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사람을 대체할 수 있을까? 2025.9

2025. 9. 30. 15:04아티클 | Article/디자인스토리 | Design Story

Is it possible for AI to replace humans?

 

 

<사진 1> 타임스퉤어에서 전광판의 아티잔 AI 비서 광고. “인간 고용을 중단하라(Stop hiring Humans)”

AI가 등장한 뒤 끊이지 않는 논쟁은 AI가 과연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인가, 아니면 오히려 인간의 충실한 파트너로서 창의적인 작업을 돕고 혁신을 이끌 것인가 하는 것이다. 정말로 사람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고 예언하는 듯한 광고가 미국에서 등장했다. AI 비서를 서비스하는 스타트업 아티잔(Artisan) AI의 광고가 그것이다. 아티잔 AI는 노골적으로 인간 고용을 멈추고 AI를 고용하라고 한다. 설득력도 꽤 있다. 이 광고는 집행되자마자 사람들의 엄청난 반발을 사고 있다. 아티잔 AI의 창업자는 광고 문구와 달리 자기들도 사람을 고용한다고 말한다. 창업자의 말은 광고는 주목을 끄는 것이 목적이고, 실제 삶에서는 사람 고용이 지속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지난 6월 “인간 고용을 중단하라(Stop hiring Humans)”라는 도발적인 카피가 쓰인 광고가 타임 스퀘어의 대형 광고판에서 빛을 발했다.<사진 1> 이 광고는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광고를 불쾌하게 느꼈으며,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예고한다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면 인간을 고용하지 말고 뭘 고용하라는 이야기인가? 타임 스퀘어 광고를 보면 커다란 여자 얼굴이 보인다. 그 밑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인공지능 직원들이 여기 있다” 이 광고는 아티잔 AI가 2024년부터 시작한 광고 캠페인의 하나다. 아티잔 AI는 비즈니스 자동화에 특화된 AI 가상 직원을 개발하는 샌프란시스코 기반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이다. 광고에 등장하는 여성 모델은 실제 사람이 아니라 아티잔이 개발한 ‘에이바(Ava)’라는 이름의 가상 직원이다. 에이바의 주요 업무는 잠재 고객 발굴, 이메일 전송, 미팅 예약 같은 비서 업무를 수행한다. 아티잔 AI가 판매하는 것은 바로 이런 가상의 AI 비서이다. 또 다른 빌보드 광고를 보면 좀 더 노골적으로 “인간 말고 아티잔들을 고용하라”고 말한다. 이 광고판에는 에이바 말고 두 명의 남자 얼굴이 보인다. 남자 비서도 선택할 수 있다.<사진 2>

<사진 2> “인간 말고 아티잔들을 고용하라” 빌보드 광고

이 광고는 AI 비서가 얼마나 효율적인 대안인지 알리는 데 중점을 두었다. “아티잔은 워라밸에 대해 불평하지 않는다”<사진 3>, “아티잔은 술에 취한 채 출근하지 않는다”, “아티잔은 병가를 내지 않는다”, “유령처럼 잠수 타는 일에 지쳤나요?”와 같은 카피가 그것이다. 사람 직원들이 갖는 불안전성과 비효율성, 관계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낭비를 부각하고, AI 비서에게 기대할 수 있는 지칠 줄 모르는 노동력, 감정 낭비가 없는 관계, 무엇보다 비용 절감의 가능성을 호소한다.

<사진 3> “아티잔은 워라밸에 대해 불평하지 않는다” 버스 쉘터 광고

아티잔 AI 광고 캠페인은 2024년 12월부터 샌프란시스코의 빌보드 광고로 시작되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캠페인을 시작한 이유는 이 도시가 IT 산업의 글로벌 허브이자 동시에 기술 발전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논의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즉, 이 광고의 목적은 논란을 촉발하고 분노를 유발하는 것으로서 출발지로 샌프란시스코 만한 도시가 없다고 판단했다. 스타트업 기업으로서 광고 예산이 많지 않기 때문에 궁극적인 목적은 바이럴이다. 다시 말해 입소문을 타고 SNS로 전파되는 것이다.

그런데 왜 광고 효과가 크지 않다고 평가받는 미디어인 빌보드를 선택했을까? 빌보드는 가장 효과가 낮지만 특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바이럴 가능성이 오히려 높아진다. 그 조건이란 도발적인 면과 기발한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발성과 기발한 메시지가 있다면 빌보드는 사진 찍고 공유하기에 더욱 적절한 미디어가 된다. 빌보드를 현장에서 찍은 뒤 발신자는 “내가 이걸 발견했어. 재미있지?”라고 자랑하려는 욕구를 이끌어내기 더 쉽다는 것이다. 현장성이 SNS에 올리려는 동기를 더 자극한다. 따라서 빌보드 광고를 하되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해야 한다. “Stop Hirring Humans, Hire Ava, the AI BDR”이라는 카피가 대표적이다.<사진 4> 이 문장에는 ‘Hirring’이라는 고의적인 오타가 있다. 인간을 고용하지 말고 AI BDR(Business Development Repressentative : 영업 개발 담당자)을 고용하라는 주장도 도발적이지만, 오타도 사람들의 흥미를 끈다. 이 오타는 결국 인간의 실수와 결함을 보여주며, 동시에 화제를 일으키려는 의도로 만든 것이다.

<사진 4> “Stop Hirring Humans, Hire Ava, the AI BDR” 빌보드 광고에는 고의적인 오타가 있다.

이 광고의 목적은 달성되었다. 광고를 목격한 사람들이 정말 분노한 것이다. 뉴욕 전광판 광고를 본 소비자는 “트럭에 치인 것처럼 충격을 받았다”고 했고, 어떤 이들은 “기계에 맞서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무엇보다 아티잔 AI의 공동 창업자인 재스퍼 카메이클-잭과 샘 스톨링스는 수천 건의 살해협박 메시지를 받았다. 그만큼 바이럴의 효과가 컸다는 것이다. 사람들을 격분시킨 요인 중 하나는 사람을 밀어내는 인공지능이 사람 얼굴을 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저렇게 사람 얼굴을 한 기계가 나를 밀어낼 수 있다는 점에 더욱 자존심이 상할 수 있다. 그보다 더 화가 나는 건 실제로 사람 얼굴을 한 척 하는 기만적인 기계가 나보다 일을 잘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화가 난다기보다 그것은 공포의 감정이라고 할 만하다.

타임 스퀘어와 맨해튼 지역 빌보드 광고로 지출된 비용은 5만 달러 미만이다. 가상 광고 모델 에이바는 실제 모델을 고용했을 때보다 95% 절감 효과를 봤다. 이 현상이야말로 “인간 고용 중단”이라는 메시지의 효과를 보여준다. 적은 비용에 반해 바이럴을 통해 수백만 회의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노출을 기록했다. 2개월 동안 2백만 달러 이상의 광고 노출 수익을 올린 것으로 평가받았다. 재미있는 건 대중은 이 광고에 대해 분노했지만, 아티잔 AI는 비투비(BtoB) 서비스여서 대중의 부정적 반응이 기업 매출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업은 오히려 이 캠페인을 좋아했다.

기업이 이 광고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몇 가지 있다. 우선 기업은 인류애를 실현하려는 의도로 태어나지 않았다. 오직 이윤을 낳는 것이 목적이다. 두 번째는 어떤 과업에서는 분명 AI가 사람보다 생산성이 더 좋다. 단순한 리서치와 분석, 정리 같은 것이다. 이미 그런 일자리는 대체되고 있다. 세 번째는 관계의 고통이 없다는 점이다. AI는 지각도 하지 않고, 불평불만도 없고, 지치지도 않고, 뒤에서 직원들과 흉도 보지 않고, 이상한 소문을 퍼뜨리지도 않고, 권력투쟁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생산성이 높다. 하지만 분명 AI가 못하는 것이 있다. 그들이 못하는 분야에서 새로운 직업이 태어나지 않을까?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일은 필연적이다. 그렇다면 아티잔의 AI 광고가 아무리 도발적으로 과장을 섞은 메시지로 꾸몄다고 하더라도 분명 예언적인 메시지임에는 틀림없다.



 

글. 김신 Kim, Shin 디자인 칼럼니스트 

 

 

 

김신 디자인 칼럼니스트 

 

홍익대학교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부터 2011년까지 월간 <디자인>에서 기자와 편집장을 지냈다. 대림미술관 부관장을 지냈으며, 2014년부터 디자인 칼럼니스트로 여러 미디어에 디자인 글을 기고하고 디자인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고마워 디자인』, 『당신이 앉은 그 의자의 비밀』,  『쇼핑 소년의 탄생』이 있다. 
kshin201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