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8. 31. 11:50ㆍ아티클 | Article/인터뷰 | Interview
“Public architecture should be viewed from a welfare perspective...
It’s time to create a ‘better city, good architecture’”
국내 최초 근현대 사진 및 영상 예술 특화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설계
공공건축, 자재·마감 품질 높여
시민에게 좋은 공간 경험 제공해야
“공공건축, 예산 수립·사용 유연성 필요”
국내 최초 근현대 사진 및 영상 예술에 특화된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이하 사진미술관)이 5월 개관했다. 2019년 설계공모를 통해 윤근주 건축사(일구구공도시건축 건축사사무소)와 믈라덴 야드리치(Mladen Jadric) 오스트리아 교수가 공동 제출한 안이 당선된 이후 6여년 만이다. 서울이라는 장소성, 창동·상계 도시재생활성화 계획, 그리고 사진이라는 매체의 특성이 얽힌 사진미술관에 대해 윤근주 건축사는 “건축과 사진의 공통점인 ‘장면의 형상화’를 구현한 작품”이라고 언급했다.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은 윤근주 건축사와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설계 과정과 건축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미술관은 장소성과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나눠 이야기해 볼 수 있습니다. 서울 북쪽 지역은 지정학적·행정적인 이유로 개발이 더뎠습니다. 20여 년 전부터 이 지역에 대한 개발 계획이 세워져 이제 결실이 맺어지는 단계입니다. 사진미술관과 인접해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 서울시50+북부캠퍼스가 있습니다. 사진미술관은 사진 전문 미술관의 특징을 살리면서, 지하 공동 개발을 통해 인근 건축물과의 조화를 이뤘습니다. 문화 거점을 통한 지역 개발이라는 측면에서 앞으로도 공공건축물 간의 교류가 활발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순간을 포착하는 형태와 관람객을 환영하는 듯한 제스처를 동시에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마치 쌓아둔 카드를 비틀어 회전시킨 것처럼 보이는 디자인으로 선이 연속돼 면과 볼륨으로 인식되는 디자인으로 이를 표현했습니다. 실시설계 과정에서 구조 등 여러 여건을 반영해 현재의 모습으로 일부 수정됐습니다. 공모안보다 입구가 더 넓어지고 구조적 안정성도 갖추면서도 다이내믹한 형태를 유지한 발전대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1-2층이 휘어진 벽의 형태가 내부 공간을 보다 특별하게 만들어 낸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공간을 본 사진작가들이 흥미로워하더라고요. 저희는 건축이 예술적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보거든요. 여전히 건축이 모든 예술 매체를 선도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형태와 기능을 살린 사진미술관이지만 윤 건축사는 여러 차례에 걸친 설계 변경, 합의 지연, 예산, 심의 과정 등 최초의 설계공모 제안과 달라진 맥락에서 프로젝트를 이어가야 했다. 특히 지하 공동 개발의 경우, 관할 부처별 입장 차이, 예산 집행 등 행정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6개월가량 의사결정이 지연됐다.
“지하공동개발은 설계공모 요강에 있는 내용이라 이를 반영해 제안했습니다. 계약 직후 지하층 레벨 통일에 여러 어려움이 있어 발주처 협의 하에 취소됐지만, 도시계획위원회의 요청으로 재검토하게 된 사항입니다. 지하공간의 활용도와 지형적인 특징 등으로 인해 결론적으로, 추가로 부지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기존보다 넓은 광장 규모와 보행 안정성을 확보했습니다. 다만, 기획단계에서 사업의 추진방향에 맞는 지하공동개발 방식과 효용성을 검토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진미술관은 높고 큰 수장고를 필요로 하지만 로봇박물관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저희보다 6개월 이상 앞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로봇박물관과 사후 협의를 하려니 많은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더욱이 설계의 과업 자체가 변경될 수 있는 상황임에도, 현재는 공사비를 기준으로 설계비를 증액하는 방식만 적용되는 점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나아가 설계변경이라는 모호한 표현보다 설계 과업 변경처럼 명확하고 구체적인 정의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윤근주 건축사는 오랫동안 공공건축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공공건축을 복지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말한다. ‘나은 도시, 좋은 건축’을 입버릇처럼 말한다는 윤 건축사는 건축을 ‘경험의 대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인의 건축 경험이 축적될수록, 건축에 대한 인식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공공건축은 궁극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역량을 강화하게 합니다. 공공 도서관을 떠올려보세요. 좋은 공간은 더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그곳에서 사람들이 시간을 보낼수록 지역과 사람들의 역량은 나아질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복지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건축이 고도화되는 시점인 만큼 공공건축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국 건축사들의 역량은 충분히 고도화돼있고, 다른 나라 건축사와 비교해 봐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 수준입니다. 건축 기술도 마찬가지고요.
다만, 사진미술관의 경우 기획단계에서 사업의 추진방향에 맞는 지하공동개발 방식과 효용성을 검토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진미술관은 높고 큰 수장고를 필요로 하지만 로봇박물관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저희보다 6개월 이상 앞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로봇박물관과 사후 협의를 하려니 많은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또한, 서울시 내규에 따른 과업변경사항(면적, 규모 등의 변경) 외 공사 증액분에 대한 설계업무 지원은 업무대가가 보존되지 않는 점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종합적으로 상당한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을 공감해주었으면 합니다. 더불어, 최초 설계비는 때 지난 공사비 기준으로 산정하고 실제 공사 시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비 보존 시 설계비는 보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도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인건비는 물가변동에 민감한데 설계사무소 인원은 물가변동 외 인원이란 해석되는 꼴이니까요. 나아가 ‘설계 변경’이라는 모호한 표현보다 ‘설계 과업 변경’처럼 명확하고 구체적인 정의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윤 건축사는 현행 공공건축의 문제점 중 하나로 예산 수립 방식에서 찾았다. 유연성이 부족한 사업 예산이 곧 좋은 공공건축의 부재로 이어진다고 본 것이다.
“공공건축은 예산 수립과 사용에 있어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장기간에 걸쳐 진행될 프로젝트라면 순차적으로 예산을 사용하는 방식을 도입할 수도 있는 거죠. 서울시 예산 수립 매뉴얼을 보면 이러한 방식이 아예 불가능한 게 아닙니다. 그럼에도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는 공공건축이 미치는 사회적 기여도가 낮다고 보는 것이겠죠. 결국 더 좋은 공공건축을 위해서는 사람들이 더 많이 경험하고, 그 필요성을 체감하는 과정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높은 품질의 자재와 마감으로 시민들이 좋은 공간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건축을 협동의 결과라고 말하는 윤근주 건축사. 앞으로의 그는 무엇을 준비하고 그려나가고 있을까.
“저는 여전히 건축이 좋습니다. 그런 만큼 두 가지 측면에서 저와 동료들의 설계 역량을 강화하려고 합니다. 하나는 서툴지만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해 보는 것이고요. 다른 하나는 AI 프로그램의 모니터링입니다. 원시적인 매체인 글과 첨단 기술인 AI 프로그램이 일을 주체적으로 하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사람과 기술 간의 간극을 줄이고, 시행착오를 줄여나가려고 합니다. 이러한 과정들이 선배와 후배의 격차를 줄이고, 나아가 서로 협력하는 주체적 협동의 결과로서 건축에 더욱 가까워질 것이라 믿습니다.”
인터뷰 윤근주 건축사 Yoon, Geunju 일구구공도시건축 건축사사무소(주)
글·사진 조아라 기자
'아티클 | Article > 인터뷰 | Inter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 엠 키라_“사용자에게 감동을 주는 건축물을 짓는 게 꿈입니다” 백미영 건축사 2025.8 (0) | 2025.08.31 |
---|---|
아이 엠 키라_지속가능한 환경친화적 건축 추구…“주민의 삶 개선하는 재생 프로젝트에 감명” 조지혜 건축사 2025.8 (0) | 2025.08.31 |
[인터뷰] 현대도시와의 균질하며 세련된 호흡, 30년의 간극을 뛰어넘은 리모델링 ‘블루큐브’ 이근식 건축사 2025.8 (0) | 2025.08.31 |
아이 엠 키라_“익숙함 대신,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는 공간을 고민합니다” 허영환 건축사 2025.7 (0) | 2025.07.31 |
아이 엠 키라_“계획 초기, 집에 대한 생각을 설문으로 꺼내고 공간으로 돌려드립니다” 방기애 건축사 2025.7 (0) | 2025.07.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