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비평] 부메랑 곤지암의 단독주택 2019.2

2022. 12. 14. 10:27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Architectural criticism _ Chalet Boomerang
A Detached House in Gonjiam

 

나는 오랫동안 한국의 목조건축을 심사해왔으나 그 중에 지금도 확실하게 기억 에 남는 몇 작품이 있다. 얼마전 곤지암에서 만난 목조 단독주택 ‘부메랑’이 그 중 하나이다.

 

동서고금에 있어 주거란 ‘가족생활’을 행하는 장소라 할 수 있다. ‘가정(家庭)’은 집(家)과 뜰(庭)이라는 2개의 글자로 이루어져있다. 또한 생활(生活)이란 한자 를 그대로 풀어보면 ‘생생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주거란 ‘집과 뜰에서 생생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Martin Heidegger(1889-1976)는 ‘주거란 <세계안의 존재> 로서 인간의 중심이 위치한 장소’와 같은 의미적 언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집과 뜰 중에 그 어느 것을 빼고서도 인간에게 있어 주거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주거에서도 같다고 할 수 있다. 도시도 농어촌도 옛 부터 집과 뜰을 밀 접하게 연결한 중정식 주거였던 한국 주거는 오늘날 급속한 주거의 아파트화에 의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뜰의 존재가 지워졌다. 여기에 더해 당황스러운 것은 토 지가 있는 현대주택에서도 귀중한 뜰이 단순히 관망하는 존재가 되어버려 집과 뜰이 분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아쉽게도 종래의 중정형 주택과 같이 집과 뜰이 일체화된 생활을 즐기는 주거는 없어졌다는 것이다. 집과 뜰, 어느 것이 빠져도 만족스러운 가정생활을 영유할 수 없으며 주거로서 성립되지 않는다. 

 

기회가 될 때마다 나는 젋은 건축사들에게 “집과 뜰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대지 전체가 살아있는 주거를 설계하자”고 얘기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을 가진 나로서 는 집의 한쪽 날개를 뜰과 집을 연결한 반(半)외부의 처마공간으로 제안한 ‘부메 랑’과의 만남은 큰 자극을 받을 수 있었던, 탁월한 작품이라고 높게 평가하는 바 이다.

 

큰 지붕이 덮여진 반(半)외부의 마당(데크) 공간은 일을 하는 동적인 앞뜰과 관 상하는 뒤뜰의 중간에 위치한다. 반 외부의 넓은 마당(데크) 일부분이 지면에서 더 깊게 파여 있어서 그 곳에 벽난로(아궁이)가 설치되어 있다. 사람은 물론 거기 에는 개나 고양이도 함께 불을 대면하고, 몸을 녹이고 요리를 하고 담소를 나눌 수 있다. 물론 난로의 여열은 사랑채에 온돌의 열원을 이용하고 있다.

태양이나 별과 달이 운행하는 천문 아래에서 비, 바람, 흙, 불을 체감하고 꽃과 풀을 감상하며 새소리, 벌레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거기에는 저서<공간의 시학 >으로 알려진 프랑스의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 1884- 1962)의 조어(造語)이며, 인간이 근본적으로 가지고 잇는 ‘Topophilia’ <장 소애:場所愛/Topos(장소)+Philia(사랑)의 조어>의 풍경이 나타나고 있으며, 땅/불/물/바람의 시적 이미지의 세계가 훌륭하게 형상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나는 건축디자인에는 크게 두 가지의 분야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공간디자 인이며 또 하나는 생활디자인이다. 알기 쉽게 도면으로 예를 들면 단면도는 공간 이며, 평면도는 생활이다.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은 일반적으로는 비례, 구성, 형태, 장식 등의 표현이겠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이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생활을 디자인 하는 것 은 가족, 사회조직, 세계관이나 우주관, 신앙 등에 대해서 고찰하여 그 안에서 ‘생 생하게 살아가기 위해 참신하고 매력적인 프로그램을 제안할 수 있을까’가 건축 사의 중요한 과제가 된다.

 

공간과 생활이라는 두 가지 디자인을 염두하고 ‘부메랑’을 비평하라고 하면 난로 가 비치된 선큰을 가진 반(半)외부의 공간이 보다 집과 뜰을 밀접하게 관계지어 인간과 자연이 자유롭게 교류하는 장소를 제안한 이 주택은 생활디자인으로서는 그 어느 것보다 높은 레벨의 작품이며 한국에 있어서는 희소가치가 높은 주거라 고 할 수 있다.

 

재능있는 젋은 건축사가 매력있는 프로그램을 제안하면서 이에 더해 구조에 대 한 표현에서도 보다 새로운 추구를 보여준다면 필히 가까운 미래에는 공간과 생 활이라는 2가지의 디자인이 가능한 희유(稀有)한 건축사로서 성장해 줄 것이다.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하고 싶다.

 

 

 

 

 

 

글. 도미이 마사노리 Tomii Masanori 한양대학교 건축학과 객원 교수

 

 

 

 

도미이 마사노리 한양대학교 건축학과 객원 교수

 

한양대학교 건축학과 객원교수. 일본 가나가와 대학교 재직 중 동아시아의 주거비교문화연구에 착수했고, 2004년부터 한양대학교에서 한국 학생들을 지도해왔다. 한국에 남은 일 제 강점기 건물에 대한 연구에 조예가 깊고 1930년대 경성 거리를 재현하는 전시를 서울 청계천 문화관, 도쿄 한국문화 원 등에서 개최하며 큰 화제가 되었다. ‘더불어마을 프로젝 트’, 보가 없는 한옥, 일본식 목조주택 재생작업 등을 담당했 다. ‘한국건축을 가장 많이 이해하는 일본인’으로 알려져 있 으며 일본의 월간 『건축사』에 한국의 건축 이야기를 연재 중 이다.

 

iimot011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