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담론②] 소규모 건축에 겹겹이 씌워진 규제 굴레에 대한 단상, 그리고 제언 2023.7

2023. 7. 24. 15:29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Opinions and Proposals on Excessive and Complex Regulations Imposed on Small Buildings

 

 

 

외벽마감재 및 외벽창호 관련 건축법 체계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체 주택의 수는 18,811,627호. 이 중에서 아파트는 11,948,544호로 약 63.5%를 차지하고 있다. 명실상부 대한민국은 ‘아파트 공화국’이라 불릴만하다. 그 뒤를 이어 단독주택이 14%, 다세대주택이 12%, 다가구주택이 4.2%이다.  2015년에는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이 59.91%였고, 해를 거듭할수록 아파트의 비중은 높아져 간다. 모든 주거 정책에 대한 관심과 방향은 자연스레 다수가 거주하는 곳으로 향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주택의 36.5%는 여전히 단독주택, 다가구주택, 다세대주택 등이다. 나는 관심이 집중된 곳 대신에 그 반대의 주거에 대해서 그리고, 그 주거를 건축하는 과정에서 부딪히게 되는 난제들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일조사선
일조사선은 정북(正北) 방향으로의 인접대지 경계선으로부터 띄워야 하는 일정 범위를 말한다. 2012년 이전에는 높이 8m를 기준으로 4m마다 이격거리를 구분하는 방식이었으나, 2012년부터 현재까지는 높이 9m를 기준으로 그 이하는 1.5m 이격을, 그 이상은 해당 높이의 1/2 거리만큼을 이격하게 되어 있다.

높이 9m라는 기준부터 여러 문제들이 발생한다. 이유는 대지의 건폐율에 맞춰 온전하게 구성되는 3개 층을 높이 9m 안에서 풀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단열재 두께의 증가 및 구조기준의 강화로 인해서 현재는 최대한 잘 풀어내도 주거층의 천장고는 2.2m를 넘기기 어렵다. 법령에 나온 최소한의 천장고가 2.1m이니 그보다도 반 뼘 정도가 높은 상황이다. 1층에 필로티 주차가 아닌 카페 또는 음식점 등의 근린생활시설이 들어가는 상황이라면, 그에 걸맞은 높이를 확보하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다행히 정부는 올해 초 기준 높이를 9m에서 10m로 올리는 완화 방안을 내놓았다. 일조사선 규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제시된 것은 아니지만 1m 여유 높이가 생긴다는 것은 주거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23년 7월 현재까지도 시행령 예고도 되지 않고 있고, 당장 되더라도 6개월의 유예기간, 이후 각 지자체별 조례에 반영되는 시간까지 감안한다면 빨라야 내년 상반기에 10m를 적용받는 건축물이 지어질 수 있는 현실적 여건이 마련될 것으로 본다. 시행 시기만을 기다리는 건축 관계자들의 마음을 애태우게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방화창
매년 화재가 발생하는 유형을 보면 ‘건축, 구조물’에 발생하는 화재가 다수(2022년 기준 63%)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건축물에 대한 화재예방에 대한 법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외장재의 불연·준불연 적용 그리고 방화창이다. 건축물의 외벽을 구성하는 재료는 외장재든 창호든 모두 화재 확산을 막기 쉬운 구조로 만들기 위함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재산 및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조치로 보아야 한다.

다만, 해당 법을 적용하는 대상의 범위에 서로 기준이 다르다는 점에 대해서는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건축법 제52조(건축물의 마감재료 등)」의 제2항은 ‘건축물의 외벽’에 대해서, 제4항은 ‘외벽에 설치되는 창호’에 대해 같이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시행령 제61조(건축물의 마감재료 등)에서는 건축물의 외벽 및 창호 모두 같은 적용 대상을 정하고 있는데, 우리가 살펴보고자 하는 소규모 건축물은 시행령 제2항 제3호 ‘3층 이상 또는 높이 9미터 이상인 건축물’이 해당된다. 그리고 세부기준, 대체적용 기준 및 완화기준 등을 정한 「건축물방화구조규칙」을 살펴보면 ‘건축물의 외벽’에 대해서는 화재확산방지구조의 적용 여부에 따라서 외장재의 등급을 완화 받거나, 5층 또는 높이 22m 미만 시에는 난연등급의 외장재를, 여기에 화재확산방지구조까지 더하여 적용한다면 난연등급도 없는 일반 외장재도 적용 가능하도록 하고 있어 법의 취지를 지키면서도 소규모건축물 각각의 상황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선택을 주고 있다. 반면, ‘외벽에 설치되는 창호’, 방화창에 대해서는 인접대지경계선 1.5m 이내 시 적용이 되며, (간이)스프링클러 헤드가 창호 60cm 이내 설치시 제외할 수 있도록 대체 적용기준을 두고 있다. 
 
단독주택을 설계하더라도 2층에 다락까지 계획한다면 높이 9m는 쉽게 넘어간다. 화재 확산 방지는 외벽을 통해 세대 간 또는 층간 화재가 옮겨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인데, 일률적인 높이 9m 기준은 단독주택을 포함한 소규모 건축의 대부분을 아우를 수 있는 상황이다. 1.5m의 이격기준이 있지만, 서울을 비롯한 도심지에서 한 뼘의 땅도 아쉬운 상황에서 넉넉하게 1.5m 이격을 하고 건축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방화창에 대한 적용기준도 ‘건축물의 외벽’ 자재의 기준처럼 법의 취지를 지키면서 세분화된 완화 기준이 적용되길 바란다. 높이 9m가 넘더라도 2층 이하인 경우, 건축물 용도가 단독주택인 경우 또는 3층 이상 높이 10m 이상인 경우처럼 개인이 사용하는 소규모 건축에 적용될 수 있는 범위를 따로 만들어 외장재 불연·준불연과 동일한 개념의 완화 기준을 운용하는 게 적정하다고 본다.

프로젝트 여건상 고가의 방화창 대신 (간이)스프링클러 설치를 하기로 결정하였다면, 일단 매층 또는 2개 층마다 스프링클러 패키지를 설치하기 위한 별도의 공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인허가 과정에서는 지자체 건축과마다 소방서로 협의를 보내는 경우도 있고, 자체적으로 검토하는 경우도 있다. 소방서는 소방동의대상 건축물이 아닌데도 협의가 왔으니 검토를 하지만 왜 협의가 왔는지 건축사사무소의 직접적인 설명이 필요하기도 하다. 사용승인 시점이 되면 소방서에서 나와 점검을 하지만, 이 또한 방화창을 대신하여 설치하는 스프링클러는 관련 근거가 「건축법」이기 때문에 실효성 있게 점검이 되지 않는다. 준공 이후에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한 경우라면 「화재예방법」에 따라 소방안전관리자를 선임해야 하지만, 방화창을 대신하여 스프링클러만을 설치한 소규모건축물은 특정소방대상물은 아니기 때문에 소방안전관리자에 대한 선임 근거가 없어 향후 스프링클러가 잘 작동되는지에 대한 후속 유지관리를 담보하기 어렵다.

소규모건축물 특히, 단독주택, 다가구·다세대주택 등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우에도 법적인 테두리에서 일조권을 누려야 하고, 화재예방을 위한 조치 등을 준수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지속 강화되고 있는 규제 일변도의 정책으로 인해, 소규모건축물에 전달되는 여파가 상당하다. 규모나 용도에 따라 세심하게 관리 및 운용되지 못한 제도는 역으로 많은 부작용과 또 다른 편법을 낳기 마련이다. 올바른 법규와 기준에 따라 하나의 건축물이 잘 지어지고 관리되는 것은 건축물 자체의 품위를 올리는 동시에, 도시를 역동적이며 활기 넘치게 만드는 중요한 바탕이 될 것으로 믿는다.

 

 

 

 

 

글. 조장희 Jo, Janghee (주)제이와이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조장희  건축사 · (주)제이와이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한양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POSCO A&C에서 실무를 쌓았다. 2012년 제이와이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하여 공동대표로 재직 중이다. 사무소 개소 1년 후 2013년 문화관광부 제6회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했다. 하나의 ‘건축적 지향점’보다는 하나의 ‘건축 집단으로서의 지향점’을 추구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관점과 차이가 늘 시도되기를 바라며, 그로부터 건축의 흥미로운 가능성들을 모색하고자 한다. 건축은 만드는 이에게도, 그리고 이를 이용하는 이에게도 모두 흥미로워야 한다고 믿는다. 동시에, 건축은 처해있는 다양한 물리적, 사회적, 기능적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건축의 기본’에 주목하고자 한다.

jyarchitect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