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건축공간을 이해하기 2019.3

2022. 12. 16. 17:04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건축담론
Architecture Discussion

 

편집국장 註

 

2019년 초부터 정국을 강타한 정치적 이슈가 있었다. 건축사지에서 이를 주목한 이유는? 정치적 논쟁 한가운데, 건축이 서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새로 지은 건축이 아니라 오래되고 낡은 건축이었기 때문이다. 쇠퇴한 근대 도시의 거리가 새롭게 이슈가 되면서 과연 이런 공간을 어떻게 바라봐야 되고, 전문적인 시각이 무엇인지 새삼 조명하게 되었다.

아주 오래된 골동품의 건축만큼 중요한 근현대의 지나간 흔적을 도시의 유산으로, 국가의 유산으로 연구하고 다양한 제도로 유지하는 것은 이미 구 미의 산업국가에서 현재 진행형으로 지속된 정책이다. 그들 역시 개선하고 새롭게 제안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가에서 개인의 뜻있는 의지에 무게를 두는 추세이다. 국가적인 유산 보호 운동인 내셔널 트러스트에서 개인의 역할이 강조되고, 이를 경제 사이클의 한 축으로 두고 활성화 하는 것을 지 원하기도 한다.

건축사는 전문가로 이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건축사의 시각으로 도시 재생의 대상으로 오래된 건축, 오래된 공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해야 하는 가? 그리고 낡은 건축은 어떻게 재생되고, 재해석 할 수 있는지 내셔널 트러스트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어서 한분의 건축사와 한분의 도시유산운동 전문가에게 지면을 부탁했다.

 


To understand the architectural space in the same period

 

동시대를 살아가는 건축을 바라보면서...

 

세계적인 산업의 흐름은 서비스 중심을 넘어 디지털 정보 활용과 다양한 기술 발 전으로 연속적인 대변환기인 4차 산업의 시대다. 기존의 산업과 새로운 기술인 IT가 활용돼 산업이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앞으로 이 시대의 변화 양상 은 더 명확하고 더 급격해질 것이다.

특히 건축분야에서의 적용범위는 건축공간정보에 대한 주변의 역사적인 맥락과 구체적인 공간분석 및 해석, 그리고 건축공간정보의 실시간 형성, 재료에 대한 구 체적이고 다양한 디자인 요소의 제공 등이 향후 건축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인식 되고 소비자에게 제시되어야 할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의 건축은 다양한 시기의 역사적 흔적이 있고, 그 도 시적 건축공간의 흔적들은 우리의 삶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그리고 일상화 된 흔적은 어느 때는 무심할 수 있고 어느 때는 거부감을 느끼는 건축 양상으로 남 게 된다. 그래서 우리의 기억 속에서는 그 건축공간이 꽤 오랜 기억 속에 남아 있 고 일상적인 생활의 공간이 아니라고 해서 그 기억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현대의 삶을 영유하고 이 시대에 건축공간을 설계하는 자로서 현재의 건축은 4 차 산업으로의 진입과 함께 새로운 가치 및 다양한 기술들을 필요로 한다. 따라 서 시대적인 흐름을 반영한 건축이 지역적·장소적인 특성을 인식하고, 도시 경관 의 맥락을 반영한 건축공간정보 해석 및 계획은 시대적인 요구라 할 수 있다.

 

도시재생과 건축자산

도시재생을 하는데 있어서 핵심사항은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과 기억 을 존중하고 기존 골목과 건축을 다시 살리는 것이다. 도시재생이 급격한 공간 변 화를 주는 현 도시재생의 시대에서 단계별로 기존 공간과 길이 공존하는 도시 재 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지역의 특성을 살리고 지역에 살 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연속성을 추구함으로써 도시가 가지는 흔적과 특성을 담 아낼 수 있다. 이러한 취지를 잘 반영하기 위한 정책으로서 2014년에 제정된 ‘한 옥 등 건축자산 진행에 관한 법률’은 단계별 재생을 잘 반영한 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건축자산을 활용한 도시재생은 이 지역의 한옥을 포함한 ‘다양한 건축자 산’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각 지역에 있는 한옥, 근·현대건축 물, 공간환경, 기반시설 등의 요소는 그 지역의 역사적인 가치와 장소적인 특성 으로 형성되어 왔다. 따라서 각 지역별 건축자산에 대한 역사적, 예술적, 경관적, 지역적인 가치가 있는 건축자산에 대한 사전조사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할 것 이다.

그 지역의 건축적인 특성은 그 지역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요인들에 따라 다양한 양상의 요소들로 표출되고 있다. 건축물의 양상을 보면 조선시대 건축의 모습이 있는 한옥마을과 변화된 도심형 한옥, 일제 감정기의 문화주택 양식의 건축, 한국전쟁 이후 도심 주변으로 급하게 지어진 토막집, 경제 개발을 통해 급격 하게 대량화 된 건축, 인구의 급증으로 토지의 분할에 따른 과밀한 주택, 그리고 70년 근대화된 아파트 등이 있다. 이러한 건축물에 대해 전수조사하고 각 지역 적 특성의 가치가 있는 건축물에 대해 기록을 함으로써 그 지역을 재생하는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조사·기록은 각 지역의 공간구조요소와 도시 맥락 속에 있는 건축을 인식 하게 함으로써 그 지역의 특성을 담고 있는 문화유산(문화재 포함)을 제대로 이 해할 수 있게 해준다. 지역과 건축의 가치를 이해함으로써 문화재와 문화유산을 존중하고 새로운 대지에 들어서야 할 건축에 대한 요구를 파악 할 수 있다. 골목과 옛길, 물길, 건축물 등에 대해 조사를 하고 특히 그 지역이 가지는 건축입 면의 특성을 알 수 있는 구조, 재료 요소 등도 중요한 건축설계 요소가 될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기존 건축물은 급격한 사회 변화를 통해 지어진 건축이라 현재의 단열, 방수 등의 기준에는 턱 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도 향후 건축설계 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그 지역의 건축공간을 보존 및 활용하는 자료로 활용하 고 건축경관의 맥락을 살릴 수 있는 건축 설계 자료 조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건축자산 자체가 콘텐츠(contents)가 되는 공간

 

이렇게 50년 이상 된 건축자산을 보호함으로써 각 건축자산의 유형별 보호·활 용·지원계획에 따라 구체적인 관리계획 수립과 각각의 건축자산에 대한 맞춤 관 리는 그 지역이 특성화된 지역이 되게 할 것이다. 이러한 건축자산에 대한 흐름 은 시대적인 사회 변화에 맞추어서 향후 그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사 회의 인구 구조 변화, 개인에게 적합한 특화된 교육을 받은 세대가 살아가는 사 회가 오고 있고, 이러한 흐름은 각 지역별 개성 있고 특화된 공간을 요구하고 있 다. 이러한 흐름과 함께 지역이 가지는 공간적 의미와 가치를 활용한 방법의 건 축 재생이 되어야 할 것이다.

 

 

즉 건축물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구도심과 신도시에 맞추어진 도시에서 건축공간에 대한 가치 부여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수많은 구도심에 대한 건축물에 대해서 그 지역이 가지는 특성을 살리는 재생을 함으로써 건축물 자체가 콘텐츠가 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재생은 도시경관에 대한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생기며 그 건축공간이 도시와 연계되는 역사의 흔적이 있는 공간으로 남게 되는 역할을 함으로써 건축공간의 역사와 흔 적이 그 도시의 콘텐츠로 재탄생하여 새로운 공간 활력을 불어 넣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지역의 건축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건축자 산’이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즉 건축자산인 옛길, 물길, 건축물, 공간환경에 대한 역사적, 경관적, 예술적인 가치를 조사한 후 요소별 공간정보를 데이터화 함으로써 설계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공간정보의 데이터는 GIS, 드론 등의 대지정보와 3D스캔, BIM 데이터 등의 건 축공간정보로 구분하여 디지털 정보화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정보화는 기 존의 현실공간과 계획적인 가상공간이 만나면서 다양한 콘텐츠가 형성되고 새로 운 건축공간정보 산업이 창출이 될 것이다. 이러한 공간정보는 건축분야에서 선 도적으로 제공해야 향후 건축물의 생애 주기를 고려한 건축물 도시 재생과도 연계 할 수 있다.

건축공간의 디지털화된 BIM 공간정보는 건축물에 대한 VR, AR, 증강현실, 3D 프린트 등과 연계하여 건축산업분야에서 새로운 분야로 재성장하고 있다. 이러 한 분야는 건축물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건축전문가들의 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루 어져야 할 것이다.

 

건축자산을 통해 본 북한건축

 

세계적인 흐름은 이념적이고 폐쇄적인 공간에서 자유롭고 개방적인 공간으로 변 모하고 있다. 세계적인 흐름이 변화하면서 전 세계가 하나의 경제권이고 생활권 으로 바뀌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최근에 전개되는 남북교류는 건 축사가 새로운 시장 확대를 모색 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는 남북으로 분단역사가 70여 년이 되어 각각의 이념적, 사회적 가 치 추구가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고, 서로 다른 체계에서 각각 건축행위를 하면서 살아온 사회라는 것을 먼저 인식해야 할 것이다. 즉 건축을 하는데 필요한 지리, 주변 환경, 건축의 실태 등에 관한 교육 및 연구가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고, 이는 앞으로 남한에 있는 건축계에서 준비해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북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축의 가치는 우리와는 다를 것이다. 서로 다 른 체제와 구조에서 살아본 사회가 단일한 경제권의 사회로 진행하기에는 그 만 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북한 체 제와 구조를 이해하고 건축사가 북한에서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 각자의 전문가적인 입장에서 고민해 보는 것이 될 것이다. 북한의 체제와 구조를 이해하고 북한에 있는 전문가들의 역할을 이해하면서 북한의 건축적 가치를 이 해하는데 남한의 역할도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본다. 지속적인 건축 문화유산 관 리 경험, 최신의 현대적인 설계기술을 바탕으로 한 풍부한 인력. 다양한 건축분야 의 경험, 최신기술과 숙련된 기술자 등의 여건은 또 다른 건축시장에 진입하는데 유리한 점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남북교류시대에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무엇일까? 북한의 평 양, 개성, 원산 등 도시를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도시, 지역에 있는 건축자산 을 디지털화하고 데이터를 활용하여 북한에 있는 건축의 가치가 무엇이 있는지 를 조사한 후 향후 직접 현장조사를 통해서 확인해야 할 것이다.

 

재료, 건축기법 그리고 디지털 공간정보화

 

현재의 건축시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건축 재료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높아지는 건축기준과 성능 요구 조건을 만족하고 소비자의 건축적인 요구를 충 족하기 위해서는 건축물 시공재료뿐만 아니라 단위공간별 모듈화가 급속도로 성 장을 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건축자재정보는 건축설계분야에서 중요하게 다 루어야 할 요소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문화재를 포함한 문화유산과 근·현대건축물을 포함하는 건축자산에서 조차 기존에 사용되었던 건축재료 및 기법에 대한 정확한 정보 조 사가 미비한 실정이고 이는 향후 건축공간정보가 디지털화 되면서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자재정보구축이 필요하다.

러한 재료 및 기법에 대한 정보 및 건축 시공 숙련공의 부족은 우리의 건축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있게 한다. 그나마 한옥은 일부 지역에서 한옥 이 대중화 되면서 한옥건축시장이 형성되고 있어 다행스러운 실정이지만 근대건축물을 포함하고 있는 건축자산에 대한 건축시장 및 기능자는 건축산업의 일부 분으로 확장하기에는 어려우며 근대건축물에 대한 시공기법과 설계 지원은 턱없 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앞으로 도시 재생을 할 경우 현대적인 재료와 기능공이 요구되는 곳에 현재 의 방식으로 공사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겠지만 그 이전의 건축양식을 보이고 있는 근대건축물의 건축기법인 목구조, 조적조, 외엮기 벽체 등을 시공하기 위해 서는 더욱 더 구체적인 정보도 함께 담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는 IT업체가 개발하고 솔루션 판매 업체가 제공한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Tool을 이용한 건축자재 정보가 입력된 3차원 모델 링으로 건축설계 환경이 조성되어 질 것이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건축설계가 재 료 및 공간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고도화 된 건축설계물을 만들어야하는 환경 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시대는 재료 정보에 대한 3차원 모델링과 재료 성 분, 성능 재원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건축설계의 변화 는 건축자재 생산과정의 변화도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건축 환경은?

 

건축에서 도시공간의 역사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그 곳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계 획하기 위해서는 대지의 역사적인 맥락을 이해하고 주변의 건축적인 요소를 인 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건축자산’을 통해 그 지역의 특성을 조사하 고 주요 건축물에 대해 기록함으로써 건축자체에 대한 콘텐츠가 개발되고 그 지 역을 활성화 할 수 있는 건축자원이 될 수 있다.

또한 앞으로의 건축은 다양한 4차 산업의 요구를 잘 담아 줄 수 있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재료에 대한 정보 및 다양한 디자인 요소가 건축설계 분야에 적용됨으로 써, 개성과 다양성이 추구되고 있는 시대적인 흐름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킬 수 있 다. 또한 건축공간에 적합한 재료정보를 바탕으로 한 BIM 건축설계를 통해 소비 자와 유기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해 질 것이다. 이러한 건축시장의 변화로 가상공 간 컨설팅, 유지관리시스템 구축, 3D프린트 등으로 건축산업시장의 확장이 이루 어질 것이다.

최신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시기의 수준 높은 건축자재정보를 활용한 BIM 건축 설계를 통해 향후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건축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준 비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건축공간정보의 디지털화를 바탕으로 각 지역의 특 성과 가치를 조사하고 ‘건축자산’을 고려한 설계를 통해 우리가 걸어온 건축의 정체성을 다시 논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남북교류시대를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글. 황진하 Hwang, Jinha (주)볕터 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황진하 (주)볕터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 건축사

 

(주)볕터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이자 서울시립대에서 건축 역사를 전공하고 문화재 실측·설계 분야에서 20년간 근무하 고 있다. 문화재수리기술자(실측·설계)이며, 우리나라에 있 는 문화재(선사유적, 전통가옥, 한옥, 근현대건축물 등)에 대 한 실측·설계를 담당하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재 대한건축사 협회 남북교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mass05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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