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9. 30. 10:25ㆍ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ARCASIA Awards for Architecture 2026; Committee on Young Architects
Report on the Trip to the Kuala Lumpur Forum
2026년 7월 29일부터 8월 1일까지 3박 4일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시아건축사협의회 신진건축사위원회(ACYA, ARCASIA Committee on Young Architects) KL Dialogue 2’ 에 대한민국 대표로 참석했다. 이번 출장은 아시아 각국의 신진건축사 지원정책과 활동을 공유하고, 젊은 건축사들과의 교류를 통해 아시아 건축계의 변화와 흐름을 살펴보기 위한 자리였다.
이번 ACYA 일정은 말레이시아의 대표적인 건축·인테리어·건설 전시회인 ARCHIDEX(International Architecture, Interior Design and Building Exhibition) 와 KLAF(Kuala Lumpur Architecture Festival) 2026 과 연계하여 진행되었다. 이에 따라 신진건축사들의 교류와 논의를 넘어 국제적인 건축 전시와 콘퍼런스, 다양한 건축사들의 강연과 프로젝트 발표를 함께 경험할 수 있었으며, 빠르게 변화하는 아시아 건축산업의 흐름과 국제 건축행사의 운영방식을 직접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2000년 시작된 ARCHIDEX는 말레이시아건축사협회(PAM)와 CIS가 공동 주최하는 행사로, 건축·건설산업의 대규모 무역박람회와 건축담론을 다루는 ‘DATUM Conference’를 함께 아우르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는 행사장을 MITEC(Malaysia International Trade and Exhibition Centre)으로 이전하여 새롭게 조성된 MICE 타운을 배경으로 약 3만 8,000제곱미터 규모 의 전시와 다양한 국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특히 ‘DATUM Conference’ 역시 처음으로 MITEC에서 ‘ARCHIDEX’와 함께 개최되면서 전시와 산업, 건축담론이 하나의 장소에서 긴밀하게 연결되었다.
이와 함께 진행된 ‘KLAF 2026’은 ‘Future Culture’ 를 주제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건축이 지역의 문화적 뿌리와 정체성을 어떻게 계승하면서 새로운 기술과 미래의 가능성을 받아들일 것인가를 화두로 제시했다. 전통과 혁신, 기억과 진보, 지역의 정체성과 기술을 연결한다는 주제 아래 국제 건축사들의 강연과 ‘DATUM Conference’를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이를 통해 아시아 각국의 신진건축사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초청된 건축 관련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프로젝트와 건축산업의 변화, 그리고 건축과 도시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는 국제적인 건축 교류의 장이 마련되었다.


건축을 매개로 시작된 국제교류
7월 29일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한 당일 저녁에는 공식 환영만찬이 열렸다. 이번 ACYA 행사가 ‘ARCHIDEX’ 및 ‘KLAF 2026’과 함께 진행된 만큼 만찬에는 ACYA 참가자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방문한 건축사와 행사에 연사로 참여한 건축인들이 함께 자리했다. 본격적인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 서로 다른 국가와 도시에서 활동하는 건축인들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고 교류할 수 있었다. 하나의 건축행사를 중심으로 국제회의와 전시, 강연, 네트워킹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국제 건축행사의 분위기를 경험하며 3박 4일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신진건축사를 위한 시스템을 생각하다
둘째 날인 7월 30일부터 MITEC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되었다.
오전 ‘ACYA Country Report’에서는 말레이시아건축사협회(PAM, Pertubuhan Akitek Malaysia), 싱가포르건축사협회(SIA, Singapore Institute of Architects), 파키스탄건축사협회(IAP, Institute of Architects Pakistan), 방글라데시건축사협회(IAB, Institute of Architects Bangladesh) 등 각국 건축사회의 신진건축사 지원정책과 주요 활동이 소개되었다. 각 나라가 젊은 건축사를 어떻게 지원하고 있으며, 건축사단체가 새로운 세대와 어떠한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는지를 비교해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중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싱가포르의 신진건축사 지원 프로그램이었다. 대학과 연계한 전시와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으며, 기성 건축사와 신진건축사를 연결하는 멘토십 프로그램 역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멘토링의 범위였다. 단순히 프로젝트나 디자인에 관한 조언에 그치지 않고 연봉, 건강관리, 진로, 일과 삶의 균형과 같이 젊은 건축인이 실제 직업생활에서 마주하는 현실적인 문제까지 함께 다루고 있었다. Design Talk, Design Campfire 등의 프로그램에서는 건축을 넘어 진로와 삶의 문제까지 자유롭게 논의하고 있었으며, 하루 동안 평소 입사하고 싶었던 건축회사 방문하여 경험해 보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었다. 또한, 건축사 자격 취득 이후의 경력과 직업환경에 관한 정보가 비교적 적극적으로 공유된다는 점도 인상적이었고, 특히 건축사들의 연봉과 근무환경 등에 관한 통계자료를 수집·분석하여 신진건축사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개별적으로 알기 어려운 정보들이 비교적 투명하게 공유됨으로써 젊은 건축사들이 자신의 위치와 시장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이날 소개된 자료에서 홍콩과 싱가포르 건축사의 평균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단순히 국가 간 임금을 비교하는 문제를 넘어 한국 건축계도 전문인력의 가치와 적절한 보상, 지속가능한 근무환경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축은 예술적 가치를 추구하는 분야인 동시에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전문직이자 하나의 산업이다. 좋은 건축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좋은 건축사사무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작품의 성취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건강한 산업 생태계가 필요하다. 특히 젊은 건축사들이 직업인으로서 마주하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건강, 일과 삶의 균형까지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문제를 개인의 몫으로만 남겨두기보다 경험 있는 선배 건축사와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적으로 상담하고 지원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신진건축사를 지원한다는 것은 좋은 작품을 만들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한 사람의 건축사가 건강한 직업인으로 오랫동안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만드는 일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보고를 통해 공개된 정보가 건강한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젊은 건축사를 위한 프로그램이 개별 단체의 활동에 머무르기보다 건축 관련 주요 단체와 대학, 기성 건축사들이 함께 참여하는 협력체계로 발전한다면 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Future Practice Blueprint’, 미래의 건축실무를 함께 생각하다
오후에는 참가자들이 함께하는 ‘Future Practice Blueprint Workshop’이 진행되었다. 미래의 건축과 건축실무를 둘러싼 다양한 질문에 각자가 자신의 생각을 기록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아카이빙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서로 다른 국가와 환경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젊은 건축사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었다. 기술의 변화와 지속가능성, 도시와 지역의 문제뿐 아니라 건축사사무소를 어떻게 운영하고 성장시킬 것인지에 대한 실무적인 고민도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회사를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 것인지, 자신의 작업과 회사를 어떻게 알릴 것인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건축사의 역할과 업무방식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등 실제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질문들이 폭넓게 다루어졌다.
이러한 고민과 생각을 함께 기록하고 축적한다는 점에서 단발성 회의를 넘어, 아시아의 신진건축사들이 설계자이자 전문직 종사자, 그리고 건축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자로서 마주하는 공통의 과제 를 공유하고 장기적으로 아카이빙 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로 느껴졌다.
워크숍 이후에는 ARCHIDEX 행사장 내 PAM Pavilion에서 ‘ACYA Youth Talk’가 진행되었다. 네 명의 아시아 신진건축사가 자신의 프로젝트와 설계에 대한 생각을 소개했으며, 각기 다른 아시아 도시의 사회적·문화적·환경적 조건에 대응하는 다양한 작업을 접할 수 있었다.
각 프로젝트의 모습은 달랐지만 지속가능성과 지역의 맥락(Context)을 중요하게 바라본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하나의 보편적인 건축적 해답보다는 자신이 활동하는 도시와 사회의 조건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고유한 건축적 언어를 만들어가는 아시아 젊은 건축사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약을 새로운 가능성으로 바라보는 태도
셋째 날인 7월 31일에는 지역 대학인 ‘TAR UMT(Tunku Abdul Rahman University of Management and Technology) ’에서 신진건축사 토크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필자를 포함한 아시아 5개국의 신진건축사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각자의 주요 프로젝트와 건축에 대한 생각을 소개하고, 이후 질의응답을 통해 학생들과 직접 소통했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열정적인 모습이 인상 깊었다. 발표가 끝난 이후에도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고 건축사라는 직업과 실제 건축작업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건축사와 직접 만나 자신의 진로와 건축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학생들의 적극적인 모습을 보면서 건축사라는 직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날 여러 국가의 신진건축사 발표를 들으며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제약을 바라보는 태도였다. 건축에는 언제나 예산, 대지, 법규와 같은 현실적인 제한이 존재한다. 우리는 때때로 “예산이 부족했기 때문에”, “대지가 작았기 때문에”, “규제가 있었기 때문에”라는 말로 프로젝트의 한계를 설명하곤 한다.
그러나 이날 소개된 여러 프로젝트에서는 이러한 조건을 장애로 설명하기보다 새로운 건축을 만들어내는 출발점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두드러졌다. 대지가 작기 때문에 오히려 독특한 공간이 만들어지고, 규제가 있기 때문에 기존과 다른 방법을 찾아내며, 제한된 조건을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계기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것이 각국의 건축문화 차이인지 신진건축사 세대의 특징인지는 단정하기 어렵지만, 제약을 창의성으로 전환하려는 도전적인 자세는 분명 인상적이었다. 건축사에게 중요한 것은 좋은 조건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조건을 어떻게 해석하고 새로운 가능성으로 전환하느냐에 있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프로그램 이후에는 TAR UMT 캠퍼스 내 운동시설과 주차장, 학생 커뮤니티 공간이 결합된 건축물을 답사하였다. 서로 다른 프로그램을 하나의 시설 안에 복합적으로 배치하면서 학생들의 일상적인 활동과 자연스럽게 연결시킨 공간구성이 인상적이었다.

Future Culture와 작은 건축의 가치
대학 일정을 마친 뒤 다시 ARCHIDEX와 KLAF 2026이 진행되는 행사장으로 돌아와 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국가의 건축사들의 프로젝트 발표와 강연을 들었다.
이번 KLAF 2026은 ‘Future Culture’ 를 주요 화두로 삼아 국제적인 건축인들을 초청했고, 각자의 프로젝트를 넘어 앞으로의 건축과 도시, 문화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제시하고 있었다.
KLAF 2026의 강연 가운데 특히 인상 깊었던 건축사는 홍콩의 LAAB Architects 공동 창립자 오토 응(Otto Ng) 이었다. MIT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미국과 유럽의 여러 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그는 홍콩대학교에서 디자인 컴퓨테이션을 가르치는 등 건축과 기술의 접점을 지속적으로 탐구해 왔다. 그가 이끄는 LAAB는 전통적인 건축설계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건축, 인테리어, 설치미술, 가구와 브랜딩을 넘나드는 다학제적 스튜디오 를 지향한다. 기술과 예술을 적극적으로 결합하면서도 사람과 자연, 공동체, 문화의 관계를 중요하게 다루는 작업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소개된 작업 가운데 홍콩 하버에 위치한 매우 작은 규모의 판매대 프로젝트가 특히 기억에 남았다. 작은 시설에 키네틱 시스템을 적용해 기능적인 판매대를 하나의 정교한 건축적 오브제로 발전시킨 프로젝트였다. 규모는 작지만 설계와 디테일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마치 도시 속의 보석과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낸 점이 인상 깊었다. 이 작업을 보면서 필자 역시 그동안 프로젝트의 가치를 연면적이나 사업 규모를 중심으로 바라보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건축의 가치는 반드시 크기와 비례하는 것이 아니며, 작은 프로젝트에도 얼마나 깊은 생각과 완성도를 담아내느냐가 중요하다 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한 작업이었다.

좋은 건축을 지속하기 위한 좋은 회사
또한 싱가포르의 건축사 림쿤 박(Lim Koon Park) 이 자신의 건축사사무소 Park + Associates와 주요 프로젝트, 그리고 회사를 운영해 온 과정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1999년부터 Park + Associates를 이끌며 전통적인 디자인의 틀을 넘어 건축의 인간적인 측면과 ‘삶의 경험(Life Experience)’ 을 중요하게 다루어 왔다. 기능적인 요구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용자가 개인적인 차원에서 공간을 경험하고 공감할 수 있는 건축을 추구하며, 이러한 철학은 의뢰인과 시공사, 장소와의 긴밀한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스튜디오 문화로도 이어지고 있었다.
특히 금융위기라는 어려운 시기에 유니버설 스튜디오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회사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나갔던 경험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스튜디오의 문화가 인상적이었다. 좋은 건축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건축사 개인의 디자인 철학과 고집뿐 아니라 구성원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조직문화와 업무공간, 그리고 경제적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경영능력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이를 통해 건축사는 설계자인 동시에 하나의 조직을 이끄는 경영자이며, 평상시의 경영뿐 아니라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비상경영에 대한 준비 또한 좋은 건축을 지속하기 위한 중요한 기반이라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AI와 로컬 문화가 공존하는 국제 건축행사
이번 출장에서 또 하나 체감한 변화는 AI가 이미 건축의 여러 영역에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강연 이후의 질의응답 방식이었다. 일반적인 강연처럼 청중만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강연 내용을 들은 AI가 발표자에게 심도 있는 질문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대화를 이어가는 방식이 시도되고 있었다. AI가 단순히 이미지를 생성하거나 업무를 자동화하는 도구를 넘어 건축적 사고와 담론을 확장하는 하나의 대화 상대이자 매개체로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반대로 행사의 운영방식에서는 매우 지역적인 요소가 눈에 띄었다. 행사장과 회의공간 주변에 말레이시아의 로컬 푸드 카트를 적극적으로 배치하여 참가자들이 행사장을 벗어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현지의 식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국제행사 참가자의 편의를 높이면서 동시에 지역의 식문화를 행사 자체의 콘텐츠로 끌어들인 방식이었다. 이 두 장면은 이번 쿠알라룸푸르 출장에서 느낀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한쪽에서는 AI라는 가장 새로운 기술이 건축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음식과 문화가 사람들을 연결하고 있었다.
결국 가장 기술적인 것과 가장 로컬한 것이 동시에 만나는 장소가 국제적인 사람들이 찾아오는 장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보편적인 것만으로는 사람들이 굳이 비행기를 타고 한 도시에 모일 이유가 없다.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접하는 동시에 그 도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문화와 일상을 만날 때 국제행사의 장소적 가치도 더욱 커질 수 있다.
아시아의 젊은 건축사들과 함께 생각한 건축의 미래
3박 4일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이번 쿠알라룸푸르 출장은 단순히 해외의 건축 프로젝트를 보고 돌아오는 답사와는 달랐다. 아시아 각국의 신진건축사들이 어떠한 환경에서 활동하고 있는지, 각국의 건축사단체가 젊은 세대를 위해 어떤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사회 속에서 건축이라는 직업이 어떻게 지속될 수 있는지를 함께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된 것은 건축을 지속가능한 전문직으로 만드는 시스템의 중요성이다. 신진건축사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작품을 만들 기회만이 아니다. 적절한 보상과 투명한 정보, 멘토십, 건강한 근무환경과 경력개발 시스템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한국에서도 건축 관련 주요 단체와 대학, 선배 건축사분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젊은 건축인을 위한 공동의 플랫폼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제약을 가능성으로 전환하는 건축사의 태도이다. 작은 대지, 부족한 예산과 규제는 분명 어려운 조건이지만 동시에 이전에 없던 건축을 만들어낼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LAAB의 작은 프로젝트 역시 규모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고민하고 완성하느냐가 건축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기술과 지역성의 공존이다. AI와 같은 새로운 기술은 설계와 업무뿐 아니라 우리가 건축을 이야기하고 공유하는 방법까지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그러나 동시에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한 장소를 직접 찾게 만드는 힘은 그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문화와 일상에 있었다.
ARCHIDEX와 KLAF 2026에서 경험한 쿠알라룸푸르는 새로운 기술과 국제적인 건축담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자신들의 지역문화와 일상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었다. 가장 새로운 것과 가장 지역적인 것이 함께 존재할 때 오히려 가장 국제적인 장소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리고 건축의 미래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디자인을 고민하는 것만큼이나 건축사가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세계와 연결되면서도 자신이 서 있는 지역의 고유한 가치를 발견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번 쿠알라룸푸르에서의 경험은 앞으로 한국의 신진건축사 활동과 국제교류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이번 국제교류의 기회를 마련해 주신 대한건축사협회 김재록 회장님과 국제위원회 이건섭 위원장님을 비롯한 국제위원회 위원님들, 그리고 대한건축사협회 모든 회원님께 감사드린다. 아울러 출장 준비와 일정 조율을 위해 세심하게 지원해 주신 장희수 대리님을 비롯한 사무국 관계자 여러분께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아시아 건축계와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한국 건축과 신진건축사의 역할을 넓혀가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글·사진. 신정엽 SHIN Jeongyeap
대한건축사협회 국제위원회 위원

신정엽 건축사 · 신디자인랩건축사사무소
2009년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2013년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건축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신디자인랩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사이자 고려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공공과 미학, 지역성과 현대성의 조화를 바탕으로 주변 환경과 사람의 일상을 연결하는 건축을 추구한다. 건축을 단순한 공간의 구축을 넘어 사람과 장소, 지역을 잇는 매개로 바라보며, 다양한 공공건축과 도시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의 고유한 가치를 발견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안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shindesignla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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