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개조는 서울의 아시아 도시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전제다 2022.11

2022. 11. 11. 16:14아티클 | Article/에디터스레터 | Editor's Letter

Yongsan redevelopment is an essential prerequisite for Seoul to secure competitiveness as an Asian city

 

도시에서 건축은 나 홀로 잘나서는 안 된다. 당장 이웃한 건축과 어우러질 고민을 해야 하고, 더 나아가 지역과 장소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그런 고민이 확장되면 도시에 대한 시각도 갖게 된다. 현대 건축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수많은 건축사들은 도시에 대한 고민과 방향을 제시했다. 르 꼬르뷔지에나 루이스 칸, 오스카 니마이어 등 수많은 이들이 도시와 건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왔다. 그런데 매우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급성장을 통해 도시가 만들어진 경우가 있었음에도 건축사들의 참여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이론이 아닌 실제화된 수많은 결과들을 봐도 그렇다.
오늘날 도시는 전통적 관점에서의 거주자들의 생활 거처에 대한 의미만 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국가경쟁력을 이끄는 주체로, 다양한 가치 인프라의 집합체로 등장하고 있다. 30분 도시니 15분 도시니 하는 이면을 보면 거주자의 정주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대응이기도 하지만, 이로 인한 생산성 향상으로 도시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2009년 『스페이스 마케팅 시티』라는 책을 통해서 우리나라 대표 도시 서울의 경쟁력을 언급한 적이 있다. 여러 문제가 있음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의 경제적 인문적 가치가 가장 앞선다. 하지만 이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끝없는 혁신이 필요하다. 실제 서울은 조선왕조시대에서 현대 산업국가로 바뀌는 과정 속에서 변신을 거듭해 왔다. 도시가 재정비되고, 장소의 가치가 바뀌고, 기능이 세분화되어 적용되었다. 도시의 영역을 확장해 다양한 거점지역을 만들어갔다. 교통 인프라를 재구축하고, 도시의 기능을 끊임없이 재설정하는 혁신을 거듭해왔다. 그 결과 서울은 우리나라의 대표 도시로 국가경쟁력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여전히 유효한가 하는 점이다. 2022년, 물리적 도시 확장은 쉽지 않다. 확장이 어렵다면 기존 공간을 효율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1960~1970년대에는 중요하지 않았던 도시의 기능들인 휴식과 즐거운 공간들의 기능이 부각되고 반영돼야 한다. 기존 도시에서 비효율적이거나 장애가 되는 요소들을 찾아내고 개선해야 한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역 경부철도 노선이다.
서울이 성장하면서 외곽의 서울역은 중심이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아이러니하게 가장 노후화된 열악한 지역으로 남아 있다. 경부철도선은 서울의 확장 속에서 도시 한가운데를 가로막은 장애물이 되어 버렸다. 경부철도처럼 도시 내 시설로 성장을 방해하듯 자리를 차지한 용산 미군 부대는 이제 공원으로 남겨져 새로운 도심 허파 기능을 담당하려 한다. 물론 21세기 보행도시에서 슈퍼울트라 사이즈의 공원이 필요한지는 의문이고, 이에 대한 생각은 다른 기회에 말하고 싶다.
각설하고, 서울의 경쟁력에 가장 큰 장애물인 경부철도에 대한 극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수많은 사례들이 있다. 보스턴의 도심을 소외시켰던 항구지역의 슬럼화를 극복한 빅딕(Big Dig)사업이 존재한다. 거대한 공원과 부지를 만들어 도시의 효용성을 높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파리는 경부철도 같은 철도를 지하화 한 리브고슈(Rive Gauche) 사업으로 다양한 주거 업무시설들을 확보해 도시를 재구성했다. 용산 정비창을 새로운 도시성장 거점으로 만드는 사업과 동시에, 또는 선행되어야 할 경부철도 개조 전략인 것이다.

도시경쟁력의 핵심 중 하나는 도시 자유도이다. 아시아에서 서울만큼 도시 자유도를 확보한 대표도시는 없다. 홍콩이나 싱가포르, 상하이는 불가능하고 도쿄는 느리다. 국가와 서울이 먼저 전면에 나서야 한다. 건축사들은 당연히 이런 정책 담론에 참여하고, 이를 선도해야 한다.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