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7. 31. 11:45ㆍ아티클 | Article/인터뷰 | Interview
“We think about creating a new architectural landscape with continuity with the region.”
SANAA, 2010년 프리츠커상·2025 RIBA 골드메달 수상
빛·공간 활용, 사용자 경험 극대화 한 설계
생성과 소멸, 건축의 라이프 사이클까지 고민 넓혀
“서울과 도쿄는 비슷한 점이 있지만 다른 점도 있습니다. 지형의 굴곡이라든가 가로수의 종류도 다릅니다. 특히 건축물에 쓰인 재료와 그 재료를 사용하는 방식 등이 저에게는 다르게 보입니다. 아마도 반도와 섬이라는 지형적 특성에서 비롯된 영향도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 문화적, 지형적 요소들이 쌓여 한국과 일본의 건축적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2010년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카즈요 세지마(Kazuyo Sejima, SANAA)가 지난 5월 20일 한국을 찾았다. 한국여성건축가협회가 주관한 ‘2025 여성건축가 기획전’의 일환이다.
카즈요 세지마가 이끌고 있는 SANAA의 건축은 시적이면서도 실험적이다. 유려하고 투명한 형태, 빛과 공간을 활용한 설계,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 한 레이아웃 등으로 조용하면서도 아름다운 공간을 구현한다. 이러한 건축적 특징을 높이 평가한 RIBA는 2025년도 골드메달수상자로 SANAA를 선정했다.
“건축은 공간의 관계성입니다. 추상적인 표현뿐만이 아니라 각각의 건축 재료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것들이 어떤 공간을 완성할지 등을 질문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이러한 질문들을 한데 모으면 ‘사용자들은 이 공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라는 구체적이고 핵심적인 질문에 다다릅니다. SANAA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우리가 설계한 건축물이 그 지역과 연속성을 갖고 새로운 경관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고민합니다. 사용자가 건물을 사용함으로써 또 다른 건축적 풍경으로 변모하는 것이 SANAA의 건축이 지향하는 점입니다.”
SANAA의 작품은 공간의 유동성을 지향한다. 뉴 뮤지엄 오브 컨템포러리 아트 (New Museum of Contemporary Art, USA, 2007), 루브르 랑스(Louvre-Lens, France, 2012), 시드니 모던(Sydney Modern, Australia, 2022) 등 SANAA의 작품은 지리적, 문화적 특색과 건축철학이 어우러져 새로운 건축적 정경을 완성시킨다.
특히, SANAA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21st Century Museum of Contemporary Art, Kanazawa, 2004)은 세지마가 추구하는 건축적 가치관을 확연히 드러낸다. 3면이 도로에 면해 있어 지역사회에 열린 공원 같은 미술관이 콘셉트로, 어느 방향에서든 미술관에 방문할 수 있도록 앞뒤 구분이 없는 원형의 디자인이 특징이다. 또한 건물 외벽과 건물 내 벽면에 유리를 사용해 투명함과 개방감을 강조했다.
“모든 작품이 기억에 남습니다만, 꼭 하나의 작품을 꼽아야 한다면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이 생각납니다. 처음으로 맡게 된 큰 규모 공공 프로젝트이고, 이후 SANAA가 추구하는 건축적 지향도 점점 정교해졌다고 봅니다. 앞으로의 SANAA는 건축물이 가진 고유한 목적성에 국한되지 않고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는 포용적인 공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예를 들면 공원 같은 공간이죠.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동시에 함께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건축을 만들고 싶습니다.”
다양한 국가에서 프로젝트를 이어가는 SANAA는 로컬 건축사와의 협업으로 문화적 다양성을 작품에 담아내고 있다. 오래도록 이어온 지역적 특색을 수용하고, 지역 자생적인 재료를 사용하는 방식 등으로 말이다. 견고한 건축철학을 바탕으로 카즈요 세지마는 건축과 환경뿐 아니라 생성과 소멸, 소멸과 순환 등 건축 이후까지 고민의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건축물도 생성과 소멸이라는 라이프 사이클이 있습니다. 요 근래 들어 어떠한 물성도 없는 빈 공간도 순환의 영향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것도 남아 있는 않는 무(無)의 상태에서도 제가 추구하는 건축적 가치가 남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앞으로의 건축적 방향이기도 합니다. 이번 기획전에 참여하면서 SANAA의 건축 철학을 한국의 여성 건축사분들, 그리고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과 나눌 수 있어 뜻깊었습니다. 저에게도 많은 영감을 주는 자리였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여성 건축사들이 세계 곳곳에서 활발히 활동하면서, 건축이라는 분야 안에서 다양한 목소리와 시각이 자연스럽게 공존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인터뷰 카즈요 세지마 Kazuyo Sejima SANAA
글·사진 조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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