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비평] 레이키푸이스토, 가족숙박시설에서 미술관으로 2023.7

2023. 7. 24. 15:07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Architecture Criticism Leikkipuisto, from family lodging facility to an art gallery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한 가족숙박시설
건축사사무소가 수행하는 업무는 복잡한 작업이지만, 작업 진행 프로세스는 결과물과 관계없이 많은 변화 없이 수행된다. 대지가 정해지면 대지분석이 이어지고, 사례 조사를 통해 전체적인 프로그램을 정한 후, 매스스터디와 평입단의 지속적인 연구와 스터디로 최종 건축물을 완성한다. 이 단계에서 가장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사례 조사를 통한 프로그램일 것이다. 사례 조사를 통해 용도에 맞는 프로그램의 방향이 정해지면, 여기에 부분적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끼워 넣는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창조하기보다는 기존 사례 분석을 통해서 검증된 건축물의 구성을 갖게 한다. 그래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창출하기란 매우 어렵고 드문 일이다. 그러나 이 드문 일을 숙고해 완성해도 건축물에 적용하기까지 끝이 없는 설득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 어려운 일이다.
레이키푸이스토는 이런 길을 개척했고, 훌륭하게 제시하고 있다. 처음 평면을 이해하려 했을 때는 익숙하지 않은 프로그램으로 인해 눈에 바로 들어오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1층의 용도가 명확하지 않은 넓은 디귿(ㄷ)자 공간에 수많은 계단과 주방들이 배치되어 있고, 객실들을 복층구조로 쌓아 올렸다.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은 땅콩주택, 공동주택에서나 볼 수 있고, 홀과 연계된 프로그램은 너무 생소하다. 하지만 건축사는 어린이와 같이 여행하는 가족들에게 독립적이고, 안전하며, 이용이 편리한 공간을 이런 프로그램 구성으로 제안했고, 그 결과물은 매우 만족스럽다. 계단실을 최소한으로 하여 실들을 복도로 연결하는 가로평면구성이 합리적이라고 배워왔던 우리에게는 이런 제안과 설득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지만, 건축사는 레이키푸이스토에서 이를 충분히 휼륭하게 구현했다.

이중외피구조로 덧댄 아케이드
건축물의 이미지를 떠올리자면 당연 이중외피구조의 아케이드이다. 프로그램의 구성이 생소한 일반인이라면 너무나 강력한 이미지로 다가오고,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있는 이중외피 아케이드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다. 이중 외피구조의 건축적인 효율성을 굳이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레이키푸이스토에서 차용한 이 구조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위계 있는 무게감을 더해준다. 이 이중외피 아케이드는 자연스러우면서도 아케이드가 늘 우리에게 주는 고귀함은 그대로 반영되어 전체 공간에 놓인다. 반복된 열주에서 우리가 느끼는 경외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통된 감동이다. 이 감동 뒤로 깨끗한 커튼월과 가족여행 생활의 레이어가 놓인다. 그 앞에 놓인 이중외피구조의 레이어는 자연스럽게 여행객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커튼월에서 해결하기 힘든 차양도 이뤄진다. 재료 또한 매끈한 콘크리트 면으로 정리돼 감동을 배로 만들어 주고 있다. 마치 고건축물의 중심에 서 있는 듯한 감동이다.

수영장, 수공간(중정)으로 제안하다
디귿(ㄷ)자형의 이중외피 아케이드 가운데 수영장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이건 수영장이라고 하기보다는 건축물과 일체화되어 있는 수공간에 가깝다. 필요에 의해, 또는 숙박객들을 위해 수영장을 만든 게 아니라 작가가 레이키푸이스토와 가장 어울리는 수공간을 제안한 것이다. 아케이드와 수공간은 지금까지의 건축에서는 상징적이고 기념적인 건축물에 차용되어 왔다. 이 두 건축요소가 합쳐지면 숙연한 공간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서 레이키푸이스토는 형태적으로나 미적으로는 미술관에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건축사는 과감하게 숙박시설의 프로그램을 바꾸면서 우리에게 건축물의 형태도 파격적으로 제안한다. 숙연한 공간에 시끄러운 숙박객을 맞이하는 것이다. 그것도 어린이 숙박객을 동반한 가족 숙박객을 주 고객으로 삼고 있다.

제안에 충실한 건축
앞에서 말했듯이 건축사는 작품을 만들며 수없이 제안하지만, 이것이 실제화되기는 매우 어렵고 드문 일이다. 하지만 건축사사무소 호반석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구조와 질서라는 건축의 본질에 다시 해석하고 집중함으로써 기존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까다로운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성시켰다. 건축사가 이런 여러 가지 도전을 하나의 건축물에서 적용한건 아마도 기존 사용자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공간에서, 가족들이 그간 함께하지 못한 경험을 담을 수 있는 필드를 제안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글. 김순민 Kim, Soonmin 건축사사무소 도화지

 

 

 

 

김순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도화지

 

경기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gsak) 졸업 후 휴다임, 토문건축에서 근무했다. 2015년 개인작업을 위해 독립 후 2020년부터 건축사사무소 도화지를 운영하고 있다.
졸업논문의 주제인 flow form을 통한 디지털건축과 다이어그램 건축을 일상에 적용하는 방법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고 박흥서 교수의 건축방법론인 『형상과 비형상』의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kujed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