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4. 16:37ㆍ아티클 | Article/에디터스레터 | Editor's Letter
Architectural design is a creative knowledge industry, not a manufacturing and distribution industry
경영의 구루(guru, 전문가 혹은 권위자) 피터 드러커는 ‘기존 노동에 기반한 제조업에서 지식에 기반한 생산성 혁신으로의 이동’을 21세기 지식산업으로 정의했다. 그는 정보화, IT의 급격한 진보에 따른 생산성 극대화에 주목했다. 생산성 극대화는 직접 노동 생산성 극대화뿐만 아니라 부가된 새로운 기능 개선을 요구했다.
지식사회, 지식산업은 좀 더 확장되며 오늘날 ‘4차 산업혁명’으로 명명되고 있다. 사회의 변화는 당연히 새로운 산업군을 만들어 냈고 관련 법 역시 정비되었다. 국내 산업 관련 법령의 정의를 보면, ‘지식산업’이란 창의적 정신활동에 의하여 고부가가치 지식서비스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되어 있다.
다소 장황한 사회경제적 배경을 언급한 이유는 우리 건축사들의 업역이 매우 미묘하기 때문이다. 건축사의 업무, 즉 건축 설계는 상상에 기반한 창의적 대안을 제시하고 각종 제한을 극복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다. 글이나 말이 아닌 설계도로 기호화된 그림으로 제시한다. 일의 과정을 보면 ‘창의적 발상, 다양한 지식과 경험, 입체적 대안 모델 제시 능력, 그림을 그리는 능력’으로, 전형적인 지식기반 업무다. 즉 실시설계 이전 과정이 건축사 업무의 핵심 역량이다. 건축사들의 경쟁 도구가 바로 이 부분이다. 흔히 기획 또는 계획으로 말하는 부분인데, 동일한 대지에서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넘어서 창조를 하는 것이 건축사의 핵심업무인 것이다.
우리는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가장 헐값에, 때로는 무료로 업무를 제공한다. 그러니 가격을 노동력 투입 계산 가능한 제조단계로 풀어서 비용을 산출한다. 건축의 핵심 부가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다. 만약 그런 부가가치를 인정한다 해도 무슨 근거로, 어떻게 가격을 결정해야 하는가? 건축사가 그리는 하루 도면 양? 도면을 그리는 투입시간? 그렇다면 개인화된 지식과 경험은? 다양한 디자인 제안 능력은? 사실 측정이 불가한 부분이 더 많다. 시장자본주의를 선택한 우리나라에서 대가는 중요한 요소다. 건축사의 매출은 설계대가인데, 인건비 산출방식으론 뭔가 찜찜하다.
결국 발주처와 건축사의 협상력에 의할 수밖에 없다. OECD 선진국 상당수가 그렇다. 바로 이점에서 건축사의 윤리와 책임의 범위와 능력을 정의해야 한다. 이런 이해 부족은 책임을 덜 지기 위해 가격을 낮추는 묘법을 사용한다. 그중 하나가 설계 외주화다. 설계의 외주화는 자세히 보면 건축사들이 원했다기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수익이 확보되지 않기에 차선으로 택한 방식이다. 건설사 주도의 아파트 설계시장에서 등장한 설계의 외주화는 건축사 업무를 익명화시키고 있다. 물론 책임지는 건축사가 존재하지만, 월마트의 원가절감 전략을 건축에도 적용하는 것이다. 설계 외주화가 과연 세계 어느 나라에서 진행되는지 의문이다. 건설사가 진행하는 시공도서 작성은 시공사들의 필요에 의한 행위로 유럽이나 일본 등의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고, 우리도 일정 규모 이상은 법제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원작자인 건축사의 작품을 구현하면서 동시에 건설사들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건설사의 수단이다.
본질적으로 하나의 건축에 대해 완전한 책임을 지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건축사가 책임지는 건축이 되어야 한다. 무기명과 익명의 건축이 다수인 대한민국 건축 시장을 이대로 두면 머리 없는 근육질 몸뚱어리만 남는다. 건축설계는 원가 절감이 우선인 제조유통업이 아니다.
건축사들이 본업에 대해 심각히 고민해야 하고, 국가와 사회는 이를 함께 의논해야 한다.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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