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 이름 뒤에 마침표를 찍다 2026.8

2026. 8. 31. 10:20아티클 | Article/정카피의 광고이야기 | AD Story - Copywriter Jeong

Porto.
Putting a Period After the Name

 

한여름, 여름의 한가운데에 와 있다. 해마다 더위는 더 길고 무거워지는 듯하다. 올해의 더위는 피부 위에만 머물지 않고 몸속 깊이 파고든다. 걷다 보면 온몸이 흐느적거리며 콘크리트 바닥으로 서서히 가라앉는 기분이다. 
이런 날씨에 휴가를 갈 수는 없다. 피서를 가야 한다. 견디기 힘든 더위로부터 도망가야 하는 것이다. 어디에 가야 이 무지무지한 더위를 피할 수 있을까, 지도를 펼쳐 본다. 여름이 밉지만 겨울로 가고 싶지는 않다. 여름이지만 아주 여름은 아닌 도시, 더워서 축축 늘어지는 대신 여름을 맞아 왕성하게 성장하는 생명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곳을 찾는다. 유럽의 서쪽 드넓은 북대서양을 마주한 나라 포르투갈의 북부에 포르투가 있다. 8월의 포르투는 낮 최고기온이 평균 25도, 밤 기온은 15~16도 안팎이라고 한다. 피서지로 합격이다!


가장 오래되고, 지극히 고귀하며, 언제나 충직하고, 끝내 정복되지 않은
도시, 포르투
포르투.
언제나 그러했듯이,
포르투는.

 

포르투 시의회_시각 아이덴티티 런칭:포르투. 마침표. (O Porto. Ponto.)_모션그래픽_2014

 

포르투는 포르투갈 북부의 도루강 하구에 자리 잡고 있는 항구도시이다. 구시가지와 루이스 1세 다리, 세하 두 필라르 수도원 일대는 1996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도루강을 따라 형성된 언덕, 강변의 리베이라 지구, 철교, 트램, 성당과 수도원, 푸른 아줄레주 타일은 포르투를 구성하는 대표적인 풍경들이다. 포르투라는 이름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포트와인도 빼놓을 수 없다. 포트와인은 도루 지정산지에서 생산되는 주정강화 와인으로, 포르투와 도루 지역의 역사와 경제, 도시 이미지를 대표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포르투 시청 홈페이지를 클릭하면 파란색과 흰색의 기하학적 아이콘이 눈에 들어온다. 2014년 포르투 시가 도입한 시각 아이덴티티에서 만들어진 그래픽이다. 새 아이덴티티가 도입되기 전 포르투 시청 산하의 여러 공공기관, 문화시설, 대중교통 부서들은 제각각 다른 로고와 문장, 서체를 사용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것의 문제점을 느낀 시청은 도시의 고유한 성격을 압축해서 드러내는 동시에, 시청이 운영하는 다양한 서비스 조직들을 하나의 체계로 묶어 나타낼 수 있는 시각 아이덴티티를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포르투에 기반을 둔 디자인 스튜디오들을 대상으로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그리고 2014년 6월, 참가한 세 개의 스튜디오 중에 포르투 대학교 미술대학 교수인 에두아르도 아이레스(Eduardo Aires)가 이끄는 화이트 스튜디오가 포르투의 시각 디자인 개발 회사로 최종 선정되었다. 프로젝트를 맡은 디자인 팀은 수개월 동안 포르투의 시각적 재료를 수집하고, 많은 시민들을 인터뷰하며 도시의 보이지 않는 정체성을 추적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우리는 2014년에 공개된 이 도시의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디자인할 수 있는 놀라운 기회를 얻었습니다. 도시의 풍경과 사람들, 그리고 그 유산과 문화로부터 영감을 얻어, 자신의 개성에 자부심을 지닌 열려 있고 세계적인 도시의 모습을 전하고자 했습니다.
포르투는 강한 개성을 지닌 도시입니다. 누가 보아도 포르투만의 것이라 할 수 있는, 뚜렷이 알아볼 수 있는 기질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희는 도시 이름 뒤에 마침표 하나를 더함으로써, 이 로고에 포르투 사람들과 그 개성이 지닌 힘과 단호함을 담아냈습니다.


*출처: Studio Eduardo Aires(舊 White Studio) 홈페이지

 

시민 개개인에게 포르투는 저마다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고 디자인 팀은 생각했다. 그래서 모든 주민이 포르투의 비주얼 아이덴티티 안에서 자신만의 포르투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랐다. 이를 위해 ‘Porto.’의 아이덴티티는 하나의 아이콘이나 로고를 넘어서는 것이어야 했다. 여러 겹의 의미를 담을 수 있어야 했고, 시간이 지나도 계속 자라고 변화할 수 있는 열린 구조여야 했다. 나아가 도시의 역사와 기억,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전달할 수 있어야 했다.
디자인 팀은 도시 곳곳의 역사적 건물에 남아 있는 파란색과 흰색의 아줄레주 타일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 타일들은 성당 외벽과 역사의 대합실에 커다란 벽화처럼 붙어 있다. 상벤투역의 대합실에는 포르투갈의 역사적 장면과 농촌 생활을 그린 약 2만 장의 청백 타일 패널이 벽면을 채우고 있고, 알마스 성당과 카르무 성당, 산투 일데폰수 성당의 외벽에는 성인의 생애와 종교적 장면을 그린 푸른 타일화가 건물의 얼굴처럼 붙어 있다. 화이트 스튜디오는 이처럼 도시의 역사와 장소를 이야기해 온 ‘서사적인 푸른 타일’에서 포르투의 새 시각 아이덴티티를 설계할 단서를 찾았다. 파란색 아줄레주 타일을 바탕으로 도시와 사람을 표현하는 70개 이상의 기하학적 아이콘을 개발한 것이다. 이 아이콘들은 하나하나 따로 떼어서 각각 상징의 의미로 사용할 수도 있고, 여러 개를 묶어 도시의 끝없는 복잡함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쓸 수도 있다. 

 

포르투 알마스 성당 외벽의 아줄레주 타일 벽화와 화이트 스튜디오가 개발한 시각 아이콘

 

화이트 스튜디오가 개발한 시각 아이콘

 

포르투 시는 2014년 새로운 비주얼 아이덴티티인 ‘Porto.’를 발표한 뒤, 시청과 산하기관이 제각각 쓰던 로고와 색, 그래픽 요소를 하나의 기준으로 정리했다. ‘Porto.’의 로고와 파란 아이콘은 대중교통, 시청 업무 차량, 시 직원 유니폼, 행사 구조물, 공공 공사 현장의 가림막, 거리의 안내판과 벤치 같은 가로 시설물 등에 적용되었다. 이 변화는 거리의 시설물에만 머물지 않았다. 시청과 시의회, 담당 부서, 시 산하 공기업이 쓰는 명함과 봉투, 문서철, 초대장, 이메일 서명, 포스터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되었다. ‘Porto.’는 거리에서 보이는 공공시설과 시청이 내보내는 행정의 문서에 같은 시각적 질서를 부여하는 기준이 되었다.

이러한 전방위적 시각 통일화 작업은 도시 공간 전체에 세련된 질서를 부여하였다. 시민들은 일상 속에서 시의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고 시가 제공한 아이콘으로 문신을 하는 등 관심과 호응을 보였다. 

 

포르투 시의 비주얼 아이덴티티가 적용된 시설들

 

포르투의 파란 아이콘을 들여다보다가, 우리나라의 도시들을 떠올린다. 내가 사는 서울은 지하철 노선도의 색색깔과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들, 아파트 숲과 유리 빌딩 사이로 문득 나타나는 오래된 골목이 뒤섞인 곳이다. 내가 좋아하는 통영은 항구와 언덕, 물빛에 흔들리는 작은 배들이 있는 곳이고, 몇 번이고 다시 가고 싶어지는 서귀포에는 그리운 바람과 파도가 있다. 가을이면 이유 없이 떠오르는 경주, 내가 나고 자란 인천도 마찬가지다. 이 도시 중 어느 하나도 단 하나의 색이나 선으로 요약되지 않는다. 모두가 여러 겹의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다.
포르투도 다르지 않다. 붉은 포트 와인, 해 질 녘의 금빛 도루강, 파란 성당 벽 그리고 시민 각자가 품은 서로 다른 포르투들이 모여 하나의 도시가 되었다. 화이트 스튜디오는 이렇게 여러 가지 이미지가 겹쳐 있는 포르투를 단 하나의 상징으로 요약하려 하지 않았다. 대신 ‘Porto’라는 도시 이름 뒤에 마침표를 찍어 ‘Porto.’라는 워드마크를 만들고, 그 안에 도시의 개성이 지닌 힘과 단호함을 담았다. 파란 아줄레주 타일에서 탄생한 70여 개의 아이콘은 ‘Porto.’라는 이름을 중심으로 하나의 질서 안에 놓였다.
도시의 시각적 아이덴티티를 정하는 일은 그 도시에 이미 있는 것들을 다시 보고,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는 색과 선으로 정리하는 일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포르투 시의 작업이 인상적인 이유는 도시 밖에서 멋진 이미지를 가져온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도시 안에 있던 아줄레주 타일이라는 재료를 재발견하고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우리의 도시들도 저마다 충분한 재료를 가지고 있다. 바다와 산, 오래된 골목, 높은 마천루와 기와집, 항구와 기차역 그리고 떠나는 사람과 돌아오는 사람들···. 필요한 것은 그 도시 안에 이미 있는 얼굴을 알아보는 눈일 것이다. 우리 도시들도 저마다 오래 품고 있는 색과 선과 이야기를 찾아내 독창적인 시각 언어로 발전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

 

https://www.youtube.com/watch?v=WTLs99-yjeU
포르투 시의회_도시 브랜딩 런칭 :
포르투. 마침표._모션그래픽_2014_유튜브 링크



 

글. 정이숙 Jeong, Yisuk 카피라이터

 

 

정이숙 카피라이터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카피라이터로 광고와 인연을 맺었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을 시작으로 한화그룹의 한컴, 종근당의 벨컴과 독립 광고대행사인 샴페인과 프랜티브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일했다. 지금은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의 CD로 퍼포먼스 마케팅의 세계에 발을 담그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응답하라 독수리 다방(2015)』, 『광고, 다시 봄(2019)』, 『똑똑, 성교육동화(2019)』 시리즈 12권, 『김민준의 이너스페이스(2020)』가 있다.

 

abacab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