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9. 30. 15:04ㆍ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Real estate strategies in response to urban space restructuring in the age of depopulation
인구가 감소하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까요?
일반적으로 이 질문은 인구수, 가구수, 인구 이동, 인구 구성 등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요·공급 측면에서 분석된다. 흔히 ‘인구감소 → 수요감소 → 집값 폭락’이라는 시나리오가 제시되지만, 이는 지나치게 단순화된 접근이다. 지난 수십 년간 한국 부동산 시장은 인구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성을 보여왔다.
건축사의 관점에서는 “사람의 삶이 바뀌면 도시도 바뀌고, 도시가 바뀌면 부동산 가치도 달라진다”라는 시각이 가능하다. 부동산 거래는 단순히 매매행위가 아니라, 인간의 삶의 방향을 읽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삶은 기후위기, 디지털 전환, 라이프스타일 변화 등 다양한 요인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 폭염과 집중호우는 도시 기능을 멈추게 하고, 인터넷 쇼핑 확산은 더 이상 ‘지나가다 들르는 소비’가 아닌 ‘찾아보고 클릭해 구매하는 소비’로 전환시켰다. 과거의 “좋은 길목만 선점하면 오른다”는 믿음은 흔들리고 있다. 퀵-커머스는 단순한 ‘배달 속도 경쟁’이 아니라, 도심 상권 구조와 주거 수요를 바꾸는 부동산의 게임 체인저로 등장하였다. ‘1시간 배송’은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1~2인 가구 밀집 지역(역세권 원룸, 오피스텔 밀집지)은 퀵커머스 수요와 맞물려 주거 선호가 유지되고 있다.
특히 GTX-A 개통 전후의 관심사를 구글·블로그 데이터로 분석해 보면, 개통 전에는 ‘출퇴근 시간 단축’, ‘부동산 수혜지역’이 핵심 키워드였다면, 개통 후에는 역세권의 맛집·공원·카페 등 생활 편의시설과 ‘GTX 요금’ 같은 이용자 관점의 콘텐츠가 증가했다. GTX 개통은 ‘1시간 통근권’을 ‘30분 초광역 생활권’으로 단축시키며, 역세권 저층 주거지 개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제 도시 쇠퇴는 예외가 아니라 '뉴 노멀'
인구감소는 한국뿐만 아니라 OECD 주요 도시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현상이다. 사람이 모여 상품거래가 이루어지는 공간적 특성으로 인해 인류 최고의 발명품을 ‘도시’라고 한다. 사람에게는 밀도 있게 연결되어 거래를 원하는 본성이 있다. 인구가 줄더라도 인간의 본성에 따라 도시는 오히려 더 콤팩트한 형태(compact city)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에는 도시기본계획 등 마스터플랜을 통해 2도심·3부도심과 같은 위계 구조로 그려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인구감소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맞춘 전략적 공간 재구조화가 불가피하다. 이를 위해 다음의 3R 전략을 제시한다.
1. Rescale: 도시 규모 및 밀도 재조정
- 인구 감소에 맞춰 도시 범위와 인프라 규모를 합리화하고, 핵심 지역 중심의 고밀·집약형 도시구조로 전환한다.
2. Refocus: 핵심 거점 및 기능 집중화
- 도심, 교통망, 상업·문화시설 등 주요 거점에 투자를 집중하고, 기능 간 연계성과 결합성을 강화해 접속성 중심의 도시공간으로 바꾼다.
3. Repurpose: 유휴공간·기존 자산의 기능 전환
- 공실 상가, 노후 주거지, 유휴 부지를 주거·문화·산업·커뮤니티 등 복합용도 공간으로 전환해 도시자원의 재활용을 촉진한다.
도시공간 전환 키워드 3R
1. Rescale : 도시 규모 및 밀도 재조정
최근 글로벌 주거 자산운용사들이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호주의 더리빙컴퍼니, 미국의 그레이스타가 대표적이다. 그레이스타는 미국에서 단독주택 중심이던 시장을 아파트형 임대주택으로 전환한 경험이 있으며, 더리빙 컴퍼니는 한국을 첫 해외 진출 거점으로 선택했다. 이는 단순 투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빠른 1인 가구 증가, 서울 도심 주택 공급 부족, 높은 아파트 가격’의 트렌드이다. 글로벌 자본은 이를 도시 구조 재편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이 세 가지가 맞물리면서, 이번 흐름은 단순 투자 유입이 아니라 도시 구조 및 밀도의 재조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소비자가 찾는 도시공간의 기획이 요구되고 있다. 도시성장이 정체되는 상황에서 과거에는 외곽 미개발지를 사놓고 기다리는 방식이 통했지만, 이제 소비자 없는 공간은 자산이 아니라 리스크가 된다.
예를 들어 2022년도 수험생 수는 약 41만 명이었는데, 4년제·전문대 정원은 약 53만 명이었다. 수험생보다 대학 정원이 12만 명이나 더 많지만 특정 대학, 학과에 경쟁이 몰리는 것이 현실이듯이 도시공간의 트렌드도 변화되고 있다. 서울 안에서도 좋은 일자리가 밀집된 지역과 먼 곳들은 경쟁력에 차이가 있다. 접근성이 좋은 ‘서울의 핵심 오피스 권역(CBD, GBD, YBD)’과 가까운 지역일수록 상승률이 높았고 직주 근접성이 강조되는 분당은 판교 테크노밸리와의 연계로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다. 2000년 말 분당과 일산 아파트 가격 차이는 1.24배였는데, 2023년 말 1.75배로 접근성 격차가 자산가치의 격차로 이어진 것에도 변화의 방향을 알 수 있다.
2. Refocus : 핵심 거점 및 기능 집중화
인구가 감소할수록 인구쏠림 현상이 심화된다. 청년들은 인구가 밀집된 곳으로 집중적으로 쏠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CEO 라면, 그리고 유명 학원 대표의 입장에서 사업장을 개설한다면 인구 밀도가 높은 곳일 것이다. 그런 곳에 도로, 공원 등 인프라도 집중한다.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인구감소 시대에는 인구 밀집 지역에 다양한 기업이나 커뮤니티, 기반시설이 모일 가능성이 높다.
또 한 가지 변화는 인구가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도시계획 기능을 단순 축소하기보다, 기능 간 결합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될 것이다. 상가는 소비자를 흡수하는 문화나 엔터테인먼트가 제공되는 곳은 전망이 좋다. 반면에 문화적 요소가 없이 단순히 물건만 파는 상가는 결국 인터넷 쇼핑몰에 밀려나고 말 것이다.
필자는 “신재욱의 도시+부동산 인사이트 뉴스레터”를 매주 발행 중에 있다. 그중에 “인터넷 쇼핑시대, 공실률을 바꾸는 3대 공간전략”이 떠 오른다. “단순 상업시설보다 문화·엔터테인먼트와 결합된 상권이 성장하고, 유동인구 중심의 입지는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다. 이제는 접속성, 경험, 체류시간이 핵심 가치다.”라고 하였다. 상가 운영의 시대 사례로, 코엑스몰은 주기적으로 트렌드를 반영해 입점 업체를 교체한 반면, 라페스타는 상점을 개인에게 분양하고 소유권을 넘기는 방식으로 개발하여 트렌드 둔감→관심도 하락→매출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사례를 든 적이 있다. 인구 감소시대에 상가는 좋은 길목만 선점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며 ‘입지’보다 ‘접속성’ 중심의 상권 전략이 필요하다.
인구 감소가 본격화되면 도시공간은 과거와 다르게 접근성, 일자리, 인구밀도 등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재편하게 되지만,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콤팩트 시티(compact city), 혼합용도지역(mixed-use zone) 모델을 대부분 말하고 있다.
법·제도 측면에서도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작년에 공간재구조화 제도를 도입했고, 「농촌공간 재구조화법」도 본격 시행 중이다. 향후 대부분의 도시는 도시특성에 맞추어 15분 도시, 대중교통 중심 도시, 콤팩트시티 모델로 개편될 것으로 전망이다.
3. Repurpose: 유휴공간·기존 자산의 기능 전환
이제 부동산 가치는 ‘머무르고 다시 돌아오는 곳’에 있다. 소도시는 단핵구조를, 대도시는 다핵구조를 갖추며 중심지 기능을 차별화하게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고밀 개발, 혼합토지이용, 대중교통 중심 교통체계로의 전환이 예상된다.
지역적 차별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2000년부터 2023년까지 아파트 가격을 살펴보면 2000년 말 3.3㎡당 평균 679만 원이었던 서울 아파트 가격은 2023년 말 4천6만 원까지 무려 490%나 상승한 반면, 경기·인천의 가격은 327% 상승에 그쳤다.
같은 시기에 지어진 1기 신도시를 보면, 2000년 말 3.3㎡당 655만 원이었던 분당 아파트 가격은 2023년 3천486만 원까지 432% 상승한 반면, 분당과 함께 대표적인 1기 신도시로 꼽히는 일산 아파트 가격은 같은 기간에 275% 상승한 지표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지역적 차별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앞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결국 풍부한 일자리와 좋은 일자리가 몰려 있는 ‘핵심 오피스 권역’까지 대중교통으로 빨리 갈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단순하게 ‘인 서울(In-Seoul)’이 만능열쇠가 아니므로 서울 안에서도 좋은 일자리가 밀집된 지역과 먼 곳들은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주목받는 트렌드는 ▲고밀도 전환구역: 기존 주거지 축소 + 대중교통 연계 → 수요 집중 ▲유휴자산 리뉴얼: 공실 상가 → 주거·문화·돌봄 공간 전환 ▲실버타운+커뮤니티: 고령자 맞춤형 주거 + 돌봄·커뮤니티시설 복합화이다. 이처럼 지금은 ‘모두가 사는 곳’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머무르고 다시 돌아오는 곳’으로 도시공간의 거점이 변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땅값 상승을 기대하며 외곽의 미개발지를 매입해 무작정 기다리는 시대였다면 이젠 소비자 없는 공간은 자산이 아니다.
도시공간 재편, 부동산 투자전략 6가지
인구 관련 자료를 살펴보면 10명 중 2명이 65세 이상, 60대 이상 자산 비중은 부동산 81.8%, 금융자산 18.2%이다. 그들이 은퇴 이후 생활비 마련을 위하여 고령자 자산의 5%만 변동해도 수십조 원 규모의 자산이 이동한다. 그때 많은 부동산의 매물이 나오면서 시장의 충격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부동산 시장의 변화요인은 다양하게 잠재되어 있다. 최근의 시대 상황에서 부동산의 투자전략을 6가지로 제시한다.
1. 인구는 줄어도 쓰는 공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 ‘어디서’, ‘어떻게’ 쓰는가가 달라질 뿐. ‘인구 감소 숫자’보다 ‘생활 수요 변화’에 주목
- 생활권, 연령구조, 소비패턴 변화에 따라 지역 수요는 재편.
예를 들어, 1~2인 가구 증가로 소형 임대주택 수요는 지속되고, 실버세대를 위한 주거+돌봄 복합 공간은 꾸준히 확대될 것이다. 일본의 도쿄도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역세권 소형 아파트와 고령자 돌봄 레지던스 수요가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2. 무작정 땅 사놓고 기다리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 이제는 생활 인프라 접근성이 핵심
예를 들어, 시내버스 정류장 3분 거리, 반경 500m 내 병원·시장·보건소가 있는 입지, 도보 10분 내 학교·행정기관·전통시장이 결합된 지역이 고령화 시대에도 자산 가치 유지 가능하다.
3. ‘투자’가 아닌 ‘운영’의 시대.
- 인구감소 시대에는 건물을 ‘팔 생각’보다 ‘잘 굴릴 생각’을 할 필요
예를 들어, 글로벌 부동산 자산운용사들이 한국에 진출하면서 임대주택, 장기거주형 레지던스, 공유오피스 등에 집중 투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4. 지방 소도시 투자 = 위험관리형 전략
- 지방 소도시에서는 성장 가능성보다 리스크 관리가 우선
- 인구 감소가 급격한 곳은 피할 필요
예를 들어 인구소멸지역인 농촌마을의 전답이 태양광, 렌터카 주차장 등 위험관리형 투자를 하고 있다.
5. 도시계획이 멈춘 구역”보다 “계획이 다시 시작된 구역”에 관심을
- 예를 들어 도시재생 지역 중 각종 특례와 보조금이 집중되고 민간 개발과 연계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선별할 필요
6. 작고 유연한 투자를 하라
- 대박을 노리지 말고, 망하지 않을 수익구조를 설계
- 대규모 개발은 리스크가 크므로 작은 단위로, 빠르게 회전할 수 있는 구조
예를 들어 도심 내 소규모 안정적 임대수익을 확보하면서도 시장 상황에 따라 쉽게 리모델링·전환이 가능한 건축물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글. 신재욱 Shin, Jaewook
광주광역시 종합건설본부장
신재욱 광주광역시 종합건설본부장
건축사, 도시계획기술사, 지역 및 도시계획 박사로 공직생활 대부분을 도시계획 분야에 매진하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도시계획본부, 광주광역시(도시계획팀장, 도시계획과장, 공간혁신과장 등)을 거치면서 쌓은 실무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집필활동, 강의를 하면서도 정책연구를 현장 속에서 지속적으로 병행하고 있다. 저서로 ‘도시계획+건축 인허가 실무노트(2025)’, ‘포스트코로나 도시계획과 부동산(2020)’ 등이 있다.
newurban@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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