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삶_울창한 수목으로 둘러싸인 그림 같은 풍경 속, 별빛 내리는 집에서 함께 꾸려가는 삶 2024.2

2024. 3. 8. 10:30아티클 | Article/인터뷰 | Interview

Architecture and Life_A life together in A House In the Starlight, enjoying picturesque scenery embowered in trees

 

 

 

지난 1월 10일, <남양주 ‘풍경을 담은 집, 풍경 속에 담긴 집’_이상민 건축사(에스엠엑스엘 건축사사무소)>에 1년째 거주하고 있는 건축주 윤용재(좌)·박소정(우) 부부를 만났다.

 

결혼한 지 이제 1년 두 달여가 막 지난 신혼부부가 있다. 이들은 시작부터 남들과는 조금 다른 선택을 결심했다. 바로 직접 지은 집에서 신혼살림을 꾸려가기로 한 것. 건축주 부부인 윤용재 씨와 박소정 씨는 남양주에서 자라 남양주에 터를 잡고 각기 자영업을 운영 중이다. 둘은 대학 재학 당시 만나 10년여의 연애 끝에 2022년 11월 19일 식을 올리고 부부의 연을 맺었다. 그렇게 계속 살아온 남양주에서 앞으로 함께 삶을 그려가기로 했다.

마침 두 부부가 신혼집을 알아보던 시기는 전셋값이 한창 높을 때였다. 남편인 윤용재 씨는 본가인 인근의 단독주택에 줄곧 거주해왔기에, 조부께서 물려주신 땅에 새로운 집을 짓겠다는 결심은 어렵지 않았다. “계속 전원주택에서 살아오다 보니 먼 곳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졌어요. 또 오래된 본가를 새로 짓기 위해 반년에서 1년 정도 아파트에 살아봤는데, 층간 소음도 그렇고 기존에 거주 밀집 지역과 동떨어진 곳에서 살다 보니 주변의 시선이 조금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내 집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직접 집을 짓기로 결심했습니다.”

반면 아내인 박소정 씨의 생각은 달랐다. “저는 오히려 아파트가 사생활 보호가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남양주에 신도시가 많이 개발되다 보니 아무래도 신도시 쪽을 선호했으나, 한편으로는 어릴 적부터 남몰래 꿈꿔온 전원주택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고심 끝에 부부는 신혼집을 짓기로 결심했다.

 

 


# 로망과 현실 사이

“대부분 토목사무소에서 연결해 주는 곳과 작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평생 살 생각으로 짓는 집이니까… 그렇게 하면 정말 많이 후회할 것 같았어요.” 윤용재 씨는 지인을 통해 소개받아 사무소의 포트폴리오를 확인한 후 에스엠엑스엘 건축사사무소와 연을 맺었다. 10여 년 전 본가를 리모델링할 당시에도 이상민 건축사가 일부 참여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그렇게 산지 중턱의 땅에 세워질 집의 밑그림을 그려나갔다.
“처음 건축사님을 만날 땐 아무 생각 없이 갔어요. 집을 어떤 모양으로 지었으면 좋겠는지조차 깊게 생각하지 않은 채로요.” 가볍게 방문한 첫 미팅에서 원하는 집을 생각해 오라는 숙제를 받았다. “저희가 로망만 이야기하니까, 건축사님이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셨죠. 그 안에서 우리가 원하는 로망과 현실적인 부분을 타협하는, 협의점을 찾는 과정이 있었어요.” 핀터레스트와 같은 이미지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취향에 맞는 이미지를 골라 보내면, 가능한 범위에서 설계안에 반영하는 식이었다. 직접 만나지 못할 때는 메신저 어플을 통해 수시로 이야기를 나눴다. 텍스트로 설명이 어려울 때는 바로 통화로 이어졌다.

“아무래도 남양주 이쪽이 별이 좀 많아요. 그래서 다락(2층) 쪽에 창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고, 다락 침대 바로 위쪽에 창문이 생기면서 저희만의 로망을 좀 담을 수 있었어요.” 그렇게 소정 씨의 로망 중 하나인 별빛 보이는 창이 실현됐다.

이런 식으로 부부가 원하는 요소가 하나하나 반영됐다. 편안한 느낌. 답답하지 않은 높은 층고. 트인 느낌이지만 밖에서는 가려지는, 사생활은 보호되는 집. 이를 위해 바깥의 시선을 차단하기 위한 낮은 담장도 만들어졌다.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관리 측면에서의 편리함이다. 잔디밭으로 계획했던 마당이 폴리싱한 콘크리트 데크로 변경된 것도 그래서다. 부부는 편리를 위해 단층집을 원했지만, 미래의 자녀 계획까지 고려한 세 개의 방을 한 층에 모두 담아내기에는 공간들이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단층처럼 보이는 집의 세모난 지붕 속에 숨긴, 편의상 다락이라 칭하는, 실제로는 층고 높은 2층에 별빛 쏟아지는 방이 자리하게 됐다.

 



# 소통으로 완성된 ‘풍경을 담은 집, 풍경 속에 담긴 집’

 

건축주 인터뷰가 진행된 부엌과 연결된 거실. 남쪽으로 열린 창을 통해 수려한 풍경을 내다볼 수 있다.


거듭된 소통과 잦은 방문, 세세한 현장 진행 과정 전달을 통해 부부는 완공되기 전부터 집에 대한 애정을 한층 더 키워나갔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용재 씨의 본가에 임시로 함께 거주하며 집이 완성되는 과정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건축사님도 자주 방문하며 섬세하게 신경써주셔서, 그런 열정을 보면서 여기서 삶을 더 잘 꾸려나가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던 것 같다”는 게 소정 씨의 설명이다.

그렇게 완성된 집은 형태적인 원형으로서 기하학적인 면에서 삼각형과 사각형의 규칙이 있으며, 뛰어난 공간 구성과 디테일하고 깔끔한 마감이 돋보인다. 그중에서도 부부가 공통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곳은 거실이다. 부엌과 연결된 공간이기도 하다 보니 거실에서 밥을 먹고, 소파에서 쉬는 것을 낙으로 여긴다. 탁 트인 느낌을 좋아하는 용재 씨는 거실에서 창을 통해 트인 밖을 보는 것이 좋다고. 소정 씨는 굳이 카페를 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 또한 장점으로 꼽는다. “층고가 높다 보니 노래를 틀면 소리가 울리면서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해서, 음악을 틀고 쉬어요. 굳이 카페를 가지 않아도 집에서 밖의 풍경을 보고 힐링하면서 티타임을 갖고 있어요.”

또 다른 포인트는 2층을 통해 나갈 수 있는 옥상 마당이다. 옥상에 위치해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자유로우면서도 편안한 휴식 공간으로 기능한다. 벽면에 뚫린, 말 그대로 자연을 담은 프레임은 전면의 울창한 수목을 가림막 없이 그대로 담아낸다. 나무와 산이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동양화 같다. 지난해 2월 새로 지은 신혼집에 입주한 부부는 봄부터 가을까지, 옥상 마당의 창 앞에 테이블을 두고 종종 티타임을 즐겼다.

그리고, 신혼집에서 1년을 거주한 소정 씨의 생각도 집을 짓기 전과는 달라졌다. 
“아무래도 건축사님이 저희의 희망 사항을 너무 잘 들어주셔서, 그렇게 함께 이야기를 나눴던 부분들을 살면서 실제로 겪으니 계속해서 좋아지는 것 같아요. 1년 거주했지만 이제는 아파트에 못 가겠어요. 살다 보니까 이제 아파트가 좀 답답하더라고요. 공간에 창이 많다 보니까, 사계절마다 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집이 산과 나무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눈이 오면 눈이 쌓이는 대로 좋고, 봄이 오고 또 여름이 되면 바깥이 다 초록색으로 뒤덮여요. 그래서 작년에는 내부를 조금 더 신경 썼다면, 이제 올해는 바깥의 조경에 조금 더 신경 쓰려고 해요.”

옥상 마당(테라스)의 열린 창을 통해 사계절 다른 풍경과 마주한다.

 



# 집과 계속해서 가까워지는 중

 


“성인이다 보니 어느 정도의 불편함보다는 살면서 집에 맞춰져 가는 느낌이에요. 단, 미래의 얘기지만 만약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면 마당에 아이를 위한 안전 부분을 더 신경 써야겠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괜찮아요.”
불편한 공간이 있냐는 질문에 관한 소정 씨의 답변이다. 소정 씨는 웃으며 이렇게 덧붙였다. “이미 저희의 집이고, 만약 불편해도 어쩌겠어요?” 물론 아파트와 달리 처음 거주하는 전원 속 단독주택의 삶에 당황스러웠던 적도 있었다. 바로 여름에 등장하는 온갖 벌레들. 하지만 이젠 그마저도 바로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졌다. 새도 많고, 가끔 고라니도 보이는 자연친화적인 곳이라 그런지 딱따구리에 외벽을 습격당해 분노한 웃지 못할 사건도 있었다. 딱따구리가 하얀 색을 좋아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부부에게 이 집이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소정 씨는 이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신혼집이다 보니까 저희 둘의 시작을 알리는 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도 많은 일들이 일어나겠지만, 사실 결혼의 시작으로 신혼집을 주택으로 짓기는 어렵잖아요. 어딘가에 입주하는 거면 몰라도 처음부터 집을 짓고 시작하는 경우는 적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둘만의 특별한 의미가 담긴 집이라고 생각해요.”

용재 씨도 바로 동의하면서 덤덤히 덧붙였다. “처음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관여하고 지켜봤기 때문에 당연히 애정을 가질 수밖에 없고, 그런 집에서 같이 신혼 생활을 시작하니까 같이 만들었다는 느낌이 강해요.”

단독주택이다 보니 주변 잡초 관리 등 일부 신경 써야 할 부분들도 있지만, 집을 둘러싼 울창한 수목과 탁 트인 풍경을 볼 때의 즐거움에 비하면 그 정도는 감수할 만하다. 따뜻한 집 안에 누워 감상하는, 쏟아지는 별빛도 한몫한다.

설계 과정의 소통도 원활했고, 애정을 갖고 갈수록 더 집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부부. 이들은 1년 동안 신혼집과 친숙해졌고, 앞으로도 애정을 갖고 이 집에서 함께 시간을 쌓아갈 예정이다.

 

건축주 인터뷰가 진행된 부엌. 앞의 거실과 연결돼 있다.

 

 

 

건축주 윤용재·박소정 Yoon, Yongjae·Park, Sojeong

대담 박정연 편집국장

육혜민 기자

사진 장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