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8. 31. 11:35ㆍ아티클 | Article/인터뷰 | Interview
A homogeneous and sophisticated harmony with the modern city, remodeling ‘BLUE CUBE’ that surpasses the 30-year gap
‘BLUE CUBE’, 오랜만에 건축주의 이름을 딴 작품이 등장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자리한 블루큐브는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다가구주택을 대수선해, 주거용에서 근린생활시설로 용도를 전환한 건축물이다.
건축주인 ㈜블루큐브는 기존 주거용 건축물에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기능을 반영하기 위해 신축 대신 재생을 선택했다. 이근식 건축사(주.엘케이에스에이 건축사사무소)는 수직 동선의 효율성을 확보하고, 프로그램의 가치를 극대화한 ‘블루큐브’를 계획했다.
기존 연와조 구조는 철골조로 치환됐으며, 내외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전면 전창이 도입됐다. 마감은 도시와 유사한 농도, 비슷한 명도의 그레이 계열 컬러를 주조색으로 선택해, 공간에서 생활할 이들과 함께 새로운 가치를 그려낼 준비를 마쳤다.
# 이근식 건축사, “공간을 향유하는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인테리어, 가구, 조경 등 프로젝트마다 노하우와 전문성 쏟아내
박정연_ 삼복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간단히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근식_ 건축주를 비롯한 공간을 활용하는 구성원들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근식 건축사입니다. 건축사사무소를 개설한 지는 11년이 지났습니다. 사실 2014년 처음 사무소를 열었을 때만 해도 수주가 없어 일이 없는 날이 계속됐습니다. 아마 3∼4년은 그런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먼저 시작했던 인테리어 업무와 관련된 일거리로 버티던 중, 우연히 설계 업무를 맡게 됐고, 이후로는 한 해에 하나, 그다음 해에는 2∼3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죠.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갔고, 6년 전부터는 설계와 감리 업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경험을 통해 체득된 노하우는 쉽게 잊히지 않잖아요. 예전에 인테리어와 시공 업무를 해봤기 때문에 현장의 생태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고, 가구나 조경 등 과정 중에 접했던 분야에서도 나름의 전문성을 갖추게 됐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시공과 감리 과정에서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박정연_ ‘BLUE CUBE’를 작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근식_ 블루큐브의 대지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폭 20미터 도로변에 위치한 3종 일반주거지역입니다. 대규모로 조성된 주택 개발지구 건너편에 자리하고 있죠. 건축주께서는 외관과 용도를 바꾸면 투자 목적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라 판단해 설계를 의뢰하셨습니다.
저는 우선 엘리베이터 등 수직 동선의 효율성을 확보하고, 전면 전창을 활용해 외관을 정비했습니다. 낡은 배선과 배관, 일종의 동맥과 같은 기능을 하는 요소들도 새롭게 정비해 재생에 중점을 둔 프로젝트였습니다.
박정연_ 면밀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리모델링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려울 만큼, 건축물 곳곳에서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면이 느껴집니다.
다만 외형만으로는 ‘블루큐브’라는 이름과 직접적으로 연결 짓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는 듯한데요.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근식_ 말씀을 드리자면, ‘블루큐브’라는 이름은 건축주가 법인명을 고민하던 순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결정된 이름이 ‘블루큐브’였고, 건축주께서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색도 파란색입니다. 여기에 청운의 꿈을 안고 도전한 첫 프로젝트라는 상징적 의미도 담겨 있죠. ‘큐브’는 외관의 네모난 형태에서 착안했습니다. 기존 건물은 다각형 형태였지만, 보다 프레시한 인상을 주기 위해 물리적으로도 큐브의 이미지를 구현하고자 입방체 형태로 구현했습니다.
입면은 개구부 확장을 핵심 프로그램으로 삼았고, 안정감을 주기 위해 격자 체계를 도입했습니다. 건축물이 가지는 음영을 함께 표현했고, 주변이 대부분 회색 계열인 점을 고려해 자연스럽게 동화되면서도 리모델링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알루미늄과 타일을 활용해 깨끗한 백색의 이미지를 더했습니다. 입면은 세로와 가로의 깊이를 4단계로 구성했으며, 야간에는 조명이 각 영역을 비추면서 전체 볼륨의 깊이감이 한층 강조됩니다.
박정연_ 말씀하신 대로, 주변 건축물에 비해 창 면적 비율이 높고, 간접조명을 활용해 회색톤의 도시 환경 속에서도 한눈에 띄는 건축물이 된 것 같습니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일관된 설계 의도가 잘 드러나는 만큼, 용도를 특정한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도 보이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근식_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이곳은 개포동의 대규모 주거 밀집지역에 위치해 있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런 수요를 고려해 초기에는 전 층을 동물병원으로 활용하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치료실을 ‘ㄱ’자 형태로 벽면을 따라 배치하는 등 동선 계획도 구체화됐고, 전기 배선 역시 한 방향으로 정리해두었습니다. 간판의 위치와 크기에 대해서도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죠. 현재는 동물병원 대신 미용실, 학원 등 다양한 업종의 상점들이 입점해 있고, 각기 다른 프로그램들이 조화를 이루며 공간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박정연_ 대수선의 매력이 있었던 걸까요? 근린생활 용도가 주거지역에 스며들어온 형태의 작업 성과가 많습니다. 이런 유형의 작업에서 특히 어떤 가능성을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이근식_ 제가 진행해온 작업은 대부분 신축이거나 리모델링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신축은 현행 법과 제도를 충실히 따르며 작업하면 큰 무리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대수선은 1970~80년대에 지어진 건축물을 현재 기준에 맞춰 재생해야 하는 작업이라 쉽지 않습니다. 지자체마다 조례가 다르고, 인허가 담당자에 따라 해석이나 요구 사항이 달라질 수 있어 다양한 변수가 존재합니다. 대지나 지역의 성격, 기존 건축물과의 조화도 중요한 요소죠. 쉽지는 않지만, 이러한 변수들과 절충하거나 공존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오히려 설계자로서 큰 희열을 느끼곤 합니다. 건축물의 가치를 높이는 증축, 재축, 개축은 인허가 과정이 복잡하고 진입장벽이 높지만, 하나씩 구조를 짜고 구성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더 큰 보람과 흥미를 느낍니다.
공공건축 프로젝트를 마치고 나면 몇 계단을 뛰어오른 듯한 성취감이 있다고들 하죠. 그에 비해 민간건축은 한 계단씩 차곡차곡 올라가는 느낌입니다. 저는 아직까지는 이 ‘차곡차곡’의 감각을 더 소중하게 여기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고자 합니다.
# 프로젝트마다 건축주와 신뢰 형성
입소문으로만 한 지역에서 6개 프로젝트 수행
박정연_ 듣기에 하나의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난 뒤 입소문으로 블록 내에서 다수의 작업이 이뤄졌다고 하는데요. 상황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근식_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서 진행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건축주와의 교감을 바탕으로 첫 프로젝트를 완성한 뒤, 계절별로 촬영한 건축 사진을 주기적으로 공유했습니다. 이런 꾸준한 관심을 긍정적으로 봐주신 덕분인지 인근 상가 건축주로부터 비슷한 의뢰가 들어왔고, 점차 확산돼 총 5개의 상가 건축물 리모델링으로 이어졌습니다. 현재도 아현동에서 추가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데, 이를 포함하면 지금까지 총 6개의 리모델링 프로젝트가 같은 지역에서 이뤄진 셈입니다.
서울 반포 지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다. 현재까지 두 개의 프로젝트가 같은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런 방식의 연계는 제게도 의미 있는 경험으로 남아 있습니다.
# 건축사의 딜레마를 아시나요?
“건축주가 건축사의 전문성 이해하고,
합당한 대가 지불하는 문화 자리 잡아야”
박정연_ 블루큐브 작업을 진행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시겠어요?
이근식_ 일반적으로 리모델링은 멸실·철거보다 훨씬 더 많은 민원에 시달리는 편입니다. 소음과 진동에 노출되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기 때문입니다. 멸실은 보통 일주일 내외로 끝나지만, 리모델링은 길게는 한 달 가까이 이어지기도 하죠. 그런 점에서 블루큐브는 쉽지 않았지만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박정연_ 프로젝트에 임하는 태도나 완성도를 높이려는 자세가 업계에서도 귀감이 될 만합니다. 어쩌면 이러한 노력들이 제대로 보상받는 과정을 통해, 다른 건축사들에게도 하나의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근식_ 맞는 말씀입니다. 건축사의 업무 범위가 제도적으로 명확히 구분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 체계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는 건축사에게 본래 업무 외의 일들이 자연스럽게 강요되는 경우가 많고, 때로는 희생을 전제로 진행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모든 건축사가 겪는 딜레마이기도 합니다. ‘이건 내 업무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면서도,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다음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에 타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죠. 건축사에게 포트폴리오는 무엇보다 중요한 자산입니다. 그만큼 건축주는 ‘열쇠’를 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처럼 설계 대가를 명확하게 지급하고, 건축사의 업무를 전문영역으로 인정해주는 문화가 이제는 우리 사회에도 자리 잡아야 할 때입니다.
협회에서도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겠지만, 건축 유튜버들이나 SNS 활동 등을 통해 건축의 저변을 넓히는 움직임이 더욱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길 희망합니다.
# 신념과 열정, 그리고 에너지!
후배 건축사들에게 전달되길…
박정연_ 건축사님의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요?
이근식_ 탄소섬유나 철골로 물리적 뼈대를 보강하고, 전기와 배관 같은 혈관을 새롭게 구성하며, 외장재로 새로운 옷을 입히는 작업을 통해 과거의 건축을 새롭게 재해석하다 보면 건축물이 어떻게 변화해가는지를 몸으로 체감하게 됩니다. 가까운 목표는 다수의 프로젝트를 완수하고, 이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 ‘서울 건축’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건축사라는 전문직업인으로서 좋은 작품을 꾸준히 생산하고, 그로 인해 건축주에게 기쁨을 주며, 결과적으로는 시간이 지날수록 매력이 깊어지는 건축물을 거침없이 창조해 나가고자 합니다. 소박한 목표일 수 있지만,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스스로와의 구속력 있는 약속이기도 합니다.
박정연_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이근식_ 과거의 건축 유산을 현대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다 보니, 예산과의 치열한 싸움도 겪었고, 열정 없이는 이 작업을 지속할 수 없다는 사실도 절실히 느꼈습니다. 이번에 리모델링 작품이 표지작으로 소개되면서, 한 건축사가 가진 열정과 에너지, 신념이 여과 없이 전달된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 기회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건축사의 위상과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담 박정연 편집국장
글 박관희 기자
사진 안상진 기자
인터뷰 이근식 건축사 LEE, Keunsik (주)엘케이에스에이 건축사사무소
<서울특별시건축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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