 다수의 사람이 사용하고 부분부분 오염이나 마모되었을 때 보수가 수월해야 하는 곳이라면 카펫 타일을 사용한다. 일정한 크기의 타일로 제작된 카펫을 바닥에 붙여 사용하는 것이다. 플라스틱 타일도 마찬가지다. 이음새가 없이 바닥 전체를 마감하는 플라스틱 계열의 마감재가 있는데 미관상 보기 좋을 수 있지만, 시공 난이도가 높고 버려지는 재료가 생기므로 비용이 높다. 카펫과 마찬가지로 작은 크기로 제작된 플라스틱 타일은 시공 난이도가 낮아지고, 버려지는 재료도 적다. 유지관리 측면에서도 오염되거나 파손된 부분만 교체하면 되므로 매우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다. 플라스틱계 타일은 P 타일이나 데코타일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되고 있다. 특정업체의 제품명으로 등록하는 것은 모르겠지만, 건축재료를 칭하는 용어로는 플라스틱 타일 또는 플라스틱계 복합 타일이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타일은 전통적으로 오랜 기간 흙으로 만들어졌고, 아직도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 흙으로 만들어진 타일을 구태여 세라믹 계열 타일이라고 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도기질과 자기질을 구분하는 기준과 광택과 무광택 타일을 제작하는 방법을 기준으로 적절한 이름과 용어를 사용하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또한 특정 재료로 만들어진 타일의 경우 제작자나 판매자, 그리고 소비자 모두 쉽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용어를 사용하길 바란다.
처음 포세린 타일과 폴리싱 타일이라는 용어를 접하고 매우 난감했었고, 돌이나 벽돌, 카펫, 유리 등으로 만든 타일을 타일이라고 불렀을 때 상대방이 타일이라고 부르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필자에게 타일은 일정한 형태를 지칭하는 용어였고, 그에게는 세라믹계 타일만 타일로 여겨졌을 것이다.
포세린 타일과 폴리싱 타일처럼 잘못 사용되어 널리 퍼진 용어를 바로잡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새로운 재료를 개발하거나 도입할 때 적절한 용어와 이름을 사용하는 인식이 필요하겠다.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해서 후배들에게 부끄러운 선배가 될까 싶어 오늘도 조심스럽다.
글. 신민재 Shin, Minjae AnLstudio 에이앤엘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신민재 에이앤엘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한양대학교 건축공학부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Artech과 JINA에서 실무를 했다. 2011년부터 AnLstudio 건축사사 무소를 공동으로 운영하며 전시기획에서 인테리어·건축·도 시계획까지 다양한 스케일의 작업을 하고 있다. 젊은건축가상(2016, 문화체육관광부), 경기도건축문화상 특별상(2017, POP하우스), 충남건축상 최우수상(2017, 서 산동문849),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본상(2018, 양평시옷 (ㅅ)집), 서울시건축상(2019, 얇디얇은집), 한국리모델링건 축대전 특선(2020, 제이슨함갤러리) 등을 수상했다. 현재 한양대학교 겸임교수이자 서울시 공공건축가이다.
'아티클 | Article > 연재 | Ser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28회 국제건축사연맹(UIA) 총회 참관기 2021.9 (0) | 2023.02.09 |
---|---|
2021년도 미국건축사협회(AIA) 콘퍼런스‘참여하는 공동체(커뮤니티)’ 참관기 2021.9 (0) | 2023.02.09 |
북한건축 워치 06 북한의 건축시공 2021.8 (0) | 2023.02.08 |
미장센의 건축 코드 2021.8 (0) | 2023.02.08 |
2021년도 미국건축사협회(AIA) 콘퍼런스‘지속 가능한 건축 실무기술’ 참관기 2021.8 (0) | 2023.0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