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 31. 10:50ㆍ아티클 | Article/인터뷰 | Interview
Starting May, the term ‘cultural property’ will be changed to ‘national heritage’ which is used throughout the world. “As the policy paradigm shifts, we hope to spread the excellence of our heritage to the world.”
문화재청은 12월 8월 ‘국가유산 미래비전’을 발표하며, 올해 5월부터 우리나라 ‘문화재’ 시스템을 ‘국가유산’으로 바꾼다고 밝혔다. 1962년 제정된 기존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체제를 국가유산 체제로 전환하는 것으로, ‘과거 유물’이나 ‘재화’라는 느낌이 강했던 문화재 용어 대신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국제 기준인 ‘유산( 遺産·Heritage)’ 개념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문화재청’이라는 기관 명칭도 작년 5월 제정된 ‘국가유산기본법’에 따라 ‘국가유산청’으로 바뀐다. 문화재청은 본재와의 인터뷰를 통해 올해 하반기 가칭 ‘국가유산산업 육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을 발의해 관련 산업을 육성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최근 대한건축사협회와 근현대건축문화유산 보전과 교육과정 연구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문화재청 최응천 청장으로부터 ‘국가유산(國家遺産)’ 관련 법과 제도 정비를 포함한 추진계획에 대해 들었다.
Q 새해는 문화재 체제가 국가유산 체제로 바뀌는 큰 변화가 있는 해입니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고, 이 일이 가지는 의미를 설명해 주신다면.
작년 5월 국가유산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국가유산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법령 제·개정 ▲미래비전 수립 ▲국가유산 관련 정보정비 ▲홍보 및 대외협력의 틀에서 체제 전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체제 전환의 핵심은 문화유산의 당위적인 보존에서 국민과 함께 국가유산을 향유·진흥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되는 것입니다. 정책대상이 문화유산과 지정유산 중심에서 무형·자연유산 및 역사문화자원까지 확장되고, 국가유산을 지역 성장의 핵심자원으로 활용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공간적으로 점·면에 국한되었던 정책영역이 주변 경관, 사람까지 고려하는 권역으로 넓어지며, 지방과 민간이 주도하는 국가유산 정책이 점차 많아질 것입니다.
Q 국가유산기본법은 기본원칙으로 다양한 가치 창출을 도모할 것을 제시하고 있고, 특히 산업 육성을 국가와 지자체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문화재청의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
국가유산 보존정책에 따른 다양한 수리기술의 발전과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시작된 활용사업의 확장에 힘입어, 국가유산 분야에서도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의 공급·수요가 활발해지게 되었고, 산업적 규모가 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최근 유네스코 등 국제기구도 국가유산의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정책방향으로 지역경제 발전 등 경제적 관점을 제시하고 있고, EU도 국가유산을 경제성장, 고용을 위한 자원으로 인식하는 추세입니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도 국가유산 체제에서 산업육성 추진기반을 우선적으로 구축하고자 합니다. ‘국가유산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가칭)’ 제정을 위해 법안을 만들고 있으며,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 발의하는 것을 검토 중에 있습니다. 국가유산산업 개념 정의, 전문인력 양성, 연구개발, 창업·유통·금융 지원, 전담기관 지정 등 규정을 마련하는 내용입니다.
이러한 제도를 토대로, 산업생태계 구축을 위해 창업기업을 공모·발굴하여 초기 생존 자금을 지원하고, 우수 업체에 대해서는 시상, 홍보 콘텐츠 제작 지원과 경영환경 개선 등을 추진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으며, 중기적으로는 산업전을 국가유산별 또는 권역별로 다양화해서 일자리 연계, 기술시연과 수출의 장으로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보존·수리기술 등의 연구에만 그치지 않고, 연구 성과가 실제 사업화까지 이루어지도록 연구기획 단계부터 연구개발, 시제품 제작, 사업화, 판로개척 등 단계별로 점차 지원하여, 국가유산분야의 산업 육성을 통해 경제 발전에 기여하겠습니다.
Q 법 정비, 제도 정비 등 작업이 만만치 않았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신다면요.
국가유산 체제 전환을 위해 5월 17일 법 시행일까지 추진해야 할 과제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기존의 ‘문화재보호법’을 중심으로 한 체제로는 정책범위를 스스로 국한시키는 한계가 있어서 반드시 변화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지정문화재는 보호구역과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이 설정되어 있지만, 도심 환경·개발과 조화되지 못하는 일이 생깁니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규제를 개선하고, 필요한 구역에는 역사문화공간을 조성하여 문화재청도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과거의 문화재 분류체계는 자연물과 사람도 문화재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개념적으로도 맞지 않고, 유네스코 세계유산 협약의 자연유산을 포괄하지 못해 세계유산 등재 확대 등 국제교류·세계화 확대 추세에 대응하려면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을 높여야 합니다.
Q ‘국가유산청’ 출범시 조직 명칭 변화와 더불어 꼭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십시오.
‘문화재’에서 ‘국가유산’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국가유산기본법’ 제정에 맞춰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조직변화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첫째, 국보·보물 등 유형 문화유산의 보존에 중점을 둔 현 체계에서 벗어나, 문화유산-자연유산-무형유산 모두를 통합적으로 보존하는 체계로 전환할 것입니다.
최근 유네스코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유산의 유형적 가치만을 보존하는 것이 아닌, 유산의 유·무형 가치는 물론, 주민 참여 등 사회경제적 가치까지 통합적으로 보존하는 정책으로 변화 중입니다.
이 같은 정책추세에 맞춰 ▲한복, 김치, 전통놀이 등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상징하고 공동체 결속을 강화시키는 무형유산과 ▲아름다운 명승, 천연기념물, 전통조경 등 자연유산에 대한 발굴, 조사, 보존 및 활용 정책기능을 수행할 인력과 조직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둘째, 지역소멸·인구감소 등 정책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규제중심에서 벗어나 활용·협력 중심 정책을 추진하는 조직으로 변화하겠습니다.
이미 EU는 2020년 ‘유럽의 날’을 선언하며 ‘지역쇠퇴’, ‘세대갈등’, ‘저성장 지속’ 등 우리도 동일하게 겪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유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일본은 국가유산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하여 지방상생의 초석으로 활용하는 2017년 관광 비전 실현 프로그램을 발표해 추진중입니다.
우리 역시 국가유산이 지역발전의 걸림돌이 아닌 지역발전 자원으로 새롭게 거듭나도록 하기 위해 ▲국가유산의 보존과 국토개발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협력하는 기능을 강화해 국민 불편을 줄이고, ▲ 국가유산을 지역의 교육·관광·판매·제조업 등과 연계할 수 있는 역사문화자원으로 개발하는 기능을 확대하여 새 일자리 창출과 주민소득 증대에 기여하겠습니다.
Q 대한건축사협회와의 업무협약을 계기로 구체적인 협력방안 또는 이를 위한 사업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주요협력내용은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기반(인프라) 공유, 전통건축과 현대건축의 조화와 발전을 위한 연구·학술활동, 문화재청과 대한건축사협회 간의 정기적인 업무협의와 협력방안 논의를 위한 ‘헤리티지위원회’ 구성과 운영 등입니다.
현재는 대한건축사협회에서 2012년부터 꾸준히 추진해온 ‘한옥설계 전문인력 양성교육’에 고건축 강좌를 신설하여 고건축 전문가 인력풀을 공유함으로써 인적 교류의 물꼬를 트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며, 구체적인 협력과제는 향후 대한건축사협회에서 ‘헤리티지위원회’가 구성되면 문화재청 담당과장이 위원으로 참여하여 정기적인 만남을 이어가면서 발굴해 나갈 계획입니다.
Q 최근 광화문 금색 글자 현판, 월대가 100년만에 제모습을 찾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복원 과정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경복궁 복원은 고종 대 중건을 기준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광화문 현판 역시 같은 시기 사료를 근거로 복원하여 경복궁 전체 복원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光化門)은 경복(景福), 즉 큰 복이 ‘빛이 되어 백성에게 퍼져 나간다’는 민본사상을 엿볼 수 있으며 조선시대 사상이 현판(광화문의 이름)에 상징적으로 표현됩니다.
2010년 광화문 현판 재제작 계획을 발표한 이래, ‘경복궁 영건일기’에서 광화문 현판이 흑질금자(검정 바탕에 금색 글자)라는 기록이 확인되면서 옛 모습 복원이 추진됐습니다. 2018년부터 5년간 전문가 고증을 거쳐 현판이 제작됐고, 작년 10월 12일 기존 현판 철거 후 복원 현판이 설치됐습니다.
월대는 의례 등을 행할 수 있도록 특히 높고 넓게 쌓은 건물의 기단입니다. 주로 의례와 행사, 외교와 위민·소통의 무대 등으로 활용되었습니다. 광화문의 격을 높여주었으며, 궁궐과 백성을 연결해주는 기능을 했습니다. 임진왜란 때 불탄 경복궁을 1867년 중건하면서 광화문 일대도 재조성됐는데 이후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바 있습니다.
발굴 조사 결과, 월대 전체 규모는 남북 길이 48.7미터, 동서 폭 29.7미터. 광화문 중앙문과 이어지는 너비 약 7미터 어도의 자취가 확인됐습니다. 2018년부터 월대 복원 사업을 시작해 작년 10월 공사를 완료했습니다.
Q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여러 규제가 생겨나 이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추진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엇이 있는지요.
국가유산을 개발로부터 지켜야하는 것은 문화재청의 당연한 숙명이지만, 시대에 따라 정책방향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성장우선 시대에는 개발로부터의 안전한 보호가 최우선 과제였지만, 지금은 새로운 보존 정책이 필요하며 문화재청도 이 변화를 정책에 충실히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켜야 할 국가유산은 확실히 보호하고, 그렇지 않은 곳은 합리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제도개선을 추진하는 내용입니다.
보존원칙의 가장 뚜렷한 변화는 최근 문화재청이 추진하는 관련 법률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첫째,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대한 규제범위 조정과 규제강도 완화입니다. 둘째, 불합리한 규제절차를 개선하고 지자체장의 위임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입니다. 셋째, 문화재 지역 또는 주변지역의 정주환경을 개선하고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역사문화경관 개선하는 근거를 위한 문화유산법 개정입니다.
Q 마지막으로 대한건축사협회 회원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한건축사협회는 오늘날 쾌적한 도시와 건축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건축 분야의 최고 전문가 단체입니다. 국내외에서 다양한 행사를 통해 건축 신기술 정보를 교류하고 건축사들의 기술수준을 높이기 위해 힘쓰며, 인재를 선발하여 장학금을 수여하는 등 미래를 위한 투자에도 열심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문화재청은 조상들의 삶의 지혜가 깃들어 있는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여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고, 그 가치를 국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나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두 기관이 협력과 교류를 약속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을 계기로 다양한 연구와 학술활동을 통해 전통건축과 현대건축의 조화로운 발전과 인재 양성을 위해 협력하고, 선조들의 우수한 건축문화가 국민들의 생활 속에서 오래도록 계승되기를 기대합니다.
인터뷰 최응천 Choi, Eungchon 문화재청 청장
글 장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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