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건축 워치 06 북한의 건축시공 2021.8

2023. 2. 8. 09:11아티클 | Article/연재 | Series

North Korean Architecture Watch 06
North Korea's Building Construction 

 

1. 들어가는 말 

북한의 건설공사는 뉴스 등에서 자주 등장하지만, 남북한의 경제체제의 차이 때문에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북한의 일반적인 건설공사는 지역별 건설사업소에 소속된 건설노동자에 의하여 수행된다. 대규모 공사는 각 기관과 기업 등에서 지원자를 모집하여 수행하며, 건설공사에 지원한 노동자의 급여 및 각종 부대비용을 원 소속기관이나 기업에서 부담한다. 그리고 대규모 공사 시에는 노동자를 격려하기 위하여 선전선동대의 공연이 진행되고, 어린이들이 위문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건설현장의 선전선동대(만수대 예술단). 유튜브, 북한방송 캡처


이러한 북한의 건설시스템은 건축주와 민간건설사가 공사계약을 맺어 진행하는 국내 건설시스템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이므로, 남북건설협력이 본격화되어 북한에서 건설공사를 진행하는 경우 북한건설노동자를 고용하거나 북한건설기업과 도급계약 등을 하기 위해서는 북한건설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2. 북한의 건설관련 조직 

북한의 건설조직은 ①중앙행정부처에 소속된 건설조직 ②군의 건설조직 ③사회안전성(경찰)의 건설조직 ④각 지역별 건설조직(지역별 건설총국, 건재총국 및 건설사업소) ⑤직장, 단체, 지역의 건설돌격대 ⑥청년건설 돌격대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북한의 보도에서 인민봉사총국 건설연대, 문화성 건설연대, 철도성 건설연대(北, 평양 건설사업…‘군인·경찰·수도건설단 등 총동원’, 노컷뉴스, 2011.10.17) 등의 이름이 보인다. 이러한 보도는 대부분의 북한 중앙행정부처는 건설관련 조직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군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군대식 용어인 연대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북한군에는 건설을 전문으로 하는 조직(건설사단)이 있으며, 군의 공사만이 아닌 국가 중요시설의 건설에도 동원되고 있다. 탈북자의 증언에 의하면 건설사단은 인민무력성 군사건설국 산하에 있던 건설부대로 한국의 공병대와 유사하고 하며, 여러 개의 사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연합뉴스 TV 보도를 보면 평양의 건설을 위하여 북한군에 제521 건설사단을 신규로 창설하여 파견하였다는 보도가 있는 것으로 보아 필요에 따라 확대나 축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건설광' 김정은, 이번엔 전용기 타고 건설현장 부감, 연합뉴스TV, 2015.02.15.).

그리고 남한에 많이 알려진 건설조직인 7총국, 8총국은 2017년까지 사회안전성(구 인민보안성) 소속이었다. 사회안전성은 국내의 경찰에 해당하는 업무를 담당에는 기관이나, 내부에 토목관련 건설업무를 전담하는 7총국(공병총국), 8총국(도로총국)이 있다. 7총국과 8총국은 인민보안성에 속해 있지만 유사시에는 전투에 참여하고, 평상시에는 건설에 참여하는 군대와 같은 역할을 하는 조직이라고 한다(북한 정보기구의 변천과 현황,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 국가정보연구 제11권 1호 154p~, 2018.6). 이에 따라 7총국, 8총국은 군 소속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하였다. 2017년, 사회안정성 소속의 7총국과 8총국을 인민무력부 산하로 옮겨 공병군단(7총국)과 도로건설군단(8총국)으로 개편 창설한 것으로 알려졌다(北병력 8만 늘어 128만…국방백서에 '핵탄두' 'ICBM' 첫 언급, 연합뉴스, 2017.01.11.).

 

건설사단 소속 군인들이 측량을 하는 모습. 유튜브, 북한방송 캡처

 

일반적인 건설사업은 각 지역, 단체 및 기업별 건설조직이 담당한다.  

평양에는 수도건설총국이 있으며, 수도건설총국은 수도건설위원회에 소속되어 있다. 북한에서 총국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기관은 산하의 여러 사업소와 기업소를 지도, 감독하는 기관이다. 건설총국 외에 봉사총국, 관광총국 등이 있다. 

그리고 수도건설총국과 별도로 평양건재총국이 있으며, 건재총국은 평양에 소재하는 건설자재 생산기업을 지도·감독하는 기관이다. 건재총국 산하에는 건설자재 생산 기업소가 소속되어 있으며, 공장대학에 해당하는 평양건재대학과 산하 설계연구소도 운영하고 있다(조선중앙TV 보도).

각 지방에는 도인민위원회 산하에 도건설위원회가 있으며, 위원회 산하에 도 도시설계연구소, 건설총국 및 건재총국이 소속되어 있다. 그리고 비교적 규모가 큰 시에는 인민위원회 산하에 건설사업소, 건재 총국 등이 있는 경우가 있다. 

도 건설위원회는 도내의 건설을 총괄하는 부서로 구체적 업무는 건설설계의 승인, 건설계획의 승인 등이다. 건설총국 및 건재총국은 산하의 건설과 건재생산 기업소(사업소)를 지도, 감독한다.  
실제 건설은 지역별 건설사업소, 기업 내 건설사업소, 도시경영부 산하의 사업소에서 담당한다. 건설사업소에는 건축, 전기, 기계 등의 기술자와 기능공이 배치되어 있다. 그러나 기능공이 소규모이므로 대규모 공사 시에는 지역 및 기업소에서 돌격대를 만들어, 주민과 직원을 동원하는 체계를 가지고 있다. 

돌격대는 북한의 건설시공시스템의 이해를 어렵게 하는 요소이다. 돌격대는 건설뿐만이 아니라 광산개발사업 등 국가의 대규모 사업을 위해서도 조직된다. 돌격대원은 자원(북한식 용어로는 탄원)하는 사람들을 선발하여 구성한다. 중앙부처 건설조직의 건설근로자도 돌격대원으로 구성되므로 일종의 돌격대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돌격대원의 급여, 식사 및 가설숙소 등은 대원의 원소속기관이나 기업소에서 부담한다. 돌격대가 살림집을 건설하는 경우에는 돌격대를 구성한 지역, 기관, 기업소에 기여정도에 따라 살림집이 배정되기도 하지만, 도로, 발전소 건설 등에 동원되는 경우에는 별도의 혜택은 없다. 직장 및 협동농장 돌격대는 북한의 영화나 소설 등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다. 직장 돌격대에 대해서는 북한소설 『단풍은 락엽이 아니다(리희찬, 문학예술출판사, 2016)』에 잘 나타나 있다. 

 

『단풍은 락엽이 아니다』표지.


청년돌격대는 직장돌격대와는 성격이 다르다. 국가적 대규모 건설사업(댐, 도로, 물길공사 등)을 위하여 돌격대로 지원한 청년으로 구성된다. 돌격대원은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지원한 학생들로 구성된다. 청년돌격대도 영화, 소설 등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다. 대표적인 영화로는 <청춘의 제복(1995)>, <그 처녀의 이름(2010)> 등이 있다. 청년돌격대에 의하여 건설된 건설물들은 시설물 명 앞에 청년영웅이라는 호칭이 붙는다. 청년영웅도로(평양-남포),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 금강산청년역, 혜산청년선 등이 그 사례이다. 

 

청년돌격대를 소재로 한 북한영화 <그 처녀의 이름(2010)>의 한 장면
청년돌격대를 소재로 한 북한영화 <그 처녀의 이름(2010)>의 한 장면


돌격대는 국가를 위하여 자발적으로 봉사를 하는 형태이므로 현장에서 작업을 격려하기 위한 선전선동대의 공연이 열리고, 어린 학생들이 위문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북한은 군대가 지원제이며, 군대 제대 시 많은 혜택(대학입학, 당 가입 등)이 있어, 경쟁이 높다고 한다. 출신성분이 나쁘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군대에 지원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돌격대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으며, 돌격대에서 공을 세우면 군대를 제대한 것과 같은 대학 입학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군대 복무기간이 10년인 것에 비하여 돌격대는 기간이 짧아 돌격대에 자원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금강산 관광사업을 위하여 현대아산에서 리모델링 공사를 한 금강산호텔과 외금강호텔 공사에 북한에서 청년돌격대를 투입한 사례가 있다. 



3. 시공기술과 건설장비 

북한의 건축물과 시설물은 주로 철근콘크리트조이며, 저층의 건물과 살림집은 조적조가 많다. 저층 건물의 경사지붕은 목재 트러스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공장에 철골조가 일부 적용되고 있으나, 사례는 많지 않다. 동바리와 비계는 최근 국내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통나무 동비리와 비계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2000년대 중반부터는 파이프비계를 사용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평양이나 원산 등의 철근콘크리트조 건물 공사 영상을 보면 옹벽형틀을 60㎝~1m로 설치하고, 크레인과 콘크리트 홉퍼를 사용하여 타설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거푸집을 60㎝~1m로 설치하는 것은 가설재를 적게 사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여관 개보수 시 옹벽이 60㎝정도 높이에서 끊어서 타설된 것을 볼 수 있었으며, 또 건설 중인 건물사진을 보면 옹벽을 60㎝ 높이로 끊이 타설하여 발생한 콘스트럭션 조인트를 볼 수 있다.

콘크리트는 현장비빔으로 타설하는 경우가 많지만, 평양 등에서는 레미콘 공장에서 생산한 콘크리트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뉴스동영상, 드라마, 영화를 보면 콘크리트를 현장에서 손비빔하거나 소규모 회전드럼을 이용하여 비비는 영상을 볼 수 있다. 콘크리트는 굵은 골재의 사이즈가 균일하지 않고, 잔골재의 품질도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굵은 골재를 국내에서는 깬 자갈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북한은 강자갈을 이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북한 건설시공의 가장 큰 문제점은 천리마 운동, 평양속도 등 속도전을 위주로 하여 적정 품질을 확보하기 어렵고, 노동자의 안전사고도 빈발하다는 것이다. 북한 내부에서도 품질과 관련된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여전히 단기간 내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쉽게 관행이 고쳐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건설기계의 사용은 제한적이며, 건설관련 공구도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터파기는 인력을 이용한 터파기가 많고, 운반도 단까(担架[담가], 들것의 일본식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크레인은 타워크레인도 사용하고 있으나, 북한에서 자체 생산하는 수평팔탑식 크레인과 윈치를 이용한 수동기중기를 많이 사용한다.      

북한에서는 터파기를 위한 굴삭기를 까또(일본 굴착기 메이커 kato)라고 부른다. 굴삭기,  펌프카, 아지테이터 트럭(레미콘 트럭)등 건설장비는 수량이 적어 중요한 대규모 공사에만 사용된다.   

평양의 건물사진을 보면 평지붕에 철판으로 경사지붕을 설치한 건물이 많은데, 방수에 문제가 있어 설치한 것이다. 방수에 문제가 많은 이유는 콘크리트와 방수자재의 품질이 낮고,  유지관리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원인이다.  

북한은 건설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경제적 여건으로 적정 성능의 자재, 장비 및 공구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고, 전문화된 기능공도 적어 품질확보에 어려움이 있으며, 건물의 내구성도 좋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청년돌격대를 소재로 한 북한영화 <청춘의 제복(1995)>의 한 장면
청년돌격대를 소재로 한 북한영화 <청춘의 제복(1995)>의 한 장면


4. 남북건설협력을 위한 건설산업구조 개선의 필요성

독일은 1990년 통일 후 동독지역에 인프라, 주택건설 및 도시재생을 위하여 대규모 건설사업을 시행하였으며, 통일초기 건설분야가 제조업보다 시장규모가 컸고, 고용인원도 가장 많았다고 한다. 남북통일이 되지 않더라도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북한지역에서 대규모 건설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며, 그 규모는 독일통일 초기보다 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무상으로 노동자를 동원하는 북한의 시스템으로 건설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또한 북한에서 건설공사 시 국내의 건축시공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을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생각된다.
국내 건설공사는 불법적인 재하도급, 건설근로자의 일용, 비정규직 위주 채용(2019년 건설근로자의 비정규직 비중 52.3%)으로 인하여 청년층의 건설분야 유입이 되지 않고 기능저하, 품질저하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1984년 제정), 건설근로자 고용개선을 위한 법률(1996년 제정, 1998년 시행) 등을 시행하고 있으며, 2005년부터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운영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개선은 이루지지 못하고 있다. 독일(서독)도 1960년대에 건설노동이 ‘인생의 막장’이라고 인식되고 있었으나, 산업 및 고용구조개선을 통하여 현재는 안정적인 직업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한다. 국내산업 발전만이 아니라 남북교류활성화 시 초기에 가장 많은 노동자를 고용하고, 북한경제성장을 견인할 분야라는 측면에서도 건설산업구조의 개선은 중요하며,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서는 건설업의 정규직 비중이 80%를 넘는 독일의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글. 변상욱 Byun, Sangwook

대한건축사협회 남북교류협력위원회 위원·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도라산출입사무소장·건축사·시공기술사

 

 

변상욱 건축사·건축시공기술사

1999년부터 현대아산에서 근무하면서 금강산관광지역 건 축물과 평양체육관 등 건설사업관리업무를 수행했으며, 2004년부터 2016년까지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에서 근 무하면서 개성공업지구 종합지원센터, 기술교육센터 등 건 설사업관리와 공장건축 인허가업무를 담당하였다.

 

gut1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