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적의 구조·공법·재료를 활용하고 고민해 좋은 건축 창작하길” 김종성 건축사 2023.12

2023. 12. 30. 10:45아티클 | Article/인터뷰 | Interview

“Think hard and create good architecture through use of best available structure, building technique and material”

 

 

 

 

 

건축물이 과거·현재·미래로 연결되도록 방법론적 고민 필요
디자인과 기술의 합리적인 조화와 추구 ‘김종성 건축상’에 담아
“건축적 지식 활용해 건축 창작하는 게 건축사의 사명”

 

1세대 한국 아키텍트인 김종성 선생은 논리적이고 모던한 건축 미학을 지향해왔다. 그는 서울 힐튼호텔 설계를 비롯해 서울역사박물관, 종로 SK 빌딩, 경주 우양 미술관 등을 설계하며 한국 건축의 모더니즘의 진화를 이끌었다. 구조·비례·재료를 통한 건축미학을 추구해 온 김종성 선생이 최근 ‘로마네스크 건축’에 관한 다섯 번째 포토에세이 영국 편을 출간했다. 2020년 첫 번째 시리즈를 발간한 뒤로 꾸준히 이어온 작업을 완성했다. 앞서 그는 독일·벨기에 편을 시작으로, 스페인·포르투갈, 이탈리아·크로아티아, 프랑스 편을 출간했다. 그가 원초적인 건축 미학을 대표하는 로마네스크 건축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뭘까. 김종성 선생을 만나 건축 철학과 지향에 대해 들어봤다.

 

“제가 설계하는 건물은 지금도 모더니즘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는 건축입니다. 건축이 지닌 아름다움의 원천은 세기를 초월해 공통 요소가 있다고 봅니다. 그중에서도 10세기부터 시작해 11세기에 개화한 로마네스크 건축을 답사하며 건축 아름다움의 본질을 체험하고 정신적 정화를 경험해왔습니다. 서울에서 종묘를 찾고,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예산 수덕사 대웅전, 구례 화엄사 각황전을 찾아 한나절 머무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그는 지난 20여 년간 유럽의 로마네스크 건축을 탐구했다. 또한 로마네크 건축을 다루는 웹사이트인 ‘Via Lucis’의 기고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로마네스크 건축은 건축의 원형적인 구법인 볼트(vault)로 구성되는 건축입니다. 그래서 시대적 상황과 건축 장인의 역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다양성을 품고 있습니다. 제가 책에 담고자 한 것은 로마네스크 건축의 공간 요소들이 어떻게 융합하는가를 조명하기 위해서입니다.”

로마네스크 건축에 대한 탐닉은 변화의 속도가 빠른 작금의 상황에 생각의 여지를 던진다. 이는 한 건축사의 작품이 미래의 시간과 연결될 수 있는 방법론적 고민이 필요한 시기와 맞물린다. 현대 건축유산인 남산 힐튼 호텔의 보존과 개발을 놓고 여러 의견이 오간 것도 이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건축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방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오두막, 움막 등은 주거를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비바람을 막아주는 주거의 기능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반면 학교, 병원, 집회 시설, 전시장 같은 공간은 기능에 맞는 새로운 구조 기법을 적용해야 합니다. 그래서 장 스팬 구조, 경량화된 외피 마감재 같은 21세기의 기술, 공법, 건축자재를 적절하게 구사해야 합니다. 남산 힐튼 호텔을 보존과 개발도 비슷하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현재의 알루미늄 커튼월로 구성된 타워 매스를 보존해 아파트나 오피스텔로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일입니다. 주거용도의 증가가 어렵다면 오피스텔로 개조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브론즈 구조재, 트래버틴 바닥, 녹색 대리석, 오크 패널링으로 마감된 18미터 높이로 구성된 로비 아트리움 공간의 보존입니다. 이 공간을 현재 폐쇄된 남·북쪽 천장을 개방해 신축 건물과 연결하고, 서쪽 방향과 서울스퀘어를 적극 연결하는 방안입니다.”

그는 두 가지 요소를 보존하면서 현재 호텔 용도의 건물에 새로운 내부 기능을 넣어 도시적 면모를 새롭게 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시대의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요소와 이를 위한 기술 등 복합적인 고민이 더해진 제안이다.

디자인과 기술의 합리적인 조화와 추구는 그의 이름을 딴 ‘김종성 건축상’으로도 이어진다. 2010년부터 시행된 ‘김종성 건축상’은 디자인에 적용한 테크놀로지(Technology)가 창의적이고 건축적 완성도가 뛰어난 건축물을 선정하고 이를 만든 아키텍트에게 상을 수여한다. ㈜건축사사무소 한울건축의 이성관 건축사, ㈜조호 건축사사무소 이정훈 건축사, 원오원아키텍트 최욱 대표, ㈜황두진 건축사사무소의 황두진 건축사가 수상한 바 있다.

“테크놀로지(Technology)는 구조, 마감자재, 냉난방, 조명, 에너지 소모를 망라해 건물을 지어내는데 구사되는 기술을 모두 포함합니다. 때문에 19세기에도 활용되던 철근 콘크리트로 골조가 구성되는 건축 작품이라도, 다른 구성요소, 예를 들자면 외피가 테크놀로지를 창의적으로 구사한 건축이면 김종성 건축상의 수상작 후보로 진지하게 검토됩니다.”

건축 환경의 변화가 큰 만큼 현시대를 1세대 건축사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김종성 선생은 후배 건축사에게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지금 우리 사회의 건축적 현주소는 제가 처음 건축계에 발을 디딘 1960년대와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전하고 싶은 말은 건축주의 예산을 감안해 설계 과제를 진행하면서도 최적의 구조, 공법, 재료를 활용하고 고민해 좋은 건축을 창작하라는 것입니다. 미술사가 니콜라우스 펩스너(Sir Nikolaus Pevsner)의 말을 인용해 한 마디를 덧붙이고자 합니다. 그는 자전거 창고를 ‘건물’로, 링컨 대성당을 ‘건축’으로 정의했습니다. 자신이 가진 건축적 지식을 활용해 건축을 창작하는 게 건축사의 사명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글 조아라 기자

사진 장영호 기자

 


 

 

1.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대성당

 

Santiago de Compostela 대성당 - 서쪽 정면
Santiago de Compostela 대성당 - 남쪽 외관

 

Santiago de Compostela 대성당 평면
Santiago de Compostela 대성당 - 네이브 전경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대성당은 중세 스페인인 카스틸레-레온(Castile-Leon) 왕국의 알폰소 6세 시기 건축이 시작됐다. 11세기경부터 시작된 대성당의 초기 건축은 1077년에 완성됐다. 이후 추가적인 건축이 이어져 알폰소 10세 집정 시기인 1211년 봉헌됐다. 
성당의 전면부인 석공들의 광장에서 보이는 성당의 외관은 스페인의 바로크 양식인 추리게레스코(Churrigueresco)로 지어진 서쪽 정면이다.<사진 1> 로마네스크 건축 양식은 남쪽 트랜셉트의 정면부에 남아 있다.<사진 2> 라틴 십자형 평면 형태로<사진 3> 건축된 이 성당은 디자인이나 건축 기법에서 프랑스식의 로마네스크 양식을 따른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이 성당은 1세기 경 예루살렘에서 갈리시아로 옮겨진 뒤 방치되던 사도 야곱의 지하 묘지를 9세기 경 캄푸스 스텔라(Campus Stellae·들판의 별)가 발견했다는 전설이 있다. 더불어 가톨릭 신자들의 대표적인 순례지 중 한 곳이다. 갈색을 띤 베이지색 화강암으로 지어진 네이브(nave, 교회당 건축에서 좌우 측랑 사이에 끼인 중심부)의 전경이 일품인 곳이다.<사진 4> 미국의 건축사가인 케네스 코넌트(Kenneth John Conant)는 이 성당의 네이브를 보고 이런 말을 남겼다. 
“중세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조화로운 네이브의 빛과 그림자 안에서 오랜 세월 순례자들의 숭배의 대상이었던 대 제단을 바라보는 건 고귀한 순간이다.”

 

 

 

2.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킹스 칼리지 성당(King’s College Chapel)

 

Cambridge 대학교 King&rsquo;s College Chapel 천장 fan vault 모습
Cambridge 대학교 King&rsquo;s College Chapel 성가대석 나무세공
Cambridge 대학교 King&rsquo;s College Chapel 남쪽 입면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킹스 칼리지는 1441년에 설립 이후 킹스 칼리지 성당 (King’s College Chapel) 공사를 시작했다. 헨리 6세가 심혈을 기울인 이 성당은 킹스 칼리지 내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며 케임브리지 시 전체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축물이다. 더불어 영국 고딕 건축의 최종 단계인 퍼펜디큘러 스타일(Perpendicular style)의 마지막 걸작으로 꼽힌다.
성당 내부는 베이와 베이 사이를 부드럽게 덮는 부채 모양의 팬 볼트(fan vault)로 구성됐다.<사진 5> 또한 루드 스크린(rood screen)이 있다. 루드 스크린은 네이브와 성단소를 구획하고 오르간을 지지하는 대형 목재 개방 칸막이다. 1532년부터 1536년 사이에 건립된 루드 스크린은 초기 르네상스 공예의 훌륭한 사례다.<사진 6> 건축사가 니콜라우스 펩스너는 이 스크린을 두고 ‘영국에 남아 있는 가장 훌륭한 이탈리아 공예작품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성당의 측면은 12 베이의 창으로 구성됐다. 각각의 베이는 위로 가면서 계단식으로 좁아지는 피어(pier)로 구획된 게 특징이다. 높은 창은 모두 스테인드글라스로 채워졌으며, 계단식 피어들과 스테인드글라스 창 벽의 리드미컬한 엇갈림이 성당 측면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사진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