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15. 10:54ㆍ아티클 | Article/인터뷰 | Interview
“An architect is a professional who implements ‘architecture’ as a social public good to... Help support for a better work environment”
지난 3월 권영걸 위원장이 국가건축정책위원장으로 취임하며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이하 국건위)가 새롭게 거듭났다. 제7기 국건위는 자연친화적인 국토환경, 건강한 생태도시 구현을 목적으로 ‘공원같은 나라, 정원같은 도시’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스마트 기술을 기반으로 도시의 쾌적성을 높여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한다. 국가와 사회의 과제를 건축공간적 해법으로 풀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국가상징공간 조성, ESG+Art 기반 선진 생태도시 모델 제시, ICT 융·복합 기반 ‘한국형 건축도시’ 개발, 지방소멸에 대응한 도시건축 사업 추진 등 네 가지 중핵과제를 설정,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지난 7월 28일 권영걸 위원장을 직접 만나 정책 방향을 물어봤다.
한편 권영걸 위원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8월 3일부터 협회 의무가입제도가 도입된 것을 축하드린다. 이를 계기로 건축계 의견을 하나로 모으고, 건축사들의 직업윤리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건축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축사들의 직업적 권위가 보호되고 스스로 국가 디자이너이자 신문명 디자이너라는 시각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제반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며 “협회가 그런 길을 인도할 수 있는 역할을 해주시길 바란다. 국건위도 열심히 돕겠다”고 밝혔다.
Q 새롭게 출범한 제7기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도시 건축의 비전으로 내세우는 ‘공원같은 나라, 정원같은 도시’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우리나라는 전쟁 후 70년 동안 눈부시게 발전했고, 짧은 기간에 가파른 경제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성장제일주의 시대를 거치며 그 후과로 사회경제적 격차와 소외, 갈등과 분열, 양극화와 같은 부작용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시·건축 분야의 정책 패러다임이 치유와 소통, 화해와 통합의 방향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제7기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이하 국건위)는 이를 ‘그린(Green)’으로 풀어내고자 하며, ‘공원같은 나라, 정원같은 도시’ 슬로건을 통해 우리가 공유하는 가치와 비전을 정책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이는 자연친화적인 국토환경과 건강한 생태도시를 구현함으로써 국민의 삶의 품질을 높이고 도시공간의 어메니티(amenity)를 증진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정원이나 공원을 많이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정원이나 공원이 갖고 있는 형태성을 끌어들여 지속 가능한 생태환경을 도시의 기본으로 삼겠다는 취지입니다.
‘공원같은 나라, 정원같은 도시’라는 이상이 실현되면 균형발전을 통해 우리 사회가 직면한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의 문제, 경제적·문화적 격차의 문제, 기후변화 대응과 같은 현안들이 서서히 풀릴 것입니다. 이러한 어젠다(의제)들은 지금까지 정치적 이슈로만 제기돼 왔는데, 앞으로는 국건위가 나서서 국민 삶의 기반이 되는 도시건축환경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합니다.
저는 이러한 이념적 토양을 ‘녹지민주주의(Green Democracy)’라 부릅니다. 도시건축에서 미학적 수준과 생태적 관점을 도외시해온 그동안의 반문명적 풍토를 반성하고, 녹지민주주의로 국민들의 ‘녹지 향유권’을 확대해 나간다면 국민 행복은 점진적으로 증진될 것입니다. 전국의 도시와 마을 공동체의 생태 환경적 인프라가 구축되어 녹지민주주의의 기반이 조성되면,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안전한 녹지환경에서 거주하고, 일하고, 놀 수 있는 국민 행복공간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이는 대도시 중심적 시각에서 벗어나, 녹지를 충분히 가지고 있는 지방이 중심적인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Q 건축문화 진흥과 확산에 중점을 두던 기존과 달리, 국가와 사회의 과제들을 건축공간적 해법으로 풀어나가는 실질적 정책 싱크탱크로 전환하겠다는 포부를 밝히신 바 있는데요. 국건위에서 맡고 있는, 용산공원과 같은 국가적 상징 공간 비전 제시 등의 관련 계획과 추진 내용 설명 부탁드립니다.
아시다시피, 최근 용산공원 일대는 국가적 상징공간의 핵심 지역으로 부상했습니다. 대통령실이 이전함에 따라, 청와대나 광화문 같은 서울의 구도심 지역을 넘어 용산 일대의 도시적 맥락과 기능, 가치가 크게 변했습니다.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는 명목적, 상징적, 실제적 지위를 가진 존재이기에, 대통령실과 인접한 용산공원, 그리고 그 주변 지역과 서울역에서 한강에 이르는 거리는 필연적으로 대한민국의 상징공간으로 재탄생합니다. 지금은 청와대에서 시작해서 용산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현충원까지 연결될 수도 있는 남북축의 도시공간을 재편해야 할 시점입니다.
국가적 상징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은 일부 정부부처나 기관 단위의 사업일 수 없고, 개별 지자체의 역량만으로도 계획과 추진에 한계가 있습니다. 개별 사업을 하나로 엮어낼 수 있는 통합·조정된 계획을 수립해 일관된 방향으로 사업이 추진되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국가건축정책의 조정자 역할을 하는 국건위가 중심이 되어 국토교통부, 서울특별시와 협력하고, 건축·도시 전문가를 모아 국가상징공간의 개념과 기본방향을 정립하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관련 정부 부처와 협력해 세부적인 전략과 사업계획을 수립해 나가겠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많은 단체와 전문가들이 용산공원과 그 일대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진행해왔지만, 그 성과들이 원활히 공유되거나 연계되지 못했습니다. 국건위는 우선 이러한 성과들을 분석·종합해 실질적인 자료로 전환하는 작업을 하고자 합니다.
국건위는 지난 15년간 대통령 소속 위원회로 기능하면서, 간사 부처인 국토교통부를 비롯해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그리고 서울특별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한 논의를 할 수 있는 체제와 조건이 완비되어 있습니다. 국가상징공간 조성이라는 역사적 과제에 임해, 관계 기관과 학·협회 전문가들과의 논의를 거쳐, 계획의 개요를 국민에게 제시하고 동의를 얻어내는 과정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겠습니다.
Q. 범 정부 부처와 협력해 국가적인 문제나 사안에 대해 건축공간적 해법과 비전을 제시하는 기구로서 국가상징공간 조성, 기후변화 대응, K-건축 K-도시 수출, ICT융·복합 도시건축, 지방소멸 대응 등에 대한 국건위의 대응방안은 무엇인가요?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역점을 두고 있는 중핵 과제는 크게 4가지로 분류됩니다. 첫 번째는 국가를 상징하는 대표적 공간, 다시 말해 국가상징공간을 조성하는 일입니다. 세계의 모든 위대한 도시는 위대한 건축물과 거리, 공원과 녹지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도시 또한 용산국가공원을 시작으로 그간의 반문명적, 반생태적 개발 풍토를 반성하고 녹지민주주의를 꽃피워야 합니다. 이제 전 국민이 일상에서 녹지를 즐길 수 있는 녹지 향유권을 확대하고, 기존의 회색 인프라를 생태적 그린 인프라로 재구축하는 일에 동참해야 합니다.
두 번째 과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Art 기반 선진 생태도시 모델의 제시입니다. 이는 첫 번째 과제와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급변하는 기후에 대응할 수 있는 도시환경을 위한 가이드라인과 도시 모델을 제시하고, 목조도시, 목조건축, 친환경 건축의 보급과 확산을 유도하기 위해 사례 조사와 관련 법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정책과제는 ICT 융복합 기반의 ‘한국형 건축도시’ 즉, K-도시 K-건축의 건설과 수출모델 개발입니다. 이는 한국의 첨단 ICT 산업과 디지털기술을 도시와 만나게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 수출할 수 있는 건축모델, 건축소재, 건축생산시스템을 개발하고, 정책적 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우리나라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자율주행, 드론, 센싱, 스마트 물류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기술들이 융합되어 국민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테스트 베드가 곧 도시입니다. 국건위는 미래지향적 도시체계를 제시하고 K-도시·건축으로 브랜드화하여, 대한민국이 미래 도시개발을 선도하는 국가로 거듭나게 하고자 합니다. 또 전쟁이나 자연재해를 겪은 우크라이나, 터키 등 국가에서 도시 재건이 필요한 경우, 현 정부 주도로 K-도시, K-건축모델 수출을 시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지방소멸에 대응하는 도시건축 사업 추진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인구감소, 지방소멸이라는 절박한 과제를 되레 기회 요소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겠습니다. 국민의 약 93%가 이미 도시지역에 거주하는 현실을 감안하면서, 지방 소도시의 공간적 질은 높이되 기반시설을 압축적으로 재배치하는 ‘스마트그린 콤팩트시티’ 전략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소도시의 각종 인프라와 상권, 행정기능, 인구를 압축적으로 재배치한다면, 시민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품질을 높여 자생적인 도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이미 소멸 과정에 접어든 지역의 폐교, 공가(空家)나 유휴공간은 지역 여건에 따라 환경생태복원, 신재생에너지 생산, 농업관광, 도시민 휴양, 문화예술 창작, 귀농·귀촌 인력수용 등 다양한 용도로 재활용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국건위는 관계 정부부처와 협의해 ‘스마트그린 콤팩트시티’ 정책을 검토하고, 시범 도시 모형개발과 조성방법을 전국 지자체에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4개의 중핵 과제를 중심으로 국가건축정책의 방향을 다듬고, 탄소중립, 지속 가능한 산업 육성과 같은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대한민국 건축도시 분야의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하겠습니다. 현재 이와 같은 네 개 분과로 담당 위원이 나뉘어져 있고, 위원마다 각각의 정책과제를 맡고 있으며, 매달 전체 위원이 모여 합계토론하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국건위는 범부처 정책 조정자 역할을 하는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개별 부처만으로는 다루기 힘든 융·복합적 정책 과제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정부 부처 간 협업을 시작으로 중앙정부와 지자체, 나아가 민·관·산·학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혁신적인 건축·도시 정책을 제안하는 등 점차 역할을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Q 현재 건축물의 구조·방화·피난 등의 기준 확보를 위한 법적 규율이 지나치게 엄격해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국가는 예측하기 힘든 기후변화나 돌발적인 사회현상에 상시 대비해야 합니다. 건축 설계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대개 건축물의 구조, 방화, 피난에 대한 법적 규제가 지나치다고 말씀하시는데,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국가의 입장에서는 그 기준을 양보하거나 완화하기 쉽지 않을 듯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국가가 법·제도적으로 사전대비책을 세우고, 행정, 재정적으로 사후 대응책을 마련한다 해도, 건축물의 구조, 방화, 피난을 계획하고 시공·관리하는 것은 전문가의 몫입니다.
그런데 최근 아파트의 부실공사나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를 보면, 국민에게 전문가의 역량을 믿어달라고 하는 말이 무색해집니다. 이 같은 일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건축계 내부의 철저한 자기반성과 책임의식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또 이러한 일들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건축 기획 단계에서부터 설계와 시공, 유지·관리의 전 과정에서 당사자 간에 확실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현재는 건축주와 건축사, 공무원, 시공자 간 도면을 통한 의사소통에 다소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안전 문제의 주요 원인이 도면에 있다고 보이는데, 도면이 주로 인허가 취득에 맞추어 작성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 불편한 얘기가 되겠지만, 시공을 위한 도면 작성이 제대로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설계도면에 대한 책임의식이 있어야 건축사의 사회적 역량과 권위가 커지게 될 것입니다.
Q 대한건축사협회가 역점 추진 중인 공공 및 민간분야 건축사 업무대가 일원화에 대한 견해를 말씀해 주신다면?
건축사는 도시·건축의 구축에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전문가입니다. 업무대가에 관한 문제는 대한건축사협회와 국건위가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함께 논의해야 할 사항입니다. 실제 업무량에 비해 설계비가 부족하게 책정되는 현실에 건축사들이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0여 년 전에 비해 에너지 효율 문제, 배리어 프리 문제, 지진 대비 안전문제 등 훨씬 많은 일을 하면서 설계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니 어려운 사정이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러나 설계비 등 업무대가 문제는 직업에 대한 자의식과 후속 세대의 직업 선택과도 연관되어 있고, 무엇보다도 건축의 질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일이기에 보다 깊은 논의가 필요합니다.
요즘 우리나라 건축의 화두는 단연 ‘안전’입니다. 건축공사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 국가와 민간 저마다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안전한 건축공사 환경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은 합리적이고 안전한 건축물을 위한 법·제도를 마련하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안전한 건축공사 환경을 이루기 위한 민간의 역할은 국가가 마련한 법·제도의 실천과 안전한 환경을 위해 수반되는 비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입니다. 국가가 제정한 법·제도와 국민들의 사회적 합의는 서로 맞물려 있는 톱니바퀴 같은 상생 관계입니다.
건축물의 생애주기 중 설계는 건축물의 태생을 결정하는 계획이며, 건축인허가를 통해서 건축물의 탄생 여부가 결정됩니다. 건축설계는 공공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분야로 그 자체로서 공공재적 성격을 갖는데, 그 사회 공공재인 건축을 구현하는 전문가가 곧 건축사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저희 국건위도 안전하고 합리적인 건축물의 탄생과 건축사들의 보다 나은 업무환경을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경제규모에 비해 우리나라의 건축 규제나 업무환경이 선진국에 비해 갈 길이 멀고 건축사에 대한 신뢰 수준도 낮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우리 건축산업의 정상화를 위해 시급히 다루어야할 과제는 무엇이 있을까요?
독일이나 이탈리아는 건축 인허가 시 체크리스트를 사용해 매우 간소한 정량적 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별도의 전담센터인 개발서비스센터를 통해 건축사 등 전문가들이 수요자에게 상담, 질의, 정보제공 등 신속한 행정 처리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도의 바탕에는 건축사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깊은 신뢰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건축사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 배경에는 국가의 제도적 지원 부족도 있지만, 건축사들 간의 치킨게임식 수주 경쟁, 그에 따른 1인 기업이나 한계기업의 증가, 협업의 주체나 마스터로서의 흔들리는 지위, 하나 된 목소리 부족, 건축사라는 직의 권능과 직능에 대한 대국민 홍보 부족 등 내부의 다양한 원인도 있을 것입니다. 신뢰 확보의 문제 해결을 위해 현실적으로 시급한 대안은 건축사들의 일치된 자정 노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행히 대한건축사협회가 석정훈 회장님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불공정과 비리 척결을 위해 노력하고 계시니 많은 기대를 하게 됩니다.
건축산업 정상화를 위해서는 소규모 건축사사무소가 겪는 인력난이나 행정업무 부담과 같은 애로사항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건축사협회든 국가 차원에서든 작은 건축사사무소들을 위한 공동 행정지원센터를 만들어서 그들이 특화된 창의적인 설계를 집중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행정을 위한 절차나 단순 반복적인 일은 대폭 줄여주고 행정지원센터에서 공유공간처럼 공유행정처리 시스템을 구축했으면 합니다.
최근 자료를 보니 올해 5월 25일 기준으로 등록된 건축사 수가 18,389명으로 지난해보다 483명 줄어드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만큼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건축사사무소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실무 수련자가 20,201명으로, 결국 건축사 1명에 수련자가 1.1명도 안 되는 상황이니 소규모 건축사사무소의 힘든 처지를 알 수 있습니다. 대형 건축사사무소를 제외하면 사실상 많은 설계사무소가 건축사 1인이 운영하고 있다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도시·건축을 만들어내는 동력이 그만큼 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현상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도시·건축을 실질적으로 산출하는 고급인력이 줄어들지 않고, 우수한 인력이 공유 행정지원을 받아 창의적 설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장기적인 면에서 그 어떤 정책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더불어 대한건축사협회 회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건축물은 인간이 거주하는 제2의 자연입니다. 이는 인간과 자연 사이의 인터페이스이자, 그 양자를 보호하는 토대가 됩니다. 건축사는 그 토대를 완성하는 계획 및 설계 전문가입니다. 사실 저는 건축을 건조물이라는 물리적 실체로만 보지 않고, 하나의 국가와 민족을 지탱하는 인스티튜션(institution)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존재해 온 제도, 관습, 규범을 성립시키는 물질 형식인 거지요. 그래서 건축은 곧 국민이자 국가라는 생각마저 하게 됩니다. 인류 문명사를 돌아보면 결국 수백 수천 년 전의 시대상을 조망할 수 있는 증거가 건축 외에는 거의 없지 않습니까?
따라서 오늘날의 건축사들이 스스로 국가 디자이너이자 신문명 디자이너라는 시각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제반 환경이 조성되어야 합니다. 건축사들의 직업적 권위는 보호되어야 하고, 직능은 존중되어야 하며, 그들의 창의성은 지원되어야 합니다. 한편 건축사 스스로는 물리적 공간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좀 더 넓은 시야로 역사와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염려하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한건축사협회가 그러한 여정에서 향도(嚮導) 역할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저희 국건위도 열심히 돕겠습니다.
권영걸 Kwon, Younggull 제7기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
대담 박정연 편집국장
글 육혜민 기자
사진 장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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