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9. 30. 15:04ㆍ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In Search of World Heritage Sites, Traveling Through Portugal and Spain ②
건축 속 시간의 결을 따라, 포르투갈·스페인 건축여행기
지난해 이탈리아에 이어, 올해는 대항해 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는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여행했다. 리스본에서 마드리드까지 15개 도시를 거치며 시대와 문화가 축적된 건축물들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이번 기고는 세 차례에 걸쳐 도시별 주요 건축과 역사적 공간을 중심으로 포르투갈·스페인 건축여행의 여정을 소개한다.
5일차 2.20 포르투갈에서 스페인으로 국경을 넘다
스페인은 유럽에서 세 번째로 큰 나라로, 유럽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기원전 1세기 말 로마인의 침략으로 600여 년간 로마의 식민지가 됐고, 기원후 5세기 중엽 로마 제국이 쇠퇴하자 침략해 온 게르만 민족의 이동으로 다시 식민지가 됐다. 8세기경에는 이슬람군이 지브롤터 해협(Strait of Gibraltar)을 건너 침입해 ‘서고트 왕국’이 무너지면서 약 800년 동안 이슬람 세력의 지배를 받았다. 이로 인해 인종·문화·종교가 다른 무슬림, 기독교인, 유대인 등이 함께 어우러져 살면서 스페인의 독특한 문화가 형성·발전했다. 이후 국토 회복 운동이 꾸준히 전개되었고, 11세기를 지나 1459년 양국의 수반인 페르난도 2세와 이사벨 여왕의 결혼으로 통일 스페인 왕국이 탄생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 스페인의 4대 도시 세비야
풀라멩코와 투우의 본고장으로, 고대 로마 시대부터 중심지로 번창해 온 스페인의 세비야는 15세기 콜럼버스의 역사적 신대륙 발견의 출발점 도시다.
스페인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인 세비야는 안달루시아 지방의 예술·문화·금융의 중심 도시다. 이슬람풍의 거리와 알카사르 궁전, 그리고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세비야 대성당은 이슬람 사원이 있던 자리에 가장 큰 성당을 만들기 위해 공사를 시작해, 100년이 지난 1519년에 완성됐다.
세비야 대성당은 폭 116m, 내부 길이 76m로 바티칸의 산피에트로 성당, 런던의 세인트폴 성당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성당 외관은 고딕 양식, 내부는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으로 건축됐다. 히랄다탑과 오렌지 안뜰은 원래 있던 이슬람 사원의 것이며, 내부에는 15세기의 스테인드글라스와 정교한 성가대석이 있고, 재단 위쪽에는 고딕 양식의 장식 벽이 있다.
성당 안은 예술가와 장인들이 남긴 작품들로 가득하다. 특히 조각과 회화 작품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풍부해 ‘세비야 최고의 예술 갤러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슬람교도로부터 세비야를 되찾은 산 페르난도와 스페인 중세 왕들의 유해가 안치돼 있고, 남쪽 문에는 콜럼버스의 유물이 안치된 묘가 있으며, 스페인의 옛 왕국을 나타내는 레온, 카스티야, 나바라, 아라곤 조각상이 콜럼버스 관을 메우고 있다.
◆ 평민에서 귀족으로, ‘콜럼버스’
신대륙 발견의 주역인 콜럼버스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1451∼1506)는 이탈리아 항구 도시 제노바 출신으로, 후원자를 찾기 위해 영국·포르투갈·스페인 왕을 알현했다. 1492년 스페인의 이사벨 여왕 후원으로 신대륙을 발견해 평민에서 귀족으로 신분이 상승했다. 현재 바르셀로나의 왕의 광장에는 콜럼버스가 이사벨 여왕을 알현하기 위해 오른 왕궁 계단이 그대로 남아 있다.
첫 항해를 성공적으로 마친 콜럼버스는 신대륙의 부왕으로 임명됐고, 스페인을 산업 국가로 만드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는 23차 항해를 시도하며 아메리카 대륙을 식민지화했고, 54세로 생을 마감했다.
◆ 론다
세비야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절벽 도시로, 누에보 다리로 유명하다. 이 다리는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를 잇는 아치형 다리로, 42년 만에 완공됐다.
◆ 투우
소와 인간이 펼치는 박진감 넘치는 한 편의 드라마인 투우는 1785년 개장한 투우장에서 이뤄진다. 투우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스포츠로, 목축업의 번성을 기원하는 종교 의식에서 유래했으며 18세기 초부터 일반인이 즐길 수 있는 대중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중세에는 기마 투우가, 18세기 후반에는 투우계의 쌍벽을 이루는 론다파와 세비야파가 탄생해 경쟁했고, 19세기 이후 세계적인 투우사들이 등장했으며 플라멩코와 함께 스페인의 상징이 됐다.
◆ 플라멩코
플라멩코는 무용수의 격렬한 춤사위로, 스페인을 대표하는 전통 예술이다. 좁은 동굴에서 집시들이 추던 것이 플라멩코의 기원이다. 현재와 중세, 아랍과 유럽이 공존하는 도시인 그라나다는 예로부터 집시들이 거주하던 곳으로, 동굴 안에 집을 짓고 살아오면서 술을 마시고 즉흥 플라멩코를 즐기던 선술집이자 무대였다.
6일 차 2.21 그라나다를 가다
800여 년간 이슬람의 지배를 받은 그라나다는 이베리아반도에서 가장 번성한 이슬람 왕국의 수도였으며, 이슬람 최후의 왕조가 있던 곳이자 711년경부터 약 8세기 동안 스페인을 다스렸던 이슬람계 나스르 왕국의 최후 거점지였다.
1236년, 그리스도교도에게 코르도바의 지배권을 빼앗긴 아라비아 왕 유세프는 그라나다로 도피해 나스르 왕조를 세운 후, 그리스도교도의 국토 회복 운동이 일어난 1492년까지 약 250년 동안 이곳은 이슬람의 마지막 거점으로 번영했다.
현재는 이슬람 문화가 남아 있는 알람브라 궁전을 중심으로 많은 관광객이 그라나다를 찾고 있다.
기독교와 이슬람 문화가 절충된 알람브라 궁전은 198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으며, 클래식 명곡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으로도 유명하다.
13세기 무렵 지어진 30여 개 회교 사원이 알람브라 궁전과 마주 보는 언덕에 위치해, 토속 양식의 건축물들이 어우러진 모습을 볼 수 있다.
◆ 그라나다
이슬람교도의 마지막 거점지인 그라나다에는 알람브라 궁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랍 양식과 기독교 양식이 절충된 나스르 궁전, 카를로스 5세의 궁전인 르네상스 양식 건물, 그라나다 왕의 여름 별궁, 헤네랄리페 정원 등이 있다.
◆ 헤네랄리페 정원
14세기 초 그라나다를 통치하던 이슬람 왕조의 여름 별궁에 있는 세로형 정원이 헤네랄리페 정원이다.
7일 차 2.22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는 고대 로마가 도시로 탄생한 이후, 중세와 지중해 시대를 거쳐 19세기 중반 유럽과 스페인의 중요한 도시로 자리 잡았다. 도시의 성벽을 허물고 에이삼플라 도시 계획과 함께 성장했으며, 문화의 꽃을 피우면서 역사 현장의 흔적들이 결합된 매우 가치 있는 도시로 발전했다.
20세기와 21세기 사이인 1992년 제25회 올림픽 개최는 도시와 문화, 경제를 새롭게 개편하는 계기가 됐다. 이전에는 카탈루냐와 지중해 유럽의 바르셀로나였으나, 현재는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했다.
◆ 몬세라트
바르셀로나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몬세라트는 스페인어로 ‘톱으로 썬’이라는 뜻을 가진, 독특한 형태의 절벽 바위들로 이뤄져 있다. 가우디 건축 설계에 영감을 준 곳으로, 몬세라트 수도원 케이블카와 해발 1,200m가 넘는 산 중턱까지 랙식 철도(궤도 열차)가 운행된다.
◆ 몬세라트 수도원
몬세라트의 울퉁불퉁한 절벽 바위로 이뤄진 경치를 보고,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í)가 영감을 받아 성당을 지었다고 할 정도로 그 광경은 신비로워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몬세라트 수도원은 가우디가 어릴 적 마음의 위안을 얻고 건축에 많은 영향을 준 장소로도 유명하다.
바위산에 있는 몬세라트 수도원은 주변이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검은 성모상을 모신 대성당과 80명의 수도사를 만날 수 있다.
글·사진 김득수 Kim, Deuksoo
종합건축사사무소 S.S.P.삼대
김득수 건축사·종합건축사사무소 S.S.P.삼대 대표
영등포구지역건축사회 회장(3회 연속), 서울특별시건축사회 회장 직무대행, 대한건축사협회 이사·감사 등을 역임하고, 대한건축사협회 50년사 발간위원장을 지냈다. 서울 영등포구, 동작구 건축·민원조정 위원, 에너지관리공단 건축·도시·관광단지 심의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예산읍 초대 명예읍장으로 위촉(1997.02.15.~2006.12.03.)된 바 있다. 서울특별시 시장 표창 5회와 대통령 표창(제200398호)을 받았으며, ‘일제시대 소읍도시 형성과정에 관한 연구’, ‘일제강점기 근대도시의 도시공간 변화 특성에 관한 연구’ 등의 논문을 작성했다. 현재 협회 60년사 편찬위원회 자문위원이다.
a0106345956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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