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재 2025.11

2025. 11. 28. 11:05회원작품 | Projects/House

Yeoju House

 

 

 

무위재_시김되는 집
블로그를 보시고 찾아오신 노부부는 효종대왕릉이 멀리 보이는 여주의 안온한 땅에 집을 짓겠다 하셨다. 집 짓겠다 결심한 일 년 동안 할머니는 바라는 것들을 차곡차곡 정리하셨고 그 바람은 소박하지만 세심히 어루만져야 할 것들이었다. 좋은 건축사를 더 만나보시는 것도 좋겠다 말씀드렸다. 서로 감정의 할부가 자연스러운 건축사를 만나셔야 설계나 집 짓는 과정이 행복하실 것이라는 생각에. 선배 건축사 한 분을 추천 드렸다. 그리고 얼마 후 장문의 이메일을 받았다. 연서를 읽듯 되새김질하며 읽은 메일의 끝은 이랬다.
“결론을 말씀드리면, 저희는 조병규 건축사님과 함께 여주집을 짓고 싶습니다. 조 건축사님은 저희의 첫사랑입니다. 할아버지는 디자인 감리를 통해 책임을 다하는 태도가 믿음직스럽다고 하십니다. 조 건축사님 일이 너무 바쁘지 않으면, 저희가 조 건축사님과 잘 맞지 않는 게 아니면, 저희 집을 맡아주시겠습니까? “

 

이렇게 해서 여주집은 우리의 몫이 됐다.

 

영성, 따뜻함, 진실을 화두로 던지신 할머니의 마음에 어찌 다가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간이 꽤 길었다. 생활을 기능적으로 담아내는 집이 목표가 아님은 할머니도, 나도 알고 있고 그래서 시작이 더 조심스러웠다. 여러 장의 스케치를 구겨가며 조심스럽게 잡은 개념은 시김이었다. ‘시김’은 사람의 손길 닿은 곳에 시간이 더해져 곰삭아 깊은 맛을 내는 상태를 말한다. 잔재주를 부리기보다는 집이 땅에 원래부터 있던 듯, 여주의 완만한 들판을 닮은 집이 자연스럽게 내려앉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나이 먹고 시김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김’과 어울리는 건축 재료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나무였다. 나무의 결은 시김의 다른 이름이다. 나무를 두른 집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곱게 늙어가려면 눈, 비와 싸우면 안 되었다. 느린 변화, 곰삭은 시간을 담보하기 위한 깊은 처마를 계획했다. 산을 닮은 박공지붕을 올리고 안마당 부분은 파내었다.

 

비워진 안마당은 영성, 따뜻함, 진실이 시작되는 장소다. 세 단어를 아우르는 자연의 요소는 빛이다. 그 빛은 안온하고 편안하지만 때론 강렬히 쏟아져 만물을 비추기도 해야 한다. 한낮의 빛은 마당 깊은 곳까지 다다르고 깔린 강자갈을 빛나게 할 것이다. 진실의 시간이다.

 

그 외의 시간에는 하늘의 빛만 내려앉을 것이다. 천공의 안온한 빛. 그 빛은 그림자를 만들지 않고 눈을 자극하지 않는 편안한 빛이다. 툇마루에 나와 앉으면, 백 년 전에도 똑같았을 것만 같은 비워진 마당과 내 집을 바라보며 온전히 나에게 침잠하는 영성의 시간이 되길 기대했다.

 

할머니는 너무 큰 집은 싫다고 하셨다. 노구를 누일 방과 TV를 사랑하시는 할아버지를 위한 거실, 자손이 잠시 머물다 갈 방 정도면 된다고 하셨다. 대신 여지를 남겨 달라 하셨다. 이어 살아갈 누군가가 부족하지 않도록 여분의 공간을 남기면 좋겠다는 말에 마음이 넉넉해졌지만 그 넉넉한 마음에 쇳덩어리가 앉은 것 마냥 무겁기도 했다. 집의 장수를 바라는 마음이 기본임을 깨닫는 기회였다.

 

‘ㄷ‘자 집의 일부를 떼어내 할머니의 독서를 위한 별채를 만들고 본채와 사이는 비워 뒀다. 당장은 비 안 맞는 외부공간으로서 여러 쓰임을 다할 것이고 어느날 누군가가 이 집에 살러 왔을 때는 아이의 방, 서재, 취미실 등으로 쓰여질지도 모르겠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가족이 잠시 되어 보낸 일 년의 시간이 끝나간다. 가식과 허세가 아닌 영성과 진실의 마음으로 보낸 시간이었을지, 결국 잘 시김 되어갈 것인지.

정면에서 바라본 무위재
위에서 바라본 무위재
같은 마감재를 사용한 현관
툇마루가 있는 무위재의 안마당
홀에서 바라본 안마당

Muwijae_A House of Aging (Sigim)
An elderly couple visited after reading our blog, saying they wished to build a house on a peaceful plot in Yeoju, with a distant view of King Hyojong’s tomb. For a year, the grandmother had quietly and carefully organized her wishes for the new home—simple, but calling for deep attentiveness.
I encouraged them to meet other architects as well. I believed they should find someone with whom emotional rapport came naturally, as this would make the design and construction journey far more joyful. So, I introduced a senior architect I respected.

 

A while later, I received a long email. I read and reread it like a love letter. It ended like this:


“To conclude, we want to build our house in Yeoju with you, Architect Byoungkyu Cho. You are our first love. My husband says he trusts your sincere commitment to design supervision. If you’re not too busy and if we’re not a bad match would you consider taking on our house?”


And so, the Yeoju house became ours.


It took me quite some time to understand how to approach the grandmother’s heart, which spoke of spirituality, warmth, and truth.
Both she and I knew this house was not merely about functionality. That made the beginning all the more delicate.
After crumpling sketch after sketch, a concept quietly surfaced: “Sigim.”
In Korean, Sigim refers to something that has matured deeply over time, seasoned by human touch and slow change.
Rather than inserting clever tricks, I envisioned a home that looked as though it had always belonged to the land something that resembled Yeoju’s gentle fields and would grow old gracefully with its residents.

 

What material could embody Sigim? The first answer was wood.
The grain of wood is, in itself, another form of aging. But if the house, clad in wood, were to age gracefully alongside the elderly couple, it couldn’t be constantly battling wind, snow, and rain.
So, I planned deep eaves to embrace slow change, raising a gabled roof that echoes the mountain ridges and carving out a central courtyard.

 

This hollowed-out yard is where spirituality, warmth, and truth begin.
And the one element that unites those three is light.
It is gentle and calm, but sometimes fierce and revealing.
At midday, sunlight will reach deep into the courtyard and make the scattered river pebbles sparkle. That is the time of truth.
At other times, only the soft light from the sky will descend quiet light that casts no harsh shadows, that doesn’t dazzle the eyes.
Sitting on the veranda, facing a courtyard that feels unchanged for a hundred years, I hope the residents will find moments of spiritual reflection.

 

The grandmother didn’t want a large house.
She requested only a bedroom for the elderly couple, a living room where the grandfather could enjoy TV, and a guest room for occasional visits by family. But then she asked to “leave some room—for someone who might live here after us.”

 

That generous thought warmed me, but it also weighed on me—like a lump of iron pressing on the heart.
It was a moment that reminded me: hoping for a house’s long life is a fundamental wish.

 

I detached one part of the “ㄷ”-shaped layout to create a small annex for the grandmother’s reading.
The space between the main house and annex was intentionally left open.
For now, it will serve as a sheltered outdoor area. Someday, it may become a child’s room, a study, or a hobby space for someone yet to arrive.

 

A year spent with this couple—almost as part of their family—is coming to a close.
I ask myself: was this truly a time of spirituality and sincerity, not artifice or pride?
Will this home age well, becoming a place of sigim?

폴딩도어를 열면 이곳은 대청마루가 된다.
무위재의 거실
무위재의 별채는 오롯이 할머니 만의 장소이다.
자손이 잠시 머무를 다락방

 

 

 

무위재
설계자 | 조병규 건축사_ 투닷 건축사사무소(주)
건축주 | 서윤석
감리자 | 조병규 _ 투닷 건축사사무소(주)
시공사 | (주)KSPNC
설계팀 | 이재준, 심건규
설계의도 구현 | 투닷 건축사사무소(주)
대지위치 | 경기도 여주시 세종대왕면 왕대리
주요용도 | 단독주택
대지면적 | 444.00㎡
건축면적 | 110.46㎡
연면적 | 110.46㎡
건폐율 | 19.97%
용적률 | 19.97%
규모 | 1F
구조 | 일반목구조
외부마감재 | 적삼목사이딩
내부마감재 | 벽지, 합판마감, 강마루
설계기간 | 2021. 03 - 2021. 10
공사기간 | 2022. 03 - 2022. 07
사진 | 최진보
구조분야 | 델타구조
기계설비분야 | (주) 한빛안전기술단
전기분야 | (주)천일엠이씨



Yeoju House
Architect | Cho, ByoungKyu_TODOT Architects and Partners
Client | Seo, Yunseok
Supervisor | Cho, ByoungKyu _ TODOT Architects and Partners
Construction | KSPNC
Project team | Lee, JaeJun / Shim, KeonKyu
Design intention realization | TODOT Architects and Partners
Location | Wangdae-ri, Sejongdae-myeon, Yeoju-si, Gyeonggi-do
Program | Detached house
Site area | 444.00㎡
Building area | 110.46㎡
Gross floor area | 110.46㎡
Building to land ratio | 19.97%
Floor area ratio | 19.97%
Building scope | 1F
Structure | Wood structure
Exterior finishing | Red cedar siding
Interior finishing | Wallpaper, Plywood finish, Wood flooring
Design period | Mar. 2021 - Oct. 2021
Construction period | Mar. 2022 - Jul. 2022
Photograph | Choi, Jinbo
Structural engineer | Delta Structure
Mechanical engineer | Hanbit Safety Technology Group
Electrical engineer | Chunil M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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