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와 건축담론2019.2

2022. 12. 14. 10:28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건축담론

 

도시의 공동주택

Architecture Discussion Urban Apartment House

 

 

 

편집국장 註

 

건축 담론은 너무 무겁지 않게, 논문처럼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우리 건축계가 고민하고 있는, 또는 고민할 만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전개합니다. 다양 한 관점과 생각들을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아주 추상적 주제부터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부분까지 다루려 합니다. 가벼운 이야기부터 무거운 논쟁의 소재도 담으려 합니다. 물론 한 두 편의 글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거나 큰 힘을 발휘하지는 않겠지요. 그래도 우리는 생각의 기회를 한번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가장 많은 건축사들이 보는 건축사지는 짧게라도 생각할 여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모든 건축이 명작일 수 없지만, 철학이 바 탕이 되는 작품은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라도 요청하시는 담론주제가 있다면 망설이지 마시고,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직접 참여하고 싶으신 분들의 연락도 좋습니다.

저희 지면의 한계 상 더 많은 토론을 하지 못하지만 여러분들께서 이 기회를 통해 확산시키고, 깊이를 다듬어 가시길 바랍니다.

 


 

 

 

Apartment and Architecture Discourse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건축 상품 환경을 만들어 놓고 투기하지 말라는 역대 정 부의 태도는, 국민들에게 마시멜로 테스트 하는 것이다. 눈앞에 먹을 걸 두고 인 내심을 테스트하는 셈이다.

물가 대비 급여소득 상승을 보면 지난 수십 년간 그다지 높지 않았다. 개인이 부 모로부터 상속받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 사업 외에 투자를 하지 않는 이상 경제 적 잉여소득이 달리 나올 수 없다. 사실 지출 구조가 건강하면 좋지만 비정상적 인 교육지출을 반영하면 노후를 준비할 여력이 없는 것이 한국의 생활 경제 구조다.

불안한 미래는 선진국이나 우리나 별반 차이가 없지만, 각종 복지 등의 대응이 다 르다. 그나마 연금이 우리도 준비되어 있지만 이 역시 충분하지 않다. 이런 저런 이유로 선진국이나 우리나 급여 외 각종 투자를 한다. 주식과 부동산이 대표적인 데, 특히 우리에게 문제되는 것은 부동산이다.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 부동산 투기는 가격 변동과 시장 변화에 지나치게 유동 적이라는 점에서 유난히 문제가 된다. 그래서 부동산 안정을 위한 각종 정책이 세 계 어느 나라보다 발달해 있지만, 장기적 안정엔 전부 실패다. 왜냐면 부동산 경 기는 건축 산업을 자극하는 출발점인데 이는 대다수 국민 경제에 영향을 주기 때 문이다. 시장의 안정은 몰라도 침체는 저변의 생활경제가 마비되기 때문이다. 2019년 각종 부동산 규제는 가격 안정을 꽤하는 것 같다. 그런데 부동산을 언급 하는 모든 과정에서 건축은 빠져 있다. 이 시점에서 건축사들은 부동산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생활건축 VS 아파트 : 생활 경제 부흥을 위해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

 

"편집자 註 : 이글에서 처음 사용하는 조어로 중소규모의 단독주택, 근린생활 시설 등의 개별 건축을 말한다."

 

우리나라 주거 패턴의 60%가 넘는 단지형 아파트들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국가 건축정책의 중대한 방향 선회가 필요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국가 경제에서 건축 이 미치는 영향과 구성 측면인데, 수치로 볼 때 건축이라는 카테고리로 보면 문 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내용으로 가면 치명적 결함이 있다. 즉 고용이 없고, 경 제적 파급효과가 생활로 내려오지 않는 건축 산업이다. 대기업 중심의 대량 표준 화된 단지형 아파트 산업은 마치 4차 산업 혁명처럼 고용을 더 이상 창출하지 않 는다. 대량 생산시스템이라 지역경제 생활권의 순환 구조 안에 있지도 않다. 잘 하는 기능공보다 인건비 저렴한 해외 인력수급이 더 생산적이다. 이를 위해서 평 면의 표준화는 필수적인데, 수천세대도 단 몇 개의 평면으로 표준화 해버리니 굳 이 섬세한 기술자가 필요 없어진다. 수익성 극대화의 시장이다. 이에 반해서 개 인들 중심의 단독주택은 지역과 개인들의 경제적 재생산을 형성하고, 작은 일자 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무엇보다 개인들은 개별화 되어 있어, 국내 기술자들 이 성장하고 생활할 수 있는 인력 기능 시장을 만든다. 이제는 산업구조 측면에 서 생활건축의 부활을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이다.

더구나 사회 전반이 4차 산업 혁명의 고생산성 시대로 전환되는 우리나라에서 다수의 국민들이 소득을 올리는 일자리가 소멸되는 것은 미래에 큰 위기이며 불 안 요소가 된다. 생활건축은 이에 대한 대안이다.

 

님비현상과 아파트 : 이익집단화의 바탕이 되는 주거형식

 

기존 도심의 지리적 왜곡을 일으키는 단지형 아파트의 재개발은 사회적 소통을 차단하는 위험한 정치구조로 향하게 만든다. 아파트는 이웃과 소통이 단절되는 익명성 만들기에 유리한 주거 구조다. 지극히 개인주의적 구조이기도 하다. 문제 는 개별 세대의 이런 선택적 소통 차단이 도시 공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다. 개인적 교류를 하지 않지만, 유일하게 집단 목소리를 낼 때는 이익에 대한 반 응을 나타낼 때이다. 개인의 권리라는 측면에서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사회적 공공성이나 공익성을 파괴하기도 한다. 이는 매우 위협적이어서, 선거제 도의 악용처럼 이기적 이해관계로 정치 권력화 할 때 문제가 된다. 놀랍게도 이 미 이런 이익집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학교나 소방서 등의 사회 구성에서 필 요한 시설조차 이들의 이익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가차 없이 거부 되는 것이 오늘의 현상이다. 이른바 성안도시 Gated Community 문제다. 단지 형 아파트가 집단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리라는 환상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반대의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이젠 사회 공동체적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사회 공동체적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면 현재의 단지형 아파트를 대체하는 새로운 형식이나 각기 다른 형태와 성 격의 공동체 마을 탄생을 고민해 보아야 한다.

 

미래 도시 유산으로 남겨질 아파트

 

현재의 유니폼 Uniform 건축 형식인 아파트는 변화할 것이다. 하지만 변화 역시 이익추구의 방법일 뿐이다. 가격이 상승하는 아파트와 그렇지 않은 아파트는 외 관에서 큰 차이를 나타낼 수밖에 없다. 단독주택이 규모로 차이를 드러낸다면 이 들은 단지 전체의 모양에서 경제적 계급을 구분하려 한다. 작은 스케일의 구분보 다 이렇게 도시 경관의 차원에서 드러나는 도시 내 지역별 경제적 계급적 구성이 과연 올바른가?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구별이 건축미학적 접근이 아닌 화려한 네온사인과 각종 현란한 장치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이는 서로 크기 경쟁하 는 간판과 다름없음이고, 라스베가스의 생뚱맞은 형태들의 정신없는 가벼운 건 축의 집합체일 뿐이다.

이런 건축을 고민하지 않으면, 우리는 우리의 후손들에게 30∼40층짜리 쓰레기 건물과 도시를 유산으로 남겨주는 조상이 될 뿐이다.

 

보지 않고 매매하는 주식기능을 약화시켜야 한다.

 

실제 아파트를 투자하는 사람들 중에는 보지도 않고 그래프만 보고 아파트를 구 입하는 자들도 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가? 왜냐면 살지 않고 차익에 따른 수익 만 보기 때문이다. 대단지형 아파트보다 중소단지형 아파트는 증권기능이 약하 다. 중소단지 아파트보다 주상복합 한 두동의 아파트는 증권기능이 약하다. 그리 고 주택이나 빌라는 증권 기능의 가치가 더 낮다. 이런 이유로 부동산 투자자들은 빌라나 주택보다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이다.

실제 부동산 가격 차익을 설명하거나 투자를 권유하는 내용을 보면 주식기능을 언급하고 있다. 그렇다면 반대로 주식기능이 약한 공동주택을 만들면, 부동산 폭 등에서 피할 수 있지 않을까? 바로 단독주택이나 단독형 공동주택이다. 바로 이 점이 관건이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서 증권 가치를 빼려면 주거 정책의 기조를 바꿔야 한다.

물론 또 다른 단점인 주차와 보행 친화성의 구성을 법적으로 보완하고 다듬어야 한다. 적어도 단지형에서 단독형으로라도 이동해야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생활 일자리 순환구조가 유지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건축이 사는 길이다. 이웃 일본에선 매년 연간 100만 채의 주택들이 신축되고 증·개축 된다. 미국 또 한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런 주택을 설계한 건축사들은 세계적 스타건축사가 되 고 있다. 이들의 설계는 일본이나 미국의 건설사, 건자재 등을 해외에 수출하는 선도자 역할을 한다. 건축설계는 중요한 산업 플랫폼 역할을 할수 있다. 자체의 산업규모가 커보이지 않지만 파생되는 산업을 보면 건축설계, 즉, 건축사 업무는 국가의 핵심성장 산업이 되어야 한다. 지식과 창조산업의 핵심인 것이다.

 

2019년! 국가와 사회에 건축정책의 대전환을 바라면서 건축담론을 준비했다. 작은 시작이지만 생각의 파고를 확장해서 우리 사회에 크게 영향을 주기를 희망 한다.

 

 

 

 

 

글. 홍성용 Hong, Sungyong 본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