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7. 31. 10:20ㆍ아티클 | Article/정카피의 광고이야기 | AD Story - Copywriter Jeong
Confession of Windows
저는 창문입니다.
네 맞아요. 아침에 일어나면 날씨를 확인하기 위해 가장 먼저 눈길을 주는 바로 그 창이요. 사람이 드나들 수는 없지만 햇빛과 바람과 새소리는 얼마든지 출입할 수 있는 문이지요. 지금 당신이 계신 곳에도 창문이 있나요? 창 밖으로 어떤 풍경이 보이나요? 창으로 별빛이 들어오기도 하나요? 때로는 빗방울이 노크하기도 하겠지요. 창문 앞에서 당신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상상해 봅니다. 창 너머 석양이 물들면 시인의 마음이 되시나요? 그리운 사람을 기다릴 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창문을 열고 먼 길을 바라볼까요?
저는 창문입니다. 어디로도 움직일 수 없는 붙박이 신세라서 가진 것이라고는 천천히 흐르는 시간뿐인 창이지요. 밤이 찾아와도 쉬이 잠들지 못하는 저는, 창문이라서 할 수 있는 생각들을 일기예보 하듯 매일 신문에 연재하기도 합니다. 가령 이런 부질없는 생각들입니다.
비행기에서 보면, 동경하는 그 사람도 구름 아래 존재이겠지요.
(飛行機から見ると憧れの人も雲の下の存在でしょう.)
우주선을 타고서도 창밖을 보지 않는 사람은 괴짜일 것입니다.
(宇宙船に乗ってマドを見ない人は偏屈でしょう.)
둥근 창문을 통과해보고 싶어 진다면, 전생에 돌고래였을 가능성.
(丸窓をくぐりたくなったら前世がイルカの可能性.)
갑자기 창문을 연 사람은, 방귀를 뀌었을 가능성 농후.
(急にマドを開けた人は、おならをした可能性大.)
머리를 자른 날은, 창문이 거울이 되겠지요.
(髪を切った日は、マドが鏡になるでしょう.)
유리에 남은 코 자국은, 풍경에게 보낸 키스마크이겠지요.
(ガラスの鼻の跡は、景色へのキスマークでしょう.)
YKK AP는, 언제나 창문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을 생각하고 있는 때를 제외하고는.
(YKK APは、いつもマドのことを考えています. ドアのことを考えているとき以外は.)

YKK AP는 일본의 창호•문 전문 기업입니다. 세계적 지퍼 제조사로 알려져 있는 YKK 그룹의 건축자재 사업을 담당하고 있지요. 이 회사는 2005년 경부터 마이니치신문 일기예보란에 「창문예보」와 「문예보」라는 작은 돌출광고를 게재하고 있습니다. “존재감이 희미한 사람이라도 자동문은 열리겠습니다.”라는 짧은 카피로 2007년 도쿄카피라이터클럽(TCC)의 신인상을 받았습니다. 그 후로 지금까지 YKK AP는 창문과 문에 대한 잡지광고, TV광고는 물론 다양한 영상물을 꾸준히 만들어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시인으로 만드는 장치.
(詩人の横顔」篇 誰かを 詩人にする装置.)
아무도 보고 있지 않지만, 손을 흔들어 보았다.
(誰も見てないけど、 手を振ってみた.)
오래전부터 세계를 라이브 전송 중.
(ずっと前から、 世界をライブ配信.)
내향적인 시대이니까, 큰 창문을.
(内向きな時代だから、 大きな窓を.)

저는 기억합니다. 어느 늦은 밤 퇴근길에 반짝이는 저의 불빛을 보고, 멀리서부터 빨라지던 제 주인님의 발걸음을요. 사랑하는 이가 기다리는 불 켜진 창문은 고단한 하루를 위로하는 별빛처럼 반짝였겠지요. 아파트에 빽빽한 창문들 속에서도 내 가족이 있는 창의 불빛은 금방 알아볼 수 있었을 거예요.
오스트리아 태생의 화가이자 건축디자이너, 환경운동가인 훈데르트바서(Hundertwasser, 1928~2000)는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라는 신념 아래 직선을 거부하고 곡선과 색채, 불규칙성을 강조한 자연주의 건축 철학을 실천했다지요. 그는 창문을 개인의 자유와 개성을 드러내는 공간으로 생각하고, 1972년 발표한 「당신의 창문 권리, 당신의 나무 의무(Dein Fensterrecht – Deine Baumpflicht)」 선언문에서 아파트에 사는 사람도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어 손이 닿는 범위까지 자신이 원하는 색으로 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마당 없는 아파트에 살아도 나무를 심고 돌볼 의무가 있다고 외치기도 했죠. 그래서 그가 직접 리모델링한 훈데르트바서 뮤지엄의 바닥은 울퉁불퉁하고, 창문은 비대칭입니다. 건물 안과 밖 곳곳에 나무와 식물이 건물과 함께 자라고 있고요. 공동주택 훈데르트바서하우스의 창문은 또 어떻게요. 50세대 넘는 집의 창문 모양이 모두 다 다르게 생겼어요.

단독주택이라면 모를까, 내가 사는 아파트의 창문을 내가 원하는 대로 치장하는 일이 가능할까요? 내 집이 고층에 있다면 더 어려울 것 같은데 말이죠. 하지만 훈데르트바서의 창문 권리를 실천한 거주자가 있어요.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있는 「그뤼네 치타델레(Grüne Zitadelle, 녹색 요새)」에 살고 있는 변호사 크리스티나(Christina)는 자신의 창문 밖으로 손을 뻗어 벽에 다섯 장의 꽃잎을 그렸어요. 「그뤼네 치타델레」는 훈데르트바서가 설계한 마지막 대형 건축물입니다. 2005년 훈데르트바서 사후에 완공되었어요. 이 분홍색 건물 3층에 있는 크리스티나의 방 세 개짜리 아파트는 모든 것이 평범하지 않아요. 모서리는 둥글고, 창문과 문 손잡이 모양이 전부 다르고, 복도 조명도 개성이 넘쳐요. 주방 타일도 다채로운 가지각색 모양이고요.

YKK AP의 「창문예보」를 보면서 저는 제가 창문이라는 사실이 행복해졌습니다. 밤에는 누군가의 거울이 되고, 전원 단추를 누르지 않아도 세계를 라이브 방송으로 선물할 수 있는 존재가 흔한 건 아니니까요.
훈데르트바서의 창문을 만나고 저는 제 존재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창이 단순한 건축 부품이 아니라 안에 사는 사람 한 명 한 명의 고유한 특성을 보여주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획일화된 환경 속에서도 개인의 흔적과 개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창문인 제가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아아! 저는 행복한 창문입니다.
창문인 저는 다양한 풍경을 집 안으로 들여놓는 변화무쌍한 액자입니다.
그리고 세상을 향한 당신의 표정입니다.
지금 고개를 돌려보세요. 환하게 웃고 있는 당신의 창문이 바로 저기 보이지 않나요?
https://www.ykkap.co.jp/consumer/satellite/life/
YKK AP_「창문을 즐기다」_홈페이지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BacDh9_Z344
훈데르트바서의 「그뤼네 치타델레」| ARD 룸 투어_2025_유튜브 링크
글. 정이숙 Jeong, Yisuk 카피라이터

정이숙 카피라이터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카피라이터로 광고와 인연을 맺었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을 시작으로 한화그룹의 한컴, 종근당의 벨컴과 독립 광고대행사인 샴페인과 프랜티브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일했다. 지금은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의 CD로 퍼포먼스 마케팅의 세계에 발을 담그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응답하라 독수리 다방(2015)』, 『광고, 다시 봄(2019)』, 『똑똑, 성교육동화(2019)』 시리즈 12권, 『김민준의 이너스페이스(2020)』가 있다.
abacab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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