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1. 10:12ㆍ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Pride as an architect
꽃이 피는 시기는 햇볕도 들고, 온도도 올라갈 때 핍니다. 잎이 무성해질 때는 적당히 비도 오고 따뜻해지면서 푸른 나무와 숲을 만들어 냅니다. 어느새 봄이네... 어느새 여름이네 하는 느낌은 부지불식간 변화의 압력이 폭발하고 나타날 때입니다.
80년대 중반에 입학한 입장에서 나도 모르게 한세대동안 건축 세계에 몸 담았습니다. 처음 건축계 선배들은 건축에 대한 열망과 자부심을 토했지만, 90년 사회에 서보니 노래 가사처럼 “~이게 아닌데~”였습니다. 학교와 사회의 차이는 스스로 생활할 수 있는 경제적 자립이 요구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자부심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경제적 상황이 뒷받침 되었을 때 가능한 것입니다. 그래도 만족감 높은 직업이라 투덜거리면서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탓할 나이가 아닌, 책임져야 할 나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2018년! 격동의 시간이 흘러 모스크바 겨울보다 춥다는 겨울을 지나 봄이 왔습니다. 달력은 4월을 보여주고, 창밖의 가로수엔 새순들이 돋아납니다. 그런데 우리 건축계는 어느 시간 보다 추운 겨울을 느끼고 있습니다. 봄기운에 외투를 벗어야 하는데, 도무지 외투를 벗을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건축사들의 모임을 가보면 온통 한겨울의 차가운 업무환경을 이야기 합니다. 시장 환경 뿐만 아니라 각종 제도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옵니다.
건축문화신문에서 3월호에 각종 인증을 표로 만들었습니다. 자세히 보면 필요한 듯하지만, 집하나 짓자고 이리 복잡해야 하는지...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옵니다. SNS에서 올라오는 댓글들은 장탄식이 대부분입니다. 어디 이뿐인가요? 어느 건축주 말처럼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책인 건축설계도면을 작성하는 건축사의 노력은 평가 절하되고 있습니다. 흰 종이에 선하나 긋고 몇 백, 몇 천 받느냐고 합니다.
왠지 이 상황 기억 저편이 재방송되는 데자뷰(de ja vu)입니다. 이젠 새로워지고 도전해야 합니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피와 땀, 그리고 수많은 노력으로 성취를 가져온 것처럼, 우리 건축사들이 우리 스스로와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노력해야 합니다.
참으로 다행은 직선으로 당선된 협회장들의 노력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부나 본 협회장으로 당선되는 분들의 일성이 ‘회원을 위해서’입니다. 사실 협회가 회원들의 우산이 되어야 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일등 항해사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힘으로만 되지 않습니다. 제도를 만드는 입법기관을 설득해야 하고, 여론을 이끌어야 합니다. 현재의 건축사뿐만 아니라 미래의 건축사가 되는 후배들도 우리가 함께 해야 합니다. 환경 개선을 위해서 우리의 역량이 커져야 하고, 영향력이 커져야 합니다.
건축사라는 자부심은 그런 우리 스스로의 노력과 열망이 함께 할 때 탄생하고 커질 수 있습니다.
함께 우리 직업 ‘건축사’의 자부심을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글. 홍성용 • 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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