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미래를 건설하는 목조건축 2025.1

2025. 1. 31. 11:00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Building a new future with timber framing

 

 

 

“산림, 목재, 건축 분야 협력 강화 필요
성능 표준화와 재정적 인센티브 마련하고 
지속 가능한 목재 활용 촉진해야

 

인간은 살아있는 생태계의 일부로, 지구 생태계는 수백만 년 동안 다양한 생물들과의 순환을 통해 공존해 왔다. 이러한 생태계가 이루는 순환 경제에서는 과잉 탄소 배출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대 건축은 생산, 소비, 폐기까지 직선형 구조를 따르는 선형 경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이는 지구 생태계의 순환 궤도에서 벗어난 경제 구조라 할 수 있다. 특히, 현대 건축 자재의 대부분은 재생 불가능하고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자재로, 일회성으로 폐기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건물의 건설, 사용, 철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과 폐기물 발생량이 크게 증가하며, 건설 환경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7%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온실가스 배출원이 되고 있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핵심 경로 중 하나는 순환 경제로의 전환이다. 그동안 건설 부문에서는 탈탄소화를 위해 주로 난방, 냉방, 조명 등에서 발생하는 ‘운영 탄소’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 왔다. 그러나 시멘트, 강철, 알루미늄과 같은 건축 자재의 설계, 생산, 배치 과정에서 발생하는 ‘내재 탄소’를 줄이기 위한 해결 방안에는 비교적 소홀했다. 앞으로 건축 환경은 탈탄소화를 실현하기 위해 순환성을 강화하고, 바이오 기반 생태계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바이오 기반 소재는 탄소 순환을 책임감 있게 관리함으로써 급진적인 탈탄소화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유망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소재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공급되고 관리될 경우, 대기 중 탄소 감축을 촉진할 수 있는 독특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현재 건축 재료 중 가장 확장 가능성이 높은 바이오 소재는 목재이며, 목재에 대한 수요 증가는 산림 및 농업 부산물을 새활용(up-cycling)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 시장은 탄소 격리 잠재력을 최대 70%까지 확대할 수 있는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목재의 생산 및 사용 패턴은 건축 환경에 탄소중립을 실현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를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성능 표준화, 건축법과의 통합, 산업 전반의 기술 향상, 마케팅 및 재정적 인센티브, 그리고 지속 가능한 토지 이용 기술을 위한 규제된 협력이 핵심 전제 조건으로 필요하다.

미래의 건축 재료는 건물 자체가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탄소 저장고」의 역할을 해야 한다.1) 산업혁명 이후 우리는 숲과 땅에 저장돼 있던 탄소를 대기로 방출해 왔다. 이제는 이 탄소의 상당 부분을 다시 땅속으로 돌려보내야 지구 생태계가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러한 탄소 저장고의 역할은 목조건축에 달려 있다. 목조건축은 건설 부문에서 발생한 잉여 내재탄소의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대안이다. 목재는 질량의 50%가 탄소로 구성돼 있어, 이미 탄소 배출에 대해 선불 결제가 완료된 재료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건축 자재로 사용하더라도 추가적인 내재탄소가 발생하지 않는다. 게다가 목재에 저장된 탄소는 사용 수명이 끝날 때까지 고정된 상태로 남아 있다. 이 고정 기간을 최대한 연장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목조건축이다.

 


목조건축은 자연 시스템과 도시 사이에 새로운 ‘공생 관계’를 형성하며, 현재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일본 도쿄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도시 건축 프로젝트에 실제로 목재가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국에서는 건축법의 개정, 건설 인력의 재교육, 바이오 기반 제품 부문의 확대, 혁신적인 도시 계획 수립, 그리고 광물 기반 재료 생산의 대폭적인 축소와 같은 변화가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세계경제포럼(2023.1.24.)2)에서는 목재가 글로벌 핵심 건축자재가 돼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첫째, 목조건축은 엄청난 양의 탄소를 저장하며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또한, 목재에 대한 수요가 창출됨으로써 숲의 지속 가능성을 촉진한다. 둘째, 목조건축 재료는 내구성과 내화성이 뛰어나 안정적인 구조물을 제공한다. 셋째, 시공과 운영이 용이하며, 비용 효율성이 높다. 목재는 콘크리트나 강철보다 가벼워 조립과 제작 시간이 단축되고, 건강하고 안전하며 쾌적한 작업 환경을 조성한다. 특히, 매스팀버(mass timber)는 강철과 콘크리트에 경제적으로 근접한 효율성을 보여준다. 넷째, 목조건축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 이러한 환경적·경제적 효과를 인식한 일부 국가에서는 모든 신축 건물을 목재로 짓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모든 신축 공공건물에 최소 50%의 목재 사용을 요구하고 있으며, 2025년부터 스웨덴 스톡홀름과 핀란드 헬싱키는 목조 도시를 건설할 계획이다. 또한, 암스테르담에서는 신축 주택의 20%를 목재 또는 바이오 기반 재료로 건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섯째, 목조건축은 더 건강한 생활과 작업 환경을 조성한다. 이는 사람들이 자연과의 연결을 선호하며, 생물 친화적으로 설계된 건물이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목조건축은 환경적, 경제적, 그리고 사회적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중요한 건축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워싱턴대학 탄소 리더십 포럼에서는 목재와 같은 저탄소 재료를 더 많이 사용함으로써 2~3년 내에 내재탄소를 6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3) 이러한 이유로 세계녹색건축위원회(World Green Building Council)는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의 일환으로 목조건축을 다방면에서 지원하고 있다. 위원회는 혁신적인 디자인 전략과 함께 CLT(Cross Laminated Timber)나 구조용 집성재와 같은 공학 목재 제품의 개발을 통해 목재 사용을 적극 권장하거나 의무화하고 있다.

탄소를 목조건축에 고정하는 사업은 건축 분야와 산림 분야의 지원 없이 단독으로 수행할 수 없다. 따라서 산림, 목재, 건축 분야가 협력해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 목재와 건축 간의 긴밀한 연계는 탄소중립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과 삶의 질 향상까지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는 숲, 목재, 건축의 역할을 극대화함으로써 가능한 결과이다.

특히, 우리나라 산림 부문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서 11%에 해당하는 291백만 톤CO2eq의 감축 책임을 맡고 있다. 이제 목조건축의 미래 수요를 탄소 흡수원의 확장과 도시 탄소 저장고 용량 확충과 긴밀히 연계할 필요가 있다.

 

 

 

 

 

글. 이동흡 Lee, Dong-heub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객원교수

 

 

이동흡  객원교수·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이동흡은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관으로 정년퇴임 후, 한국 목조건축협회 상근부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객원교수이다. 일본 교토대학에서 임산공학 석사와 박사를 취득했고, 국가유산청 건축분야 문화재전문위 원을 역임했으며, 국산목재이용기술협회와 목조건축정책포럼 에서 활동하고 있다.

heub257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